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사망할 위험, 얼마나 될까요?   

2010. 8.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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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가 감기에 걸린다면, 그가 감기로 인해 사망할 위험(Risk)은 얼마나 될까요? 사망할 위험이 클까요, 작을까요? 아니면 중간 정도일까요? 아마 여러분 중 대부분은 감기로 인해 사망할 위험은 아주 작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감기로 사망할 위험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감기로 사망할 위험

= 감기에 걸릴 확률(a) * 감기에 걸려 사망할 확률(b)

아마도 여러분은 '감기에 걸려 사망할 확률(b)' 즉 '치사율'이 작기 때문에 감기로 사망할 위험 역시 작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감기에 걸릴 확률(a)'이 제법 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위험의 크기는 감기로 인한 치사율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감기에 걸릴 확률(a)'을 곱해야만 알 수 있음을 직감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자주 감기에 걸리는지 회수를 세어본다면, 감기의 위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겁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위험'을 '치사율'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위험은 '사고가 발생할 확률'에 '치사율'을 곱해서 구해야 하는데, 한번 비행기가 사고를 일으키면 사망할 확률(치사율)이 아주 높기 때문에 위험도 크다고 잘못 판단합니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위험 = 비행기 사고 발생 확률(a) *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b)

사실 비행기 사고가 발생할 확률(a)은 자동차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비행기 사고의 위험은 아주 낮은 편인데도, 이처럼 사람들은 치사율(b)로만 위험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위험을 잘못 판단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율성의 유무' 때문입니다. 아래의 식처럼 위험을 위험 자체로 인지하지 않고 자율성에 따라 편향되게 인지하다는 말입니다.

인지하는 위험 = 실제의 위험 / 자율성 정도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비행기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느끼는 까닭을 이 식이 보여줍니다. 자동차는 자율성의 정도가 커서(분모가 커서) 실제의 위험보다 더 적게 느껴지고, 타인에게 자신의 안전을 맡길 수밖에 없는 비행기는 자율성의 정도가 작아서(분모가 작아서) 실제보다 더 위험하게 인지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위험에 대한 판단은 '해당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이냐'에 따라 편향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천연가스 버스의 폭발 사고가 촬영된 CCTV 동영상을 보노라면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든 버스가 '달리는 폭탄'이라는 두려움이 솟아납니다. 그만큼 폭발 동영상이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래의 식처럼 위험을 잘못 인식하게 되죠.

인지하는 위험 = 실제의 위험 * 충격의 정도

하지만 어떤 사건이 충격적이고 위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아주 예외적이고 특별하기 때문이지 반드시 발생확률(a)이 크거나 치사율(b)이 크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처럼 위험이란 개념은 우리 뇌 안에 숨은 '도마뱀의 뇌' 때문에 편향되거나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을 치사율과 동일하게 인지하고, 자율성의 유무와 충격의 정도에 따라 실제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죠.

여러분이 위험이라고 인식되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위의 세 가지 편향에 빠지진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 본다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의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편향에 빠지면 그런 기회는 결코 주어지지 않습니다. 옳은 판단이란 지식의 양과 깊이보다는 편향적인 사고를 경계하는 지혜에서 비롯됨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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