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까요? 우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머리 속에 그려 봅니다. 아마도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수많은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가겠죠. 이것도 위험하고 저것도 문제라서 그 모든 케이스를 다 대비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시나리오들을 세워 놓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꼬리표 붙이듯이 달아놓아야 마음이 놓일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회사는 수천 가지의 시나리오를 세워 놓았다고 자랑스레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에서 권장하는 시나리오의 개수는 겨우 4개 정도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과연 그 정도 개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냐며 반문하죠.





4개의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은 가장 불확실하고 중대한 변화동인(이를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핵심변화동인이라 함)을 2개 찾아낸다는 말과 같습니다. ‘뭐라고? 겨우 2개? 미래 환경 변화를 이끄는 요인들이 무수히 많은데 고작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시나리오를 세운다고?’ 여기서 많은 분들이 또 한번 의문의 눈초리를 쏘아 대시죠.


저는 그럴 때마다 미래 환경의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요인(즉 핵심변화동인)은 2개 내외이고 나머지 요인은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오거나 연관된 것들이기 때문에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충분하다고 말씀 드립니다.


2개의 핵심변화동인을 가지고 4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비해도 충분한(또는 효율적인) 이유를 비유를 통해 쉽게 이해해 보겠습니다. 축구공이나 야구공같은 '구(球)'를 머리 속에 그려보며 사고실험을 해보죠. 구는 어느 방향으로 봐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평평하고 매끄러운 바닥에 바운드되면 대략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 가능하죠. '완벽한 구'라면 튈 때 그리는 궤적은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될 겁니다. 여기서 완벽한 구의 궤적이란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고 예측 가능한 이상적인 미래를 나타내죠.


그런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공의 어느 한 부분이 톡 튀어나왔다고 가정해보죠. 평평한 바닥에 떨어뜨리면 구와는 다르게 불규칙적으로 바운드될 겁니다.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면 톡 튀어나온 공이 바운드되며 그리는 궤적은 구보다는 복잡하고 그때그때마다 달라서 결코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만약 실험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궤적의 집합은 특정 공간을 모두 채우고 지나갈 겁니다. 이 말은 톡 튀어나온 부분, 즉 불확실한 변화동인이 하나만 존재해도 충분한 크기의 미래 환경을 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원래 튀어나온 부분과 정확히 반대쪽에 또 하나의 '톡 튀어나온 부분'이 생겼다고 하죠. 럭비공의 모양을 떠올리면 됩니다. 바운드되는 럭비공을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여러분은 익히 알 겁니다. 럭비공은 아까보다 더욱 예상 못하는 방향으로 튀기 때문에 실험 횟수를 조금만 반복해도 궤적의 집합이 금세 공간의 대부분을 채울 겁니다.


그렇다면, 톡 튀어나온 부분이 3개라면 어떨까요? 아마도 이런 모양의 공이 있다면 럭비공보다 더 불규칙한 궤적을 나타낼 거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톡 튀어나온 부분이 하나일 때와 두 개일 때의 차이만큼은 아닙니다. 톡 튀어나온 부분을 3개로 만들어 봤자 2개일 때의 궤적과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하나 더 늘린다고 해서 궤적의 다양성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하죠. 


핵심변화동인이 3개이면 모두 8개(2의 3제곱)의 시나리오 조합이 만들어지는데, 모두 기억하기엔 너무 많아서 미래를 대비하는 데에 혼란만 야기합니다. 그러므로 미래 환경의 대부분을 커버하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비하려면 2개의 핵심변화동인과 4개의 시나리오로도 충분합니다. 사실 4개의 시나리오도 많다고 하여 2~3개로 더욱 압축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세상을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 요인들을 생각해 보죠. 많은 이들이 기업들(특히 다국적 거대기업)의 탐욕, 헤지펀드의 농간, 일부 CEO와 스포츠 스타의 천문학적인 수입, 신자유주의 광풍 등 여러 가지의 이유를 갖다대지만 그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위 '수퍼 자본주의'는 결국 '신기술'의 출현과 확산 때문에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향유하는 대부분의 신기술은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시기에 벌어진 무기경쟁의 부산물이죠. 따지고 보면 '냉전'이 요즘의 슈퍼 자본주의를 낳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는 로버트 라이시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환경 변화를 이끄는 중대한 요인은 하나이거나 많아야 2개 정도입니다. 미래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보다 환경의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그 2개의 동인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3~4개의 시나리오를 미리 '예상'해 보는 것, 그리고 각 시나리오에 어떻게 대비를 할 것인지 전략을 구상하는 것, 이것이 미래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참고도서)

<전략가의 시나리오>, 유정식, 알에이치코리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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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업계획 시즌이 되면서 미래 예측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을 겁니다. 어떤 변수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변수의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상승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수집하려고 노력하겠죠. 분명히 변수의 하락 가능성을 가리키는 근거가 어딘가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보다는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자료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상승 가능성을 실제보다 높게 잡는 오류를 범하고 전략도 실패하게 되죠. 이런 편향을 ‘확증 편향’이라고 합니다. 이제 너무나 유명해져서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대표적인 판단의 오류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확증 편향에 따른 예측의 오류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자신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근거를 찾음으로써 한쪽으로 쏠린 예측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오늘은 기대를 충족시키는 근거와 기대와 모순되는 근거를 모두 찾아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편향 해소법을 제시한 오래된 논문 결과를 소개합니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야세르 코리아트(Asher Koriat)와 동료들은 73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를 여러 개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비나족은 (1) 고대 인도 부족이다  (2)고대 로마 부족이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한 다음, 그 답을 얼마나 확신하는지 50%에서 100% 사이의 값을 쓰도록 했죠. 


참가자들의 확신 정도를 x축으로, 적중률을 y축으로 설정하고 그래프를 그리니, 참가자들이 과도한 자신감을 보였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아래 그래프에서 점선으로 나타낸 곡선). 예컨대 80% 정도로 답을 확신한 경우에 그 답이 맞을 확률은 60%에도 미치지 않았던 겁니다. 과신에 휩싸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했다면 80% 확신할 경우 80%의 적중률을 나타내야 하겠죠(아래 그래프에서 직선으로 표현된, 우상향 대각선).





코리아트는 참가자들에게 다시 여러 개의 문제를 제시하고 답을 고르게 했는데, 이번에는 답이 정답일 확률을 이야기하기 전에 두 개 답안을 지지하는 근거와 지지하지 않는 근거를 모두 생각하여 적으라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 근거들을 얼마나 자신하는지 7점 척도로 점수를 매기게 하고 최종적으로 자기가 결정한 답이 정답일 확률을 말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자 참가자들의 과신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실선으로 그려진 것이 바로 그 결과입니다. 대각선에 가까울수록 확률을 올바로 예측한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아까 언급한 점선보다는 대각선에 가깝죠. 지지하는 근거와 지지하지 않는 근거를 모두 생각하라고 하니까 예측력(어떤 사건의 발생 유무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그 사건의 발생 확률을 올바로 예측하는 능력)이 향상된 거죠. 지지하지 않는 근거를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예측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확실치는 않았습니다.


코리아트는 좀더 확실한 증거를 얻기 위해서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자신이 선택한 답을 지지하는 근거와 지지하지 않는 근거를 하나씩 적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에겐 지지하는 근거만 제시하도록 했고, 세 번째 그룹에게는 자신의 답을 지지하지 않는 근거만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자신의 답을 지지하지 않는 근거만 적도록 한 세 번째 그룹의 예측력이 가장 뛰어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지지하는 근거만 제시하도록 한 두 번째 그룹은 전혀 예측력이 향상되지 않았고, 지지하는 근거와 지지하지 않는 근거를 하나씩 제시케 한 첫 번째 그룹은 예측력이 소폭 향상됐죠. 이것으로 보아,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근거를 일부러 찾거나 청취하는 것이 과신을 막고 예측력을 향상시키는 ‘비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지지하는 근거만 눈에 들어오고 지지하지 않는 근거는 부지불식간에 무시해 버리는 확증 편향과 그로 인한 과신 때문에 많은 전략이 실패로 끝납니다. 코리아트의 실험은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속된 말로 ‘으쌰으쌰’ 해보자는 이유)로 전략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잔뜩 찾을 경우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 경고합니다. 추진하고 싶은 전략을 반대하는 의견을 일부러 청취하는 것이 확증 편향으로 인한 전략의 실패를 막을 수 있는 방법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자신의 전략을 지지하는 근거만 찾고 있지 않습니까?



(*참고논문)

Koriat, A., Lichtenstein, S., & Fischhoff, B. (1980). Reasons for confidenc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Learning and Memory, 6(2), 107.


Comments

  1. Favicon of http://mindman.tistory.com BlogIcon mindman 2013.12.02 09:04

    아주 좋은 내용인 것 같습니다.
    다만 반대가 되더라도 감정이 상하게 되는 것이 문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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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www.freedomsquare.co.kr BlogIcon 전경련 자유광장 2013.12.02 11:00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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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8일부터 11월 10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남긴 짧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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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하여]


"교육의 목적은 회사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코칭의 목적은 역시 회사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경력개발의 목적은 또 역시 회사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하여....(어쩌구 저쩌구)" 나는 이런 '성과 목적론적인 HR정책'에 반대한다. 교육, 코칭, 복리후생, 평가, 보상, 경력개발 등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 자체에 있어야 한다.


직원 교육의 목적은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직원 교육의 목적은 직원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 자체에 있다.


잘 나가는 기업이 직원들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면, '직원 교육에 투자해야 기업경쟁력이 높아지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잘 나가기 때문에, 즉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직원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라고 봐야 정확하다. '교육은 좋은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내에서 하는 교육 치고 제대로 진행되는 교육 없다. 중간에 들락날락, 전화 받고 이메일 쓰고. 아, 힘들어. 바쁘다고 하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컴퓨터는 인간보다 계산이 빠르고 오류가 극히 적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가 인간보다 지혜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의 교육은 아이들을 컴퓨터로 만들고 싶어 안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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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에 대하여]


회사가 돈 벌어야 직원에게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직원에게 좋은 대우를 해줘야 회사가 돈 벌 수 있는 걸까?


채용할 때 나오는 뻔한 소리, 뻔한 거짓말 : "회사가 성장하면 그때 연봉을 맞춰 주겠다. 우리 함께 회사를 성장시켜 보자"


채용의 오류 한 가지. 달변가인 지원자를 뽑으려 한다. 묵묵히 일할 개발자를 뽑는데도.




[회의에 대하여]


(문) 회의실에 10분 늦게 도착한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말한다.

2. 돌려 보낸다.

3. 왜 늦었냐고 물어본다.

4. 그냥 아무말 하지 않는다.

(답) 2번


(문) 회의에 참석해서 딴짓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주목하라고 말한다.

2. 그냥 놔둔다.

3. 회의실 밖으로 쫓아낸다.

4. 뭘 하냐고 물어본다.

(답) 3번


'회의 중독'에 걸린 기업들이 참 많다. 월요일, 직원들이 몇 시간이나 회의에 끌려 다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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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운영에 대하여]


매출이 성장하지 않으면 왜 다들 초조한 표정일까? 기업의 외형 성장이 '절대선'은 아니다. 성장 지상주의 때문에 희생되는 것들이 무척 많다.


많은 직원들이 '우리 회사의 비전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맞는 말일지 모르나 곰곰히 들여다 보면, 회사가 재미있는 신규 사업을 하지 않고 만날 하던 사업을 반복한다는 매너리즘 때문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기존사업을 계속하면 비전이 없는 걸까? 기존사업의 깊이를 더하여 그 사업의 '장인'이 되겠다는 것도 비전인 것을. 비전이 없다는 직원들의 불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신규사업을 기웃거리는 실책을 범하지 말기를.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그가 어떤 학력을 지녔든지 간에 Top 5 MBA 학위를 가진 컨설턴트보다 뛰어나다. '하는 것'은 '아는 것'을 언제나 능가한다.


직원을 성인으로 대하려는 경영자는 스스로를 아이로 포지셔닝하는 직원들을 보며 곤혹스러워한다.


부하라는 것은 '화낼 수 없다는 것, 아니 화내면 안 된다는 것’, 상사라는 것은 '화낼 수 있다는 것, 아니 화내야 한다는 것’, 상사가 되면 '분노 표출권'을 획득하는, 많은 조직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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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에 대하여]


의사소통의 시작은 먼저 이야기하고 먼저 요청하고 먼저 묻는 것이다. '나'의 입맛에 맞게 누군가가 그때그때마다 이야기해주는 것이 의사소통은 아니다.


부서간 협력,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를 곰곰히 들여다보면, 사실 도와달라고 말조차 않기 때문이다. 그냥 앉아서 도와주길 바래놓고 '부서간 협력'에 문제가 많다고 투덜댄다. 게다가, 도와달라고 말했는데 도와줄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왜?"라고 묻지도 않는다. 말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쌓인다. 부서간 협력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서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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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에 대하여]


예측으로 미리 막을 수 있는 경제 위기는 없다. 경제시스템은 오래 전에 예측 불가능한 카오스의 세계가 되었다.


요즘은 '내년도 사업계획' 혹은 예산 수립 시즌이다. 쓰이지도 않을 사업계획에, 보고하고 박수 치며 화이팅 외치자마자 서랍 속으로 직행할 사업계획서 수립에 동원되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계산해보라. 총원이 500명 정도라면, 족히 수억 원이 되리라. 수억원 짜리 사업계획서들이 책꽂이에 즐비하다.


나약한 기업일수록 예측에 몰입한다.


전문가들은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자 동시에 많은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


세칭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듯이 보인다. 절대 그렇지 않다. 세상엔 그런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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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스타트업 기업가들은 성공할 생각을 하기 전에 생존할 생각을 먼저 하라. 생존을 해야 성공도 할 수 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물으면, 답을 말하려고 애쓰지 마라. 대신, '왜'라는 질문을 다섯 번 던져라.


서점에 가면 5번째로 만나는 서가의 세번째 줄에서 15번째에 꽂힌 책을 읽어라. 재미있다면 사라. 재미없다면, 예쁜 여성이 책을 읽는 서가에 다가가 그녀가 보고 있는 책을 집어 들라(그녀의 손에 쥔 책 말고). 당신은 불확실성이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충성은 위험하다. 사상에 대한 충성은 더욱 위험하다. 사람에 대한 충성은 더더욱 위험하다.


미국에서 민간인들이 가진 총기는 대력 2억 8천만 정. 인구가 대략 3억명이니, 1명당 1개씩 가지고 있는 셈. 매년 500만 정이 새로 팔린다는. 민간인들이 가진 총기만으로도 자주국방이 가능한 나라. 쩝.



Comments

  1. Favicon of http://www.freedomsquare.co.kr BlogIcon 전경련 자유광장 2013.11.11 10:44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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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에 실패한 전문가들의 핑계   

2013. 7. 5. 09:00



자신의 예측이 실패로 돌아간 후, 전문가들이 내놓는 변명을 들어보면 일정한 유형을 따르는 것 같습니다. 대략 따져보니 다음과 같이 6개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법 1 : '거의 맞은 셈이다'

자신이 못 맞춘 부분이 훨씬 큰데도 비슷하게 맞춘, 극히 일부분을 강조하면서 이런 핑계를 대죠. 


어법 2 : '그것만 터지지 않았더라면 내 예측대로 됐을 것이다'

이런 변명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자신의 예측력이 형편 없음을 만천 하에 공개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 터질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니까요.


어법 3 :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아직 내 예측은 유효하다'

이것 역시 어법2와 마찬가지 이유로 핑계에 불과합니다. 때가 되지 않을 것을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법 4 : '내 예측대로 사람들이 행동했기에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본인이 오피니언 리더임을 은근히 자랑하면서 예측의 실퍠를 무마하려는 어법이죠.


어법 5 : '그럴 수도 있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예측을 할 때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나요?


어법 6 : '그 당시에 내놓은 예측은 그게 최선이었다.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장 솔직한 대답이고 가장 뻔뻔하지 않은 핑계입니다. 하지만 예측을 내놓을 당시에 당당한 모습이었다면, 이 말 역시 비난을 피하기 위한 변명이죠.


여러분은 예측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전문가들의 예측이나 여러분의 예측이나 얼마나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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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chozworld.com BlogIcon 어흥!!! 2013.07.06 20:15

    웹툰 덴마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니 믿지 못하니깐 열심히 해라" 라고 한게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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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여러분이 어떤 예측치를 제공하면서 '이 예측이 맞을 확률은 100%나 된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라고 장담하면, 여러분은 그 예측을 믿고 따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반면, 다른 전문가가 자신의 예측치를 말하면서 '이 예측치가 사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60% 정도이다'라고 덧붙인다면, 여러분은 그의 예측에 귀를 기울일까요? 자신의 예측치를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전문가와 소심하게 드러내는 전문가, 이 둘 중에 여러분은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하고 경청하게 될까요?

카네기 멜론 대학의 조셉 래드제비크(Joseph Radzevick)와 돈 무어(Don Moore)라는 심리학자들은 9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은 참가자들에게 사진 속 사람의 몸무게를 예측하여 맞히도록 하는 간단한 과정이었지만, 예측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사람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에 충분했습니다.



래드제비크와 무어는 실험 참가자들을 '결정자(Guesser)'와 '조언자(Advisor)'로 나눴습니다. 조언자들은 사진 속 사람의 몸무게를 10파운드 단위로 예측한 다음, 그 예측치에 자신의 자신감 수준을 퍼센테이지로 표시했습니다. 예컨대 '사진 속 사람의 몸무게가 170~179파운드일 가능성이 70%가 된다'라고 적어야 했죠. 조언자들은 이러한 예측치를 사진 한 장에 대해 최대 3개씩 내놓을 수 있었는데, 자신감의 수준은 모두 합해 100%가 되어야 했습니다.

결정자들은 사진 한 장에 제시될 때마다 4명의 조언자들이 제시한 자신감 수치만을 보고 누구의 조언을 따를 것인지 선택했습니다. 조언자들은 결정자들이 자신을 얼마나 많이 선택할지에 따라 돈을 받았고, 결정자들은 몸무게의 실제값을 맞힘에 따라 보상을 받았습니다. 

실험의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조언자들은 모두 8장의 사진을 제시 받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의 최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이 제시될 때는 평균 52%였으나 8번째 사진이 제시될 때는 평균 65%로 상승했습니다. 이 결과는 사진 속 인물의 몸무게를 추정하는 간단한 과제를 많이 수행한다는 것이 그 과제에 대한 자신감의 수준을 높인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런 경험의 축적과 그로 인한 자신감의 상승이 실제로 예측의 적중률을 높혔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측의 적중률은 결코 높아지지 않았으니까요. 자신감과 예측력은 상관성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자들은 예측력보다는 조언자들이 얼마나 자신감이 충만한가에 따라 영향을 받았습니다. 즉, 자신감 넘치는 조언자의 의견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죠. 예컨대 '170~179파운드에 90%, 180~189파운드에 10%'라고 의견을 낸 조언자가 '160~169파운드 30%, 170~179파운드 40%, 180~189파운드 30%'라고 추정한 조언자보다 선택될 가능성이 높았던 겁니다. 이렇게 결정자들이 자신만만한 조언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자 조언자들은 처음에 보였던 신중함을 버리고 점차 과감하게 예측하려는 추세로 이어집니다. 그래야 다른 조언자들보다 더 자주 선택되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보상에 대한 경쟁이 과도한 자신감을 부추긴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무언가를 자신만만하게, 100%에 가까운 가능성으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말이나 수치가 적중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반대로 어떤 예측치를 신중하게(나쁘게 말해, 우유부단하게)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리리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더군다나 그 의사결정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을 때,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예견을 피력하는 사람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행동방식입니다.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저렇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면피하려고 한다'고 폄하하거나 그 사람을 무능한 전문가로 분류해 버립니다. 이것 역시 전문가들로 하여금 다른 전문가들보다 과감해지도록 자극하는 요인이 됩니다.

우리가 접하는 여러 종류의  많은 전문가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견이 좀더 많은 매체나 사람들에 선택되기를 바랍니다. 선택을 받아야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려면 자신의 의견이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야 합니다. 설득력은 전망이나 예측의 적중률을 통해 높아질 수 있겠죠.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예측력은 일반인들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에 비하면 그 차이가 아주 미미하다고 합니다. 즉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어서 예측의 적중률은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없고 되지도 못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채택하는 것이 바로 자신만만함입니다. 갖가지 근거를 끌고 와서 자신의 의견이 진짜 맞다고, 절대 틀릴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할수록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습니다. 게다가 사람들로부터 높은 신뢰까지 받으니 자신만만함은 전문가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필수조건이 되고 맙니다. 

어떤 사람의 자신감이 높으면 그 사람이 옳을 거라고 믿는 경향을 '자신감 휴리스틱(Confidence Heuristic)'이라고 부릅니다. 이 휴리스틱은 머리 속에서 무의식에 가깝게 일어나는 비합리적 현상이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을 이끌 때가 매우 많습니다.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장미빛 희망으로 출발해야 할 2012년이 북한의 정세 변화, 유럽발 금융위기의 지속, 국내 정치 상황의 혼돈 등으로 매우 불확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점집만이 호황을 누리는 세태가 작금의 불확실성을 대변합니다. 딱 부러지게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점쟁이를 용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자신만만한 전문가들(하지만 실력은 그리 높지 않은)에게 귀가 솔깃해잡니다. 그들을 필요 이상으로 신뢰하여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경계해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고논문 : Competing To Be Certain (But Wrong): Social Pressure and Overprecision in Judgment )
 

Comments

  1. Favicon of http://me2day.net/tattermedia BlogIcon tnm 2012.01.02 15:55

    http://me2day.net/tattermedia/2012/01/02/pyq85d_-1ct 에 좋은 글 소개했습니다 :)

    perm. |  mod/del. |  reply.
  2. Favicon of http://overock.tistory.com BlogIcon oveRock 2012.01.05 16:31

    고수들은 충성심 높은 팬덤을 모집하기 위해 일부러 신중한 제스추어를 취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perm. |  mod/del. |  reply.



알다시피 일본은 여러 지각판이 충돌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탓에 크고 작은 지진이 늘 발생하는 나라입니다. 몸으로 느껴지지 않는 작은 지진들은 거의 매일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지진의 기록을 살펴보면 도카이 지역에서 각각 1707년과 1854년에 일어난 소위 '도카이 대지진'이 가장 유명합니다. 또한 1923년에 일어난 관동대지진 뿐만 아니라 1927년, 1943년, 1948년에도 여러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죠.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5분에는 지질학적으로 수백 년 간 안정된 곳이었던 고베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 지진으로 지각은 15킬로미터나 갈라졌고 핵폭탄의 100배가 넘은 위력으로 땅을 흔들어댔습니다. '고배 대지진'은 단 몇 초만에 5천명이 사망하고 3만명이 부상 당하는 참사로 이어졌죠. 그때 TV로 전해진 고베 시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 금요일에 지진해일(쯔나미)을 동반한 대형 지진이 일본 열도를 흔들어놓았습니다. 최대 10미터 높이의 해일이 바닷가 마을을 덮치면서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방송 화면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밀려오는 검은 물을 피해 도망치던 자동차, 그 자동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느꼈을 공포심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집니다. 지진에 철저히 대비한 일본이었지만 지진이 발생한지 몇 분 만에 시속 6~7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들이닥친 쯔나미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지구 여기저기에서 계속되는 지진 참사를 볼 때마다 왜 지진 발생을 예측하지 못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기예보는 90% 이상의 확률로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여 하루에도 수십 번 발표하는데, 왜 지진은 그렇지 못하는지 의아해집니다. 애석하게도 지질학자들은 지진 발생 시점을 동전 던지기 이상의 확률로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앞에서 말한 도카이 대지진은 1707년과 1854년에 각각 발생했습니다. 두 지진의 시간 간격은 대략 150년이라서 2000년대 초반에 도카이 지역에 대지진이 다시 발생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도카이 대지진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방송에서는 이번에 발생한 '동북지방 태평양 지진'을 보도하면서 일본인들이 곧 도카이 대지진이 도래할 거라 우려한다는 소식을 전하더군요. 물론 앞으로 도카이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앞서 일어난 두 개 지진의 시간 간격으로 앞으로 일어날 지진의 시점을 예측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추측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진의 발생은 예보가 불가능할까요? 여기서 말하는 예보란 '향후 1년 내에 OO지방에 지진이 발생한다'와 같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예측이 아니라, 적어도 동전던지기 이상의 확률, 1일 정도의 정확도, 반경 50킬로미터 이내의 적중도를 지닌 예측을 말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미리 알고 대피할 수 있겠죠.

1915년 지구물리학자인 알프레도 베게너(Alfredo Wegener)가 대륙이동설이란 가설을 제안함에 따라 발전된 ‘판(板)구조론’에 의하면, 지구의 지각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고 각 판은 지구 내부의 맨틀이라고 불리는 반(半)고체 상태의 물질 위를 떠다닙니다. 대류 작용으로 인해 뜨거운 맨틀을 떠다니는 판들은 서로 밀고 밀리다가 어떨 때는 정면으로 충돌하여 맞물리기도 하죠. 이 때 서로 맞물리게 된 두 개의 판은 마찰력 때문에 서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게 되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서 움직이지 못했던 동안 축적됐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발산합니다. 이것이 지진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메커니즘임에도 불구하고 지진 예보가 불가능한 이유는 판 구조의 복잡성 때문입니다. 각 판은 수백 수천 종의 바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떤 바위는 무르고 어떤 바위는 단단해서 마찰력의 크기가 제각각입니다. 똑같은 스트레스를 가해도 쉽게 미끄러지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꿈쩍거리지 않고 그 힘을 내부에 축적하는 바위가 있죠. 이런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지각의 여러 단층에 복잡한 패턴으로 퍼져 있기 때문에 쉽게 지진의 발생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퍼 백(Per Bak)과 차오 탕(Chao Tang)은 두 개의 나무판과 용수철로 연결된 나무토막을 가지고 지진의 발생 원리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들은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판에 있는 수많은 바위 중에서 어느 것이 최초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는지에 따라 대지진과 작은 지진의 여부가 결정되고, 대지진이라고 해서 특별한 원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지진은 예측 불가능하고 사전에 아무런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이 내린 결론이었죠. 지진의 크기는 최초에 어떤 바위가 어느 만큼 미끄러졌는지, 또 그 미끄러진 바위가 다른 바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등 미세한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백과 탕은 단층의 바위들은 복잡한 상호작용의 그물망, 즉 네트워크 위에 놓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나의 바위가 미끄러지면 인접한 여러 개의 바위에 영향을 미치고 바위들의 성질에 따라 그 움직임이 판 전체로 확산되거나 혹은 흡수됩니다. 바위들 간의 상호작용이 강할수록 미세한 차이에 의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과도하게 민감한 상태를 임계상태(Critical State)라고 하죠.

이러한 임계상태가 원래 자연의 특징인지, 아니면 인간이 조장한 결과인지에 대해서 말들이 나옵니다 소위 '가이아 이론'을 들먹이면서 대지진 발생을 두고 인간이 지구를 혹사시켰기에 지구가 그에 반응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들려오더군요. 지진 발생 회수가 근래 들어 급증했다는 근거를 대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지진 발생 회수의 증가는 늘어난 지진 감지 장치의 수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또 최근에 머릿속에 각인될 만한 대지진이 연달아 발생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최근성의 오류'일 뿐입니다. 인간이 지진 발생을 부추긴다는 증거는 아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물론 온실가스 증가에 인간이 기여(?)하는 건 사실이죠).

어쨌든 지진 예보는 불가능하다는 우울한 결론으로 이 글을 끝내야겠군요. 예측보다는 대비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이번에 일어난 지진처럼 도망칠 여유도 없이 들이닥친 경우를 보니 철저한 대비도 완벽할 수는 없음을 느낍니다. 예측도 실패하고 대비도 실패한다면, 우리는 무엇에 기대야 할까요? 자연 현상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이번 지진의 희생자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참고도서 :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마크 뷰캐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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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제2의 천성이라 일컬을 만큼 인간들에게 본능적인 습성입니다. 우리는 미래의 불확실함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몰두를 하거나 지대한 관심을 지닙니다. 수많은 종류의 예측 기법들이 난무하고 예측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경제학자, 컨설턴트, 기상예보관, 미래학자 등)이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그리고 그들이 제법 돈을 잘 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지요.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래를 정확하게, 아니 근사한 수준으로 예측하는 기법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미래의 변화를 미리 짚어낸 예측전문가들도 거의 없습니다. 가까이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촉발할 거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어쩌다가 예측이 적중한 예측전문가가 있을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행운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예측의 허구에 대해서는 여러 번 다른 글을 통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예측은 부질없고 소용없는 일일까요? 예측은 항상 틀리기만 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예측의 조건' 2가지를 충족한 예측은 타당하고 또한 충분히 납득 가능합니다.

예측의 조건

(1) 현재 시점에서 미래 시점으로 이어지는 '입증된 자연법칙'이 필요하다
(2) 시작점인 현재 상태(초기조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이런 뜻입니다. 방정식이든 논리적인 추론이든 예측에 사용되는 도구나 기법이 자연법칙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언제라도(적어도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법칙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중에서 공을 놓으면 몇 초 후에 땅에 닿을 것이다"라고 누군가가 예측할 때 그의 말이 타당하고 옳은 이유는 예측에 사용된 중력 법칙이 자연법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주장한다고 해보죠. "내일의 주가는 오늘의 주가에 0.1을 곱하고 10을 더하면 예측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는 y=0.1x + 10 이라는 방정식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방정식은 '주가의 법칙'으로 보이긴 하지만, 자연법칙은 절대 아닙니다. 그 사람의 경험법칙이거나 과거 데이터를 회귀분석해서 얻은 '추세식'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예측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와 변수 간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변수가 많더라도 그것들이 뭔지 알면 좋으련만, 무엇이 주가를 변동시키는지 집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매순간 바뀌기 때문에 주가의 변동에서 일반적인 자연법칙을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주식전문가들이 갖가지 '자연법칙스러운' 예측 모델을 만들어냈노라고 주장했고 또 주장하고 지만 주장하지만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예측 모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주식 시장이 합리적인 요인과 비합리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기 때문입니다. 복잡계는 일정한 패턴이나 법칙을 찾을 수 없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그래서 워런 위버란 사람은 "알거지가 되는 최고의 방법은 운에 좌우되는 게임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고 믿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주가 예측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그런데 천년에 1명 나올까 말까한 천재가 나타나서 '언제 어디서라도' 기업가치를 예측하는 방정식을 찾아냈다고 가정해 보죠. 우리는 그를 '기업가치 법칙'이란 자연법칙을 발견해낸 위대한 사람이라고 칭송할 겁니다. 아마 노벨상을 100개 정도 수여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럴 때 그가 규명한 방정식을 사용하면 특정 기업의 미래 가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아직 확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측의 조건 중 두 번째인 '시작점인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죠. 위에서 복잡계는 합리적인 요인과 비합리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천재가 규명한 방정식이 '비선형 방정식'임을 의미합니다. X의 값에 Y의 값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천재가 규명했음직한 기업가치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가정해 볼까요? (이 방정식은 상징적인 예시일 뿐입니다. 실제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정식이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Y = 4X * (1 - X)

X : 현재의 기업가치
Y : 1분 후의 기업가치

아마 기업가치 방정식(실제로 존재할 리는 없겠지만)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겠죠. 어쨋든 이 방정식은 X의 제곱항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복잡계를 나타내는 비선형 방정식입니다. 게다가 2분, 3분 이후의 기업가치를 구하기 위해 Y가 다시 방정식에 대입되는 '되먹임(feedback)'이 존재합니다.

이 방정식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X라는 현재의 기업가치입니다. 이것을 간단하게 '초기조건'이라고 부릅니다. 초기조건의 값이 잘 입력돼야 그 후의 기업가치가 잘 계산되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비선형 되먹임 방정식'은 초기조건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X가 조금만 달라져도 예측이 틀어진다는 점이죠. 진짜 그런지 살펴볼까요?

초기 기업가치의 실제값을 0.7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측정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기업가치를 0.700001 이라고 잘못 측정했다고 해보죠. 겨우 백만분의 1의 오차라서 별것 아니라 생각하겠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파란 선은 이 방정식에 0.7을 입력한 실제의 기업가치 곡선입니다. 반면, 붉은 점선은 0.700001을 입력한 예측 곡선이죠.


보다시피, 17분까지는 실제값과 예측값이 거의 일치합니다. 하지만 18분부터는 갑자기 예측 곡선이 실제 곡선을 벗어나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겨우 오차가 백만분의 1인데도 18분 이후의 예측이 실제와 달라지는 겁니다. 만일 이보다 세밀하지 못하게 초기 기업가치를 측정(대부분 이렇겠죠)한다면 18분 이내는 커녕 2~3분 후의 미래 기업가치도 예측하지 못하겠죠. 이처럼 기업가치를 오차 없이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면 천재가 규명한 방정식도 무용지물입니다.

즉, 복잡계 성격을 띠는 시스템을 움직이는 자연법칙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초기조건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면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위에서 봤듯이 제법 정밀하게 측정했다 해도 조그만 오차가 '되먹임' 과정을 통해 빠르게 증폭되어 예측이 빗나가 버리고 맙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측 모델이 있다는 것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예측할 수 있으려면 예측에 필요한 자연법칙이 존재해야 합니다. 또한 시작점인 현재의 상태(즉 초기조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우리의 예측은 의미가 있습니다. 두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예측할 수 없는 것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능력은 예측을 잘 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는 오류에 빠지진 않았는지 위의 예측의 조건으로 여러분이 가진 예측 모델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예측이 '예측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의 예측을 신뢰해서는 안되겠죠.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는 노력보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혹은 바라지 않는 결과)가 나올 때를 대비하는 일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더불어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혼돈의 과학', '욕망을 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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