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리더가 되겠다고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요?
여러분은 관리자와 리더 중 무엇으로 불리고 싶은가요? 아마도 대다수(70% 이상)가 “당연히 리더로 불리고 싶죠!”라고 답할 것 같은데요, 제가 강의할 때 수강생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져보니 대략 퍼센테이지가 그렇더군요.
왜 관리자보다는 리더로 불리기를, 그리고 관리자보다는 리더가 되기를 사람들은 더 원할까요? 리더라는 말이 멋져 보여서일까요? 요즘처럼 변화가 빠르고 중국 대만 갈등이라든지, 러시아 우크라이너 전쟁이라든지 여러 돌발변수가 팡팡 터지는 소위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관리자의 역할에 머물러서는 절대로 안 될 것 같아서일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관리자보다는 리더가 되고 싶어합니다. (둘다 되기 싫다는 사람도 제법 있지만...)
'리더'와 '관리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구글에서 leader와 manager의 차이를 검색해 보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비교표를 쉽게 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요, 이런 식의 비교표가 지닌 문제는 관리자의 역할을 구태의연하고 열등한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오해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성공적인 경력과 거리가 먼 것으로 여기게 만들죠. 하지만 조직에서 관리자의 역할은 없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 표를 잘 들여다 보세요. 조직에서 다들 리더 역할만 추구한다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요?
매일 제품을 생산해 유통시키고 대금을 회수하며 회사의 곳간이 텅비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사람들이 모두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전략에 쏠려 있고 How는 아랑곳하지 않고 What만 강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성과)가 나온다면 효율 따위는 부차적인 문제라 치부하고 사람에 관심을 집중하느라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소홀히 한다면 또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관리자의 역할이 기업 경영에 필수적이지만 다들 반짝반짝 빛나는 리더를 지향하고 있으니 여기에서 발생하는 괴리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맙니다.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의 마음 속에는 “왜 나에게 왜 이런 일을 맡기는 거지? 나는 리더가 될 사람이라고!”라는 불만이 점차 자라나고 이런 불만은 일의 가치를 ‘리더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편견을 공고히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리더 깜냥이 아닌 자들에게 리더를 동경하게 만드는 일은 직원 본인에게도 회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과정으로 ‘리더 육성’이니 ‘리더십 향상’이니 하는 이름을 붙이는 교육부서의 작명 관행 역시 이런 오해를 부채질한다고 봅니다. 관리 교육이라고 하면 ‘뽀대’가 안 나서 그런가요?
당연한 말이지만, 관리자와 리더가 적절한 비율로 균형을 이뤄야 조직이 제대로 굴러갑니다. 관리자와 리더는 새의 양 날개와 같습니다. 어느 한쪽이 비대해지거나 쪼그라들면 새는 땅으로 곤두박질치죠. 걷잡을 수 없는 ‘리더 과잉의 시대’를 묵묵히 견뎌내는 성실한 관리자들이 도태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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