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인이 교체된 진짜 이유는...   

2008. 3. 1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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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우주선에 탑승할 우주인이 고산 씨에서 이소연 씨로 전격 교체되었다. 알다시피, 열람이 금지되어 있는 교재를 유출하려 했다는 것이 교체의 이유였다. 인터넷 상에서 그것이 모종의 음모에 의한 거라 말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고산 씨가 현대판 '문익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난 그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서 자료를 몰래 유출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고산 씨가 밝혔듯이 순수하게 알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었다고 본다.

컨설팅을 위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의례 이런 말이 나온다. "도대체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혹은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공유가 안 된다.", "정보를 혼자만 알고 있어서 답답하다.", "도대체 어떤 배경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등등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면 꽤 답답해 한다. 남이 하는 걸 잘 알아야 내 일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경을 모른 채 주어진 일만 묵묵히 수행하는 걸 못 참는다.

상상해 보라. "넌 그냥 네 할 일만 하면 돼"라고 상사가 말하면 기분이 어떠한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부터 삶의 존재와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이 우리의 기질이다. 그것이 우리의 컬쳐코드(Culture Code)다.

외국인들, 특히 미국인들은 분업을 당연하게 여긴다. 자신이 담당한 일만 한다. 그리고 남의 일에 관심을 두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각자 맡은 일만 잘 하면 전체가 잘 된다는 사고 방식이다. 부분을 모두 합치면 전체가 된다는 '환원주의적' 사고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나의 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나'를 생각한다. 이는, 환원주의의 반대편에 서 있는 '전일주의적' 사고 방식이다. 서구적인 인식과 문화가 아무리 물 밀듯이 몰려와도 전체 속에서 나를 찾으려는 우리의 뿌리 깊은 컬쳐코드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아마 고산 씨도 다른 탑승원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무척 궁금했을 것이다. 그리고 매우 답답했을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선 탑승원이 된다는 흥분과 겹쳐져 그의 배우고자 하는 욕구는 상승작용을 일으켰을 것이고 자연스레 동료들이 배우는 교재에 손을 미치게 됐을 것이다.

고산 씨, 그는 현대판 '문익점'이 아니다. 우리와 기질을 같이 하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사람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탑승을 한 달여 앞두고 안타깝게 탈락한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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