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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로트터스란 심리학자는 피실험자들에게 자동차 사고에 관한 동영상을 보여준 후에 한 집단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자동차가 충돌하기 전의 속도가 얼마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다른 집단의 피실험자들에게는 "자동차가 세게 충돌하기 전의 속도는 얼마 정도입니까?"라고 물었죠.
첫번째 집단에게는 충돌하다란 의미로 hit를, 두번째 집단에게는 세게 충돌하다란 의미로 smash를 사용했지요. 세번째 집단에게는 접촉하다란 뜻의 contact를 대신 사용해서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각 집단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차이가 났습니다. smash(세게 충돌하다)를 들은 집단은 평균 40.8 마일, hit(충돌하다)를 들은 집단은 평균 34.0 마일, contact(접촉하다)을 들은 세번째 집단은 평균 31.8 마일이라고 각각 답했습니다. 동일한 동영상을 봤는데도 질문자가 던진 단어의 뉘앙스 차이가 답변의 유의미한 차이를 야기한 것입니다.
또 이런 실험이 있었습니다. 평소 잘 쓰지 않는 손(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종이에 쓰라고 피실험자들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한 집단에게는 이름을 쓰는 동안 잘 쓰는 손(오른손잡이라면 오른손)을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게 책상에 올려 놓으라고 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책상에 올려 놓으라고 했습니다.
글씨를 다 쓰고나서 심리학자는 유명인사들에게 대한 호감 여부를 피실험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손바닥을 하늘로 향했던 집단이 손바닥을 아래로 향했던 집단보다 유명인사들을 더 긍정적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행동은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행동은 무의식으로 상대방을 거부하는 마음을 일으켰던 겁니다.
위의 두 가지 실험은 사소한 차이가 우리의 판단이나 믿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철썩 같이 믿는 근거가 겨우 단어의 뉘앙스 차이와 무의식적인 행동의 차이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지적합니다. 또한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블링크(Blink, '척 보면 안다')를 전적으로 신뢰했다가는 나쁜 의사결정을 내릴지도 모름을 시사합니다.
인간의 지능은 놀라운 문명을 이룩할 만큼 위대하지만, 처음부터 누군가가 잘 설계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존의 필요에 따라 이것저것이 덧대어진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이 '패치'가 가해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오래 전에 엉성했던 시절에 했던 불완전한 판단을 꽤 많이 저지르고 말죠.
여러분은 여러분의 의사결정과 판단을 얼마나 신뢰합니까? 우리의 두뇌가 우리의 판단과 기억을 왜곡시키고 기만한다는 점을 안다면 머리에 바로 꽂히는 블링크를 경계해야겠죠. 사소한 차이가 전혀 사소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남들보다 옳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편안한 금요일 되세요.
(*사례 출처 : '클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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