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오디오 수리를 새로운 취미 생활로 ‘영입’했습니다. 사람 일이란 계획하거나 예상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는데요, 몇 개월 전만 해도 오디오 수리를 취미로 할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에게 한두 번 수리를 맡겼다가 되돌아온 물건을 보고 ‘이 정도는 나도 고칠 수 있지 않나? 별로 어려울 것 없어 보이는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들에게 지출한 수리비도 사실 좀 아까웠고요.
‘그 돈이면 내가 하자!’ 당장 집에 고장나서 돌아가지 않던 카세트 플레이어를 한번 분해해 봤습니다. 가장 고장이 잘 난다고 말하는 부위를 간단하게 만져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저는 놀랐습니다. 사실 대단한 스킬을 구사한 것은 아니었고 고무벨트 갈아주고 기어가 잘 돌아가도록 기름칠 한 게 전부였지만, 무언가를 살려낼 수 있다는 데 엄청난 쾌감을 느꼈죠.
이런 경험 후에 저는 워크맨이나 카세트 데크 같은 고장난 기기를 일부러 ‘당근마켓’ 같은 중고장터에서 사들여서 고치는 취미를 갖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절대 기웃거리지 않았을 쇼핑몰에서 납땜 인두기, 미세 드라이버, 각종 공구 등을 구매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사는 게 참 흥미롭구나’란 감탄이 나오더군요. 그만큼 ‘나의 세계’가 한뼘 정도는 넓어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어떤 기기는 제가 지닌 전기 지식으로는 전혀 손볼 수 없을 정도로 ‘정크’라서 다시 중고시장으로 돌려보내거나 제 손으로 눈물 머금으며(진짜로) 파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10개를 사면 6~7개 가량은 살려내니까 정크품을 중고로 사들인 값을 벌충하고도 남습니다(그렇다고 고친 물건을 판매는 하지 않지만). 별것 아닌 제 스킬로 이 정도면 스스로 뿌듯해 하기 충분하죠. 아주 심각한 고장품이 아니면 이제는 ‘겁 없이’ 뜯어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로켓 사이언스’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나요?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식이나 스킬을 비유하는 영어식 표현입니다. 하늘로 물체를 쏘아올려 대기권 밖으로 안전하게 날려보내는 일이 과거에는 엄청나게 어렵고 돈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생긴 표현이겠죠. 그래서 ‘로켓 사이언스가 아니다.’란 말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관심을 가지면 할 수 있다.’라는 뜻이 됩니다.
“로켓 사이언스도 아닌데, 뭐.”라고. 이 말은 제가 종종 스스로에게 던지는 일종의 ‘최면 문구’이기도 합니다. ‘경다방’이라는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외부 전문 인력에게 편집일을 맡기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제가 그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조금은 건방진 생각을 했던 거죠. ‘편집 일이 뭐 로켓 사이언스도 아닌데.’라는 암시를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말입니다. 편집을 할 때마다 헤매기는 하지만 이것저것 참고해 가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보면 ‘로켓 사이언스도 아닌데, 뭐’라고 자신만만했던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돈이 굳어서’라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많아졌다는 ‘지적 부유함’의 즐거움이랄까요?
오디오 수리든 편집이든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저라고 못할 이유가 없죠. 시행착오 겪으며 배우고 반복하면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껏 접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고 싶을 때, 내외부에서 그렇게 하길 바라거나 강요할 때, 혹은 그 일을 해야 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한번 말해 보면 어떨까요? “로켓 사이언스도 아닌데, 뭐.” 여러분의 세계를 조금씩 넗히는 '마법의 주문'일지 모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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