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스코에너지 왕희성 전 상무가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고, 프라임베이커리의 강수태 회장이 호텔 직원의 뺨을 때리고, 그리고 남양유업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 등 이른바 '진상'과 '갑질'이 연달아 터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사실 '갑'이 '을'을 이렇게 대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다가 이제야 터져 나온 것에 불과합니다.
스스스를 남들보다 권력이 많은 사람, 남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남들은 가질 수 없는 특권을 본인은 가지고 있다고 여깁니다. 라면을 여러 번 끓여 오라고 명령할 특권,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자동차를 마음대로 주차할 수 있다는 특권, 상대방이야 죽든 말든 무조건 물건을 밀어낼 수 있다는 특권 말입니다. 누군가가 특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특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느낌이 들면, 폭력으로 상대방을 응징하려 하고 그런 응징이 당연한 것이라고 강변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이런 자들을 일컬어 '또라이(asshole)'이라고 하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거라 출처를 모릅니다. 양해 바랍니다.)
권력을 가진 자, 정확히 말해 스스로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왜 '낮은 위치'에 있는 자들을 이렇게 하대하고 경우에 따라 폭력까지 행사하는 걸까요?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스콧 윌터무스(Scott S. Wiltermuth)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판단함에 있어 더 엄격하고, 그렇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더 심한 벌을 주려 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권력자들은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이라서 남들에게 엄격하다는 말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타인의 별것 아닌 행동에도 자신만의 도덕적 잣대(어쩌면 비뚜러진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어 필요 이상의 과잉 반응을 보인다는 말로 이해해야 합니다. 왜 그런지 그의 실험 결과를 살펴보죠.
윌터무스는 프라이밍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스스로를 권력자로 인식하게 만든 후에 도덕적인 딜레마가 담긴 글을 읽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 행동이 도덕적인지 아닌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it depends)'인지를 답하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권력자'들은 대조군보다 '경우에 따라서'라는 답을 '덜' 했습니다. 이것은 권력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어떤 행동이 도덕적이다, 도덕적이 아니다라고 더 명확하게 인식한다는 의미입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고 더욱 엄격하게 구분한다는 뜻이죠.
두 번째 실험에서 윌터무스는 이러한 '도덕적 선명성(명확성)'과 처벌 수준과의 관계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참가자들의 도덕적 인식, 도덕적 선명성, 도덕적 지향, 도덕에 대한 조심스러움 등을 측정한 후에, 어떤 범죄 행위에 대하여 얼마나 중한 벌을 줘야 하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도덕적 선명성과 처벌 수준과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즉 어떤 행동이 도덕적이냐 아니냐를 분명하게 가르는 사람일수록 위반 행위에 대해 더 심한 처벌을 내리게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첫 번째 실험과 두 번째 실험을 합하면, 권력자들은 도덕적 명확성이 높고 그 때문에 다른 이의 불쾌한(불쾌하다고 느껴지는) 행동에 더 심한 응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진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도덕적 명확성을 높게 인식하도록 조작했더니 불손하고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더 '긴' 벌을 주려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윌터무스가 행한 일련의 실험은 '권력 강화 → 도덕적 선명성 강화 → 처벌 수준 강화'라는 인과관계를 설명해 줍니다. 권력자들은 어떤 행동을 도덕적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선이 분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심한 벌로 응징하려 한다는 것이죠. 라면을 충분히 익혀서 내오지 않은 비행기 승무원의 행동을 보고 보통 사람들은 '조리 시설이 변변치 않은 비행기라서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거나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심하게 닦달하지 않지만, 자신이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대기업 임원이기에 서비스를 마음대로 누릴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승무원의 사소한 실수조차 '비도덕적 행동'이라 판단하여 노발대발하다가 급기야 잡지로 승무원 머리를 때리는 응징까지 하게 되는 것이죠.
자신이 지위가 높아서 다른 이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자신의 판단이 보통의 사람보다 불필요하게 더 엄격하고 그때문에 별것 아닌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더 심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현재 남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있는 자신이 권력자의 위치에 서게 될 때 가혹한 처벌이 관용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하죠.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권력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윌터무스의 실험은 '갑'이 왜 '을'에게 가혹한가에 관한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른 이유들도 분명 있습니다.
(*참고논문)
Wiltermuth, S., & Flynn, F. (2012). Power, Moral Clarity, and Punishment in the Workpla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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