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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차를 운전하며 평소 애청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란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방송 중에 MC는 “사람을 믿지 말고 돈을 믿으라”는 말의 의미를 소개했다. 언뜻 들으면, 황금만능주의와 배금주의를 숭상하거나 미화하는 문장으로 들리지만, 그 의미는 상당히 심오했다. 이 문장의 본뜻은 ‘그 사람이 어디에 돈을 쓰는가를 보라’는 것이다. 

풀어 말하면,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보다는 어디에 돈을 얼마나 쓰는가가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음이 가는 곳에 돈도 함께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기에 돈의 지출처를 통해 우리는 타인이 지금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방송에서 MC는 말했다. “무엇을 먹었는지 알려주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알려 주겠다는 말이 있듯이, 영수증을 가져오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알려주겠다는 말도 가능하겠죠.”라고.

“사람을 믿지 말고 돈을 믿으라”는 말은 상대방의 말과 돈의 용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내 자신의 발전을 위해 많은 돈을 씁니다.”라고 말한다 해도 그의 한 달간 지출 내역에 도서 구입이 전무하다면,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발전’이 나와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일이다. 혹은 자기 발전에 대한 욕망은 있으나 그보다 더 큰 욕망에 의해 억압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간에, 누군가의 지출 내역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나와 어울릴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인지 등을 꽤나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지출 내역은 ‘프로파일링’을 위한 최고의 원천이다.

 



물론 지출 내역은 개인 정보라서 취득하기 어렵거니와 의도적으로 취득하려는 행위는 범죄에 가깝기에 추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을 보면 어느 쪽에 돈을 많이 쓰고 적게 쓰는지 대략 판단할 수 있는데, 그보다는 ‘어디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 하고 또 아까워 하지 않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 더 가치 있는 정보다.

살면서 주변의 지인들을 관찰해 보니 ‘아까워 하는 지출처’와 ‘아무리 써도 아까워 하지 않는 지출처’가 각자 다르다는 점을 자연스레 깨달았다. 그런 차이는 사람들의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 지인 A는 의류 구입에는 한번에 수십만원의 지출을 당연시하면서도 내 책을 쓱 한번 보더니 “2만원이나 하다니! 너무 비싼 거 아냐?”라고 진심으로 걱정(?)해 준 적이 있다(내가 아는 한, A는 결국 내 책을 사지 않았다). 지인 B는 1인분에 1만원이 넘어가는 식당에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도 술값 몇 십만원 지출에는 “좋은 술은 원래 비싼 법이지. 싸고 좋은 건 없어.”라며 합리화한다. 

지인 C는 1년에 수차례 해외여행을 즐기면서도(코로나 19 이전에) 자동차는 무조건 중고로만 구입한다.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지인 D는 자동차 튜닝에는 수백만원의 지출을 당연시하지만 1시간에 3천원 하는 주차비가 아깝다고 주택가 골목에 아무렇게나 세웠다가 딱지를 떼이곤 한다. 

지출을 아까워 하지 않는 ‘종목’이라 해도 ‘세부 종목’에 대해서는 돈을 낼 때 손을 벌벌 떠는 지인 E도 있다. 그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오디오 기기는 굶는 한이 있더라도 구입하지만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의 월 구독료 5% 인상(500원 상당)에는 분노를 금치 못하며 몇 백원이라도 싼곳을 찾으려 눈에 불을 켠다. 지출 취향에 있어 무엇이 옳고 그름은 없다. DNA가 다르듯, 아까운 돈과 그렇지 않은 돈 역시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그래도 나는 A가 좀 얄밉긴 하다).

‘돈 쓰기 아까워 하는 종목’과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종목’이 사람들마다 다르기에 이는 갈등과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부 중 아내는 여행을 가면 좋은 잠자리를 중요시하여 고급 호텔 예약을 주장하지만 남편은 “어차피 낮에는 관광을 다닐 거고 밤에는 쓰러져 잘 텐데 아무데서나 자면 어때?”라고 맞받아쳤다가 여행이고 뭐고 3박 4일 간의 부부싸움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가? 그냥 얌전히 받아 마실 것이지 한 병에 수십만원인 본인 소장의 와인을 한 잔 따라주는 친구에게 “너는 왜 마시면 없어지는 와인에 그렇게 돈을 쓰니? 그 돈 모아서 전세집이라도 마련해야지!”라고 꼰대짓을 했다가 우정에 금이 가는 사건이(그리고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제법 많다. 

 



상대방이 내 돈을 가져다 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돈 쓸 기회를 제한하는 것도 아니며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행위에 돈을 쓰는 것도 아닌데, 남이 어디에다 돈을 쓰든 무슨 상관인가? (물론 부부 같은 경제공동체는 충분히 상관해야 한다.) 우리는 그저 ‘아, 이 사람은 여기에 돈 쓰는 걸 아까워 하는구나.’ 혹은 ‘여기엔 팍팍 돈을 쓰네?’라고 생각하고 적절하게 자신의 행동과 말을 조절하거나, 필요에 따라 적당한 거리를 두거나, 아니면 아주 자연스레 손절하면 그만이다. 식도락을 중시하는 커플이 그렇지 않은 커플과 함께 해외여행을 갔는데, 상대 커플이 ‘한식’을 고집하는 바람에 현지음식은 입에 대본 적이 거의 없다면 다음부터는 여행을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하지 않으면 된다. ’돈을 믿으라’는 말은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일러주는 지출 내역을 통해 인간관계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라는, 그리고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업 역시 돈이 어디에서 쓰이는지를 통해 그 조직이 어떤 부문을 중요시하고 무슨 가치를 추구하며 어떤 테마에 관심을 가지는지 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회계가 상세한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조직이라면 누구나 손익계산서의 비용 내역을 살펴볼 수 있으니 개인의 지출 내역을 파악하는 일보다는 용이하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이 조직(혹은 CEO)이 특별히 돈 쓰기를 아까워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부분이 구성원들의 바람에 해당하는 것인지, 구성원의 요구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지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진다고 말은 하지만 그에 쓰이는 비용은 그저그런 수준은 아닌지 등을 살필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영층과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오해가 무엇인지, 이 회사 조직문화의 특징과 개선 방향은 무엇인지,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비용 구조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등 미래지향적인 고민도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CEO의 경영방침이 제안하는 바람직한 비용 지출 구조와 실제의 비용 지출 구조와 부합되지 않음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는 조직 상하간에 의사소통이 단절돼 있거나  전달 과정에서 왜곡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일 것이다. 

 

이처럼 조직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통해 여러 가지 가설을 수립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개선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회계전문가 혹은 관련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조직의 구성원이거나 투자자라면 누구나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하는 하나의 이유이다. 기업을 믿지 말고 돈을 믿어라. 홍보 기사나 내부 구성원들의 말보다 비용 지출 내역이 기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법이다.   (끝)

 

*이 글은 제가 쓴 책 <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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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2030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하면서도 과거보다 많은 부를 축적할 것이고 더 많은 레저 시간을 즐길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어떤 사람들은 70~90시간 일하곤 합니다. 


물론 필요 이상으로 돈을 벌지 못해서 어쩔수없이 과중한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먹고 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버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놀기보다는 일에 파묻혀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지입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돈을 많이 벌면서 쉬엄쉬엄 일하고 싶다”고 푸념 섞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돈을 남들보다 많이 벌게 되면 과연 그에 맞춰서 일을 덜 하고 더 많이 놀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떨 것 같습니까?





시카고 대학교의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시(Christopher K. Hsee)와 동료 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돈을 많이 벌수록 필요 이상으로 많이 벌려는(overearing) 심리(혹은 관성)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가족의 행복을 위한 가장의 책임감,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 명예로운 생활 등으로 ‘overearing’하려는 이유를 설명하곤 하지만, 시는 그런 이유를 통제한 상태에서도(즉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만든 상태에서도) overearing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시는 불쾌한 소음을 들은 회수에 따라 상으로 초콜릿 바를 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소음을 20번 들을 때마다 1개의 초콜릿 바를 받았고, 두 번째 그룹은 120번을 들어야 초콜릿 바 하나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첫 번째 그룹은 ‘많이 버는 그룹’이고 두 번째는 그렇지 못한 그룹이었죠. 참가자들은 소음 듣기 과제를 끝내고 자신들이 획득한 초콜릿 바를 먹을 수 있었는데, 다 먹지 않고 남겨도 무방했습니다. 이렇게 참가자들은 먹을 만큼의 초콜릿 바를 얻기 위해 소음을 들어야 하는 ‘일’을 해야 했고 나머지 시간엔 피아노 곡을 들으면서 쉴 수 있었죠.


결과가 어땠을까요? 20번 소음을 들을 때마다 초콜릿 바 하나를 버는 그룹은 평균 10.74개의 초콜릿 바를 획득한 반면, 초콜릿 바 하나당 120번 소음을 들어야 했던 그룹은 평균 2.54개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이는 당연한 결과였죠. 또 ‘고소득 그룹’은 4.74개의 초콜릿 바를, ‘저소득 그룹’은 1.68개의 초콜릿 바를 먹었습니다. 다시 말해 고소득 그룹은 평균 6개의 초콜릿 바를, 저소득 그룹은 평균 1개의 초콜릿 바를 남겼다는 것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먹을 수 있는 초콜릿 바 개수’와의 비교에서 나타났습니다. 시는 별도의 사람들에게 실험 내용을 상상하게 하면서 몇 개 정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는데, 그때 나온 개수는 3.75~3.77개였습니다. 따라서 고소득 그룹은 필요보다 7개 가량의 초콜릿을 더 벌었던 것이고 그 7개를 더 얻기 위해 140번 가량(초콜릿 바 1개당 20번)의 소음을 더 참아냈던 겁니다. 소음을 들을 시간에 피아노 곡을 들으며 편히 쉴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이 간단한 실험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면 필요한 만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는 일반인들의 ‘다짐’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돈을 많이 벌면 별 생각없이 돈을 축적하게 된다는 점도 드러냅니다. 시는 일하는 시간을 결정하는 요소는 ‘시간당 소득’ 혹은 ‘투입 노동 대비 소득’이 아니라, 일을 하느라 몸이 느끼는 피로와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고소득 그룹이 평균 215번의 소음을, 저소득 그룹이 305번의 소음을 들었던 것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즉, 고소득자는 “충분히 벌었으니까 이제 쉴 시간이다”라기보다 자기 몸이 지치지 않는 한 일을 계속한다는 뜻이죠. 정리하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면 더 많이 놀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지 모른다는 점을 이 실험이 꼬집습니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시의 실험을 접하고 나니, 이 말은 돈이 많다고 해서 자연스레 노는 시간이 많아지지 않는다는 점, ‘노는 것’은 수동적인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이란 점을 뜻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러분과 비슷한 조건의 친구에게 “너는 이 정도만 벌면 충분해”라고 조언할 때의 금액보다 여러분이 제법 많이 벌고 있으면서 “돈이 많으면 놀 시간이 많을 텐데”라고 푸념하고 있지 않나요? 만일 그렇다면 이제 ‘적극적으로’ 놀 시간은 아닐까요? 물론 방법은 각자 찾아야겠죠.



(*참고논문)

Hsee, C. K., Zhang, J., Cai, C. F., & Zhang, S. (2013). Overearning.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12464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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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zoahaza.net BlogIcon 조아하자 2015.05.12 20:11 신고

    제가 고소득자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는게 함정...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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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nellycw.tistory.com BlogIcon NELLYCW 2015.05.14 10:26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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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아마도 오늘 아침에 "힘들지만 돈 때문에 회사 간다"라는 탄식을 내뱉으며 출근길에 나선 분들이 있을 겁니다. '돈 때문에 무엇무엇을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돈을 버는 이유라고 말하지만, 행복과 돈이라는 두 단어를 함께 놓고 바라보면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굳게 믿곤 합니다. 로또를 구입할 때마다 1등에 당첨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머리 속으로 온갖 장미빛 영상이 스쳐 지나가죠. 어떤 사람은 지금 상황도 그리 행복하지 못하니 돈이라도 많이 벌면 더 행복해지지 않겠냐며 "돈이라도 많아 봤으면 좋겠다"라고 푸념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성취감, 공동체에 대한 헌신,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 등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금전적인 성공이나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인생의 최우선적인 목표인 사람도 적지 않죠.





금전적인 성공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목표이고 향후에 금전적인 성공을 거둘 것이라 기대할수록 만족하는 삶을 살며 행복감을 느낄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즘 세상에서 로체스터 대학의 팀 캐서(Tim Kasser)는 리차드 라이언(Richard M. Ryan)와 함께 이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캐서는 118명의 학생들에게 구조화된 설문지를 배포하고 질문에 꼼꼼히 답하도록 했습니다. 자아 수용, 소속감, 공동체 의식, 금전적 성공 둥 4개 영역에 대해 각각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와 '미래에 성취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묻는 설문이었죠. 추가적으로, 캐서는 학생들에게 금전적 성공, 안정적인 가정 생활, 세계의 평화와 같은 문구를 제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서로 정렬해 달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자아실현의 정도와 활력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일련의 질문에도 응답했죠.


설문 분석 결과, 금전적 성공을 가족의 안녕보다 더 중요한 삶의 목표로 인식할수록 자신의 활력 수준이 낮고 자아실현의 정도가 낮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반면, 공동체 의식과 자아 수용을 중요하게 여길수록 자아실현과 활력의 정도가 높게 나타났죠. 돈을 추구할수록 행복감을 덜 느낀다는 점을 포착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추가로 이루어진 두 개의 연구 결과도 이런 결론을 뒷받침해 주었죠. 인생에서 돈을 중요하게 여길수록 상대적으로 더 초조하고 더 우울하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다소 충격적인 것은 금전적 성공에 높은 중요도를 부여할수록 전반적으로 사회적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행동상의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반면, 금전적 성공보다 공동체적인 삶을 우선하는 사람일수록 행동의 문제를 덜 나타냈죠.


캐서의 분석 과정은 복잡했지만 결론은 명확합니다. 금전적 성공, 즉 돈을 추구할수록 '덜 행복하다'는 것이죠. 어찌보면 캐서의 연구는 '행복은 돈이 아니다'라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라고 폄하될 수도 있겠지만, 이 연구가 20년 전에 실시됐다는 것을 감안해야겠죠. 캐서의 연구 이전부터 '행복은 돈이 아니다'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행복은 돈이 아니다'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 피곤한 몸을 끌고 출근하면서 '돈 때문에 회사 간다'라고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회사 다니는 이유를 돈이 아닌 다른 가치에 초점을 옮겨보면 어떨까요? 행복한 삶이 인간 개인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말입니다.



(*참고논문)

Kasser, T., & Ryan, R. M. (1993). A dark side of the American dream: correlates of financial success as a central life aspir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5(2),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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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freedomsquare.co.kr BlogIcon 전경련 자유광장 2013.09.23 11:04

    돈이 행복의 목적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는데 도움을 주는 수단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돈을 목표로 살고 계시다면 돈보다 소중한 가치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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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blog.s1.co.kr BlogIcon 가가군 2013.09.24 08:52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확실히 돈만을 바라보며 사는 삶은 참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행복의 기준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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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하성호 2013.12.26 11:33

    다른 글을 보러왔다 가장 인기있는 글이라 읽고 갑니다. 이 조사의 결론은 '돈을 쫓을 수록 사람은 더 불행하다'라는 것이 연구의 결과인것 같은데 연구의 성립에 커다란 맹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동의 가치보다 돈을 행복의 척도로 잡는 사람은 지금 살고있는 상황 자체가 절박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생활이 풍요하다면 돈을 가치관의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경우는 매우 적을 것 같습니다. 생활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금전을 가장 우선적인 가치에 두었고 지금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자아존중감이 낮아진것이 아닐까요? 재미난 연구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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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성경연구생 2014.03.22 19:38

    유용한 글,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이글도 근거도 있고, 교훈적이네요. 성경을 좋아하는데, 성경은 돈에대해 유용함은 인정하지만, "돈을 사랑하는것은 모든 악의 뿌리다"라고도 나오는게 떠올랐네요.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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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보상을 받기로 하면 그보다 적은 보상을 받기로 할 때보다 오히려 성과가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한 바가 있어서 조금은 '식상한' 주제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높은 보상이 높은 성과를 약속한다는 기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금전적 보상을 제안하는 경우가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식상하긴 하지만) 높은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 성과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딘 몹스(Dean Mobbs)과 동료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높은 보상과 낮은 보상을 각각 제시하고서 컴퓨터 게임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모니터 상에 나타난 미로에는 회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먹이'가 이리저리 마구 돌아다녔는데, 색깔이 회색에서 녹색으로 반짝거려 먹이가 활성화되면 참가자들이 키패드를 눌러서 쫓아가 잡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화면에는 이 게임에서 이기면 참가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의 액수가 0.5파운드 혹은 5파운드라고 나타났습니다. 보상액이 10배나 차이나기 때문에 보상의 차이가 게임의 성과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었죠(한화로 약 9,000원 대 900원).


몹스는 참가자들이 게임에 익숙하도록 충분히 연습시킨 다음, 38회의 게임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20회는 낮은 보상 조건으로, 나머지 18회는 높은 보상 조건으로 게임을 하게 했는데, 그 순서는 무작위로 제시됐죠.


참가자들의 성적은 어땠을까요? 예상했던 대로 참가자들은 큰 돈이 걸렸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돈이 걸렸을 때 '먹이'를 더 잘 잡았습니다. 5파운드가 걸린 게임에서는 64%의 성공률을 보였지만, 0.5파운드가 걸린 게임에서는 74%의 성공률을 기록했으니까 말입니다. 거의 잡을 뻔 하다가 놓친 회수를 따져보니 5파운드 조건에서는 22%, 0.5파운드 조건에서는 14% 정도였습니다.


사실 참가자들은 뇌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fMRI 기계 안에 들어가 이 게임을 수행했습니다. 보상 액수의 차이에 따라 뇌의 어떤 부분이 얼마나 활성화되는지 살피기 위해서였죠. 보상의 차이와 상관없이 '복측 중뇌'라는 부분이 활성화됐는데, 높은 보상 조건으로 게임을 할 때 이 부분이 더 활성화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중뇌 안에는 보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그 부분의 활성화 정도가 제시된 보상 액수에 영향을 받았던 겁니다. 


높은 보상을 제시하면 우리의 뇌를 '돈을 간절히 원하는' 상태로 만들지만, 그런 간절함을 저버리듯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를 초킹(choking)이라고 말합니다. 직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높은 성과급을 '당근'으로 흔들면, 분명 직원들의 뇌는 그 성과급을 받고자 하는 열망이 커지겠죠.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열망이 과연 성과로 연결될까'란 문제는 남습니다. 실수가 많아지고 단기적인 과업에만 열중하며 동료와 정보 공유를 자신도 모르게 꺼려하는 등의 '초킹'이 성과를 해치고마는 것은 아닐까요?


돈으로 충전된 동기는 역량의 발휘를 훼방하여 결국 성과를 떨어뜨립니다. 게다가 돈으로 끌어올린 동기는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지죠. 다음 번엔 더 높은 보상을 약속해야 그나마 동기가 생길 테니까요. 돈으로 동기를 구축(構築, build up)하려고 하면 오히려 동기를 구축(驅逐, crowd out)하고 맙니다.



(*참고문헌)

Mobbs, D., Hassabis, D., Seymour, B., Marchant, J. L., Weiskopf, N., Dolan, R. J., & Frith, C. D. (2009). Choking on the money reward-based performance decrements are associated with midbrain activity. Psychological science, 20(8), 955-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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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13.09.14 23:37

    풋... 책보고 연애 배운거랑 같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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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모니 2013.09.21 19:01

    흠 그럼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좋은 근거가 되겠군요. 노동자들이 매우 싫어할듯하긴 한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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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돈을 벌수록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아지고 더 많은 시간을 여가 생활에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내가 지금 여유가 없고 시간에 쫓긴 듯 생활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시간에 쫓기며 생활하도록 만드는 원인이겠지만, 일반적으로 '돈을 많이 벌수록 시간적 압박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토론토 대학의 샌포드 드보(Sanford E. DeVoe)와 스탠포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가 이런 직관에 반하는 결론에 도달한 연구자들입니다. 그들은 먼저 호주에서 2001년부터 이루어진 '가계 수입과 노동 간의 역학 조사' 자료를 확보하여 성별, 학력, 결혼 여부 등의 조건들을 통제한 상태로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수입의 크기와 시간적 압박감 사이에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수입이 높을수록 시간적 압박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죠.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을 실시해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드보와 페퍼는 학생들에게 가상의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상황을 가정하게 하고서 '어떤 업무에 얼마의 시간을 투여했는지'를 기록하고 청구하는 과제를 맡겼습니다(컨설팅 업체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분들은 이게 뭔지 잘 알 겁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겐 1분에 1.5달러를 받는 고임금의 직원으로, 나머지 절반에겐 1분에 0.5달러를 받는 저임금의 직원으로 인식시켰습니다. 


학생들은 과제를 끝낸 후에 "나는 오늘 시간적 압박을 느낀다", "어제와 비교해 나는 오늘 시간에 대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낀다" 등의 질문에 7점 척도로 답해야 했죠. 그랬더니, 1.5달러 조건의 학생들이 0.5달러 조건의 학생들보다 시간적 압박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작위로 두 조건을 설정했기 때문에 시간적 압박의 차이는 임금의 높고 낮음에서 비롯된 것이죠.


'나는 가난하구나' 혹은 '나는 돈이 많은 편이구나'라는 상대적인 느낌도 시간적 압박과 관련이 있을까요? 드보와 페퍼는 학생들에게 11개의 보기를 주고 통장 잔고에 해당하는 것에 체크하도록 했습니다. 학생들 중 절반은 범위가 0에서 500달러 이상까지 표시된 설문을 받았고, 나머지 절반은 범위가 0에서 40만 달러 이상까지 표시된 설문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전자는 학생들에게 '나는 돈이 많은 편이네'라고 느끼게 만들고, 후자는 '나는 돈이 별로 없구나'라고 느끼게 만들겠죠. 


이렇게 조작한 상태에서 시간적 압박에 관한 질문을 던졌더니, 전자의 학생('부자라고 느끼는')들이 후자의 학생들보다 시간적 압박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부자라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토론토를 소개하는 소개 자료를 읽으라고 하니 '가난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에 비해 더 빨리 읽는 모습을 보였죠(64.7초 대 80.9초). 단순하게 시간적 압박을 느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시간에 쫓긴다는 걸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보와 페퍼는 직장인들에게 연봉과 근무일을 물어 본 후에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들은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도록 요청 받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시간적 압박을 더 크게 느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시간의 경제적 가치'가 강조될수록(다르게 말해, '내가 한 시간에 얼마를 버는구나'를 인식할수록) 시간에 쫓기는 듯한 압박감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죠.


요즘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시간에 쫓긴다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그 원인은 개인적인 능력, 과제 수행에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량, 각자의 근무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도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이 이 연구의 시사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옛날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불평하지만, 아귀아르(Aguiar)가 2007년에 출간한 논문에 의하면, 1965년부터 2003년까지의 데이터를 면밀하게 살펴보니 노동시간은 거의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다는 느낌이 노동시간의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려움을 시사합니다. 그보다는 드보와 페퍼의 연구에서 보듯이 사람들이 '한 시간에 얼마를 벌까?'라는 시간의 경제적 가치를 더 크게 주입 받기 때문이겠죠. 


시간의 경제적 가치를 크게 느끼는 사람들, 즉 고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시간적 압박을 더 강하게 받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높은 임금이 경제적으로는 여유를 가져다 주겠지만 심리적인 여유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는 말이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었나 봅니다. 어쩌면 높은 연봉은 심리적인 여유라는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인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DeVoe, S. E., & Pfeffer, J. (2011). Time is tight: How higher economic value of time increases feelings of time pressur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6(4), 665.


Aguiar, M., & Hurst, E. (2007), Measuring trends in leisure: The allocation of time over five decades,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22, 96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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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an_kyu 2013.03.08 15:13



    잘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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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balok.tistory.com BlogIcon 발록 2013.03.11 01:26

    저도용,

    좋은글이 너무 많네요 구독하면서 자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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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행복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돈이 많으면 행복하고 돈이 적으면 불행할까요? 여러분은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일에 투여합니다. 가족과 함께 레져 활동에 쓰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결과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도 정작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라라 애크닌(Lara B. Aknin)과 동료 연구자들이 수행한 실험에서 사람들이 수입과 행복과의 관계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애크닌은 참가자들에게 현재 1년간 버는 수입에 해당되는 구간에 표시하게 한 후에 "현재 당신의 삶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런 다음, 애크닌은 10개의 수입 금액을 각각 제시하고서 "이 정도의 금액을 1년에 버는 사람은 얼마나 삶에 만족할 것 같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행복과, 수입이 같은 조건에서 타인이 느낄 것이라고 짐작되는 행복을 서로 비교하기 위해서였죠.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은 자신의 수입이 많을수록 행복하다고 답했지만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짐작해보라고 하니 수입이 낮을 때의 행복을 실제보다 낮다고 짐작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1년에 1만 달러 밖에 벌지 못할 때의 행복 수준은 5~6점이라고 평가한 반면, 타인이 그 정도를 번다면 행복 수준이 2~3점 밖에 안 된다고 짐작했던 것이죠. 반면 높은 수입 구간에서는 자신의 행복을 측정할 때와 타인의 행복을 짐작할 때의 차이가 아주 작았습니다. 


후속실험에서 애크닌은 "당신이 그 금액을 1년에 벌게 된다면 얼마나 삶에 만족할 것 같습니까?"란 질문을 추가로 던졌습니다. 이때도 타인의 행복을 추측하라고 할 때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입이 낮을 때의 행복을 실제로 느끼는 행복보다 훨씬 낮게 평가했으니 말입니다.


돈이 적을 때 실제보다 더 불행할 거라고 믿는 이유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과 레져 활동을 즐길 시간을 희생함으로써 더 많은 돈을 벌려는 동기가 강화됩니다. 여기에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일자리 불안까지 겹치고,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 돈과 행복과의 관계는 더욱 과대평가되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수입이 낮으면 불행해질 거라는 잘못된 믿음이 강화되는 현실입니다.


알다시피 돈은 행복에 필요한 여러 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현재 수입이 낮다고 해서, 향후에 낮은 수입이 예상된다고 해서 자신의 삶이 불행으로 치닫게 될 거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그런 걱정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며 더 많은 양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자신도 잘 느끼지 못하는 막연한 압박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빠르게'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여러분 자신의 손이 과연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는지 곰곰히 따져볼 일입니다. 조직에서 직원들에게 가하는 여러 가지 '성과 채찍질' 또한 두려움에 기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그런 채찍질 자체가 오히려 불행의 원인일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Lara B. Aknin, Michael I. Norton, Elizabeth W. Dunn(2009), From wealth to well-being? Money matters, but less than people think,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Vol.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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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oskek 2012.12.03 22:28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정작 사람들이 실제로 적게 버는 상황보다 적게 벌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는 사실이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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