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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오른 샐러드가 슬프게 울고 있다.
내가 건조하게 묻는다.
"왜 그래?"
간신히 울음을 멈춘 샐러드가 말한다.
"난 곧 샐러드로서의 품위와 샐러드로서의 외모를 잃게 될꺼야."
맞아. 운명은 샐러드에게도 가혹하지.
게다가 운명은 우리가 도저히 어쪌 수 없을 마지막 순간에
검은 얼굴을 스윽~ 드러낸다.
반짝반짝거리는 그린하우스 안에서 생장점에 힘을 모으고 하늘을 향하여 손을 뻗을 때에는
지금의 운명을 미리 알아챌 수 없는 것이다. 각자의 이름이 있을터인데
샐러드라는 총칭으로 뭉뚱그러져 이름마저 잃어 버리는 것이다.
가여운 샐러드. 그리고, 삶이라는 깊은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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