학교 다닐 때 이런 일상적 고민에 빠진 적이 아마도 비일비재했을 겁니다. ‘피곤한데 지금 잠깐 쉴까? 아니, 그럴 순 없어. 시험이 곧 다가오는데 게으름을 피우면 안 돼. 한 문제라도 더 풀어야 해.’ 이렇게 단기적인 즐거움을 탐닉했다가는 장기적인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쉬지 못하고 공부를 계속했거나, 아니면 쉬면서도 마음 한 켠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죄책감 때문에게 스스로에게 눈치를 주었을 겁니다. 그렇죠?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기적인 유희는 나쁜 것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는데, 이런 인식을 조금은 바꿔 줄 연구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적인 즐거움이 우리의 ‘웰빙(well-being)’에 장기적인 목표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단기적인 즐거움이 마냥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뜻이죠.
취리히 대학교의 카타리나 베르네커는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단기적 즐거움을 자연스레 누리는 ‘능력(이것도 사실 능력은 능력이죠)’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세계 보건 기구(WHO)의 웰빙 수준 검사를 받도록 했고 ‘삶에 대한 만족도’ 수준에도 답하게 했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로 상관관계를 분석하니, 단기적 즐거움 수용 능력(hedonic capacity)이 높을수록 전반적인 웰빙 수준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잘됐네. TV 볼 시간이 1시간이나 생겼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행복도가 높다는 뜻이죠. 또한 이들에게는 우울감, 불안감, 어지러움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적었습니다. 반면 자기 통제(self-control)를 잘하는 사람들, 즉 장기적 목표를 위해 달콤한 낮잠을 기꺼이 포기하는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이들 역시 웰빙 수준이 높았지만, 단기적 즐거움 수용 능력이 높은 사람들만큼은 아니었어요.
여기에서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장기적 목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기적 목표는 우리의 장기적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죠. 지금 즐겁다고 행복한 바보로 평생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장기적 목표만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의 짧은 행복을 무조건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지, 장기적 목표를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장기적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가능한 한 자세하게 실천 방법을 수립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와 똑같은 비중과 노력으로 ‘어떻게 쉬고 어떻게 놀지’도 역시나 가능한 한 자세하게 수립해야 합니다. 이게 베르네커 연구의 시사점이죠.
즉, 놀더라도 계획적으로 놀라는 뜻입니다. ^^
*참고논문: Bernecker, K., & Becker, D. (2020). Beyond Self-Control: Mechanisms of Hedonic Goal Pursuit and Its Relevance for Well-Be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014616722094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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