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 시키는 리더가 돈도 많이 번다   

2020. 1.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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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적절하게 일을 시킬 경우 리더가 얻는 개인적 이득은 무엇일까? 앞의 글에서 업무 위임(delegation)의 목적 중 하나는 리더가 보다 고차원적인 업무(비전 및 전략 수립, 의사결정, 문제해결 등)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이것이 분명 업무 위임을 통해 리더가 얻는 이득이라고 말하면, 일을 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역시 상당히 크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업무 지시를 내릴 때 드는 시간, 업무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 일의 진행 과정을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데 드는 시간, 직원이 잘못 수행한 일을 교정하는 데 드는 시간 등 그 비용이 리더에게 매우 크다는 것이다(이를 coordination cost라고 부른다). 결국, 이득과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0이 되거나 오히려 '적자'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이런 점이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기가 어렵고 꺼려지는 대표적인 이유로 대두된다. 또한, 일을 시킬 때의 비용은 현장에서 즉각 체감되지만 이득은 나중에 가서 발생한다는 점 혹은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업무 위임을 주저하게 만든다. 여기에 단기적 성과를 강조하고 그에 따라 보상하는 조직문화가 더해지면 리더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이크로매니저가 되거나 리더라기보다 그저 '고참 실무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태가 된다. 그런 문화 속에서 직원들에게 이래저래 시간을  빼앗기면 본인의 성과 달성에도 나쁜 영향이 가해져 자신의 연봉이 마이크로매니저나 '고참 실무자'에 비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일을 잘 시키는 리더의 연봉은 어떨까?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토마스 허바드(Thomas N. Hubbard)와 런던 경제대학원의 루이스 개리카노(Luis Garicano)는 미국의 로펌들을 대상으로 수입의 불균형에 관해 조사를 벌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일을 잘 시키는 리더일수록 연봉이 더 높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수천 개의 로펌들을 대상으로 파트너 변호사의 수입,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어소시에이트의 수, 어소시에이트와 스태프의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의 데이터를 확보해서 분석을 진행했다. 바로 어소시에이트와 함께 일할 경우(즉, 업무 위임을 할수록) 파트너가 얼마나 큰 금전적 이득을 얻는가를 분석했던 것이다.

분석 결과, 어소시에이트에게 일을 분담시키는 파트너들이 그렇지 않는 파트너들에 비해 20퍼센트 내외로 소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무 위임의 스킬이 뛰어난 파트너 변호사들(95퍼센타일)의 경우에는 최소 50퍼센트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다. 어소시에이트를 고용한다는 것은 파트너에게 그만큼 비용(어소시에이트의 연봉, 복리후생비, coordination cost 등)을 부담시키지만, 결국 파트너가 얻는 이득이 그보다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어소시에이트에게 본인의 일상적 업무를 위임할 경우 의뢰인(고객)에게 좀더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의뢰인은 그에 따라 수임료를 더 많이 지불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 참조)

 

실선: 위임하는 파트너 변호사 / 점선: 그렇지 않은 변호사 

(Source: Garicano, L., & Hubbard, T. N. (2007) )



로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직의 리더가 업무 위임을 통해 얻는 이득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지만, 파트너(리더) 단위의 수입과 지출을 '수치로' 산출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면에서 꽤 괜찮은 '모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델을 통해 업무 위임으로 인한 비용이 비록 상당하다고는 하나 그 이득이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점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리더(팀장) 한 사람을 기업으로 간주하고 조직 내 다른 팀들을 고객의 관점으로 본다면 말이다. 또한, 직원의 업무능력이 미흡하여 처음에는 coordination cost가 이득을 상회한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의 업무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리더가 얻는 '순이익'은 흑자로 전환될 것이고 그 이득은 시간이 흘러도 유지되거나 상승할 것이다.

 

'인내'가 중요


요컨대, 리더는 직원이 수행해도 될 일은 직원에게 시키고 본인은 좀더 복잡하고, 좀더 어려우며, 좀더 가치가 높고, 좀더 미래지향적인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리더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리더가 업무 위임을 통해 보다 큰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업무능력이 제수준에 이르지 못해서 비용이 이득보다 큰 초기의 상황을 '인내'하면서 언젠가는 이득이 비용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 인내하지 못하면 마이크로매니저로 전락할 것이다.


(*참고논문)

Garicano, L., & Hubbard, T. N. (2007). The return to knowledge hierarchies (No. w12815).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Garicano, L., & Hubbard, T. (2009). Earnings inequality and coordination costs: evidence from US law firms (No. w14741).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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