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유정식 52호(10월 12일자)가 발행되었습니다.

 

[경영의 에센스] 재택근무하면 정말 일이 잘돼요?

[지상 강좌]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고민 해결하기
고민과 문제의 차이를 아십니까?


[해외 경영 기사 ]
리더십이 나쁨을 알려주는 5가지 신호
번-아웃되는 이유는 ‘게으름 부족’


[경영 수필] 아빠의 편견


[히든 피겨스] 세기의 특종을 쓴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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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30일(금) 유정식의 경영일기 


“고민이 아닌 걸 고민하시는 것 같은데요?”

내가 이렇게 단적으로 말하니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숍에 참석한 상대방은 상당히 당황한 눈빛이었다. 고민이 맞는데 고민이 아니라니까 약간은 화가 섞인 표정으로 상대방은 물었다. “왜 그렇게 보시나요?”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확실한 걸 두고 고민하시니까요. 확실하게 미래에 생길 것들을 왜 고민하시죠? 그것에 맞서든지 아니면 피하든지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확실하게 발생할 것들을 두고 ‘어쩌지’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고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오후에 비가 올 것이 거의 100퍼센트에 가깝다는 일기예보를 들었고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데 업무상 중요한 미팅 때문에 외출해야 한다고 해보자. 게다가 집에는 찢어진 우산 밖에 없어서 그걸 들고 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 ‘비가 온다는데 제대로 된 우산은 없고, 이것 참 고민이네.’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오를 텐데, 사실 이것은 고민이 아니다. 일기예보가 틀리지 않는 한(틀리기를 바라겠지만) 비가 ‘확실히’ 오는 상황이고, 집에 찢어진 우산 밖에 없는 것도 ‘확실한’ 조건이다. 이렇게 확실한 상황을 두고서 ’이를 어쩌지…’하는 걱정은 고민이 아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고 당장 비가 오지는 않으니 얼른 가게에 가서 중요한 미팅에 어울릴 만한 우산을 사오면 되지 않겠는가? 사러 가는 게 귀찮다거나 누가 우산을 사다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소리는 진짜 고민이 아닌 걸 두고 고민인 줄 착각하는 것이다.




3년 후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더 높아질 거라고 예고됐다고 하자. 내신이 약한 학생은 이러한 확실한 상황이 고민이 될 법도 하겠지만 역시나 고민할 타이밍이 아니다. 내신 강화를 위해 3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울 시간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해진 상황 역시 불확실한 조건이 아니므로 엄밀히 말해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사업 축소로 인해 발생할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고민이 아닌 걸 고민하는 두 번째 경우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을 고민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유학을 가고 싶지만 돈이 궁핍한 상황이라고 하자. 돈이 없어서 유학 가고픈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충분한 걱정거리이긴 하지만 ‘돈이 없다’라는 조건은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돈의 유무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스스로 벌 수도 있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돈을 벌고 싶어도 제 능력으로 잘 안 돼요. 부모님도 돈이 별로 없고요. 그러니까 고민이에요.”라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의 능력이 없다는 것, 부모님도 돈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확실한 상황’이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이 역시 고민이 아닌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고민하지 말고 유학을 깨끗이 포기하는 게 답이다. 


기업의 경우, 해외 이머징 마켓에 진출하려는데 현지에 능통한 인력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할 때도 역시나 고민이 아니다. ‘인력 확보’는 외부 인력을 영입하든 아니면 현지 기업과 제휴하든지 해서 어떻게든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게 상당히 어렵다고? 그렇다면 역시나 확실한 조건이니 이머징 마켓에 눈 돌리지 말고 기존 시장에나 집중하면 될 일이다.




고민이 아닌 걸 고민하는 세 번째 경우는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 혹은 지엽적인 것을 가지고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상황,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오후에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는데 우산이 없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 이 상황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바로 그 ‘중요한 미팅’이지 제대로 된 우산이 없다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미팅의 결과에 따라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우산이 없어서 어떻게 해’라는 고민은 ‘중요한 미팅에 나가고 싶지 않아’라는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그 일을 하고는 싶은데 만약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하고 싶지 않아.”라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여기에서 ‘이렇게 되면’이라는 말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진짜로 이 사람이 그 일을 하고 싶기는 한 것인지 의심이 드는 때가 잦다. 목표가 뚜렷하고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그런 지엽적인 것들은 그냥 안고 가야 하지 않을까? 지엽적인 것 때문에 못하겠다는 사람은 목표 달성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고 싶지 않거나 누가 떡 하니 갖다 줬으면 좋겠다는 심보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정리해 보자. 지금 무언가 고민이 있다면, 불확실한 상황을 고민하고 있는지, ‘내가 컨트롤하기 힘든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 진짜로 중요한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만약 이 세 가지 질문에 ‘아니오’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 고민은 고민이 아니다. 깨끗이 접든지, 아니면 머리를 싸맬 시간에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생산적이다.


“OO에 새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생겼다는데 한번 가볼래요?”

내가 묻자 H군이 이렇게 답했다.

“좋아요. 하지만 맛없으면 어떻게 하죠? 그건 진짜로 불확실한 상황이고, 내가 컨트롤할 수도 없고, 자고로 레스토랑은 맛이 정말로 중요한 요소인데 말이에요. 이런 건 고민 맞죠?”

무엇이든 잘 배우는 H군이다.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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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까요? 우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머리 속에 그려 봅니다. 아마도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수많은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가겠죠. 이것도 위험하고 저것도 문제라서 그 모든 케이스를 다 대비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시나리오들을 세워 놓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꼬리표 붙이듯이 달아놓아야 마음이 놓일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회사는 수천 가지의 시나리오를 세워 놓았다고 자랑스레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에서 권장하는 시나리오의 개수는 겨우 4개 정도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과연 그 정도 개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냐며 반문하죠.





4개의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은 가장 불확실하고 중대한 변화동인(이를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핵심변화동인이라 함)을 2개 찾아낸다는 말과 같습니다. ‘뭐라고? 겨우 2개? 미래 환경 변화를 이끄는 요인들이 무수히 많은데 고작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시나리오를 세운다고?’ 여기서 많은 분들이 또 한번 의문의 눈초리를 쏘아 대시죠.


저는 그럴 때마다 미래 환경의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요인(즉 핵심변화동인)은 2개 내외이고 나머지 요인은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오거나 연관된 것들이기 때문에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충분하다고 말씀 드립니다.


2개의 핵심변화동인을 가지고 4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비해도 충분한(또는 효율적인) 이유를 비유를 통해 쉽게 이해해 보겠습니다. 축구공이나 야구공같은 '구(球)'를 머리 속에 그려보며 사고실험을 해보죠. 구는 어느 방향으로 봐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평평하고 매끄러운 바닥에 바운드되면 대략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 가능하죠. '완벽한 구'라면 튈 때 그리는 궤적은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될 겁니다. 여기서 완벽한 구의 궤적이란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고 예측 가능한 이상적인 미래를 나타내죠.


그런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공의 어느 한 부분이 톡 튀어나왔다고 가정해보죠. 평평한 바닥에 떨어뜨리면 구와는 다르게 불규칙적으로 바운드될 겁니다.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면 톡 튀어나온 공이 바운드되며 그리는 궤적은 구보다는 복잡하고 그때그때마다 달라서 결코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만약 실험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궤적의 집합은 특정 공간을 모두 채우고 지나갈 겁니다. 이 말은 톡 튀어나온 부분, 즉 불확실한 변화동인이 하나만 존재해도 충분한 크기의 미래 환경을 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원래 튀어나온 부분과 정확히 반대쪽에 또 하나의 '톡 튀어나온 부분'이 생겼다고 하죠. 럭비공의 모양을 떠올리면 됩니다. 바운드되는 럭비공을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여러분은 익히 알 겁니다. 럭비공은 아까보다 더욱 예상 못하는 방향으로 튀기 때문에 실험 횟수를 조금만 반복해도 궤적의 집합이 금세 공간의 대부분을 채울 겁니다.


그렇다면, 톡 튀어나온 부분이 3개라면 어떨까요? 아마도 이런 모양의 공이 있다면 럭비공보다 더 불규칙한 궤적을 나타낼 거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톡 튀어나온 부분이 하나일 때와 두 개일 때의 차이만큼은 아닙니다. 톡 튀어나온 부분을 3개로 만들어 봤자 2개일 때의 궤적과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하나 더 늘린다고 해서 궤적의 다양성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하죠. 


핵심변화동인이 3개이면 모두 8개(2의 3제곱)의 시나리오 조합이 만들어지는데, 모두 기억하기엔 너무 많아서 미래를 대비하는 데에 혼란만 야기합니다. 그러므로 미래 환경의 대부분을 커버하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비하려면 2개의 핵심변화동인과 4개의 시나리오로도 충분합니다. 사실 4개의 시나리오도 많다고 하여 2~3개로 더욱 압축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세상을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 요인들을 생각해 보죠. 많은 이들이 기업들(특히 다국적 거대기업)의 탐욕, 헤지펀드의 농간, 일부 CEO와 스포츠 스타의 천문학적인 수입, 신자유주의 광풍 등 여러 가지의 이유를 갖다대지만 그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위 '수퍼 자본주의'는 결국 '신기술'의 출현과 확산 때문에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향유하는 대부분의 신기술은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시기에 벌어진 무기경쟁의 부산물이죠. 따지고 보면 '냉전'이 요즘의 슈퍼 자본주의를 낳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는 로버트 라이시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환경 변화를 이끄는 중대한 요인은 하나이거나 많아야 2개 정도입니다. 미래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보다 환경의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그 2개의 동인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3~4개의 시나리오를 미리 '예상'해 보는 것, 그리고 각 시나리오에 어떻게 대비를 할 것인지 전략을 구상하는 것, 이것이 미래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참고도서)

<전략가의 시나리오>, 유정식, 알에이치코리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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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회사 내에서 이제 사양사업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보면 분명 접어야 할 사업인데 경쟁사들도 여태 버리지 않는 사업이라서 먼저 사업을 철수했다가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수의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살 각오를 해야 해. 소위 말하는 ‘계륵’인 사업이야. 내가 왜 이 부서에서 일하게 됐냐고? 신입사원으로 뽑혀서 이 팀으로 배정 받았으니 난들 이 팀의 사정을 알았겠나? 그저 날 뽑아준 회사에 감사했었어.


내 자랑인데, 사양부서에서 4년 동안 일하면서 나름 열심히 일한 까닭에 팀장으로부터 인정도 받았고 자기네 팀으로 오라는 타부서의 러브콜을 수도 없이 받았어. 근데 왜 여태 이 팀에 있냐고? 생각해 봐. 일 잘하는 직원을 다른 팀에 뺏기고 싶은 팀장이 어디겠냐? 사실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팀장은 회사에서 무능하고 실력 없는 사람이라고 찍혔거든. 나 아니면 팀장 노릇을 못할 사람이란 말이야. 그런 팀장이 날 놔주겠냐고? 몇번 팀장을 찾아가서 타부서로 이동하고 싶다는 의중을 보였어. 하지만 ‘잘해주겠다’는 말로 매번 날 설득했고 인사평가 점수도 매년 최고로 주더군. 난감했지만 덕분에 동기들보다 1년 먼저 대리로 승진할 수 있었지. 무능한 팀장이라 해도 인간적으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배신하기가 어렵잖아? 답답하지만 이 팀에 있을 수밖에 없었지.





근데 말야, 기회가 왔어. 기뻐해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팀장이 해임된 거야. 어제까지 팀장이었다가 나와 동등한 팀원이 되고 말았어. 대신 타부서의 팀장이 우리팀 팀장으로 이동 배치됐고. 여기까지는 좋았어. 그런데 불행히도 새로 온 팀장은 회사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란 거야! 버려야 하는 사업부서니까 조직에서 밀어내야 할 사람이 팀장으로 온 거지, 뭐. 새 팀장은 자신이 팽 당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잖아? 잔뜩 화가 나 있을 거야. 


이런 상황에서 내가 타부서로 이동하겠다고 말하면 그가 과연 허락을 할까? ‘너 좋은 꼴 못 본다’는 심보로 날 주저앉힐지 모르잖아. 만일 그가 날 못 가게 만든다면 국으로 2년은 이 팀에서 썩어야 해. 그러다가 회사에서 사업을 접는다고 하면 구조조정 당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자포자기해서 ‘그래 니 맘대로 해라’하면서 순순히 날 보내줄 수도 있을 것 같애.  난 새 팀장이 어떻게 나올지 그게 참 불확실해. 내가 옮기고 싶은 부서에서는 언제든지 나를 받아들일 자리가 있다고 하기 때문에 그 점은 불안한 점이 없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 팀장에게 다른 팀으로 옮기게 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까? 거부 당하더라도 지금 말해야 할까? 팀장이 잔뜩 골이 나 있으니까 6개월 정도 있다가 말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 내가 일 잘하는 직원이란 점을 보여주면 인간적으로 나를 도와주려고 할지 모르지. 물론 예전 팀장처럼 날 붙잡고 안 놔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팀장의 비위를 살살 맞추며 설렁설렁 일하는 것도 방법이지. 어쩌면 과장까지 남들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문제부서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 뭐해? 그랬다가는 ‘저 놈도 무능하니까 여태 그 팀에 있는 거겠지’라고 인식할 것 같애.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회사를 알아볼까? 이쪽 업계에서 4년간 일한 경력은 어디서나 환영 받거든. 뭐, 내가 사양사업에서 일했다는 걸 알면 뽑아줄지 솔직히 장담은 못하겠지만 말이야.


내가 이런 고민을 이모에게 털어 놓으니까 이모가 이렇게 말하더군. 


  “시나리오 플래닝을 해봐.”

  “그게 뭔데? 먹는 거야?”


이모는 내 머리를 억세게 쥐어 박더니만 나에게 <전략가의 시나리오>란 책을 던져줬어. 아쉽게도 먹는 건 아니지만, 내가 책을 좀 좋아하잖아. 게다가 공짜로 받았으니까 열심히 책을 읽었어. 사무실에서 당당하게. 어차피 요즘은 할일도 없거든. 나는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내가 처한 딜레마를 가지고 시나리오 플래닝을 직접 해봤어. 좀 어려웠지만, 내가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어.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을 한다고 해서 항상 최고의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지만(이건 저자가 강조하더구만), 적어도 최악의 결정은 막을 수 있는 것 같았지.


내가 처한 불확실성은 새 팀장이 나의 팀 이동을 허락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되겠지. 그에 따라 두 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시나리오 1: 팀장이 허락한다

시나리오 2: 팀장이 불허한다


아까 두서 없이 말했지만, 내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4가지가 있어.


대안 1: 지금 바로 이동을 요구한다

대안 2: 상황을 보다가 이동을 요구한다

대안 3: 그냥 이 팀에서 일한다

대안 4: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


책에서는 시나리오와 대안을 서로 묶어본 다음에 ‘이 시나리오에서 이 대안이 얼마나 좋은지’를 평가해 보라고 하더군. 물론 그 전에 어떤 지표로 평가를 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한대.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경력개발 상의 이득’과 ‘심적 스트레스’, 이렇게 두 가지를 판단지표로 삼고나서 다음과 같이 평가를 내렸어. 3점이 가장 높은 점수야. 동의 못한다고? 하지만 이건 내 결정이고 내 판단이니까!





자, 이렇게 나온 결과를 보니까 대안 2 ‘상황을 보다가 이동을 요구한다’가 가장 좋은 대안으로 나왔어. 지금 말할까 말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좀 기다리다가 팀장이 안정될 때 이동을 요구하는 게 낫다는 거지(결과값은 경력개발 상의 이득에서 심적 스트레스를 빼서 나온 값이야). 





물론 대안 2가 최상의 대안은 아니야. 지금 당장 요구했는데(대안 1) 팀장이 순순히 허락하는 게 사실 최상이거든. 아까 말했지만 시나리오를 세우는 목적은 최악의 결정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런데 만일 6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요구했는데 팀장이 불허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때는 뭐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수 밖에 없지. 그때 나에게 주어진 불확실성에 따라 다시 시나리오를 짜면 되겠지, 뭐. 


물론 이 평가 결과는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뀔 수 있어. 시나리오를 세우는 이유는 내가 처한 상황 전체를 조망하고 계속 변해가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거야. 잘 모르겠다고? 그러면 <전략가의 시나리오>를 좀 읽어. 거기에 아주 상세하게 방법이 나와 있으니까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거야. 나한테 밥 사면 내가 코치해 줄게. 그래도 좀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3월 21일에 열리는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을 수강해 봐. 여기를 클릭하면 자세한 안내를 볼 수 있을 거야. 그럼 난 이만 가봐야겠어. 새 팀장이 사업부장한테 엄청 깨졌대. 가서 일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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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6일부터 10월 27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남긴 ‘나의 짧은 생각’입니다. 월요일, 활기차게 시작하기 바랍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하여]---------------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미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데이터가 많을수록 미래 예측은 더 오류투성이가 된다.


미래가 확실하다면 회사에서 직원을 많이 고용할 이유가 없다. 모든 걸 시스템에 넣고 돌리면 되니까. 미래가 불확실하니까 일정 규모로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불확실성은 유익하다. 불확실성을 싫어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위기는 불합리함을 걷어내라는 경고다.


생명이 실패를 싫어한다면 진화하지 못한다. 삶의 돌연변이, 즉 실패라는 불확실성은 유익하다. 좋은 시그널이다.


몸은 변화를 지속함으로써 생존한다. 1초 후의 몸은 1초 전의 몸과 다르다. 몸의 변화가 멈추면 그것은 죽음이다. 기업의 변화가 멈추면 그것은 폐업이다.


익숙한 위험이 익숙치 않은 위험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사람들은 익숙한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어떤 위험이 익숙하다고 해서 잘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도. 자동차 사고가 익숙한 위험의 대표적인 예다.



[조직 운영에 대하여]----------------


제니퍼소프트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의 회사를 제니퍼소프트 만큼 규모가 작은 회사로 만들어라. 규모가 큰 회사가 규모가 작은 회사의 문화를 닮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코끼리가 생쥐의 빠릿빠릿한 몸짓을 흉내낼 순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리적인 규모도 매우 중요하다.


도로 표지판을 없애면 오히려 교통사고가 덜 발생한다(네덜란드 드라흐텐 사례). 기업에서 통제를 위한 제도를 없애면 오히려 문제가 덜 발생한다. 리스크에 대한 책임감만 느끼도록 하면 된다.


하나만 있어도 문제 없다는 신장(콩팥)이 왜 2개일까? 생명은 '중복(Redundancy)'로 위험을 대비하기 때문이다. 흔히 기업들은 경영 효율화라는 미명 하에 중복된 부분을 통폐합하려고 한다. 이는 멀쩡한 신장을 단지 2개라는 이유로 하나를 떼내는 것과 같다.


내일(월요일) 아침 일찍, 많은 회사들이 주간회의를 한다. 그냥 흘려보내도 될 정보를 의미 있는 정보로 여겨야 한다고 최면을 거는 시간일지 모른다. 주의하자.


성공을 거둔 기업은 아직 성공하지 못한 기업에 비해 관리하기 어렵다. 경영자들은 이 말의 뜻을 성공한 후에야 절감한다.


작은 회사일수록 직원들에게 높은 타이틀을 주는 경향이 있다. 실력과 역할에 맞는 타이틀을 부여해야 한다.





[컨설팅에 대하여]------------------


* 병원 : 문제가 없다는 진단 결과가 나오면 환자가 기뻐한다. 기꺼이 돈을 낸다.

* 컨설팅 : 문제가 없다는 진단 결과가 나오면 경영자가 화를 낸다. 돈이 아까워진다.


경영진단을 받는 기업 중에 '좋은 진단'을 받는 기업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진단하는 컨설턴트는 어떻게든 문제를 찾아내려 애쓰기 때문이다. 그의 눈에는 문제가 아닌 것이 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컨설턴트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병원에서 의사들에 의해 발생(의사들로부터 감염 등)하는 질병을 '의원성 질환'이라고 한다. 병원에 가서 오히려 질병을 얻는 것을 말한다. 제법 많은 기업이 컨설팅을 받고서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짐을 실감한다.


혁신을 외치는 경영학 교수나 경영 컨설턴트들의 엄밀한 계획과 절차에 의해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은 현장에서 무작위로 일어난다.


오른손잡이 테니스 선수는 오른팔 근육이 왼팔 근육보다 발달되어 있다. 당연히 그래야 테니스를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경영진단'에서는 '왼팔 근육이 약하니 보강해야 한다'식으로 엉뚱한 진단을 내놓는다. 컨설턴트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평가에 대하여]------------------


'나'를 배려해주는 동료가 없거나 나를 위해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는 동료가 없는 사람은 회사를 다닌다고 해도 다니는 게 아니다. 평가는 나에게서 동료를 앗아간다.


회사가 위험에 처한다면 "이번엔 회사가 어려우니 평가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CEO가 있으면 좋겠다. 어려울수록 동료 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 평가 없애기는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멍청해서 혼나기보다는 혼나기 때문에 멍청해진다. 직원들을 필요 이상으로 혼내면 직원들은 멍청해진다.



[자기경영에 대하여]--------------------


'열정을 가지라'는 말은 웃기지 않는 코메디를 보고 웃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열정은 갖는 것이 아니라 가져지게 되는, 일종의 '감정'이다. 다짐한다고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


"그건 안돼"라고 말하는 순간 '진짜 안 되는가'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자. 그게 규정이든 불문율이든 가치관이든.


애초부터 자신에게 완벽한 일은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할 뿐이다.


때때로 열정에 취한 사람보다 생계가 절박한 사람에게서 위대한 작품이 탄생한다.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과 노력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노력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을 깨끗이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대안을 찾는 빠른 방법이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불행의 씨앗은 뿌리를 내린다.


기존의 것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에겐 흔히 '과격하다'는 꼬리표가 붙는다. 하지만 기존의 것이 잘못됐음을 알고도 고수하는 사람이 오히려 훨씬 과격하다.


사람들은 세칭 '성공한 자'가 영어를 잘하는 모습을 보고 영어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공한 자가 사진찍기를 잘하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잘 찍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흔히들 '책에나 나오는 이야기'라며 폄하한다. 책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리 말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흔히 그리 말한다.


실패한 사람은 아직 실패자가 아니다. 실패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자가 진짜 실패자다.


요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보다 컴퓨터 모니터를 더 자주, 더 오래 들여다본다.



Comments

  1. BlogIcon 송석환 2013.10.28 13:33

    참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보는 내내 자신감을 다시 챙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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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D.B. 2013.10.29 01:41

    매번 핵심 찌르는 글 올려주시네요.
    또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인퓨처컨설팅은 교육문화산업의 리더인 T사의 관리자 승격 후보자를 대상으로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 교육을 진행합니다. 다음과 같은 커리큘럼으로 모두 16시간(2일)으로 이뤄진 이번 워크샵은 관리자로서 전략적 마인드를 제고하고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통한 불확실성 대비 역량을 함양할 목표으로 실시됩니다. 이론적인 교육 이외에 직접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습으로 과정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워크샵 진행 현장)



[커리큘럼 : 총 16시간)

주제

소주제

세부 내용

시나리오 플래닝의 필요성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이유

- 나비효과와 메칼프 법칙

- 상호작용과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3가지 원인들

- 불확실성이 위험한 이유

불확실성의 의미

- 불확실성의 의미

- 불확실성과 확률과의 관계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자세

- 불확실성을 기질적으로 싫어하는 이유

-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일반적인 자세

- 직원이 갖춰야 시나리오적 자세란?

예측의 허상

- 예측으로 인한 폐해

- 벤치마킹으로 인한 전략의 실패 사례

- 예측에 기반한 사업계획의 실패

- 예측 실패 사례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 개괄

시나리오 플래닝의 정의

- 시나리오 플래닝의 정의

- 예측과 시나리오의 차이점

- 건강한 미래관이란?

- 시나리오 플래닝 성공 사례

Future Backward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

- Future Forward vs. Future Backward

- Future Backward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

Future Forward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

- 물고기 모델이란?

- 핵심이슈 선정 / 의사결정요소 도출

- 변화동인 규명 / 시나리오 수립

- 시나리오 라이팅 / 대응전략 수립 / 모니터링

시나리오 플래닝의 활용과 사례

- 시나리오 플래닝의 활용 분야와 선도 기업의 성공사례

- 실생활 문제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적용하는 방법

- 간단한 주제를 가지고 직접 문제를 해결

심화학습 :

핵심이슈 선정

핵심이슈의 정의

- 핵심이슈의 정의

- 핵심이슈가 있는 것과 없는

- 기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핵심이슈

핵심이슈 선정 절차

- 핵심이슈를 선정하는 이유

- 이슈 파악을 위한 인터뷰

- 기업에서 실천할 있는 인터뷰 방법

핵심이슈 구성

- 핵심이슈에 포함될 사항들

- 핵심이슈 기술표 작성법

심화학습 :

 시나리오 재료
 확보

의사결정요소의 정의

- 의사결정요소의 정의

- 의사결정요소의 요건

- 의사결정요소 예시

의사결정요소도출 절차

- 의사결정요소를 선정하는 이유

- 의사결정요소 도출을 위한 질문법

변화동인의 정의

- 변화동인의 정의

- 변화동인의 요건

- 변화동인의 예시

변화동인 규명 절차

- 변화동인 규명의 틀과 유의사항

- 극점의 정의

- 변화동인 규명 사례

- 변화동인맵 작성법

- 변화동인 기술표 작성법

심화학습 :

 시나리오 수립

변화동인 평가

- 변화동인 평가 기준 : 영향도와 불확실성의 의미

- 평가 Matrix 적용 방법

- 영향도를 먼저 평가해야 하는 이유

핵심변화동인의 의미

- 핵심변화동인이란?

- Cross Impact 분석

- Cross Impact Matrix

시나리오 수립

- 핵심변화동인과 시나리오 조합과의 관계

- 시나리오명의 중요성

- 시나리오 수립 예시

시나리오 라이팅의 필요성

- 시나리오 라이팅이란?

- 시나리오 라이팅이 필요한 이유

- 시나리오 라이팅의 절차

인과분석

- 인과분석의 방법

- 인과분석의 예시

시나리오 라이팅 요령

- 시나리오 형식 결정

- 시나리오 작성시 유의사항

심화학습 :

시나리오 대응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 대응전략 수립 절차

-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의 의미

- 기회/위협 분석표 작성법

전략대안 마련

- 전략요소 및 옵션의 의미

- 전략대안을 추출하는 방법

적합도 판단기준 설정

- 적합도 판단기준의 의미

- 적합도 판단기준이 되기 위한 조건

최적전략대안선정

- 적합도 평가 방법

- 시나리오별로 적합한 전략대안 판단법

- 최적전략대안 선정의 필요성

- 최적전략대안 선정을 위한 4가지 질문

모니터링 절차

- 모니터링의 필요성

- 모니터링의 절차

모니터링 요소 도출

- 모니터링 요소의 의미

- 모니터링 요소 도출 방법

- 모니터링 요소 정리표 작성법

사인포스트 설정

- 사인포스트의 의미

- 사인포스트 설정 방법

- 사인포스트 설정 예시

- 사인포스트가 갖춰야 요건

- 사인포스트 정리표 작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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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계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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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현실화 가능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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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정리

과정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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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정리

-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의 흐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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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면 사탕을 많이 먹는다   

2012. 8. 28. 11:13


뉴욕 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2008~2009년의 금융 위기 때 다른 소비재들은 판매가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사탕은 판매가 급증했다고 합니다.1) 사탕과 초콜릿 제조업체인 캐드버리(Cadbury)는 2008년에 이익이 30퍼센트나 증가했고, 여러모로 힘들었던 허쉬(Hershey)도 8.5퍼센트 정도 이익이 증가했으니 말입니다.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린트 & 스프륑글리(Lindt & Sprungli)도 불황 때문에 몇몇 럭셔리 매장을 철수시켜야 했지만 월마트와 같은 할인점에서의 초콜릿 판매는 꾸준히 늘었습니다.


워튼 스쿨의 캐서린 밀크만(Kathering L. Milkman)은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스트레스와 자아 고갈(Ego Depletion)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에 몸에 좋은 음식보다는 손쉽게 당분을 섭취할 수 있는 사탕에 탐닉하게 된다고 추측했습니다.2) 밀크만은 이런 추측을 확장하여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에 노출되면 여러 옵션 중에서 '해야 하는 것'보다는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선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몸에 좋은 것보다는 맛이 좋은 것, 장기적인 것보다는 즉각적인 것, 노력이 요구되는 것보다는 편안한 것을 택하게 된다고 가설을 세웠습니다.





밀크만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달러 짜리 복권을 한 장씩 나눠준 다음에 64개의 세자리수 더하기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문제를 풀기 전에 복권을 긁어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20분이 지나기 전에는 복권의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밀크만은 참가자들에게 원한다면 언제든지 문제 풀이를 도중에 그만 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복권의 당첨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이미 복권의 결과를 아는 참가자들보다 더 빨리 문제 풀이를 중단했습니다(361초 대 412초). 복권의 당첨 여부를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문제 풀이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고갈시켰던 겁니다.


후속실험에서 밀크만은 참가자들에게 각자의 룸메이트가 저녁거리로 피자를 사가지고 오는 상황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룸메이트가 '까르네 아사다 피자'를 사올지 아니면 '페스토 치킨 피자'를 사올지 알 수 없다는 말('50 대 50이다!')을 들은 반면,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룸메이트가 두 피자 중에서 어느 하나를 확실하게 사가지고 온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밀크만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과일 샐러드와 브라우니 중에서 피자와 함께 먹을 디저트를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룸메이트가 어떤 피자를 사올지 확신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이 과일 샐러드보다 브라우니를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과일 샐러드 18%, 브라우니 82%). 반면 피자 종류를 확실히 아는 참가자들 중 브라우니를 선택한 사람은 58~59퍼센트였습니다. 불확실한 조건의 참가자들은 몸에 좋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should)' 과일 샐러드보다는 달콤하기 때문에 당장 입에 '당기는(want)' 브라우니에 끌렸던 겁니다.


후속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불확실했던 과거 일을 떠올리게 했더니 뉴욕 타임즈의 추천도서보다는 네셔널 인콰이어러(The National Enquirer)와 같은 주간지를 읽을거리로 더 많이 골랐고, 교육 다큐멘터리보다는 액션 영화를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역시 불확실한 상황에 노출되면 '해야 하는 것(the should)'보다는 '원하는 것(the want)'에 탐닉한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결과였습니다.


밀크만이 수행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불확실성이 사람들에게 의지력의 고갈 상태를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룸메이트가 어떤 피자를 사가지고 올지 모르는, 아주 사소한 불확실성조차 의지력을 감소시켜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대안보다는 즉각적이고 이로움이 덜한 대안으로 빠져들게 만든다는 것이죠. 이는 불확실성이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 속에서 조직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 내린 의사결정이 '과일 샐러드'가 아니라 '사탕'일지 모릅니다. 여기에 집단사고가 개입되면 바람직하지 못한 대안이 이의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최고의 대안으로 스스로 강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기업은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거나 줄일 수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보다 '당장 원하는 것'에 빠져들지 않는지 매순간 경계의 끈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안이 사실은 '사탕'일 수 있음을 유념해야겠죠.


그러나 조직 내부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합니다. 상사는 직원들이 언제 어느 프로젝트에 투입될지, 언제 어떤 회의를 시작할지, 앞으로 누구와 일하게 될지 등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쉽고 편안한 업무가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려면 말입니다. 직원들이 위에서 떨어지는 일만 수동적으로 수행하려 하고 장기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아예 무감하거나 냉소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원들 자체의 역량 문제라기보다는 조직 내부의 불확실성을 방치한 채 전혀 해소시켜주지 않는 관리자의 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1) When economy sours, tootsie rolls soothe souls, The New York Times Online, March 23, 2009


2) Katherine L. Milkman(2012), Unsure What the Future Will Bring? You May Overindulge:Uncertainty Increases the Appeal of Wants over Should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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