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저술한 작가 이안 플레밍. 그는 2주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한 권씩의 제임스 본드 책을 집필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책을 완성해 냈을까요? 그는 '강제된 지루함의 규칙(Rule of forced boredom)'이라는 방법을 썼다고 하는데요, 이게 대체 무엇일까요?
알고보니 그것은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습니다. 방해 요소가 없는 평범한 호텔 방에 스스로를 격리시켜서 글쓰기에 집중했던 것이죠. 그는 호텔 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단 2가지라고 스스로에게 강제했습니다. 책을 쓰든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든지! 그외에 다른 일(전화하기, 편지쓰기, TV보기 등)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죠. 자기통제에 재능이 있었는지 그는 자기자신을 잘 다스릴 수 있었고 2주 안에 책 한 권씩을 뚝딱 써냈던 겁니다.
몇 년 전에 저도 이안 플레밍의 방법을 두 번 정도 써먹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존의 독특한 일하는 방식을 다룬 책 <순서파괴(Working Backward)>를 번역할 때 저는 4박 5일 동안 여의도의 모 호텔에 틀어박혀서 번역만 했었습니다. 마감일이 다가와서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미친 속도와 양으로 일을 했답니다. 하루에 30페이지씩(원서 기준), 총 120여 페이지를 번역했으니까요.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번역을 하려면 1개월 이상 걸리는 양을 고작 4박 5일만에 해치운 것이죠.
두 번째로 제가 이안 플레밍의 방법을 적용한 것은 <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를 최종 완성해야 할 때였습니다. 이때도 4박 5일 동안 광화문 근처의 호텔에 머물면서 책쓰기에 열중했는데요,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원고를 보면서 수정을 반복해야 했죠. 다행히 4박 5일 안에 최종 원고가 완료돼서 바로 편집에 들어갈 수 있었답니다. 책이 예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책이지만, 그래도 제가 초고를 쓰기 시작해 편집까지 모두 완료하고 직접 인쇄소를 찾아가 책이 '생산'되는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과정이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신의 행동을 목표 쪽으로 잘 유도해야 합니다. 잘 유도하려면 일정 부분 스스로에 대한 강제도 필요하죠.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도 성취감 제고와 성과 창출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요즘에 저는 다시금 '강제된 지루함의 규칙'을 써볼까 궁리 중입니다. 딱히 일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렇게 혼자 틀어박혀 있으면서 '무료한' 시간을 즐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심심함이란 감정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게 언제였을까 싶네요. 이야기가 옆으로 좀 샜는데요, 목표에 집중하려면, 혹은 저처럼 휴식에 집중하려면 강제 장치를 설정하는 걸 고려해 보세요.
만약에 환경 설정이 어렵다면(예를 들어, 호텔 같은 곳에 일주일씩 틀어박혀 있기 어렵다면) 적어도 자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방해 요소들(TV, 인터넷, 주변인들 등)을 그냥 둬도 일을 잘 할 수 있다고요?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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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하는 이유는 집중력 부족 때문입니다 https://infuture.kr/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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