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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모 기업에서 신입사원 교육이 있었다. 나는 강사로서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에 걸친, 긴 강의를 맡았다. 주제는 '전략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난 무척 지쳐 버렸다. 그렇게 힘든 강의는 정말 오랫만이었다. 강의 시간이 긴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10시간 내내 떠든 적도 있으니 6시간 정도면 준수한 편이니까...
문제는 강의를 듣는 피교육생들의 태도였다. 나는 나 혼자 떠드는 강의는 지양한다. 질문을 던지고 받고 하는 교육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수동적이고 '조용한' 학동들을 만나고 말았다! 대중을 향해 질문을 던지면 썰렁할 정도로 조용했다. 고개를 숙이거나 딴청이었다. 그래서 내가 묻고 내가 대답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몇 번 있었다.
'짜증나는 사람들이로군.'이란 생각을 속으로 삼키면서 이번엔 직접 한 사람씩 지명해서 질문을 던졌다. 허나 그들은 창피한 듯 웃기만 하고 아무 말 없다. 내가 잡아 먹기라도 하는지 눈을 아래로 깔았다. 내가 던진 질문이 어려운 것도 아니거늘 왜 대답을 안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이가 없었던 건, 그들 중 2명이 아예 강의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아예 엎드린 채 일어날 줄 몰랐다. 내 강의가 지루해서 깜박 조는 건 뭐라 안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부터 자기로 맘 먹었다는 건 괘씸한 일이다. 군기가 바짝 들어 있어도 모자랄 신입사원들이다! 옆 사람에게 눈치를 줘서 깨워도 1분을 못 견디고 머리가 책상으로 곤두박질이다. 구제불능을 2명이나 뽑았다니, 그 회사의 채용 실력, 알아 줄 만하다.
그리고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3분의 2 정도가 내 강의 교재를 들여다 보지 않고 다른 교재를 펼쳐 놓고 뭔가를 공부하더라는 것이었다. 진행요원에게 따져 물었다. "지금 애들이 도대체 뭐하는 거요?" 대답인 즉, 내 강의가 끝나고 나서 시험을 본단다. 아니, 무슨 시험을?
"내 강의는 시험 대상이 아닌데, 왜?"라고 물으니, 다른 사람들이 한 교육 내용에 대해 종합평가가 있단다.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를 쓰라는 둥, CEO의 금년도 경영방침이 뭔지 쓰라는 둥의 시험을 친다고 하니, 내 강의 따윈 안중에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런 내용으로 시험을 보는 회사도 문제고 그걸 다른 강의 시간에 공부하는 사람들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내 강의가 비록 명강의는 아니지만 신입사원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라 자부한다. 내가 신입사원 때 누가 보고서 작성법 같이 진짜 필요한 교육을 시켜주기나 했었나? 내 강의가 뜬구름 잡는 식의 미사여구로 한껏 치장한 CEO의 경영방침을 외우는 것보다 못한가?
이 회사는 내가 2004년부터 주욱 강의를 해 왔다. 그래서 좀 아는데, 이번 신입사원들은 정말 이전 기수보다 특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이런 경향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는 듯하다. 나날이 학력수준이 높은 신입사원들을 뽑아 왔다는데, 왜 그럴까? 무척 궁금하다.
신입사원들의 '무지막지하게' 수동적인 태도와 회사의 요상한 평가관행에 조금 우울해지면서, 다른 때보다 더욱 열을 올리느라 쉬어 버린 내 목구멍에 쓴 커피를 부으며 심심한 위로를 했다.
(예전에 올렸던 글... 외압(?)에 의해 내렸다가 다시 올립니다. 읽으셨던 분들은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난 무척 지쳐 버렸다. 그렇게 힘든 강의는 정말 오랫만이었다. 강의 시간이 긴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10시간 내내 떠든 적도 있으니 6시간 정도면 준수한 편이니까...
문제는 강의를 듣는 피교육생들의 태도였다. 나는 나 혼자 떠드는 강의는 지양한다. 질문을 던지고 받고 하는 교육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수동적이고 '조용한' 학동들을 만나고 말았다! 대중을 향해 질문을 던지면 썰렁할 정도로 조용했다. 고개를 숙이거나 딴청이었다. 그래서 내가 묻고 내가 대답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몇 번 있었다.
'짜증나는 사람들이로군.'이란 생각을 속으로 삼키면서 이번엔 직접 한 사람씩 지명해서 질문을 던졌다. 허나 그들은 창피한 듯 웃기만 하고 아무 말 없다. 내가 잡아 먹기라도 하는지 눈을 아래로 깔았다. 내가 던진 질문이 어려운 것도 아니거늘 왜 대답을 안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진 : 유정식)
어이가 없었던 건, 그들 중 2명이 아예 강의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아예 엎드린 채 일어날 줄 몰랐다. 내 강의가 지루해서 깜박 조는 건 뭐라 안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부터 자기로 맘 먹었다는 건 괘씸한 일이다. 군기가 바짝 들어 있어도 모자랄 신입사원들이다! 옆 사람에게 눈치를 줘서 깨워도 1분을 못 견디고 머리가 책상으로 곤두박질이다. 구제불능을 2명이나 뽑았다니, 그 회사의 채용 실력, 알아 줄 만하다.
그리고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3분의 2 정도가 내 강의 교재를 들여다 보지 않고 다른 교재를 펼쳐 놓고 뭔가를 공부하더라는 것이었다. 진행요원에게 따져 물었다. "지금 애들이 도대체 뭐하는 거요?" 대답인 즉, 내 강의가 끝나고 나서 시험을 본단다. 아니, 무슨 시험을?
"내 강의는 시험 대상이 아닌데, 왜?"라고 물으니, 다른 사람들이 한 교육 내용에 대해 종합평가가 있단다.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를 쓰라는 둥, CEO의 금년도 경영방침이 뭔지 쓰라는 둥의 시험을 친다고 하니, 내 강의 따윈 안중에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런 내용으로 시험을 보는 회사도 문제고 그걸 다른 강의 시간에 공부하는 사람들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내 강의가 비록 명강의는 아니지만 신입사원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라 자부한다. 내가 신입사원 때 누가 보고서 작성법 같이 진짜 필요한 교육을 시켜주기나 했었나? 내 강의가 뜬구름 잡는 식의 미사여구로 한껏 치장한 CEO의 경영방침을 외우는 것보다 못한가?
이 회사는 내가 2004년부터 주욱 강의를 해 왔다. 그래서 좀 아는데, 이번 신입사원들은 정말 이전 기수보다 특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이런 경향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는 듯하다. 나날이 학력수준이 높은 신입사원들을 뽑아 왔다는데, 왜 그럴까? 무척 궁금하다.
신입사원들의 '무지막지하게' 수동적인 태도와 회사의 요상한 평가관행에 조금 우울해지면서, 다른 때보다 더욱 열을 올리느라 쉬어 버린 내 목구멍에 쓴 커피를 부으며 심심한 위로를 했다.
(예전에 올렸던 글... 외압(?)에 의해 내렸다가 다시 올립니다. 읽으셨던 분들은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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