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승진심사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현재의 직급에서 얼마나 일을 잘 했는가'일 것이다. 기본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그간 쌓은 업적을 취합하여 가장 높은 '평점'을 얻는 직원을 승진서열의 맨꼭대기 위에 둔다. 승진서열이 높아도 정치적인 이유와 전략적인 판단으로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하지만, 현재의 직급에서 일을 잘 해낸 직원(혹은 일을 잘했다고 자신을 잘 드러낸 직원)이라면 윗직급이나 관리자의 지위로 승진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는 승진을 일종의 '보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보상 수준이 직급과 강하게 연동되는 기업일수록 '하이 퍼포머'들을 보상하고 유지(retention)하는 차원에서 승진을 보상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물론 현재 직급에서 일을 잘한 직원이 그보다 높은 직급이나 관리자의 지위에 올라가서도 일을 잘할 가능성은 제법 크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승진해서 오히려 망가지는 경우)도 역시나 제법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윗직급이나 새로운 역할(특히 관리자 역할)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직원을 보상 차원에서 승진시키기 때문인데, 이는 조직뿐만 아니라 직원 개인에게도 모두 손실이 되고 만다. 실적 높은 영업사원에게 영업소장 역할을 맡긴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라. 조직은 우수직원을 승진을 시키지 않고 현재의 직급을 계속 유지시켰을 때 나오게 될 성과를 잃어 버리고, 개인은 본인이 잘 수행하지 못하는 역할을 맡은 결과로 '큰일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경력 상의 낙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관리자에게 필요한 역량이 부족하지만 현재의 직급에서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해서 관리자 역할로 승진된 직원들 중에서 상당수의 마이크로 매니저가 나온다는 점이다. 관리자로서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다는 점을 반성하고 리더십을 키우려 노력하기보다는 밑의 직급에 있을 때처럼 행동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야 본인의 '능력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주위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 수 있다는 자기만족적 착각, 그리고 여기에 관리자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 경영진으로부터 내려오는 성과 창출에 대한 물리적 압박 등이 더해지면 직원들에게 대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만다. 알다시피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직원들의 일할 동기와 창의력을 크게 저하시키고 장기적으로 성과를 갉아먹는다. 

그렇기에 나는  승진은 보상이 아니라 '새로운 채용'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해오고 있다. 현재의 직급에서 제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낸 우수직원이라 해도 관리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관리자로 '채용해서는 안 된다'. 우수한 평가 결과에 대한 어드밴티지는 줄 수 있을지라도 그 자체가 승진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수직원들을 윗직급 혹은 관리자로 승진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까? 승진의 기본조건은 해당 직원이 비전 제시, 의사결정, 성과관리, 코칭 등과 같은 '관리자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승진심사관들은 해당 직원이 승진에 적합한 사람인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리더십 전문가인 진 해미트(Gene Hammett)의 조언을 내 관점으로 해석하여 여기에 소개한다). 

첫째, '빅 픽처'에 집중하는 사람인지 살펴야 한다. 나무 위로 오를수록 좀더 넓은 영역이 눈에 들어오듯이, 위로 승진할수록 넓은 영역을 볼줄 알아야 한다. 해당 단위조직과 관련된 질문이 아니라, 전사적인 관점으로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는지, 산업 전반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조직 전체의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어야 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빅 픽처를 제시한다는 것은 그저 커다란 꿈을 꾼다는 것과 구별되어야 한다. 거시적인 목표를 실천적인 목표로 상세화하고 그것에 도달할 현실적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빅 픽처'에 집중한다는 진짜 의미이다.

둘째, 직원의 동기가 승진하는 데에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승진한다고 해서 일할 동기가 언제나 커지는 것은 아니다. 승진이 동기부여 수단이 되는 직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직원도 있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실무를 계속 집중하려는 직원들도 분명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 중에서는 신경써야 할 책임은 많고 권한과 보상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중간관리자로 '승진하기가 싫다'는 의견이 꽤나 많다. 전문 분야에 집중하면서 '워라벨'을 유지하는 것이 직원에게는 감투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물론 문제는 있다. 보상이 직급에 강하게 물려 있는 경우엔 팀장이 되기 싫은 직원을 승진시켜야 하는 오류에 빠지고 만다. '관리자 path'외에 '전문가 path'를 만듦으로써, 계속해서 실무에 전문적으로 파고들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직급/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셋째, 대인관계에 어느 정도 능한 사람인지 평가해야 한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접촉해야 할 사람들이 많아진다. 본인이 관리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와 경영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과 협력업체, 정부 관계자 등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우수직원들 중에는 직무 전문 역량은 우수해도 대인관계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자가 제법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대인관계 역량은 성격의 내/외향성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사람 좋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업무적인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할 사람인지 판단해야 한다.

넷째,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관리자가 되면 리더십을 잘 발휘해야 한다는 것, 상위 조직으로부터 내려오는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 직원들의 알듯 모를듯한 저항,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로 인해 스트레스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크건 작건 조직을 대표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역시 관리자에겐 엄청난 부담이 된다. 이런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여기에서 생기는 분노를 직원에게 쏟아내거나 번-아웃되어 '될대로 되라'는 스탠스를 취할 위험이 있다. 평소 해당 직원이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돌아보면, 그가 승진되고 나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4가지 관점을 간과하고서 단순히 밑의 직급에서 일을 잘했다고 보상 차원으로 직원을 승진시킨다면, 마이크로 매니저를 계속해서 공급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마이크로 매니저가 많은 조직에서 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승진이 효과적으로 엄격하게 잘 이루어진다고 믿지 않을 것이고, 일에 전념하지도 않을 뿐더러(마이크로 매니저의 지적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다짐을 할 것이다. 

퍼포먼스(performance)는 포텐셜(potential)이 아니다. 하이 퍼포머가 아니라 하이 포텐셜을 승진시키는 것이 마이크로 매니저를 줄이는 근본적인 조치 중 하나이다.

to be continued....



(*참고 사이트)
https://www.inc.com/gene-hammett/should-you-promote-your-best-employee-here-are-4-questions-to-help-you-decide.html

https://hbr.org/2018/01/how-you-promote-people-can-make-or-break-company-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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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비전 설정, 전략 수립, 의사결정, 성과관리 등과 같은 '고차원적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목적 중 하나임을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어떤 일을 시켜야 할까? 리더가 고차원적 업무에 집중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가지려면 직원들은 어떤 일을 담당해야 할까? (오해할까 덧붙인다면, 직원들은 '가치가 낮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가능한 한 가치가 높은 일을 해야 하고, 리더 역시 본인의 입장에서 저가치한 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역할에 맡는 업무 분담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리더가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할 때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는 것이니까.)

커리어 및 비즈니스 전략가이자 <피벗PIVOT>의 저자인 제니 블레이크(Jenny Blake)는 HBR에 게재한 아티클을 통해 리더가 직원들에게 위임해야 할 일을 '6개의 T'로 제안한다. 그녀는 '누구(who)에게 어떻게(how) 일을 시킬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어떤(what) 일을 시킬까?'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what을 알아야 who와 how가 자연스레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녀의 제안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 사소한(Tiny) 업무
중요하지는 않지만 업무 수행을 위해 해야 하는 일(회의 참석자 파악, 비행기 예약, 기타 관행적 업무 등)은 실제로는 별로 시간이 들지 않더라도 합쳐 놓으면 전략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을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또한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의지력을 감소시킨다. 물론 충분히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직원들이 중요하고 어려운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는 사소한 업무이더라도 리더가 담당하는 게 옳을 것이다.

2. 지루한(Tedious) 업무
단순반복적이고 아주 간단한 업무는 그다지 머리를 써도 되지 않는 일이라 편하기도 하지만, 금세 지루함을 유발시킬 뿐더러 리더가 해야 할 업무라 할 수 없다. 가끔 기분전환을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이런 업무는 담당자를 정해 일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3.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Time-consuming) 업무
이런 유형의 업무들이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리더가 이런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블레이크는 이런 업무들이 80퍼센트 정도 완료되었을 때 리더가 개입하여 리뷰하고 피드백하며 다음 단계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런 조언의 이유는 그래야 직원들이 이런 유형의 업무를 수행하며 스킬을 함양할 수 있고 노하우를 직접 체득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4. 가르칠 목적의(Teachable) 업무
리더의 입장에서 직원을 '가르칠 수 있는' 업무는 직원의 관점에서는 곧 '배울 수 있는' 업무가 아니겠는가? 자신에게 아주 익숙한 업무를 리더가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스킬과 노하우 전수를 게을리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직원이 실행을 통해 배워야 할 업무들은 각자의 역량 및 스킬 수준에 맞춰 적절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의 수행과정에서 리더가 적절하게 피드백해야 '가르치는'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5. 형편없을 정도로 못하는(Terrible at) 업무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디자인, IT 스킬이 필요한 업무 등 리더 본인이 '끔찍할 정도로' 잘하지 못하는 업무나 직원들이 했을 때 더 나은 품질이 나오는 업무는 직원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다고 블레이크는 말한다. 물론, 직원들에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자기가 못하는 업무를 모두 떠넘기는 경우는 지양해야 하고, 리더 자신도 어느 정도 스킬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더 잘하는 업무는 조직 전체의 성과 관점에서 볼 때 직원들이 수행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모든 일을 직원에게 시키고 리더는 아무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6. 분초를 다투는(Time Sensitive) 업무
아주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리더 혼자 수행하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설령 그것이 리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라 해도 적절하게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보통은 여러 가지 일들이 리더에게 한꺼번에 떨어져 마치 저글링처럼 어떤 업무를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 '정신이 없을 때' 혹은 그 모든 업무들을 동시에 수행할 것을 요구 받을 때,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리더의 위치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리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리더 본연의 입장에서)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 한 달 동안 어떤 업무를 리더 본인이 직접 수행했고 어떤 업무를 직원에게 위임했는지 살펴보라. 위의 6가지 T에 해당하는 일들을 본인이 대부분(70퍼센트 이상) 직접 수행했다면 여러 가지 이유로 리더의 업무위임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리더가 해야 할 고차원적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의미이다. 

to be continued....

 

(*참고자료)

How to Decide Which Tasks to Delegate, Jenny Blake, HBR.com, July 26, 2017

https://hbr.org/2017/07/how-to-decide-which-tasks-to-dele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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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할일이 많은 리더'는 직원들에게 일을 '잘못' 시키는 경향을 나타낸다. 직원들에게 올바른 업무지시를 내리도록 하려면 그 전제조건 중 하나는 리더의 업무로드가 과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집중력과 의지력(willpower)은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에 리더가 업무에 집중하면 그만큼 직원들의 업무를 모니터링하고 적절하게 개입하여 피드백할 여유가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리더에게 주어지는 업무로드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개인적인 고민과 걱정거리를 리더에게 털어 놓으며 감정적 부담을 가할 때에도 리더의 생산성은 부정적 영향을 받고 만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클로디아나 라나즈(Klodiana Lanaj) 교수는 직원이 리더에게 '개인적인 캐어'를 요구할 때 전달되는 감정적 부담이 리더의 업무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하나의 원인임을 연구를 통해 밝혔다. 리더와 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상하관계라는 벽없이 생활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여겨지지만, 결혼생활의 문제라든지 건강 문제, 아이들과 관련한 골치아픈 이야기를 리더에게 건네며 '인생 선배'로서의 해결책을 기대한다면 리더 본인의 감정도 그에 따라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업무로드가 과중할 때와 비슷한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생산성이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라나즈는 43명의 중간 및 고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3주에 걸쳐 매일 몇 개의 질문을 던졌다. 그는 관리자들에게 아침과 저녁에 각각 '지금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물었고, 그날 직속직원들의 업무 관련 요청과 개인적 요청에 얼마나 많이 응했는지도 질문했다. 또한 라나즈는 해당 관리자 휘하의 직원들을 다섯 명씩 만나 그날 본인들의 관리자가 얼마나 업무에 몰입했는지를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3주 동안 이루어진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리더가 직원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하고 조언한 날에는 리더 본인의 감정 상태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받았다. 이는 아직 리더로서 경험이 적은 신참 관리자에게 더욱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특히 리더가 업무로 바쁜 날에 감정적 전염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리더의 직원의 개인적 문제를 잘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오히려 리더의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직원들은 개인적인 문제를 도와준 리더의 업무 몰입도를 업무 관련 문제를 지원한 리더의 경우보다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이것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개인적 측면을 캐어하는 것을 리더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보면서도 그 역할의 가치를 업무 관련 문제를 서포트하는 가치보다는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리더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서운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직원의 개인적 문제를 상담하느라 감정적으로 소모되어 자신의 업무가 지장을 받았는데도 직원들은 '우리 팀장님은 오늘 업무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라고 업무 몰입도를 낮게 평가하니 말이다. 이것은 리더가 직원들에게 개인적 서포트를 하느라 업무 관련 서포트를 할 만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그만큼 적고, 감정적으로 소모된 상태라서 리더의 업무 조언이나 피드백의 질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말하면 리더가 직원들의 개인적 문제 해결에 신경을 쓰지 말고 조언도 하지 말라는 소리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원하든 원치 않든 리더는 그런 개인적 요청에도 응답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리더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이 가해질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라나즈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자신이 조언이 직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면 부정적 감정의 전염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에서 '해독제'를 착안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도움이 얼마나 유용했는지 직원에게 직접 확인 받는 방법을 쓰는 것이 해독제 혹은 예방약이 될 것이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개인적 문제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리더에게 전염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리더에게 감정을 마구 털어놓을 것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할 때처럼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조언을 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다. 문제 해결의 관점으로 말해야 리더는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며 직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음으로써 감정적 전염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 리더의 집중력과 의지력의 저하를 최소화하고 리더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직원도 배려해야 한다. 결국 그런 배려가 직원들에게 일을 '잘못' 시키는 빈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과를 올리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팔로워십이란 그런 것이다.

 

to be continued...

(*참고논문)
Lanaj, K., & Jennings, R. E. (2019). Putting leaders in a bad mood: The affective costs of helping followers with personal problem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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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직원에게 '일을 시킨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을 시킨다'는 우리말 표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직원으로 하여금 어떤 일을 하도록 지시한다, 혹은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요구한다, 가 될 것이다. 리더가 '일을 시킨다'를 이런 의미로 해석한다면 그 일은 자신에게 속한 것이고 직원은 그저 리더 본인이 그 일을 완수하도록 '돕는 존재'라고 인식하기 쉽다. 어디까지나 일의 오너십(ownership)은 리더에게 있으며 직원은 '몸으로 때우는' 힘든 일을 리더 대신 수행하는 '부하'라고 여기게 된다. 

'일을 시킨다'를 리더가 이렇게 인식할 경우에는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일의 오너십이 없는 직원들은 리더가 시킨 일에 몰입하지 못하고 성취감을 경험하기도 쉽지 않다. 일의 결과가 직원 본인이 만든 '작품'이 아니고 그저 '잡일'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스스로의 역할을 축소하기 십상이다. 둘째, 이렇게 직원의 몰입을 기대할 수 없다면 결과물(성과)의 품질을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리더가 모든 것을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 각각의 독특한 역량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일의 성과를 제고하는 주체로 역할해야 한다는 것쯤은 모두 알 터이다. 직원이 일의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역할을 스스로 맡을 수 있을까? 공은 리더가 가져가고 자신들에게는 일이 잘못됐을 때의 불이익만 감수해야 한다면 누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셋째, 리더가 일의 오너십을 모두 쥐고 있으면 설령 물리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시간은 많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엄청난 부담감에 휩싸일 수 있다. 이는 '번 아웃(burn out)'을 야기하는 기본적인 조건이 되고 만다. 넷째, 조직의 미래와 전략과 같이 리더가 집중해야 할 업무영역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 '실무'를 놓지 않고 모두 쥐고 있는데(직원들은 그저 도울 뿐) 그런 고차원적 업무를 수행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는 자신도 모르게 남들이 모두 싫어하는 마이크로 매니저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원인이 된다.

다섯째, 리더 본인이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어 번 아웃 일보직전에 있다면 직원들을 책임감 없고 무능하다고 여기기 쉽다. 본인은 조직을 위해 누구보다 애를 쓰는데, 직원들은 무척 한가하고 수동적이며 자기 잇속만 챙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비뚤어진 시선은 직원들을 모욕하고 비방하며 고압적으로 구는 리더(bullying leader)의 행동을 촉발시킨다. 결국 직원의 몰입도와 만족도에 악영향을 끼쳐 조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일을 시킨다'는 말을 그저 직원에게 힘들고 귀찮은 일을 대신 수행하도록 만든다는 왜곡된 의미로 리더와 직원 모두가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영어로 '일을 시킨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delegate는 15세기부터 '대표로서 비즈니스 거래를 수행할 권한을 준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즉, 권한을 위임하여 일을 수행케 한다는 의미였다. 리더가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해당업무에 대한 권한(authority)와 책임(responsibility)을 부여하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시킨다'라는 말보다는 '맡긴다'는 말이 사실은 더 적절한 단어로 쓰여야 옳다. '직원에게 일을 시킨다'가 아니라 '직원에게 일을 맡긴다'라고 말할 때 리더와 직원 모두에게 느껴지는 뉘앙스는 일종의 '넛지(nudge)'로 작용하여 일의 오너십이 직원에게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한다. 요컨대 '일을 시킨다'는 말은 직원에게 일의 수행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 '권한 위임'이다.

물론 일의 최종적인 책임은 리더에게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을 직원에게 맡기되 일의 진행과정에 적절하게 개입하고 적절하게 피드백함으로써 원하는 성과물이 나오도록 기여할 책임이 리더에게 있다. 설령 이런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나온 성과물이 애석하게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의 책임은 결국 리더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리더는 그런 자리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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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리더에게 요구하는 여러 가지 것들 중 하나는 자신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공정하게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원칙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억지가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직원들을 설득하거나 평가하기를 리더에게 바란다. 이런 공정성(fairness)이 담보될 때 직원들의 업무 몰입과 헌신, 동료들과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고 나아가 개인 및 조직의 성과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리더의 공정성은 성과 향상의 인프라이다.

성과 향상의 인프라 중 하나가 리더의 공정성이라면, 리더의 공정성의 인프라는 무엇일까? 무엇이 담보되어야 리더가 공정하게 직원들을 대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노스캐롤라이나 경영대학원의 엘라드 셰르프(Elad N. Sherf)와 동료 연구자들은 리더의 여유가 공정성의 전제조건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리더가 이런저런 압박으로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느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으면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후순위로 밀리고 만다는 것이다. 셰르프의 연구 과정을 따라가 보자.

 



셰르프는 어느 미국 기업의 리더 107명을 대상으로 2회의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한번은 업무시간 중에 실시하여 '현재 얼마나 업무 로드가 많은지'를 질문했다. 두번째 설문은 업무시간이 종료된 후에 실시했는데 '직원들을 얼마나 공정하게 대했는지', '리더 자신의 핵심업무에 얼마나 우선시했는지' 등을 물었다. 리더의 업무로드가 많으면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핵심업무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가설 하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셰르프는 이런 설문조사를 10일 동안 2일을 진행했다. 업무로드가 큰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업무 로드가 과중한 날이면 리더는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고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기 위한 활동(피드백, 경청, 설득, 투명한 절차, 존중, 인정, 지원, 스몰 토크 등)에는 신경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업무 과중 상태가 지속적일 때는 어떠한지 알아보기로 했다. 셰르프는 인도 기업의 관리자 166명을 대상으로 과거 3개월 동안의 업무로드가 어느 정도인지 묻고,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일에 얼마나 큰 우선순위를 두었는지,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활동에는 또 얼마나 집중했는지 등을 질문했다. 그런 다음, 셰르프는 그들의 부하직원들에게 '당신의 상사가 얼마나 공정한지', '상사의 업무 성과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물었다. 첫 번째 연구와 마찬가지로, 업무로드가 과중한 리더일수록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한 활동을 소홀히 했고, 직원들은 그런 리더가 공정하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연구는 실험실에서 239명의 경영학과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셰르프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리더라고 간주하고 '자신의 상사에게 보고서'를 쓰게 했고, '부적절하게 보여지는 승진 결정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메모'를 쓰게 했다. 전자는 리더 자신의 업무를, 후자는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활동을 의미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쪽 그룹은 20분 안에, 다른 그룹은 30분 안에 두 개의 글을 써야 했다. 업무 로드의 경중을 달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험실 연구도 앞의 연구들과 동일한 결과를 도출했다. 20분만 주어진 그룹은 상사에게 올릴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잘 작성했지만 직원들에게 보낼 메모는 대충 쓰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셰르프의 연구 결과는 '리더가 직원들에게 일을 잘 시키기 위한 전제조건'과 연결되어 있다. 리더가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그 일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언제까지 완료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한 일이 진행되는 과정 중에도 리더와 직원은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서 피드백하고 애로사항 등을 해결하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업무를 직원들에게 배정할 때는 누가 적합한 직원인지, 현재 어떤 직원이 무슨 업무를 수행 중인지, 각 직원의 업무 로드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런 활동 모두는 리더에게 물리적인 시간과 정신적인 부담을 크게 요구한다.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리더에게 실무적인 업무가 몰려 있으면 그렇게 바쁘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자세한 설명 없이 아무렇게나 마구 업무를 뿌려댈 가능성이 크고, 누구에게 어떤 일을 시켰는지도 잊어버릴 뿐만 아니라, 업무의 진행상황을 체크할 때도 구멍이 생기기 십상이다. 적절한 피드백은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일을 '잘못' 시키는 리더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직원들이 "우리 팀장은 업무를 효과적으로 지시한다"라고 평가하려면 리더에게 실무자가 해야 할 일을 제거함으로써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필요한 조치가 있다. 바로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활동들(피드백, 경청, 설득, 절차 공개, 정보 공유, 존중, 인정, 지원, 스몰 토크 등)에 대한 조직 차원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셰르프는 각각의 연구에서 리더의 공정함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연봉과 승진 반영, 인정, 포상 등)가 운영되면, 업무로드가 과중할지라도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려는 활동에 열중한다는 점 역시도 발견했다. 보상 시스템이 공정성보다는 리더의 업무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애석하게도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리더가 '공정하게 일을 시키도록' 하려면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있겠지만, 그 중 리더 자신의 '시간적/정신적 여유'와 공정성 제고 활동에 대한 '금전적/비금전적 보상'이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리더에게 일은 일대로 요구하면서 직원들을 잘 관리하라고 기대한다면 공정성과 성과 모두를 잃고 만다. 리더들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키지 마라. 일 많은 리더는 직원들에게 좋지 않다. 직원들에게 나쁜 리더가 될 수 있다. 일을 잘못 시키기 때문이다.

(*참고논문)
Sherf, E. N., Venkataramani, V., & Gajendran, R. S. (2019). 

Too busy to be fair? The effect of workload and rewards 

on managers’ justice rule adhere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2(2), 469-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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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리더의 업무 지시에 반발하거나 소홀히 대할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직원들에게 일을 잘 시키기 위한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뻔뻔해지는 것’이다. 조직 내가 아니더라도 주위에서 남에게 일을 잘 '떠안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 보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비록 자신이 해야 할 당연한 일임에도 '뻔뻔하게' 일을 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대방이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나?'라고 반발하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 회피를 하려고 하면, 쿨하게 물러서거나 반대로 자기 의지가 관철될 때까지 집요하게 굴곤 한다. 나는 일을 잘 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뻔뻔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해할까 봐 덧붙인다면, 리더 본인이 해야 할 일임에도 직원에게 마구 떠안기라는 소리가 절대로 아니다. 리더의 합당한 업무 지시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에게 일을 시키기가 어렵고 두렵다면 ‘전략적’으로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일을 잘 시키지 못하는 리더들은 착하고 여리기 때문은 아닐까? '존경 받는 리더'가 돼야 한다는, 그래서 직원들로부터 싫은 소리가 나오면 안 된다는 콤플렉스에 빠져 있기에 직원들의 일을 본인이 떠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착한 리더'들이 전략적으로 뻔뻔해지기 위한 첫 단계는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직원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이 어떻게 나오든 합당한 업무 지시일 경우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시키겠다'는 다짐을 한 상태로 직원을 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지금 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라고 둘러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나?”라고 반응하면 절대로 안 된다. 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어디까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리더가 아예 모르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 업무는 잠시 중단해 주기 바래. 이 업무의 우선순위가 더 높아”라고 말해야 옳다.

또한 “그건 제 업무가 아닌데요”라고 당당하게 대꾸하는 직원에게 “그래도 이 일을 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애초에 업무 수행에 적합한 직원을 선정하지 않았다는 걸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직원의 역량이 해당 업무 수행에 가장 적합함을 강조하면서 그 업무가 조직에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를 직원에게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해야 할 일을 알리기 전에 왜 이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이 일이 조직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줘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직원들의 예상되는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생각해 보라.

- 이 일을 언제 다 하라는 말인가
- 지금 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 이제 말씀하시면 어떻게 하나
- 내 업무가 아니다
- 할 줄 모른다
- 김대리가 나보다 더 잘한다
- 조건만 만족되면 하겠다
- 일이 잘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그렇다면 ‘전략적으로 뻔뻔해지려면’ 일을 시킬 때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할까? 첫째, 구체적으로 위임해야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등을 명확하고 자세하게 일러줘야 한다. 물론 직원들의 역량과 스킬 수준에 따라 어떤 점을 강조할지가 달라질 것이다. 신입직원에게는 ‘어떻게’를, 경험이 많은 직원에게는 ‘왜’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둘째, 계획적으로 위임해야 한다. 일을 시키기 전에, 일을 시킬 때, 직원이 일을 수행할 때, 일을 마무리할 때 리더와 직원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이 진행되는 도중에 언제 중간점검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피드백해야 하는지 등을 직원과 약속해야 한다. 잘 하겠거니, 하며 방임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일의 책임은 리더가 지기 때문이다. 

 



셋째, 업무의 수행 방법은 직원에게 일임해야 한다. 직원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라면 리더가 멘토 역할을 해서 직원을 가이드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직원이 재량껏 세부적인 수행방법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직원이라면 리더는 지원하는 역할로 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이크로 매니저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넷째, 직원이 지원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응하라. 일을 지시해 놓고 완전히 신경을 끄는 것이 위임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직원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직원이 요청하면 적절하게 자원과 인맥 등을 지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계속 관찰하고 정기적으로 피드백해야 한다. 일의 성격에 따라 일주일 혹은 2주 단위로 한번씩 직원을 만나 업무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지, 기존의 업무 수행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피드백해야 한다. 너무나 자주 아무때나 피드백하면 직원들은 리더가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느끼고 자신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더라도 가능한 한 정해진 시간에 피드백하는 것이 좋다.

여섯째, 직접 얼굴을 보며 일을 시켜야 한다. 어찌보면 가장 놓치기 쉬운 원칙일지 모르겠다. 메신저나 문자 메시지, 이메일만으로 일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 지시하는 내용이 문자화되면 직원이 업무의 중요도와 우선순위 등을 오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묘한 뉘앙스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문자로 업무를 지시했더라도 그 후에 반드시 만나서 대면으로 업무 지시를 반복해야 한다. 대면으로 지시해야 직원으로 하여금 업무의 중요성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리더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다. 아니, 일을 '잘' 시키는 사람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내가 직원들에게 일을 잘 시켰는지, 직원들 각자 어떤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다음주에는 어떻게 본인의 일 시키는 기술을 개선할지 등을 반성하고 실천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십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술을 교육하고 연마하는 과정에서 함양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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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적절하게 일을 시킬 경우 리더가 얻는 개인적 이득은 무엇일까? 앞의 글에서 업무 위임(delegation)의 목적 중 하나는 리더가 보다 고차원적인 업무(비전 및 전략 수립, 의사결정, 문제해결 등)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이것이 분명 업무 위임을 통해 리더가 얻는 이득이라고 말하면, 일을 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역시 상당히 크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업무 지시를 내릴 때 드는 시간, 업무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 일의 진행 과정을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데 드는 시간, 직원이 잘못 수행한 일을 교정하는 데 드는 시간 등 그 비용이 리더에게 매우 크다는 것이다(이를 coordination cost라고 부른다). 결국, 이득과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0이 되거나 오히려 '적자'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이런 점이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기가 어렵고 꺼려지는 대표적인 이유로 대두된다. 또한, 일을 시킬 때의 비용은 현장에서 즉각 체감되지만 이득은 나중에 가서 발생한다는 점 혹은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업무 위임을 주저하게 만든다. 여기에 단기적 성과를 강조하고 그에 따라 보상하는 조직문화가 더해지면 리더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이크로매니저가 되거나 리더라기보다 그저 '고참 실무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태가 된다. 그런 문화 속에서 직원들에게 이래저래 시간을  빼앗기면 본인의 성과 달성에도 나쁜 영향이 가해져 자신의 연봉이 마이크로매니저나 '고참 실무자'에 비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일을 잘 시키는 리더의 연봉은 어떨까?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토마스 허바드(Thomas N. Hubbard)와 런던 경제대학원의 루이스 개리카노(Luis Garicano)는 미국의 로펌들을 대상으로 수입의 불균형에 관해 조사를 벌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일을 잘 시키는 리더일수록 연봉이 더 높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수천 개의 로펌들을 대상으로 파트너 변호사의 수입,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어소시에이트의 수, 어소시에이트와 스태프의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의 데이터를 확보해서 분석을 진행했다. 바로 어소시에이트와 함께 일할 경우(즉, 업무 위임을 할수록) 파트너가 얼마나 큰 금전적 이득을 얻는가를 분석했던 것이다.

분석 결과, 어소시에이트에게 일을 분담시키는 파트너들이 그렇지 않는 파트너들에 비해 20퍼센트 내외로 소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무 위임의 스킬이 뛰어난 파트너 변호사들(95퍼센타일)의 경우에는 최소 50퍼센트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다. 어소시에이트를 고용한다는 것은 파트너에게 그만큼 비용(어소시에이트의 연봉, 복리후생비, coordination cost 등)을 부담시키지만, 결국 파트너가 얻는 이득이 그보다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어소시에이트에게 본인의 일상적 업무를 위임할 경우 의뢰인(고객)에게 좀더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의뢰인은 그에 따라 수임료를 더 많이 지불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 참조)

 

실선: 위임하는 파트너 변호사 / 점선: 그렇지 않은 변호사 

(Source: Garicano, L., & Hubbard, T. N. (2007) )



로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직의 리더가 업무 위임을 통해 얻는 이득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지만, 파트너(리더) 단위의 수입과 지출을 '수치로' 산출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면에서 꽤 괜찮은 '모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델을 통해 업무 위임으로 인한 비용이 비록 상당하다고는 하나 그 이득이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점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리더(팀장) 한 사람을 기업으로 간주하고 조직 내 다른 팀들을 고객의 관점으로 본다면 말이다. 또한, 직원의 업무능력이 미흡하여 처음에는 coordination cost가 이득을 상회한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의 업무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리더가 얻는 '순이익'은 흑자로 전환될 것이고 그 이득은 시간이 흘러도 유지되거나 상승할 것이다.

 

'인내'가 중요


요컨대, 리더는 직원이 수행해도 될 일은 직원에게 시키고 본인은 좀더 복잡하고, 좀더 어려우며, 좀더 가치가 높고, 좀더 미래지향적인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리더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리더가 업무 위임을 통해 보다 큰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업무능력이 제수준에 이르지 못해서 비용이 이득보다 큰 초기의 상황을 '인내'하면서 언젠가는 이득이 비용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 인내하지 못하면 마이크로매니저로 전락할 것이다.


(*참고논문)

Garicano, L., & Hubbard, T. N. (2007). The return to knowledge hierarchies (No. w12815).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Garicano, L., & Hubbard, T. (2009). Earnings inequality and coordination costs: evidence from US law firms (No. w14741).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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