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가 '워라밸'이라고 부르는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좋은 말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식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법입니다. 워라밸에 집착하다 보면 중요한 무언가를 놓칠 수도 있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수도 있죠.
제가 즐겨보는 미드(미국 드라마) 중에 <테드 래소(Ted Lasso)>가 있습니다. 프로축구 클럽을 둘러싼 드라마인데요, 극 중에서 팀의 에이스 격이었던 선수가 새로운 스타 선수의 영입으로 입지가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내주게 된 거죠. 그는 코치에게 부탁합니다.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처음에는 싫다고 하던 코치가 어렵사리 승락하면서 매일 4시에 만나 일대일 훈련을 하자고 말합니다. 선수는 "오후 4시요? 좋습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코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 새벽 4시!"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선수는 부담을 느꼈지만, 코치를 따라 매일 새벽 훈련에 나섭니다.
이 선수가 스스로 워라밸을 깬 이유는 스타선수를 능가할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실력을 쌓으려면, 업적을 달성하려면, 워라밸이 깨질 수밖에 없고, 또 깨뜨려야 합니다. 에디슨은 하루 2시간을 자며 발명에 몰두했습니다. 유명한 농구선수였던 코비 브라이언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드리블 훈련과 자유투 훈련을 지속했습니다.
(힘겨운 노동에 지친 사람이 아니라면)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이 본인에게 과연 얼마나 득이 되는 삶의 자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워라밸을 제1의 삶의 가치로 여겨도 상관 없습니다. 실력을 키우고 싶다든지, 유명해지고 싶다든지, 뭔가를 이루고 싶다든지란 목표가 없다면 말입니다.
제가 살면서 가장 답답한 경우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저절로 무언가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소위 '손절각'입니다. 워라밸을 일일이 챙겨가면서 무언가를 이루기를 염원(?)하는 사람도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워라밸보다 '삶의 보람' 혹은 '나의 쓸모'를 중요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최선을 다하려면 워라밸은 잠시 잊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 워라밸을 따지는 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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