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리더에게 요구하는 여러 가지 것들 중 하나는 자신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공정하게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원칙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억지가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직원들을 설득하거나 평가하기를 리더에게 바란다. 이런 공정성(fairness)이 담보될 때 직원들의 업무 몰입과 헌신, 동료들과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고 나아가 개인 및 조직의 성과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리더의 공정성은 성과 향상의 인프라이다.

성과 향상의 인프라 중 하나가 리더의 공정성이라면, 리더의 공정성의 인프라는 무엇일까? 무엇이 담보되어야 리더가 공정하게 직원들을 대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노스캐롤라이나 경영대학원의 엘라드 셰르프(Elad N. Sherf)와 동료 연구자들은 리더의 여유가 공정성의 전제조건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리더가 이런저런 압박으로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느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으면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후순위로 밀리고 만다는 것이다. 셰르프의 연구 과정을 따라가 보자.

 



셰르프는 어느 미국 기업의 리더 107명을 대상으로 2회의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한번은 업무시간 중에 실시하여 '현재 얼마나 업무 로드가 많은지'를 질문했다. 두번째 설문은 업무시간이 종료된 후에 실시했는데 '직원들을 얼마나 공정하게 대했는지', '리더 자신의 핵심업무에 얼마나 우선시했는지' 등을 물었다. 리더의 업무로드가 많으면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핵심업무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가설 하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셰르프는 이런 설문조사를 10일 동안 2일을 진행했다. 업무로드가 큰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업무 로드가 과중한 날이면 리더는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고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기 위한 활동(피드백, 경청, 설득, 투명한 절차, 존중, 인정, 지원, 스몰 토크 등)에는 신경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업무 과중 상태가 지속적일 때는 어떠한지 알아보기로 했다. 셰르프는 인도 기업의 관리자 166명을 대상으로 과거 3개월 동안의 업무로드가 어느 정도인지 묻고,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일에 얼마나 큰 우선순위를 두었는지,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활동에는 또 얼마나 집중했는지 등을 질문했다. 그런 다음, 셰르프는 그들의 부하직원들에게 '당신의 상사가 얼마나 공정한지', '상사의 업무 성과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물었다. 첫 번째 연구와 마찬가지로, 업무로드가 과중한 리더일수록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한 활동을 소홀히 했고, 직원들은 그런 리더가 공정하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연구는 실험실에서 239명의 경영학과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셰르프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리더라고 간주하고 '자신의 상사에게 보고서'를 쓰게 했고, '부적절하게 보여지는 승진 결정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메모'를 쓰게 했다. 전자는 리더 자신의 업무를, 후자는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활동을 의미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쪽 그룹은 20분 안에, 다른 그룹은 30분 안에 두 개의 글을 써야 했다. 업무 로드의 경중을 달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험실 연구도 앞의 연구들과 동일한 결과를 도출했다. 20분만 주어진 그룹은 상사에게 올릴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잘 작성했지만 직원들에게 보낼 메모는 대충 쓰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셰르프의 연구 결과는 '리더가 직원들에게 일을 잘 시키기 위한 전제조건'과 연결되어 있다. 리더가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그 일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언제까지 완료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한 일이 진행되는 과정 중에도 리더와 직원은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서 피드백하고 애로사항 등을 해결하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업무를 직원들에게 배정할 때는 누가 적합한 직원인지, 현재 어떤 직원이 무슨 업무를 수행 중인지, 각 직원의 업무 로드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런 활동 모두는 리더에게 물리적인 시간과 정신적인 부담을 크게 요구한다.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리더에게 실무적인 업무가 몰려 있으면 그렇게 바쁘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자세한 설명 없이 아무렇게나 마구 업무를 뿌려댈 가능성이 크고, 누구에게 어떤 일을 시켰는지도 잊어버릴 뿐만 아니라, 업무의 진행상황을 체크할 때도 구멍이 생기기 십상이다. 적절한 피드백은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일을 '잘못' 시키는 리더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직원들이 "우리 팀장은 업무를 효과적으로 지시한다"라고 평가하려면 리더에게 실무자가 해야 할 일을 제거함으로써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필요한 조치가 있다. 바로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활동들(피드백, 경청, 설득, 절차 공개, 정보 공유, 존중, 인정, 지원, 스몰 토크 등)에 대한 조직 차원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셰르프는 각각의 연구에서 리더의 공정함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연봉과 승진 반영, 인정, 포상 등)가 운영되면, 업무로드가 과중할지라도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려는 활동에 열중한다는 점 역시도 발견했다. 보상 시스템이 공정성보다는 리더의 업무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애석하게도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리더가 '공정하게 일을 시키도록' 하려면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있겠지만, 그 중 리더 자신의 '시간적/정신적 여유'와 공정성 제고 활동에 대한 '금전적/비금전적 보상'이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리더에게 일은 일대로 요구하면서 직원들을 잘 관리하라고 기대한다면 공정성과 성과 모두를 잃고 만다. 리더들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키지 마라. 일 많은 리더는 직원들에게 좋지 않다. 직원들에게 나쁜 리더가 될 수 있다. 일을 잘못 시키기 때문이다.

(*참고논문)
Sherf, E. N., Venkataramani, V., & Gajendran, R. S. (2019). 

Too busy to be fair? The effect of workload and rewards 

on managers’ justice rule adhere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2(2), 469-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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