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버려라" 특강 동영상 1부   

2015. 1. 14. 09:00



지난 12월 30일에 "새로운 인사를 연구하는 모임"에서 제가 진행했던 '평가를 버려라' 특강 동영상을 공개합니다. 동영상 촬영과 편집은 1인 미디어로 활동 중인 안경유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왜 평가를 버려야 하는지, 그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1부만 먼저 공개합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안경유희님'에게 취재를 요청하시려면 movavimp4@gmail.com 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블로그 - http://movavimp4.tistory.com/

SNS - https://twitter.com/movavim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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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에 대한 맹신을 버려라   

2014. 4. 14. 09:00




알다시피 KPI는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 핵심성과지표라고 하죠. 매년 말이나 매년 초에 조직이 달성해야 할 성과를 KPI로 구체화하고, 얼마나 달성해야 하는지 타겟을 설정합니다. 회사의 KPI가 설정되면 팀KPI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서 개인KPI까지 설정되는데, 이를 ‘캐스캐이딩한다’고 말합니다. 


캐스캐이딩은 굉장히 정교하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과정이라고 여겨지곤 합니다. 조직KPI와 개인KPI까지 한 눈에 보면 기업이 잘 돌아가도록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죠. 마치 조종사가 비행기 계기판을 들여다보면서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처럼(KPI를 설명하는 책에서 항상 등장하는 비유) 말입니다. 하지만 KPI는 절대 과학적이고 정교한 경영관리 도구가 아닙니다. 오늘은 구체적으로 KPI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왜 KPI를 맹목적으로 믿으면 안 되는지,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진정한 성과를 외면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KPI는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만 설정되곤 합니다. 그래야 평가를 해서 보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KPI가 등장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전략수립 부서에서 정해진 KPI 중에는 ‘보고서 작성 개수’ 같은 것이 설정되고, 인사부서에서는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더 많이 하겠다면서 ‘간담회 성사 건수’ 같은 것이 KPI로 떡 하니 올라갑니다.


많은 기업들의  진정한 성과의 대부분은 측정할 수 없는 비계량적인 부분에서 나온다는 것을 망각합니다. 개인이나 조직이 KPI는 다 달성했는데, 조직 전체로 보면 회사가 더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성과급이 직원들에게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바로 측정할 수 있는 계량지표만 KPI로 설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완하려고 비계량지표를 KPI로 설정하는 조직도 있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사부서에서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만족도’를 설정하지만, 조사 주체가 인사부서로 되어 있어서 얼마든지 만족도 값을 조작할 수 있죠. 교육부서에서는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나서 ‘교육만족도’를 측정케 하지만, 교육의 장기적인 효과는 측정하는 데에는 실패하죠. 보통은 강사가 얼마나 교육생들을 재밌게 해줬는가만 측정되곤 합니다.



출처: johnbostock.me



KPI의  두 번째 문제는 도전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KPI의 원래 취지는 직원들의 도전의지를 높이자는 것인데 오히려 의욕을 떨어뜨리고 게으르게 만드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접합니다. 도전적으로 목표치를 설정했다가 만약 달성하지 못하면 성과급을 못 받고 비난을 받죠. 그러니 팀장이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라고 해도 팀원들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또한, 목표치를 달성하고 나면 더 이상 성과를 내려고 할 동기가 사라져 버립니다. 이미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목표치를 달성했기 때문이죠. 충분히 초과 달성할 수 있는데도 지금 달성하려고 하지 않고 내년에 달성하기 위해 쌓아두는 경향을 보입니다. 만일 초과 달성하면 금년에 목표치를 낮게 잡은 것은 아니냐고 오히려 의심을 받게 되겠죠. 또, 초과 달성하면 내년 목표치가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연말이 되어서 KPI 목표치를 거의 달성하면 직원들은 더 이상 노력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KPI가 책임 회피를 조장한다는 것입니다. 모 회사에서 핵심인재에 해당되는 사람이 회사를 퇴사하게 됐는데, 그 회사는 ‘핵심인재 유지율’을 KPI로 설정해 놓고 있었습니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그 사람이 퇴사하면 핵심인재 유지율이 낮아진다’는 한탄이 나온 모양인데, 알고 보니 그 직원이 다행스럽게 얼마 전에 핵심인재 풀에서 제외됐다는 것을 알고 모두가 ‘해피’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KPI를 잘 조작하면 부서가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KPI점수를 높게 받을 수가 있습니다. KPI가 성과의 전부를 커버하지 못한다는 것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KPI가 관리자들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든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팀장들은 팀원들의 KPI를 설정해주고 나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간주하곤 하죠. 연말에 가서 평가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KPI 달성 과정에서의 피드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말죠. 


KPI의 네 번째 문제는 직원들의 편법을 조장한다는 것입니다. 성과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는데 미리 당겨서 적용하는 사례는 이미 많은 업계에서 관행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연말이 되면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남양유업 사태에서처럼 KPI 달성하기 위해서 납품단가 후려치기, 물품 밀어내기 등 협력업체나 대리점을 괴롭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어느 병원에서 수술 도중 사망하는 환자 비율을 KPI로 설정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값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담당의사에게 벌점을 주기로 한 것이죠. 그랬더니, 환자들은 수술실이 아니라 입원실에 죽어나가는 경우가 급증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의사들은 본인이 벌점을 덜 받으려고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수술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섯 번째 문제는 KPI가 단기적인 성과만 추구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대개 KPI 측정은 1년 단위로 이뤄집니다. 그래서 1년 안에 달성할 수 있는 것만 KPI로 설정되고 또 그 목표치가 정해지는 바람에, 장기적인 전략을 간과하는 ‘근본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설정한다든지 해외진출을 모색한다든지의 장기전략은 특성상 KPI로 구체화하기가 매우 어렵죠. 비계량적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출처: www.hackcollege.com



KPI의 여섯 번째 문제는 유연한 경영을 해친다는 것입니다. 연초에 KPI가 설정되어도 경영환경이 변하면 전략이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 KPI는 폐기되고 다시 만들어져서 경영해야 합리적이겠죠. 하지만 이미 설정됐다고 해서 연말까지 바꾸지 않고 끌고 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KPI를 변경하면 성과급 결정 방식이 ‘꼬여 버리고’ 지금껏 애써온 노력을 저버리는 것이라서 KPI는 원래것으로 고수되고 맙니다. 


일곱 번째 문제는 우리 부서의 KPI가 다른 부서의 성과를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KPI가 부분최적화를 방조한다는 말로 짧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부분최적화란, 부서들이 한쪽 방향이 아니라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 전체의 KPI와 부서들의 KPI가 캐스캐이딩되기 때문에 한쪽의 전략 방향으로 정렬시킬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회사가 고객만족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고 해보죠. 고객만족 부서는 고객만족 활동을 하기 위해 돈을 지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영관리부서가 ‘비용통제’와 관련한 지표를 KPI로 설정했다면, 서로 이해가 충돌하고 맙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일들이 매우 자주 발생합니다. 부서 이기주의란 말이 별 게 아닙니다. 자기네 KPI를 높여서 자기네 성과급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 이런 것도 부서 이기주의라고 말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KPI의 여덟 번째 문제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 도입한 KPI가 성과를 더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성과는 혼자 잘 나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죠. 피아노를 운반하려면, 최소 두 명의 인부가 필요합니다. 두 인부가 피아노를 안전하게 빨리 운반했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성과를 인정해줘야 하겠죠. 하지만 기업의 KPI제도는 두 사람의 성과를 각자의 성과로 쪼개서 평가하려고 합니다. 누가 피아노 운반에 기여를 많이 했는지 측정하려고 하는 것이죠.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어느 한 사람이 더 잘했다고 그에게 돈을 더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두 사람은 피아노 운반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돈은 더 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질 게 뻔합니다. 


지금까지 모두 8가지로 KPI의 문제를 정리해 봤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대략 이 정도로 모두 갈무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많으면 없애면 됩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KPI라는 ‘나름 과학적인’ 장치를 도입하는 바람에 신경 쓰지 않고 놔뒀던 ‘성과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KPI를 더 정교하게 만든다든지, 직원들에게 KPI 목표 달성에 매진하도록 독려하는 방법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겁니다. ‘수시 피드백’과 ‘수시 검토’가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지, KPI가 저절로 성과 창출의 동력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참고도서)

‘존중하라’, 폴 마르시아노 지음, 이세현 옮김, 처음북스, 2013년

‘인센티브와 무임승차’, 마야 보발레 지음, 권지현 옮김, 중앙북스, 2013년



Comments

  1. Favicon of http://hellooatmeal.com BlogIcon 심우상 2014.04.14 18:38

    적용 가능한 부서, 직무가 있을테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단점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KPI를 대부분의 회사들이 맹신한다는 것! 모쪼록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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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최윤호 2014.04.15 08:43

    정말 도움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최윤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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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logIcon gaion whale 2014.04.15 16:00

    KPI를 잘못적용했을때의 폐해로군요
    뭐 든지 적당하고 적절하게 이용하는것이 중요하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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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logIcon kks 2014.04.15 18:14

    경영/임원진에 하고픈말이 가득이네요
    부디 이런 글들이 널리 많이 퍼져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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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BlogIcon 에구구 2014.04.18 05:32

    전에 제가 근무하던 기관에서도 KPI를 도입했었는데, 문제는 연구분야별 차이 때문에 계량가능한 지표를 잡기가 너무 복잡했습니다. 어떤 부서는 단기간(1년 내)에 성과를 몇가지를 낼 수 있고 다른 부서는 1년에 한가지 내기도 힘든데 성과급은 KPI에 따라 지급하니 부서간 갈등이 높아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연구기관에 그런 개념을 도입하려고 했던 그 원장님, 자기는 성과급 많이 받아드시고, 밑에 직원들은 지표 목표달성에 짓눌려 허덕이던 상황이 정말 ㅅ트레스 쌓이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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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주면 '장땡'일까?   

2011. 11. 14. 09:00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난 1년 동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사장은 직원들에게 그간의 수고를 치하하고 동시에 친목과 단결을 다지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그가 떠올린 방법은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동남아로 4박 5일 간의 워크숍을 다녀오는 것이었다. 사장은 이런 결정이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비록 사장 앞에서 말은 안 했지만 '그냥 돈으로 주지, 뭐 하러 그런 데를 가느냐?'는 눈치가 역력히 느껴졌다. 앞뒤 가리지 않고 말하던 어느 직원은 '거기까지 가서 지겨운 사장 얼굴을 또 봐야 하느냐?'라고 구시렁거리기도 했다.
 
사장은 아주 섭섭했다. 돈 쓰고도 욕먹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비록 직원들이 30명 남짓인 작은 회사였지만, 동남아로 여행을 다녀오는 데 드는 비용이 꽤 많이 소요될 터였기 때문이다. 딴에는 큰 결정이었는데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직원들이 야속했다.  상심한 그는 사석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직원들에겐 이런 거 저런 거 필요 없어요. 돈이면 장땡이에요." 정말 그럴까? 직원들은 돈만 많이 주면 회사에 충성할까?


 
사장과 직원들 사이에 생기는 오해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처럼 '직원들은 돈이면 다 좋아한다.'는 생각은 그 중에서 가장 풀기 힘든 오해 중 하나이다. '돈으로 주면 좋겠다.'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수용하면 '직원들은 돈이면 장땡이다'라고 생각할 만하지만, 사실 그렇게 내뱉는 직원들이 마음속에서 진짜로 갈구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배려이고 관심이다.

위에서 떨어지는 업무 지시를 수행하느라 밤낮으로 일하면서 삶을 소모한다는 느낌이 들 때 그 결핍감을 그나마 메울 생각으로 '돈으로 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돈이야말로 배려나 관심을 기대할 수 없는 회사 내에서 자신이 구할 수 있는 가장 가깝고 그 가치가 쉽게 변치 않는 대용물이니까 말이다. 직원들이 짓는 냉소적인 표정의 이면을 봐야 한다. 
 
사장이 직원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돈으로만 보상한다면, '그냥 돈으로 달라'는 직원들의 냉소와 '직원들은 돈이면 장땡이다'란 사장의 편견이 악순환하면서 두 계층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앙금으로 남는다. 또한 다음의 사례처럼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사회 규범'이 '시장 규범'으로 변질되고 말지도 모른다. 세바스티안 쿠베라는 실험경제학자는 한 가지 실험을 고안했다. 그는 사람들이 높은 보수를 받으면 그만큼 열심히 일할 거라는 통념이 과연 옳은지 따져보고 싶었다. 그는 도서관에서 3시간 동안 도서 목록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광고를 내고 학생들을 모집했다. 
 
쿠베가 광고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시간당 12유로였다. 그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학생들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일을 시작하기 전,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광고에서 약속한 금액대로 급여를 지급(3시간 동안 일하니 모두 36유로를 지급)하겠다고 말한 반면,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을 주었다. 바로 학생들에게 7유로를 더 주기로 한 것이다. "여러분에게 감사의 표시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일이 끝나면 7유로를 더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왜 당초 약속한 금액보다 20%나 더 많은 돈을 주는지 이유를 분명하게 알렸다.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도 일을 수행하던 도중에 '뜻밖의 선물'을 약속했지만 그것은 돈이 아니었다. 7유로에 해당하는 보온병을 역시 "감사의 표시로" 주기로 했다. 이 세 그룹의 학생들 중 어느 그룹이 가장 좋은 성과를 올렸을까? 뜻밖의 선물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7유로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두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과 비슷한 성과를 보였다. 처음에만 반짝하다가 결국 생산성이 비슷해졌다. 20%나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생산성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 셈이다. 반면, 보온병이라는 선물을 받기로 한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다른 그룹보다 30%나 높은 생산성을 나타냈다. 게다가 그들의 높은 생산성은 3시간 내내 계속됐다고 한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쿠베의 실험이 주는 시사점은 비금전적인 보상이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뜻밖의 선물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7유로의 돈과 7유로짜리 보온병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활용가치가 클까? 당연히 7유로의 돈이 크다. 보온병은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선물이다.

하지만 보온병이란 선물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나를 고용하는 사람이 내게 선물을 하는 의도'를 선(善)하게 느끼도록 하는 효과가 현금보다는 훨씬 크다. 선물을 하기 위해 뭔가 고심을 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즉 보온병이 현금보다는 '왜 나에게 좋은 보상을 해주는가?'란 의문에 더 충분한 답을 주는 셈이다. 이와 비슷한 연구 사례는 너무나 많다.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할 때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회사로부터 배려 받고 있다', '내 성과가 정당하게 인정받고 있다'란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주기에 돈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효과가 있어도 처음에만 '반짝'하고 만다. 그런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려면 비금전적 보상을 함께 구사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복리후생제도는 '직원들은 돈이면 장땡이다'라는 경영진의 편견과 '그냥 돈으로 달라'는 직원들의 냉소가 악순환의 고리로 심화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비금전적 보상의 장치이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성과 창출에 지친 직원들의 노고를 사심 없이 인정하고 그들의 고충과 관심을 배려한다는 느낌을 전달함으로써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사회 규범'이 늘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좋은 복리후생제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복리후생제도가 정말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하려면 먼저 직원들이 이 제도를 충분하게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열쇠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메뉴의 가짓수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는 시식코너에서 24가지의 잼을 보여줄 때와 6가지 잼을 보여줄 때 고객들이 실제로 얼마나 잼을 구입할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적은 가짓수를 본 고객들의 30퍼센트가 잼을 사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반면에 많은 종류의 잼을 본 고객들은 겨우 3퍼센트만이 구매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선택되지 않는 것들이 함께 많아지기 마련이라서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는지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무력해지는 법이다. 메뉴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꼭 필요하고 나아가 업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메뉴를 알차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직원들의 유형별로 '메뉴판'을 다르게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연령대에 따라 필요로 하는 메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미혼인 직원들은 주로 자기계발이나 오락 활동을 선호하고,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고참 직원들은 교육비 지원 등과 같이 자녀를 위한 메뉴를 많이 고른다. 따라서 동일한 메뉴판을 제시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연령대별로 맞춤 설계된 메뉴판을 제공한다면 "저는 혜택 받을 게 별로 없네요."라는 말이 덜 나올 것이고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연령대별로 메뉴판을 달리하는 조치는 너무나 많은 메뉴를 쳐다보면서 무엇을 고를지 막막해 하는 직원들을 도와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셋째, 수혜자를 직원 개인에게 한정시키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직원 자신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할 필요가 있을까? 직원의 직계존속에게 회사의 복리후생 메뉴를 공개하고 같이 즐기면 어떨까? 복리후생제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뿐더러 직원의 가족들까지 배려하고 관심을 기울인다는 회사의 진정성을 보다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지출될 복리후생비라면 이런저런 제약을 두기보다는 완전히 써버리되 '잘 써버리는' 전략이 중요하다.
 
이제 서두에서 언급했던 어느 회사의 뒷이야기를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자. 사장은 몇몇 직원들의 노골적인 불만을 무릅쓰고 전 직원 해외 워크숍을 진행하는 용기를 보였다. '그냥 돈으로 주지. 뭐 하러...'란 직원들의 냉소 때문에 괴로워하던 사장은 워크숍을 다녀온 이후에 그 고민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회사가 설립된 이후에 처음으로 직원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고충을 귀담아 들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직원들도 회사가 자신들의 공을 인정하여 직원 모두와 함께 해외 워크숍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이처럼 태평양만큼이나 넓던 사장과 직원들 사이의 간극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나타내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감지됐다. 물론 그 간극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가장 다행스러운 일은 사장이 '직원들은 돈이면 장땡이다'란 편견을 버린 것이었다. 이런 편견을 없애는 일이 복리후생제도가 맨 먼저 넘어야 할 커다란 도전일 것이다.

(* 본 칼럼은 ezwel.com 에 11월 4일자로 실렸습니다. 원문 보러 가기 클릭!)

Comments

  1. Favicon of http://blog.daum.net/gdocument BlogIcon shg 2011.11.14 13:41

    미국이 남북전쟁당시 가장 두려워한건, 적군이 아니라 "월급이 밀린" 아군이였습니다. 총을 가지고 있는 군인들, 월급이 밀린 군인들이 무슨짓을 할지는? 더이상 쓰지 않겠습니다.

    군인의 충성심조차 돈없으면 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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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blog.daum.net/gdocument BlogIcon shg 2011.11.14 16:50

    한가지 이례적인 사례를 말하자면, 쌍용자동차는 파업당시 6개월동안 월급이 밀렸고, 금호타이어는 파업당시 2개월 월급이 밀렸습니다.

    보통 작은회사는 월급 1달만 밀리면 죄다 퇴사하는데, 이들은 왜 그렇게 회사에 남아 있었던 것일까요? 애사심이 있어서? 정말로 충성스러워서? 회사에 목숨이라도 걸어서?

    아닙니다. 원인은 바로 "돈" 입니다. 다른회사 가면 쌍용자동차,금호타이어 에서 받는 연봉 못받기 때문에, 끝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려고 하는것입니다.

    돈으로 주면 장땡이다? -> 사실입니다.
    돈으로 충성심을 살수 있다. -> 사실입니다. 쌍용차와 금호타이어 사례를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연봉수준이 높은 회사가 복지도 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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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람이 좀 치사하긴 하죠. 2011.11.16 11:47

    뭐 알긴 압니다. 백날 잘해주다 한번 실수하면 욕 먹고 백번 못하다가 '끝내주게' 한번 잘해주면 좋은 놈이 된다는 거. 뭐 그런 걸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닌 거 같기도 하지만요. 작금의 경우는 애매하게 잘 해줬으니깐 욕 처먹으니 알맞게 잘 갈군다. 뭐 이런 귀결인 거 같긴 하네요. 결국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뭐 분배를 어떻게 해서 그 빌어처먹을 충성심을 끌어내느냐의 문제로 귀결 되시는 거 같은데요. 결론은 거의 나온 걸지도 모르지요. 애매하게 되도 않게 잘해준다는 식은 우습게도 밑에 놈들이 기어오른다 뭐... 그런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보면 직원이나 사장이나 참 어쩔 수 없는 게 있다고 생각은 들어요. 아무리 해봤자랄까? 뭐 그래서 그걸 어떤식으로 풀어갈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지도요. 뭐 사장이 직원 눈치를 봐야해 이런 것으로 불통하는 것도 그렇지만... 정리는 안되네요. 그냥 되게 찝찝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기 사원들도 갈굼 받아야 그냥 되는 직원들쯤이구나 싶었어요. ..노사문화가 뭐 위에서부터 고쳐야 하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별반... 이런 헛소리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사원들의 마음을 고려 못해서라고 해둘까요? 일단 조금씩 좀 노사 문화가 좋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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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logIcon 김영미 2012.01.27 20:05

    오.. 저희 회사에 기고하신 칼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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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불만은 없앨 수 없다   

2011. 3. 17. 09:00



사라 솔닉크와 데이비드 헤멘웨이는 여러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문장을 보여준 다음에 무엇을 선호하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골라 보기 바랍니다.

A : 당신의 신체적인 매력 점수는 6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평균 4점이다.

B : 당신의 신체적인 매력 점수는 8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평균 10점이다.

아마 여러분은 B보다는 A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을 것 같습니다. 솔닉크와 헤멘웨이의 실험에서도 약 75%의 사람들이 A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이들이 이 실험을 하버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보니 무려 93%의 대학생들이 A를 택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A보다는 B를 더 선호한다고 답해야 합니다. 자신의 매력 점수가 B에서 2점 더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야 어떻든 B를 택해야겠죠. 그게 훨씬 유리하니까요. 헌데 왜 사람들은 A를 선호하는 걸까요?

그것은 '불평등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때문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동물입니다. '내가 남보다 무엇이 못한가'라는 능력의 비교뿐만 아니라'내가 남보다 무엇을 손해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계산하죠. 진화적으로 우리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원숭이(예전 포스팅 클릭!)들도 불평등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B보다 A를 선택하는 행동은 인간의 DNA에 뿌리 깊에 박혀있는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지위보다 상대적인 지위에 더 신경을 씁니다. 본질적으로 질투가 심하다는 뜻이죠. 이를 간파한 경제학자 존 K. 갤브레이쓰는 "소비의 수요의 많은 부분은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사회적 압력 때문에 증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쳇말로 지름신은 그 물건이 꼭 필요해서 강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 물건을 소유했기 때문에, 그 물건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우쭐대고 싶기 때문에 강림(?)한다는 말입니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트버스키와 위의 실험과 비슷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A : 당신은 3만 5천 달러를 받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3만 8천 달러를 받는 회사

B : 당신은 3만 3천 달러를 받고, 다른 사람을은 모두 3만 달러를 받는 회사

이 두 개의 회사가 있을 때 어느 쪽에 입사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B를 택했다고 합니다. A회사로 입사하면 2천 달러를 더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인 지위가 더 높은 B회사를 택합니다. 상대적 지위라는 행복(?)을 획득하기 위해 2천 달러의 돈을 기꺼이 쓰는 것이죠.

사람들이 절대적인 지위보다는 상대적인 지위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인지 인사제도를 운영할 때 항상 불만이 나옵니다. 불만이 없는 인사제도는 아마 전 지구를 통틀어 한군데도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에 남들보다 승진이 늦고 남들보다 적은 돈을 받는 것을 수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 제도의 부조리 때문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폄훼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낮은 평가를 받고 적은 보상을 받을 때 자신이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인사제도 자체가 허점 투성이라서 능력과 성과가 있는데도 잘못 평가 받는 사람들이 많으면 진짜로 심각한 문제라서 시급하게 인사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불만이 많다는 이유로 인사제도를 개선한다면 원칙을 잃고 헤매기 일쑤입니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합심하여 불만을 강하게 제기할 때 이리저리 휘둘리는 인사제도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그런 회사의 인사제도는 말 그대로 여기저기에 조각천을 기운 누더기와 같았죠.

상대적인 지위의 차이를 추구함으로써 성과 창출을 자극하는 인사제도는 직원들의 불만은 영원히 없앨 수 없습니다. 그런 인사제도 하에서는 직원 전체의 임금을 상향한다고 해서 불만이 줄지 않습니다. 절대적인 지위를 올려줘 봤자 상대적인 지위가 그대로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인사제도 개선에 관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상대적인 지위의 차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변화시키는 방법입니다. 보상의 차등폭을 줄이고 직급의 단계를 줄이는 등 상대적인 차별을 도모하는 모든 제도를 약화시키는 거죠.

하지만 '완전 평등'의 개념으로 인사제도를 확립한다면 그 또한 문제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왜 자신이 일 못하는 사람과 똑같은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충 일하거나 더 많은 보상을 약속하는 곳으로 떠나버리죠. 겉으로 보기엔 평등한 인사제도라 해도 이처럼 'Give에 대한 Take의 비율'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불평등까지 없애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무사안일, 공평무사와 같은 나쁜 문화를 타파하는 조직문화 차원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평등주의 인사제도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하향평준화할 우려도 매우 큽니다.

두 번째 방향은 단순하게 불만의 크기로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판단하기보다는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불만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를 따져봄으로써 개선의 포인트를 잡는 것입니다. 어차피 발생할 불만이라면 Give에 대한 Take의 비율이 작은 사람의 목소리에 기울이자는 것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봐도 역량이 딸리고 성과가 저조한 사람들이 목소리는 훨씬 큰 경우를 심심찮게 봅니다. 인사제도는 그들의 목소리보다는 입을 닫은 사람들의 소리없는 불만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상대적인 지위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라서 인간이 절대적인 지위 선호로 진화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사제도는 불만 제로의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합리적인 불만'을 수용함으로써 '합리적이지 않는 불만'의 최소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것이 최선의 중용입니다.

(*참고논문 : 여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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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은 인사의 기초   

2011. 3. 11. 09:00



여러분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회사에 근무한다면 업적평가와 함께 역량평가를 받을 겁니다. 역량평가를 실시하려면 먼저 '역량모델'이 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역량모델은 조직에서 하나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특성의 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선발, 교육, 평가, 승계계획(Succession Plan) 등을 위한 관리도구로 활용됩니다.

역량모델을 구축하는 방법, 즉 역량모델링은 많은 기업들이 이미 실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잘 알고 있으리라(여러분이 인사 담당자라면) 판단됩니다. 헌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역량모델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자주 제기되는 오해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역량모델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 즉, 무엇이 역량인지 이미 다 알고 있다’ 라는 오해
2) ‘환경이 계속해서 변하는데 어차피 바뀔 역량모델에 왜 힘을 쓰는가’ 라는 오해
3) ‘역할과 직무가 다양한데 하나의 모델로 표현할 수 있는가’ 라는 오해



첫 번째 '역량모델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란 오해는 일반적으로 회사에 오래 근무한 관리자들이 자주 제기하는 것인데, 직원들이 우수한 성과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이미 다 안다는 직감에서 나오는 오해입니다. 그들은 정리되지는 않을 뿐이지 다 아는 것을 돈을 들이고 직원들의 시간을 뺏어가면서까지 ‘멋있게’ 정리하고 증명할 필요가 있냐는 반대 의사를 보입니다.

이러한 오해는 어떻게 해서 발생하는 것일까요? 여러 회사의 인사 담당자와 인터뷰를 해보면, 몇몇 인사 담당자는 역량모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그들은 직무기술서를 뭔가 있어 보이게 만들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의 근본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몇몇 소수(일반적으로 경영자나 인사부서)의 직감으로 역량모델을 ‘대충’ 만들어 낸 탓에 담당자 스스로 신뢰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역량모델을 구축해 놓고도 그것을 선발, 평가, 교육 등 인사제도에 적절하게 반영하거나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시용으로 만들어 낸 역량모델이니 인사 운영에 활용될 리 만무할 겁니다. 바로 이런 관행 때문에 역량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하면, ‘우리 조직의 역량모델이 무엇인지 잘 안다. 다만 활용하지 않을 뿐이다’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오해와 저항에 대하여 인사부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역량모델링은 무엇이 우리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 필요한 역량인지 밝히는 과정입니다. 다시 말해 수 차례의 인터뷰와 서베이와 관찰을 통해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생각을 명확히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도출된 역량모델을 선발, 교육, 평가 등에 적용하여 성과의 지속적인 향상이 가능하게 됐다면 역량모델에 투자할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오래 근무한 구성원일수록 과거의 사고방식, 기업환경 등에 기초하여 역량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상명하복’과 같은 구닥다리 신념에 근거한 역량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거의 신념들을 깨뜨리고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을 가속하기 위해서라도 역량모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번째  ‘환경이 계속해서 변하는데 어차피 바뀔 역량모델에 왜 힘을 쓰는가'란 오해는 수시로 변화하는 기업 환경 때문에 어차피 다시 뜯어 고쳐야 할 것이라면 뭐하러 비용과 시간을 소요해 역량모델을 설계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기업이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체질을 갖추는 일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역량모델은 특정한 상황에 일회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처방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이 갖추어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밝혀내어 구체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이 고객관계관리시스템(CRM)을 구축했거나 구축 중인데 앞으로 몇 년 후에 다른 종류의 시스템이 도입되거나 변경될 수는 있겠지만, 역량모델은 ‘고객관리’를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실행하도록 기업 고유의 ‘철학’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역량모델이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한다면 이것은 기업의 경영철학이 매번 환경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는 것과 다를 바 없겠죠.

세 번째 ‘역할과 직무가 다양한데 하나의 모델로 표현할 수 있는가’ 란 오해는, 조직 내에 운영관리자, 영업관리자, 생산관리자, 연구원 등 서로 다른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역할과 직무가 다양한데 이를 역량모델이라는 하나의 공통모델로 묶으려는 시도는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는 역량모델의 구성을 잘못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역량모델은 일단 전사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을 먼저 고려하여 설계됩니다. 즉, 인사팀장이든 영업사원이든 우리 회사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할 행동의 특성을 명확하게 해 주는 것이 역량모델입니다. GE의 경우 ‘1등 아니면 2등’ 철학은 일부의 역할 및 직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사고와 행동의 특성을 규정하는 '지시봉'입니다.

앞서나가는 기업이라면 경영자에서 말단 사원을 꿰뚫는 서너개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며 역할 또는 직무별로 그런 역량을 갖추기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세번째 오해에서 말하는 역할 및 직무별 다양성은 ‘역량의 개별적 구성’이 아니라 ‘역량개발방안의 차별성’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또한 역량모델은 전사적으로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할 역량(이를 공통역량이라 함) 뿐만 아니라, 각 역할과 직무에 따라 특수하게 요구되는 개별역량(이를 직무역량이라 함)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세 번째 오해는 잘못된 것입니다.

물론 역량모델을 갖춘다고 조직의 성과가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역량모델을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여러 필요조건 중 하나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나 역량모델은 인사제도의 기초공사에 해당합니다. 기초공사 없이 그 위에 인사제도를 쌓아올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회사의 비전에 직원들의 행동과 사고를 정렬시키는 도구인 역량모델을 다시 점검해 보기 바랍니다. 회사는 이 산으로 가려고 하는데 직원들은 저 산으로 가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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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이 힘들고 불편한 이유   

2011. 1. 4. 09:00



벌써 인사평가가 끝난 회사도 있고 이제 평가를 시작하는 회사도 있을 겁니다. 평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피평가자(부하직원)들의 불만 중 하나는 평가자(상사)가 객관적인 기준이나 근거 없이 주관적인 관점으로 평가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의를 제기할 겨를 없이 평가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관행도 불만을 키우는 주범이죠.

이런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평가 결과를 한 자리에 모여 '합의'하는 절차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절차를 진행하면 평가자나 피평가자가 아주 어색해 하거나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평가자는 피평가자에게 자신의 평가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피평가자는 자기평가의 근거를 어떻게 제시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죠.



합의하는 자리에서 서로 생각이 달라서 얼굴을 붉히거나 고성이 오갈 수 있고, 피평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평가가 관대해질 수 있으며, 합의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평가자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듯이 되어버린다는, 새로운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서로 잘 해보자는 제도가 구성원들의 불화를 야기하는 불씨라고 공격 받기도 하죠. 그래서 평가 합의 절차는 없던 것으로 하고 과거의 '밀실 평가' 방식으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왜 평가 결과를 합의하고 타협하는 걸 불편해 하고 두려워하는 걸까요? 왜 우리는 합의를 어려워하는 걸까요?

에릭 와이너는 "서구 사람들, 특히 미국 사람들은 타협의 필요성을 없애 버리려고 애쓴다"고 말합니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를 보면 탑승자 각각이 자신에 맞는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자동차 실내의 적정온도도 서로 타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각자 알아서 조절하도록 만든 것이죠. 주위를 살펴보면 점차 이런 물건들이 많아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이 강조되면서 하나의 물건을 공유하는 개인들이 각자의 취향을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에릭 와이너는 개별온도조절장치를 예로 들면서 "이렇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물건을 놓고 타협할 필요가 없다면, 정말로 중요한 문제 앞에서는 어떻게 될까?"라고 진지하게 묻습니다. 그러면서 "타협은 기술이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퇴화한다"고 덧붙입니다. 개인화된 편안한 생활 뒤에 숨은 비용이 생각보다 큼을 경고합니다.

저는 이 말을 들었을 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가 합의 절차가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새로운 불만을 없애려고 '평가지표'를 객관적이고 계량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제도 개선의 방향을 잡는 것, 바로 이것이 타협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성원 각자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내는 평가지표만 잘 구축되면 평가자나 피평가자나 평가 결과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구성원 각자의 업무를 미시적으로 분석해서 '개인화'된 평가지표를 만들면 타협과 합의와 같이 불편한 과정 없이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화된 물건들과 서비스가 넘쳐나면서 평가제도도 그렇게 개인화될 수 있다고, 우리는 믿게 된 건 아닐까요? 에릭 와이너의 말처럼 타협이 힘들고 불편하다고 해서 제도가 개인적으로 치달으면 우리는 타협과 합의의 기술을 잊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계속 개인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겠죠.

타협은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의 중요한 절차로서 매우 소중한 기술입니다. 그 과정이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해서 타협의 필요성을 없애는 쪽으로 제도가 설계되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승용차에 탄 서너 명의 승객이 "조금 더우니 온도를 낮추자"라는 아주 간단한 타협의 필요조차 없도록 개별온도조절장치를 설치하는 비용, 그것은 생각보다 아주 클지 모릅니다.

(*참고도서 :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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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조정, 가능하면 하지 말자   

2010. 12. 28. 09:00



어느 회사든 인사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항상 나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이죠.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볼 때 직원들의 평가점수 분포가 95점 근처에 몰리는 극(極)관대화의 경향이 평가를 할 때마다 나타나서 골머리를 앓는 회사가 꽤 됩니다. 0.1점 차이로 운이 좋아 S등급이 되기도 하고, 운이 나쁘면 C등급에서 D등급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죠.

이러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을 줄이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사전적(事前的) 방법과 사후적(事後的) 방법이 있습니다. 사전적 방법이란 평가 시즌 직전에 평가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평가자 교육은 금년에 바뀐 평가 방식을 설명해주고, 피평가자들을 왜곡되지 않게 평가하려면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 '재인식'시키려는 목적으로 실시하죠.


하지만 평가자 교육은 보통 평가 시즌 직전에 실시하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했어야 하는' 평가자의 의무인 코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은 그다지 효과가 높지 않습니다. 평가자 교육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평가자 교육이 요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피평가자들의 역량개발 과정과 목표달성 과정을 평가자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면담하도록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게 해야 합니다. 근거를 기반으로 평가가 이뤄지게 유도하기 때문에 평가의 관대화를 막는, 보다 사전적인 방법이라 말할 수 있죠.

사후적 방법은 평가 결과에 통계적인 조정을 가하여 관대화 경향을 희석시키거나 제거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 '평가 조정'을 의미하죠. 사실 관대화 경향을 희석시킨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사후적인 조정인지라 평가자들의 '관대한 평가 성향'을 미리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희석시킨다는 말은 관대한 평가 결과를 통계적인 조정을 통해 정상적인 결과인 양 '해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통계적인 조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크게 소극적인 조정과 적극적인 조정으로 나뉩니다. 소극적 조정이란, 평균과 표준편차의 적정 범위를 규정한 다음 그 범위를 벗어나게 평가하는 평가자들에게 재평가를 요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조정은 일괄적으로 평가의 분포를 조정하는 방법을 일컫습니다. 여기에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동시에 조정하는 방법과, 평균만 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평균만 조정하면 관대화만, 표준편차까지 조정하면 관대화와 중심화 경향을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소극적 조정 : 평균과 표준편차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재평가 실시
적극적 조정 : (1) 평균 조정
                    (2) 평균표준편차 조정

적극적 조정에서 조정의 기준으로 삼게 되는 조정평균과 조정표준편차를 매년 고정적으로 가져가느냐, 아니면 매년 다르게 가져가느냐(매년 전사 평균, 전사 표준편차로 조정)에 따라 다시 나뉩니다. 조정평균과 조정표준편차를 고정화하면, 매년 평가자들의 평가 성향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연도별로 비교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매년 가변적으로 설정하면, 해당 연도의 평가 의도를 반영할 수 있죠.

소극적 조정 : 평균과 표준편차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재평가 실시
적극적 조정 : (1) 평균 조정
                       (1-1) 평균 고정
                       (1-2) 평균 가변
                    (2) 평균표준편차 조정
                       (2-1) 평균, 표준편차 고정
                       (2-2) 평균, 표준편차 가변

(*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평가조정의 강도가 커짐)

평가의 관대화 경향을 줄이려면, 사후적 방법보다는 사전적 방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이 나빠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사전적 방법은 결국 평가자의 노력과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펑가자들의 ‘평가 잣대’를 통일시키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사전적 방법을 사용하여 평가자별 평가 성향의 차이를 최소화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평가 성향의 차이는 사후적 방법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후적인 방법은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평가자가 평가자로부터 피드백 받은 최초의 평가 결과가 조정(사후적 방법)의 과정을 거치면 다르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피평가자들이 평가를 납득하지 못하고 평가제도 전반에 불신을 가질 위험이 큽니다. 또한 평가자들에게 "난 잘 줬는데, 평가가 조정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어"라는 좋은 핑계거리를 주게 되죠.

따라서 사전적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평가의 왜곡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하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이 감소한다면 적극적 조정에서 소극적 조정 쪽으로 차츰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란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관대화 경향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크기를 줄일 수는 있죠. 내년에는 여러분들의 회사에서 관대화 경향이 올해보다 약해지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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