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고 자주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는 "그것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해. 그러면 실수 없이 완벽하게 끝낼 수 있어."라고 덧붙일 겁니다. 이 말이 단순한 스킬과 관련한 것이라면 그의 조언을 따라야 좋을 겁니다. 그가 그 스킬의 전문가이니까요.
하지만 환경 변화가 심해서 언제든 불확실성이 터져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는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따랐다가 큰코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불확실성 때문에 과거에 먹혔던 방법이 더 이상이 통하지 않거나 오히려 되돌릴 수 없는 낭패가 될 수 있으니까요.
미국 남북전쟁에서 북군과 남군이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맞붙었던 전투가 바로 '불런(Bullrun) 전투'인데요, 북군은 과거에 멕시코와 치렀던 전쟁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던 전술을 이 전투에서도 똑같이 사용합니다. 보병보다 포병을 전장 앞으로 내세워서 적에게 포를 쏘게 한 전술이었죠.
멕시코 전쟁 당시에는 총보다는 포의 사거리가 훨씬 멀었습니다. 아군의 포병이 전선 앞으로 나아가도 적군의 보병이 쏘는 총으로부터 안전하기에 마음껏 포를 쏠 수 있었죠. 하지만 남북전쟁 시기가 되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총열 내부에 '강선'을 깎은 총으로 개량되면서 총의 사거리가 엄청 늘어났던 것이죠.
그러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과거 전술을 따라 전장 앞으로 나아갔던 북군의 포병은 남군의 보병이 쏘는 총에 속수무책으로 유린 당할 수밖에 없었죠. 과거에 먹혔던 전술이 강선총 확대로 무의미해졌음에도 지휘관들은 계속해서 포병을 앞세웠습니다. "내가 왕년에 멕시코랑 전쟁해 봐서 아는데."라며 부하들을 닦달하지 않았을까요?
어떤 전략이나 방식이 과거에 통했다고 미래에도 먹히리란 법은 이제 없습니다. 리더는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본인의 말이 조직의 전략적 사고를 망치고 마비시킨다는 걸, 그로 인해 조직이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걸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 과거에 먹힌 전략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통할 거란 보장은 없어."라고 말해 보면 어떨까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찰스 1세의 권한위임이 바보 같았던 이유 https://infuture.kr/1745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19688
'[연재] 시리즈 > 유정식의 경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을 잘쓰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0) | 2023.02.07 |
---|---|
나의 '소울 컨텐츠' 5가지 (0) | 2023.02.06 |
의사결정을 늦추는 게 성공의 비결 (0) | 2023.02.02 |
남직원과 여직원에게 똑같이 피드백하나요? (0) | 2023.02.01 |
우리팀은 심리적으로 안전할까? (0) | 2023.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