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두 명의 팀장이 동일한 내용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A 팀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가는데요, 손은 공손하게 모은 채로 책상 아래에 두고 있습니다. 반면에 B 팀장은 "우리 팀의 업무 범위를 이만큼 넓히고"라고 같은 내용을 말하면서 양손을 바깥으로 크게 벌려서 시각적인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이 하나의 분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말할 때는 양손을 중앙으로 힘차게 모으는 동작을 취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팀장의 말을 더 쉽게 이해하고, 누구를 더 신뢰하시겠습니까? 십중팔구 B 팀장에게 더 마음을 기울일 텐데요, 왜 그럴까요? 단순히 B 팀장이 더 열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일까요?
많은 리더가 "전문가답게 보이려면 손을 많이 움직이지 말고 차분하게 말해야 한다"는 통념을 가지는데요, 하지만 와튼 스쿨(Wharton School)의 조나 버거(Jonah Berger) 교수 연구팀의 결과는 정반대를 권합니다. 버거는 손동작을 적절히 사용하는 화자가 그렇지 않은 화자보다 훨씬 유능하고 신뢰할 만하다고 조언합니다.
인지적 유창성(Cognitive Fluency)이란 말이 있는데요,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가 적을수록, 즉 '유창하게' 이해할수록 그 정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언어라는 추상적인 정보를 손동작이라는 시각적 실체로 변환해줄 때 청중의 뇌는 훨씬 적은 노력으로 메시지를 완벽히 소화한다는 것이죠. 이 편안함이 발표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2008년에 스티브 잡스가 맥북 에어를 발표하던 장면을 기억합니까? 그는 "이 노트북은 얇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죠. 서류 봉투에서 제품을 꺼내는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엄지와 검지로 노트북의 모서리를 잡아 맥북 에어의 '얇음'을 시각적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이 동작은 청중에게 '얇다'라는 개념을 뇌에 즉각 각인시켰고 맥북 에어는 트렌드를 이끄는 제품 반열에 올랐죠.
여러분이 앞으로 무언가를 제안한다면 "기존의 복잡한 절차를 단축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꼬여 있는 실타래를 푸는 듯한 손동작으로 취하거나, 단계를 하나하나 짚어주는 동작을 연출해 보세요. 그러면 상대방은 여러분의 제안이 '실행 가능하다'는 느낌을 훨씬 강하게 받을 겁니다.
어찌보면 설득은 '상대방의 머릿속에 내가 가진 그림을 그대로 복사해 넣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논리가 '2차원의 설계도'라면 적절한 손동작은 그 설계도를 '3D 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분의 손이 메시지를 제대로 그려내는지 연구해 보세요 아주 작은 손 동작만으로도 상대방은 여러분의 말을 20% 더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고 여러분을 전문가라고 인식할 테니까요. 단, 손동작이 과도하거나 너무 잦으면 역효과가 나니 조심하기 바랍니다.(끝)
*참고논문
Cascio Rizzo, G. L., Berger, J., & Zhou, M. (2024). Talking with Your Hands: How Hand Gestures Influence Communica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0022243725138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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