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도움은 거친 법   

2024. 3. 6. 08:00
반응형

 

요즘 컨텐츠의 대세는 ‘숏폼(short-form)’인 것 같습니다. 틱톡, 릴스, 쇼츠 등 SNS마다 짧은 동영상이 긴 동영상을 밀어내고 점차 주류가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컨텐츠 소비의 ‘호흡’이 갈수록 짧아지는 탓일까요? 아니면 긴 컨텐츠를 읽기엔 다들 바쁘기 때문일까요? 혹은 뭔가에 쫓기는 ‘속 시끄러움’ 때문일까요? 이유가 무엇인든 간에 숏폼의 ‘득세’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저 역시 숏폼을 즐겨 봅니다. 짧은 시간 내에 정보를 얻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늘 저녁엔 무슨 요리를 할까?’ 궁리할 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의 숏폼을 찾아보게 되죠. 1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레시피 하나의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소개하니까 여러 레시피를 찾아봐도 시간적인 부담이 덜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몇 개의 숏폼을 본 다음 냉장고 속 재료를 따져보고 ‘그래, 이 요리를 해보자.’라고 결정하곤 하죠. 숏폼 보다가 날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본인이 통제를 잘한다면 유용한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검색하고 얻는 장점이 큽니다.

 

그리고 가끔은 삶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건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동영상을 봤습니다. 어둔 색의 코트를 입은 천사가 등장하는 동영상이었는데, 그는 찌뿌린 얼굴을 하고 코트 속에 몸을 파묻듯이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어느 건물에서 어떤 여자가 유모차를 밀며 나오는 걸 본 천사는 유모차 덮개를 거칠게 쳤습니다. 당연히 아기의 엄마는 그런 천사를 보며 화를 냈지만 천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떴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렸죠. 우연이었을까요? 결과적으로 천사가 유모차 덮개를 친 덕에 아기는 비를 맞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어둔 표정의 천사는 길을 건너려던 어느 남자의 발을 걸어서 넘어뜨렸습니다. 역시나 아주 거칠고 폭력적이까지 한 행동이었습니다. 쓰러진 남자는 당연히 천사를 올려다 보며 분노를 터뜨렸죠. 그 순간 빠르게 질주하는 커다란 자동차가 남자 앞을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천사가 발을 걸어준 덕에 남자는 사고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죠. 동영상은 이런 메시지를 보여주며 끝을 냅니다. “당신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주변을 돌아보세요. 천사의 도움은 거친 법입니다.” (URL을 잃어버려서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뜻입니다).

 

살면서 항상 좋은 일만 경험할 수 없습니다. 나쁜 일들이 예고없이 찾아오죠. 하지만 그런 불행은 어쩌면 천사의 ‘거친 도움’은 아닐까, 그 동영상을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당장은 불행이더라도 멀리서 보거나 시간이 흐른 후에는 ‘아, 지나고 보니 그 일이 나에게는 행운이었어.’라고 깨닫는 경우가 아마 한두 번은 있을 겁니다.

 

저에게도 이런 새옹지마의 경험이 몇 가지 있습니다. 대학 다닐 때 학사경고를 두 번 연속으로 맞아 1년 정학이라는 징계를 받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함을 경험했지만, 그 덕에 저는 대학 생활의 ‘겉멋’에서 벗어나 군대 제대 후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학점이 빵꾸난’ 과목들을 대부분 A로 끌어올렸고 장학생까지 될 수 있었죠. 운이 좋았습니다.

 

잘 다니던 컨설팅 회사 때려치고 벤처사업을 한답시고 뛰어들었다가 3개월만에 말아먹은 후 어디에도 취업하기 어려웠을 때는 열패감이 한동안 저를 옥죄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저는 어렵사리 독립할 수 있었고 지금껏 ‘가늘고 길게’ 컨설턴트로 일을 영위하고 있죠. 남들이 다 손사래쳤던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젝트를 맨땅에 헤딩하듯 어렵사리 수행한 덕에 지금껏 그걸로 먹고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행운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참, 운이 좋았죠.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요즘 저는 객관적으로 불행이라 말할 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속이 시끄러운 상태죠. 불쑥불쑥 부정적인 감정들이 비대해지려고 하는 오늘 저는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천사의 도움은 늘 거친 법이지’라고. 물론 이렇게 되뇌인다고 해서 (무슨 조울증도 아니고) 어두었던 얼굴에 곧바로 화색이 돌지는 않지만, 의지할 만한 무언가를 얻었다는 느낌은 듭니다. 길고 어둔 터널을 지날 때 발 앞을 비춰주는 1촉짜리 램프랄까요?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이 있는데 이렇게 바꿔 봅니다. ‘삶의 잠깐은 불행이지만 삶의 전부는 행운’이라고. 누구에게나 수호천사가 있는 법이니까요. (끝)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