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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결과가 잘 나오느냐 그렇지 않냐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컨설턴트의 역량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엉터리 컨설턴트를 가려내는 방법에 대해 말해 볼까 합니다. 척 보고 저 사람이 엉터리 컨설턴트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첫째, 엉터리 컨설턴트는 말만 번지르르합니다. 그들이 온갖 수사법과 사례를 들어가면서 하는 말을 듣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에 빠져들어가는 걸 느낄 겁니다. 물론 말 잘하는 컨설턴트가 모두 엉터리라고는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내뱉는 번지르르한 말이 행동과 일치가 되지 않는 경우라면 100% 엉터리라고 봐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알던 모 컨설턴트는 이른바 ‘입만 산’ 컨설턴트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는 고객과 회의를 할 때마다 꼭 앞에 나서더군요. 누구나 인정하는 달변인 그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따지지 않고 지극히 이상향적인 내용으로 고객들을 현혹시키는 게 특기라면 특기였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고객들은 그의 언변에 속아 컨설팅 결과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옆의 다른 컨설턴트들은 그야말로 고역이었죠. 고객 앞에서 그가 틀렸다고 나서서 제지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그가 제 맘대로 지껄이게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잔뜩 기대를 갖게 된 고객들을 나중에 만나 ‘그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내용이다, 현실적으로는 이 단계까지가 한계다’ 라고 시정시키기 바빴습니다. 당연히 고객들이 기분 좋을 리 없었겠죠.
한편 이런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그는 한 발 물러나 사태를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자신은 말만 했을 뿐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태도이더군요. 그래서 그를 괘씸하게 생각한 프로젝트매니저가 ‘그렇게 좋은 방안을 고객에게 이야기했으니 한번 보고서로 꾸며봐라.’고 지시하면, 몇 날 며칠을 끙끙대기 일쑤였고 그나마 가져 온 보고서 내용은 그가 말한 ‘이상적인 내용’과 거리가 먼 그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평범한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이렇듯 말만 번지르르하고 그것을 보고서나 자료로 제대로 옮기지 못한다면, 그는 100% 엉터리 컨설턴트입니다. 이런 사람은 컨설턴트를 그만 두고 다른 일을 찾는 게 본인을 위해 나을 겁니다.
둘째, 엉터리 컨설턴트가 작성한 보고서는 굉장히 화려합니다. 보고서 페이지 마다 총천연색의 갖가지 도형들이 가득하죠. 그리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면 여기 저기 날아다니는 애니메이션 효과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그럴 듯하게 여기겠지만, 사실 화려하게 치장된 보고서와 프리젠테이션의 내용을 보면 별 볼 일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보고서의 가독성(可讀性)과 프리젠테이션의 흡입력을 높이려면 도표나 도형, 그리고 적절한 색깔의 사용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 내용보다는 화면에만 도취하도록 만든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려진 어느 글을 보니, 미국의 육군에서는 화려한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화려함 때문에 내용이 축소되거나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일 컨설턴트의 보고서나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지나치게 화려할 경우 멋지다고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그들에게 시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컨설팅 보고서와 관련자료는 고객들이 그것을 읽고 충분하게 이해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명료하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갖가지 도형과 총천연색으로 내용의 부실함을 감추고자 하는 속셈이 다분하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그를 역시 100% 엉터리 컨설턴트라고 여겨도 무방합니다.
셋째, 엉터리 컨설턴트는 유행어나 전문용어를 사랑(?)합니다. 소위 3글자로 된 경영전문용어는 ERP, CRM, ABC, ABM, SCM, BPM, BPR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3글자로 되어있지 않으면 최신경영기법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죠.
고객이 그걸 알아듣든 말든 자신만 아는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한껏 현학적인 발언을 즐기는 컨설턴트는 속 빈 강정과 같은 엉터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진정으로 능력 있는 컨설턴트는 고객과 눈높이를 맞출 줄 압니다. 경영기법에 대해 고객의 지식이 높으면 보다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니즈를 만족시키고, 그렇지 못하면 쉬운 일상적인 용어로 설명할 줄 아는 거죠.
상대하는 고객의 지적 수준을 무시하고 화려한 미사여구와 전문용어를 구사하는 자의 마음에는 본인이 잘났다는 은근한 과시는 물론, 고객을 깔보는 시선 또한 내재돼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끝으로 '엉터리 컨설턴트 감별법'을 올려 봅니다. 만일 ‘예’가 7개 이상이면, 그를 멀리하십시오. 4개에서 6개 사이면, 그가 엉뚱한 방향으로 컨설팅을 끌고 가는지 면밀히 감시하십시오.
평가문항 중 재미있는 것은, ‘보고서에 엉뚱하게 다른 회사 이름이 나온다’는 항목입니다. 타사 사례라면 몰라도 앞뒤 정황에 맞지 않게 타사명이 주어(主語)나 목적어로 등장했다면, 100% 베낀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Copy & Paste 해 놓고 실수로 회사명을 고치지 않은 것이죠. 이 역시 엉터리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이니 눈 여겨 보기 바랍니다.
엉터리 컨설턴트 감별법
말하지 못해 죽은 귀신이 붙었다
말과 보고서가 불일치하다
말은 잘하는 데 글 쓴 걸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고객의 답변을 자기 멋대로 해석한다
다른 컨설턴트의 말을 대놓고 무시한다
보고서에 텍스트보다 도형이 더 많다
총천연색을 사랑한다
프리젠테이션 치장에 시간을 많이 보낸다
보고서에 ‘효율/효과적으로’, ‘체계적인’, ‘합리적인’ 등 쓸데없는 수식어가 많이 등장한다
보고서에 엉뚱하게 다른 회사 이름이 나온다
볼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해 있다
지나치게 전문용어를 구사한다
문제해결을 상품(경영기법)으로만 접근하려 한다
전문용어 설명을 얼버무린다
자꾸만 회의, 인터뷰, 워크샵을 하자고 한다
공은 자신에게,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
*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유정식 저)에서 수정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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