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사람들은 으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다이어트하기, 담배 끊기, 영어 공부하기 등의 목표를 다이어리에 쓴다. 독자 여러분도 이미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리라. 하지만 그 계획들은 작년 다이어리의 첫머리에도 똑같이 언급됐을 테고 아마도 내년 다이어리의 첫장을 장식할 확률이 높다. 작심한지 삼일만에 죽어버린 계획들이 매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작심삼일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새해가 밝은지 벌써 여러 날 흘렀지만 이제라도 심리학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자.


우리는 목표 달성에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목표 자체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섣불리 해선 안 된다. 심리학자 에일렛 피시바흐는 목표에 집중하면 오히려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체육관에 다니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운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 예를 들어 ‘나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한다’라는 결과에 집중하며 운동하도록 했다.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나는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러닝머신을 뛴다”와 같이 운동하는 과정에 몰두하면서 운동하라고 했다.




참가자들이 실제로 운동한 시간을 살펴보니 ‘결과에 집중’했던 사람들은 ‘과정에 집중’했던 사람들보다 10분 가량 적게 운동했다. 결과에 집중하면 오히려 동기가 오래가지 못했던 것이다. ‘결과에 집중하라’, ‘결과를 생생하게 그려라’, 이런 조언은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마라톤을 뛰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은 ‘완주했을 때의 너의 모습을 상상해 봐’가 아니라, ‘네가 뛰는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라’란 말이다.


목표 달성의 동기를 높이는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심리학자 피터 골비처는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반드시 해야 할 과제를 2개씩 정하라고 지시했다.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각자가 정한 2개의 과제를 ‘언제’가 되면 실행할지, 그리고 ‘어디에 있을 때’ 실행에 옮길 것인지 제출하도록 했다. B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과제 2개만 정하게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학생들이 얼마나 과제를 완료했는지 점검하니 때와 장소를 정했던 A그룹이 B그룹보다 어려운 과제를 실행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처럼 목표를 정할 때 ‘그것을 언제 실행에 옮길지’, ‘어디에 있을 때 수행할지’와 같이 구체적인 조건문으로 바꾸어 놓으면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다이어트하기’를 목표로 정했다면 “감자튀김을 보면 당장 그 자리를 피하겠다.”와 같이 “X이면, Y를 한다.”의 형태로 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꾸면 작심삼일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너무 많이 정하는 욕심도 작심삼일을 부추긴다. 심리학자 에이미 달튼은 한쪽 참가자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다른 그룹에게는 ‘즐겁게 책 읽기’, ‘건강에 좋은 음식 먹기’, ‘전화한 적 없는 이에게 전화하기’ 등과 같이 6개의 목표를 부여했다. 5일 동안 살펴보니 6개의 목표를 받은 참가자들의 달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목표에 대한 몰입도 훨씬 저조했다. 왜 그랬을까? 목표가 많으면 ‘언제 이걸 다하지?’란 생각에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 그러다 보니 목표 외의 것들에 신경이 분산된다. 새해 목표를 여러 개 세웠다면 지금이라도 3개 이내로 줄일 것을 권한다. '목표가 많은 사람은 불행하다.'





목표를 한 두 개만 세웠다 해도 ‘담배 끊기’, ‘다이어트하기’ 등의 목표는 엄청난 의지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때 ‘한 발 들여놓기’ 전략을 쓰면 도움이 된다. 린 키베츠는 스탬프를 10개 찍어야 공짜 커피를 주는 쿠폰과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을 준비했다. 하지만 12개 짜리 쿠폰에는 2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혀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고 공짜 커피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똑같이 10개의 스탬프를 찍어야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었지만, 이미 도장 2개가 찍힌 쿠폰을 가진 학생들이 20퍼센트나 더 빨리 공짜 커피를 받았다.


2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힌 12개 짜리 쿠폰을 받으면 ‘벌써 2개나 찍혀 있네’라는 생각에 도장을 모두 찍고 싶다는 동기가 일어난다. 반면, 도장이 하나도 안 찍힌 10개 짜리 쿠폰을 보면 “이 빈칸을 언제 다 채우나?”란 생각에  중간에 포기하거나 공짜 커피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옷을 잔뜩 입은 상태로 몸무게를 재고 다음날에는 옷을 모두 벗은 상태에서 몸무게를 재보라. ‘어, 벌써 2kg나 빠졌네? 앞으로 10kg만 더 빼면 되겠어’라고 자신에게 트릭을 쓰면 어떨까? 비록 꼼수지만 다이어트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책 많이 읽기’, ‘조깅하기’, ‘일기쓰기’처럼 분명히 삶에 도움이 되는 습관이지만 막상 하려면 귀차니즘에 발목을 잡히고 마는 목표는 어떻게 해야 달성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딱 5분만 법칙’을 활용해보라. ‘딱 5분만 책을 읽고 그 다음엔 미련없이 책을 덮어 버리자’라고 마음 먹은 후에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 10분, 1시간 후에도 책을 읽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귀차니즘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을 때마다 ’딱 5분만’을 외쳐보라. 내년 다이어리 첫장에는 다른 목표를 적게 될 것이다.



(* 본 글은 월간 샘터 2014년 2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Comments



우리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목표 달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끈기’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창하게 ‘역경’이란 말을 썼지만 사실 알고 보면 별것들은 아닙니다. 지루함을 느낀다든지, 몸과 마음이 지쳐서 쓰러진다든지(‘자아고갈’ 상태), 이 정도면 됐다는 포만감에 사로잡힌다든지, 인풋 대비 아웃풋이 얼마 되지 않아 실망스럽다든지 등등이 바로 목표 달성 과정에서 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역경이죠.


이런 역경을 이겨내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그동안 이 블로그에서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또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그것은 바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하지 않는다’는 옵션을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이 목표를 포기해도 된다’라는 선택지를 가지고 목표에 임하면, 끈기가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돼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출처: www.blessedisthekingdom.com



이 말이 직관을 거스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험을 통해서 이를 증명한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와튼 경영대학원의 롬 쉬리프트(Rom Y. Schrift)와 조지아 주립 대학교의 제프리 파커(Jeffrey R. Parker)는 온라인에서 106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여 과제 수행의 결과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알파벳 문자들이 무작위하게 뿌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메트릭스에서 어떤 주제와 관련된 단어를 찾아내는 퍼즐 게임이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주제가 ‘유명 배우의 성(姓)’일 경우에 제시되는 퍼즐이었죠. 사전에 어떠한 힌트도 참가자들에게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의 단어 찾기 퍼즐보다는 상대적으로 까다로웠죠. 참가자들은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퍼즐을 중단할 수 있었고 맞힌 단어 수에 따라 보상을 받았습니다.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참가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세 가지 실험 조건 중 하나에 무작위로 배정되었는데, 첫 번째 조건은 참가자들이 주제를 선택할 수 없고 ‘국가의 수도’와 ‘유명 배우’ 중에서 강제로 한 주제가 주어지는 경우였습니다(강제 조건). 두 번째 조건 역시 참가자에게 주제가 강제로 주어졌지만, 주어진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게임 자체를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택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거절 조건). 하지만 게임 자체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참가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세 번째 조건은 국가의 수도와 유명 배우라는 조건과 함께 ‘유명 발레 댄서’를 옵션으로 추가해서 참가자들이 선택하게 했죠(세 가지 대안 조건). 사실 유명 발레 댄서는 참가자들이 별로 알 만한 주제가 아니었지만, 쉬리프트와 파커는 과연 이런 친숙치 못한 주제가 옵션으로 주어질 경우 참가자들의 끈기가 어떻게 영향 받을지 보고자 했죠. 주제가 어려웠는지 아무도 ‘유명 발레 댄서’라는 주제를 택하지 않았습니다.


통계 분석을 통해 참가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게임 수행을 지속했는지를 측정하자, ‘거절 조건’의 참가자들이 나머지 두 조건의 참가자들보다 오랫동안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418초 대 290초, 283초). 그렇다면 참가자들이 찾아낸 단어 수는 어땠을까요? 역시나 ‘거절 조건’의 참가자들 성적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 참가자들은 평균 4.03개를 찾아냈지만, 나머지 두 조건의 참가자들은 각각 3.28개(강제 조건), 3.03개(세 가지 대안 조건) 밖에 찾지 못했죠.


이 실험 결과는 단순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조건을 추가하기만 하면 선택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인내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후속실험에서도 역시나 ‘no-choice’ 옵션을 제시 받을 경우에 더 좋은 성적을 나타내는 결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똑같아 보이는 두 개의 그림에서 다른 곳을 찾는 게임을 수행하게 했더니 ‘거절 조건’의 참가자가 가장 오랫동안 게임을 지속했고 더 정확하게 다른 곳을 짚어냄으로써 다른 참가자들보다 많은 돈을 받아 갔습니다.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쉬리프트와 파커는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선택지가 추가되면 자기가 달성하기로 한 목표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어찌됐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옵션을 주는 것이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재미있는 결과임에 틀림 없습니다. 


우리는 보통 ‘배수의 진을 친다’, ‘건너온 다리를 불태운다’와 같은 말을 쓰면서 선택할 여지가 없어야만(게다가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만) 목표 달성에 이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선택지가 오로지 하나 밖에 없어서 그걸 반드시 해야만 경우에도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떠올리면 오히려 그 하나 밖에 없는 선택지(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이 실험이 시사합니다. 


뭔가 어렵고 괴로운 프로젝트를 수행 중일 때도 ‘언제든 이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있어’라고 의도적으로 떠올린다면 오히려 그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 실험의 결과를 저도 간혹 경험합니다. 글을 안 써져서 괴로울 때면 ‘반드시 이 글을 지금 써야 한다’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강요할 때보다 ‘안 써지만 나중에 쓰지, 뭐’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그후에도 계속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니까요. 


상사들도 직원이 어려운 업무 때문에 힘들어 한다면 이 실험의 결과를 살짝 응용하는 것도 좋을 거라 추측해 봅니다. 물론 ‘그 일을 하지마’라고 말해서는 안 되겠지만, ‘힘들면 다른 일을 한 다음에 해도 돼’, ‘일단 쉬고 나서 생각해 봐’라고 조언한다면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직원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과연 효과가 있는지 현장에서 한번씩 실험해 보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Schrift, R. Y., & Parker, J. R. (2014). Staying the Course The Option of Doing Nothing and Its Impact on Postchoice Persistence.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13516801.





Comments



지난 금요일 포스팅에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여러 개의 실행 의도문(if…then…)을 설정하는 것보다 하나의 실행 의도문을 설정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개 계획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확실하게 준수하는 것이 낫다는 'Less is More'의 관점을 제시했죠(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면 지난 포스팅을 먼저 읽고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의 설정 의도문이 여러 개의 설정 의도문보다 효과를 발휘하는 걸까요? 베르호에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후속실험에서 93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여 '어떤 상황'에서 '어떤 군것질'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이런 상황'일 때 '이런 방법'을 쓰겠다"와 같은 형식으로 실행 의도문을 작성하게 했죠. 예를 들어 "심심할 때 과자 대신 사과를 먹겠다"라고 말입니다.



출처: www.bakeryandsnacks.com



베르호에벤은 참가자들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하나의 실행 의도문만을, 두 번째 그룹은 3개의 실행 의도문을, 세 번째 그룹은 군것질 퇴치를 위한 실행 의도문 하나와 성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 실행 의도문 하나를 작성하게 했죠. 세 번째 그룹의 경우 서로 관련이 없는 실행 의도문을 주었을 때 간섭이 일어나는지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네 번째 그룹은 대조군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이렇게 그룹을 나눈 후에 각 참가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단어 인식 반응'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스크린에 어떤 문자열이 빠르게 흘러갈 때 그것이 의미가 있는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즉시 키보드를 누르도록 하는 과제였습니다. 모두 24개의 문자열이 제시됐는데, 그 중에는 참가자들이 앞에서 스스로 제출했던 "군것질 욕구가 생기는 상황을 나타내는 단어(예를 들어, 심심하다)", "군것질거리", "군것질 대신 먹을 건강식품"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베르호에벤은 "군것질 욕구가 생기는 상황"을 나타내는 단어가 제시되고 나서 "군것질거리" 단어가 제시될 경우와 "건강식품"이 제시될 경우, 어떤 경우에 참가자들의 키보드 반응속도가 더 빠를지를 측정하고자 했습니다. 


측정 결과, 실행 의도문을 하나 작성한 참가자와, 서로 관련 없는 실행 의도문을 각각 하나씩 작성한 참가자들은 "군것질거리" 단어가 제시될 때보다 "건강식품" 단어가 제시될 때 훨씬 빠른 반응 속도를 보였습니다. 반면, 실행 의도문을 세 개 작성한 참가자들은 반응 속도의 통계적인 차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군것질을 하고 싶은 상황(심심할 때,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TV를 볼 때 등)에서 하나의 설정 의도문을 작성한 사람은 여러 개의 설정 의도문을 작성한 사람보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 실행 의도문을 여러 개 설정한다고 해서 군것질을 줄여야 한다는 동기가 더 강화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러 개의 설정 의도문을 설정하면 설정 의도문 간의 '간섭'이 증가하고, 여러 개의 방법을 설정했다는 만족감이 반대급부로 '군것질'에 대한 집착을 오히려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죠.


베르호에벤의 실험은 군것질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실행 의도문의 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였지만, 다이어트가 아닌 다른 목표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개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죠. 특히 그 목표가 군것질과 같이 나쁜 버릇을 줄이려는 것이라면 이 실험의 결과를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음을 말입니다. 의욕이 과해 여러 개의 방법을 설정하면 오히려 실패합니다.



(*참고논문)

Verhoeven, A. A., Adriaanse, M. A., Ridder, D. T., Vet, E., & Fennis, B. M. (2013). Less is more: The effect of multiple implementation intentions targeting unhealthy snacking habits.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Comments


기업을 리드하는 경영자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무엇이 긍정적인 정보이고 무엇이 부정적인 정보인지 잘 파악하고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목표지향적인 성향을 가진 경영자들은 다른 이들보다 목표 달성과 관련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목표 달성에 책임을 지는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죠. 


목표 달성과 관련된 정보를 둘로 나누면,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이는 '목표 촉진 정보'와 목표 달성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제약이 되는 '목표 제약 정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표가 '매출 20%P 성장'이라면 목표 촉진 정보는 '우리 제품에 대한 고객의 기대감이 크다'가 되겠고, 목표 제약 정보는 '투자할 만한 충분한 돈이 없다'가 됩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당연히 목표 촉진 정보 뿐만 아니라 목표 제약 정보도 잘 파악해야겠죠.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헌데, 경영자들은 목표 촉진 정보를 곧잘 떠올리면서도 목표 제약 정보는 잘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텍사스 주립대의 제니퍼 위트슨(Jennifer A. Whitson)과 동료 연구자들은 조직에서 권력을 가지게 되면 자신보다 힘이 약한 구성원들보다 목표 제약 정보에 둔감하게 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혔습니다. 위트슨은 48명의 학부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권력자'와 '약자'로 프라이밍(priming)한 다음에 '아마존 밀림지대로 여행 가기' 또는 '화훼 판매 사업 시작하기'란 목표를 부여했습니다.


각 목표에 대해 모두 18가지의 관련 정보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제시되었는데, 그 중 9가지는 목표 촉진 정보(예 : '예전에 정글을 탐험한 적이 있다')였고, 나머지 9가지는 목표 제약 정보(예 : '토종 동물들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였습니다. 위트슨은 참가자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잠깐 다른 활동을 하게 한 후 얼마나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권력자'와 '약자'들 모두 목표 촉진 정보에 대한 기억력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권력자'들은 '약자'에 비해 목표 제약 정보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직의 리더들이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요소에는 집중을 잘하지만 목표 달성을 저지시키거나 어렵게 만드는 요소에는 관심을 덜 두게 됨을 시사하는 결과였습니다.


후속실험에서 이런 시사점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위트슨은 어떤 왕이 어린 공주를 성에 남겨 두고 전장으로 떠나려 한다는 미완성 동화를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는 세 문장으로 나머지 부분을 채우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야기 속 왕의 목표는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공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겠죠. '권력자'로 프라이밍된 참가자들은 '약자'에 비해 목표 제약 정보(공주를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를 덜 기술했습니다. 또한 '권력자'들은 '약자'에 비해 왕이 공주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경향을 보였죠.


이 두 가지 실험을 통해 조직의 리더(최고의사결정자)들이 목표 달성에 제약을 가하는 정보를 과소평가하고 목표 달성에 긍정적일 것으로 여겨지는 정보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큼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관심의 불균형'이 목표를 미완에 그치도록 만듭니다. 이런 이유로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여는 리더야말로 현명한 사람이겠죠. 위트슨의 실험에서 보듯 권력은 목표 달성에 유리한 정보로 관심이 편향되도록 만듭니다. 그러므로 지나친 자신감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위험을 제어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리더 스스로가 만들어야 합니다. 이사회가 그런 일을 해줘야 하겠죠. 많은 기업에서 이사회가 경영자의 결정에 동조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목표 달성에 권력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조직의 리더들은 필히 새겨둬야 하겠습니다.



(*참고논문)

Whitson, J. A., Liljenquist, K. A., Galinsky, A. D., Magee, J. C., Gruenfeld, D. H., & Cadena, B. (2012). The blind leading: Power reduces awareness of constraint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Comments

  1. Favicon of http://balok.tistory.com BlogIcon 발록 2013.03.19 01:40

    좋은 글 잘봤습니다. 아직 한참은 팔로워를 해야하지만 리더&팔로워를 겸하는 위치도 곧 올것이고 여러가지를 명심하고 해야겠네요.

    perm. |  mod/del. |  reply.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이 하나 밖에 없을 때와 여러 가지가 있을 때, 어느 경우에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질 수 있을까요? 다다익선이 좋은 거라고, 언뜻 생각하면 방법이나 수단이 여러 개가 있을 때의 동기가 더 높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쯔치 후앙(Szu-chi Huang)은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일 때는 이런 직관이 옳지만,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되어가는 중간 상태일 때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수단)이 오직 하나일 때 더 높은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후앙은 사람들에게 어느 커피숍에서 12잔을 구매하면 커피와 쿠키를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스탬프 카드를 배포할 거라면서 초청장을 배포했습니다. 그 초청장을 가지고 수요일에 커피숍을 방문하면 스탬프 카드로 교환해 주기로 했습니다. 초청장에 적힌 내용은 사람들마다 달랐는데, 어떤 사람들은 도장을 모두 12개 찍어야 하는 스탬프 카드를 받을 거라는 내용을 봤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도장 6개가 찍힌 스탬프 카드를 받을 수 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전자는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를, 후자는 목표 달성의 중간 상태를 의미했습니다.




초청장에는 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는데, 오직 자바 음료를 살 때만 도장을 찍어 주겠다는 경우와 자바 음료 이외에 다른 음료를 구매할 때도 도장을 찍어 주는 경우로 나뉘었습니다. 전자는 목표 달성의 수단이 오직 하나일 때를, 후자는 그 수단이 여러 개일 때를 의미했죠.


후앙은 과연 이렇게 다른 초청장(모두 4가지)을 받은 사람들이 수요일에 얼마나 많이 커피숍을 방문하여 스탬프 카드로 교환해 달라고 요구할지를 살폈습니다. 도장을 처음부터 찍어야 한다는 초청장을 본 사람들은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개일 때 더 많이 방문했습니다. 반면, 이미 6개의 도장을 찍어 준다는 초청장을 본 사람들은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오직 하나일 때 더 많이 방문하는 경향을 보였죠. 이는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에서는 달성 수단을 여러 가지 제시하는 것이 좋지만,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수단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동기를 저하시킨다는 뜻입니다.


확인을 위해 후앙은 사람들에게 백혈병에 걸린 두 살 짜리 여자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헌혈 프로그램에 참여해 달라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사람들 중 절반은 총 100핀트의 혈액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나머지 절반은 이미 80핀트를 헌혈 받았기 때문에 이제 20핀트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자는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를, 후자는 중간 상태를 뜻했죠. 그런데 후앙은 사람들을 다시 절반으로 나눠 "11월 16일, 이날 하루만 09시부터 17시까지만 헌혈 받겠다"고 말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09~12시, 12~14시, 14~17시, 이렇게 3개의 시간대중 하나를 선택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전자는 목표 달성 수단이 오직 하나인 경우에, 후자는 그 수단이 여러 개인 경우에 해당됩니다. 사실 표현만 다를 뿐, 절대적인 헌혈 가능 시간은 동일하죠.


과연 몇 사람이나 기꺼이 헌혈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을까요? 이제 막 혈액 기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헌혈 시간대가 3가지일 때(수단이 다양하게 느껴질 때) 더 많이 헌혈 의사를 밝혔습니다. 반면, 20핀트의 혈액만 더 모으면 된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오직 하루에 헌혈을 완료해야 할 때(수단이 오직 하나라고 느껴질 때) 헌혈 의사를 더 나타냈습니다. 이 역시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일 때는 달성 수단을 여러 개 제시하고, 어느 정도 진척된 상태일 때는 달성 수단을 하나만 제시하는 게 효과적임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목표 달성의 난이도와 달성 수단의 개수 사이의 관계는 어떨까요? 후속 실험에서 후앙은 목표 달성이 쉽게 느껴지는 상황과 어렵게 느껴지는 상황으로 나눠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그랬더니 목표 달성이 어렵게 느껴질 때는 여러 개의 달성 수단을 제시할 때의 동기가 더 높았습니다. 


후앙의 연구는 목표 달성을 독려할 때 어떤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지에 시사점을 줍니다.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이거나 목표 달성을 어려워 할 때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가능한 한 다양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지만,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루어 갈 때는 여러 가지 수단이 오히려 주위를 산만하게 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 하나만을 제시하는 것이 동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직원과 함께 MBO 목표를 수립하는 연초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좋고, 시간이 흘러 중간 면담을 할 때(보통 6~8월)는 그동안의 시행 착오를 통해 가장 좋은 수단으로 떠오른 것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게 유리하겠죠.


다다익선이 동기부여에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Szu-chi Huang, Ying Zhang(2013), All roads lead to Rome: The impact of multiple attainment means on motiv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4(2)


Comments


지난 번 글('살이 빠지면 다시 찌는 또 하나의 이유')에서 목표 달성도가 높아질수록 목표 달성에 방해되는 행동에 관심을 많이 가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한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언뜻 보면 그 글의 내용과 반대된 것 같지만 결국은 동일한 결과를 얻은 연구 결과를 살펴볼까 합니다.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안드레아 보네찌(Andrea Bonezzi)는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최초 시작점을 기준으로 삼느냐 최종 도달점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가 변해간다는 점을 실험으로 밝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에는 '지금까지 얼마를 이루었느냐(To-Date 프레임)'란 기준으로 목표 달성도를 인식하지만, 중간을 지나면서는 '앞으로 얼마나 남았느냐(To-Go 프레임)'이란 기준으로 목표 달성도를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U자형 그래프 모양으로 과제를 처음 시작할 때는 동기가 충만하다가 서서히 감소하고, 목표 달성도가 50% 정도되면 동기가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며, 차차 목표에 가까이 갈수록 다시 동기가 살아난다는 것이 보네찌의 연구 결과입니다. 따라서 목표 달성도가 중간 정도에 이르렀을 때 목표를 포기할 가능성도 높음을 지적하고 있죠. 





250페이지짜리 책을 완독해야 하는 과제로 예를 들어볼까요?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지금까지 얼마나 읽었나'란 관점으로 목표를 인식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10페이지를 읽었다면 그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10분의 1로 인식되지만, 50페이지까지 읽었다면 그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50분의 1로 느껴집니다. 1페이지의 '상대적인 기여'가 책읽기가 진행될수록 작게 느껴지기에 점점 동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책의 중간 쯤을 읽을 때 가장 힘겹다는 느낌을 갖게 되죠. 보네찌의 표현대로 '꼼짝없이 중간에 끼이는(Stuck in the middle)'는 상태가 되어 자기도 모르게 책에서 손을 떼고 다른 일에 한눈 팔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책읽기의 고통을 이겨내어 중간 지점을 넘어 읽기 시작하면 목표를 인식하는 기준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냐'로 바뀝니다. 앞으로 읽을 분량이 50페이지 남았을 때 그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50분의 1에 해당되지만, 10페이지가 남았을 때는 그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10분의 1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수록 동기가 충만해집니다.


이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보네찌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영어 단어에 들어있는 철자를 사용하여 다른 단어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임을 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manager란 단어를 가지고 gear, range 등의 단어를 만들면 되는 게임이었죠. 모두 9개의 단어를 차례로 참가자에게 제시했는데, 특정 단어를 두 번째, 다섯 번째, 여덟 번째에 위치시켜서 참가자들의 성과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참가자들이 특정 단어가 두 번째와 여덟번 째로 제시될 때보다 중간 순서인 다섯 번째에 제시될 때 가장 성적이 나빴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과제 수행 과정의 중간지점에서 동기가 가장 떨어진다는 사실이 나타났던 것이죠. 하지만 과제 수행의 초기와 말기에 성적이 좋은 이유는 아직 불분명했습니다.


보네찌는 다른 주제의 실험을 끝낸 후에 수고료로 15달러가 든 봉투를 주면서 총 300달러를 모금하기로 한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모금 목표액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245달러, 145달러, 55달러가 남았다고 각각 설명할 경우(To-Go 프레임)와, 지금까지 모인 모금액이 55달러, 155달러, 245달러라고 알려줄 경우(To-Date 프레임)에 참가자들이 자기의 수고료에서 얼마나 돈을 기부할 의사가 있는지 알고자 했습니다. 목표 모금액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들은 참가자(To-Go 프레임)들은 245달러나 155달러가 남았다는 말을 들을 때보다 '앞으로 55달러가 남았다'는 말을 들을 때 더 많은 돈을 기부했습니다. 반면, 지금까지 이미 모금한 금액을 들은 참가자(To-Date 프레임)들은 245달러나 155달러를 모금했다는 말을 접할 때보다 '지금까지 55달러를 모금했다'는 말을 들을 때 더 많은 돈을 기부했죠. 목표 달성도를 '지금까지 얼마를 이루었느냐(To-Date 프레임)'로 인식했을 때는 과제 수행의 초기에 동기가 높았지만, 목표 달성도를 '앞으로 얼마나 남았느냐(To-Go 프레임)'를 기준으로 목표 달성도를 인식했을 때는 과제 수행의 말기에 동기가 높았던 것입니다. 결국 어떤 프레임으로 목표 달성도를 인식하든 간에 중간 지점에서의 동기가 가장 낮았습니다.


9개의 에세이를 읽고서 오타를 잡아내도록 한 세 번째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 아무런 프레임을 제시하지 않는 조건을 이번에는 포함시켰죠. 프레임 없는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첫 번째, 두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에세이의 오타는 비교적 잘 잡아냈지만, 다섯 번째 에세이를 읽을 때는 성적이 가장 저조했습니다. 이것으로 사람들은 과제를 수행해 가면서 처음과 마지막에는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가 크지만 중간 지점에서는 동기가 가장 낮다는, "U자형 가설"이 규명되었습니다.  즉, 처음에는 시작점으 목표 달성도의 기준을 삼지만 중간 지점을 지나면서는 도달점을 목표 달성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죠.


지난 번 글('살이 빠지면 다시 찌는 또 하나의 이유')에서 설명한 피쉬바흐의 실험(목표에 가까이 갈수록 목표 달성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싶어한다는 결과)와 보네찌의 연구가 서로 배치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피쉬바흐의 연구 내용을 곰곰히 살펴보면 '지금까지 얼마나 이루었냐'는 To-Date 프레임에서 사람들의 동기가 얼마나 저하되는지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실험은 서로 맥이 통합니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중간 지점에 끼여서(Stuck in the middle)'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어 한다는 점이 보네찌 연구의 가장 큰 시사점입니다. 과제 수행의 초기에는 목표 달성 과정에 새로 돌입한다는 신선감에, 말기에는 목표 달성을 곧 이루어낸다는 기대감에 높은 동기를 갖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뭐든 간에 중기가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어떻게 해야 동기가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방지할 것인지가 목표 달성을 담당한 직원과 그의 상사가 유념해야 할 부분입니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과제 수행의 초기나 말기가 아니라 중기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하겠죠. 중기에 이르면 원래의 목표를 몇 개의 세부 목표로 나눠 제시함으로써 목표 달성에 임하는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250페이지 책의 125페이지 부근에서 책읽기가 힘들어지면 '앞으로 20페이지만 더 읽자. 다 읽으면 미련없이 책을 덮고 나중에 또 보자.'라는 작은 목표들을 세우면 좋겠죠. 제가 주로 쓰는 방법인데, 어느 순간이 지나면 탄력을 받아 20페이지 이상을 읽게 됩니다.


동기 저하의 U자형 패턴을 기억한다면 오히려 힘든 중간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은 중간에 끼어있지 않습니까? 중간쯤에서 읽기를 중단한 책이 얼마나 많습니까?



(*참고논문)

Andrea Bonezzi, C. Miguel Brendl, Matteo De Angelis(2011), Stuck in the Middle: The Psychophysics of Goal Pursuit, Psychological Science, Vol. 22(5)


Comments

  1. Favicon of https://sejin90.tistory.com BlogIcon 이세진 2012.09.28 11:51 신고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반성하고 갑니다.ㅠㅠ..ㅎㅎ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9.28 13:52 신고

      저도 중간쯤 읽다 만 책들이 몇권 있죠. ^^ 그렇다고 부채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2. BlogIcon 오맹달 2012.09.28 16:18

    아래부분에 오류가 있는듯 합니다. 두 경우 모두 55달러일때 가장 효과가 좋았다는 말인데 조금 어색한데요? @_@

    목표 모금액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들은 참가자(To-Go 프레임)들은 245달러나 155달러가 남았다는 말을 들을 때보다 55달러가 남았다는 말을 들을 때 더 많은 돈을 기부했습니다. 반면, 지금까지 이미 모금한 금액을 들은 참가자(To-Date 프레임)들은 245달러나 155달러를 모금했다는 말을 접할 때보다 55달러를 모금했다는 말을 들을 때 더 많은 돈을 기부했죠.

    perm. |  mod/del. |  reply.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9.29 09:53

    오. 조금 수학적으로 풀어낸 얘기네요. 일리가 있는거 같아요. 10페이지땐 1/10을 읽은 느낌이고, 50페이지땐 1/50을 읽은 느낌이라 성취감이 떨어진다는 거요. 역시 모든 일에는 중간에 얼마나 끈기있게 붙들고 늘어지느냐의 싸움 같아요. 공부할때도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1, 2시간 공부하다가 중간에 커피 한잔 마시러 나가는 사람과 이 악물고 다음 장을 넘기는 사람의 차이가 나중에 큰 차이로 나타난다는 말.

    perm. |  mod/del. |  reply.
  4. Favicon of http://www.adtblog.com BlogIcon ADT캡스 2012.10.04 06:28

    항상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끝까지 읽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곤 하지만 좀처럼 중간에서 더디어 지는 게 나아지지 않더라구요 ㅎㅎ 재밌고 유익한 정보 잘 얻어 갑니다 ㅎㅎ 맞구독 및 추천 을 통해 앞으로 더욱 많은 글 함께 공유해요!!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10.17 16:42 신고

      고맙습니다. 앞으로 자주 방문해 주십시오. 좋은 글도 자주 소개해 주시구요. ^^

  5. 노을이네 2012.10.17 13:37

    저도 최근에 독서량을 늘이면서 똑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중간쯤부터는 흥미가 떨어지면서 집중도 안되다가 전체 분량의 60% 정도를 넘어가면 다시 읽는 속도에 가속이 붙더군요.. 그래도 500페이지 이상되는 책은 완독하기가 아직 벅차긴 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10.17 16:43 신고

      네, 저도 책 중간쯤(150~200페이지) 되면 언제 다 읽나 하며 지친답니다. ^^

  6. 익명 2012.11.16 10:55

    비밀댓글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에일렛 피쉬바흐(Ayelet Fishbach)는 45명의 여대생들에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몸무게와 현재의 몸무게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물으면서 수직선을 제시했습니다. 수직선 가운데에 위치한 빈칸에 현재의 몸무게를 쓰게 하고 이상적인 몸무게를 수직선 상에 표시하게 하고 두 점 사이를 색칠하도록 했죠. 그런데 피쉬바흐는 여대생의 절반에게는 양 끝점이 각각 -5파운드와 +5파운드인 수직선(좁은 수직선)을 주고, 나머지 여대생들에게는 -25파운드와 +25파운드인 수직선(넓은 수직선)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몸무게가 125파운드(약 57킬로그램)이고 이상적으로 여기는 몸무게가 120파운드(약 54킬로그램)이라고 가정하면, 좁은 수직선을 받은 학생은 넓은 수직선을 받은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더 넓은 범위를 색칠해야 합니다. 색칠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하는구나. 아직 멀었네.'란 생각을 갖게 되는 반면, 색칠을 적게 하면 '목표 체중과 현재 체중이 그리 차이 나지 않네? 내가 살을 많이 뺀 모양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피쉬바흐는 목표 달성도를 인식하는 차이가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자 했습니다. 그녀는 여대생들에게 실험과 관계 없는 설문에 응답하게 하고는 고마움의 의미로 초콜릿바와 사과를 주겠다고 했죠. 단, 초콜릿바와 사과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게 실험의 핵심이었죠. 넓은 수직선을 받은 여대생들 중 85퍼센트가 초콜릿바를 선택한 반면, 좁은 수직선 조건의 여대생들은 58퍼센트만 초콜릿바를 골랐습니다. '목표와 차이가 크지 않다.'라고 느낄수록 초콜릿바처럼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는 음식을 선택하는 등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에 반(反)하는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결과였죠. '나는 충분히 살을 뺐으니 이제 좀 즐겨도 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목표 몸무게처럼 자신이 정한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인 기준에 얼마나 도달했는가를 인식하는 차이도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피쉬바흐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지난 주에 얼마나 오랫동안 공부했는지 적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적어야 할 종이에는 이미 다른 학생의 공부시간이 고의로 적혀져 있었습니다. 피쉬바흐는 그 값이 30분인 경우(낮은 사회적 기준)와 5시간인 경우(높은 사회적 기준)로 나누어 참가자들에게 제시해 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공부시간을 적은 다음에는 '친구와 함께 외출하기', 'TV 시청하기', '재미있게 놀기'와 같이 비학업적 활동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통계를 내보니 낮은 사회적 기준 조건의 학생들이 비학업적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싶어했습니다. 다른 학생이 적게(30분) 공부한다는 것을 본 참가자들이 '나는 충분히 공부했어.'라는 생각으로 인해 공부에 반하는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된 것입니다. 이 실험 역시 목표와 현재 상태 사이의 차이를 적게 인식할수록 목표와 일치하지 않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보여줍니다.


위의 두 실험 결과는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는가를 확인하는 행동이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추론케 합니다. 피쉬바흐는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학업, 저축, 건강 유지라는 목표 각각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고 있는지를 묻었고(몰입도 조건), 두 번째 그룹에게는 동일한 목표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는지를 질문했습니다(달성도 조건). 그런 다음, 밤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죠. 달성도 조건의 참가자들은 목표에 부적절한 행동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반면, 몰입도 조건의 참가자들은 그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점검하기보다는 얼마나 노력하고 몰입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피쉬바흐는 체육관에 운동하러 들어가는 학생들과 운동을 끝내고 나오는 학생들에게 각각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의 효과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 다음 저녁식사로 맛있지만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얼마나 먹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운동을 끝낸 후의 학생들보다 운동하기 전의 학생들이 운동의 효과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운동하기 전의 학생들이 운동 후의 학생들에 비해 느끼한 음식을 더 많은 관심을 보였죠. 따라서 운동 효과를 높게 인식할수록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에 더 많이 끌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목표에 더 많이 다가갔다고 느낄수록 목표에 반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실험에서도 드러난 것이죠.


이처럼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목표에 많이 도달했다고 생각할수록 그 목표로부터 벗어나려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됩니다. 저울에 체중을 달아보고 '2킬로그램이나 빠졌네. 목표까지 5킬로그램 밖에 안 남았어.'라고 기뻐하면 무의식은 우리에게 기름기 많고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면허증'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빠졌던 2킬로그램이 다시 불어버린 몸무게를 보고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죠.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느냐를 확인하는 행동이 오히려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피쉬바흐의 실험을 조직에서의 MBO 목표 달성에 바로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수치를 정해두고 목표 달성도를 강조하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방식이 오히려 목표에 반하는 행동, 목표 도달을 유보하려는 행동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직원들을 코칭하는 관리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입니다. 타겟을 정해두는 MBO가 과연 옳은지도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피쉬바흐의 세 번째 실험이 시사하듯이, 목표 달성도보다는 목표에 얼마나 몰입하는지를 점검해 나가는 방식이 목표에 일치하도록 직원들의 행동을 유지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MBO에서 정해놓은 타겟이 절대적으로 '옳은' 값일까요? 100이란 타겟을 달성한 직원에게 '이제 할 만큼은 다 했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요? 타겟을 정해둠으로써 목표 달성도에 관심을 두도록 만들면 100을 넘어선 성과가 진짜로 도달해야 할 수치인데도 불구하고 100 언저리에서 멈춰 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타겟을 정해놓은 관행이 이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겠습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목표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를 자주 확인하는 것보다 목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집중할 때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피쉬바흐의 연구가 주는 시사점입니다. 타겟에 근접했다 해도 목표 달성에 몰입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목표에 반하는 행동에 면허증을 발부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제어해야겠습니다.



(*참고논문)

Ayelet Fishbach, Ravi Dhar(2005), Goals as Excuses or Guides: The Liberating Effect of Perceived Goal Progress on Choic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2(3)


Comments

  1. BlogIcon 임찬규 2012.09.24 11:52

    감사합니다.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