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가 월간 샘터 2017년 5월호의 <과학에게 묻다>라는 칼럼에 소개한 글입니다.



2017년도 4개월이 흘렀다.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올해 세웠던 계획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기다. 많은 이들이 여러 목표 중 하나로 살빼기를 설정했을 터인데 과연 그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아직 8개월이나 남았으니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반복하며 여전히 치맥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내가 바로 허풍 떨듯 ‘기필코 다이어트!’를 밤마다 외치는 사람이니 말이다.


살이 찌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말을 하면 운동을 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운동은 오히려 입맛을 좋게 하여 뱃구레를 늘려 버린다. 그래서 운동을 중단하면 고스란히 살로 축적되어 다이어트고 뭐고 포기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섭취한 칼로리보다 운동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태워야 살이 빠지기 때문에 운동은 습관이 들기 전까지 괴로움 그 자체다. 조각 케이크 하나에 해당되는 칼로리(500Kcal)를 모두 연소시키려면 10Km 정도 뛰어야 한다.




분자생물학적으로 살찌지 않으면서 미식을 즐기는 방법은 한번에 먹을 양을 조금씩 나누어 자주 먹는 것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떠올려 보면 이 방법은 이치에 맞지 않는 듯 보인다. 한번에 먹든 몇 번에 나눠 먹든 몸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양은 똑같으니까 축적되는 체지방도 같지 않을까? 1000Kcal를 섭취할 경우 100그램의 체지방이 쌓인다면, 100Kcal를 섭취할 때는 10그램의 체지방이 생기지 않을까? 그러니 1000Kcal를 10번에 나눠 먹어도 체지방이 모두 100그램 쌓일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그렇게 비례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들어간 양이 많아진다고 그에 따라 아웃풋이 ‘선형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오디오의 볼륨 조절 다이얼을 돌려본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다가 나중에는 약간만 돌려도 볼륨이 갑자기 커지는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인간의 몸도 그렇게 ‘비선형’적이다. 1000Kcal을 한꺼번에 먹으면 100그램의 체지방이 생기더라도 100Kcal씩 나눠서 먹으면 10그램보다 훨씬 적은 체지방이 쌓인다. 




왜 그럴까? 섭취한 영양소는 몸 속으로 들어와 최종적으로 포도당으로 변하고 혈액에 스며들어서 모세혈관을 통해 각 세포에 공급된다. 그리고 지방세포는 포도당 수용체를 세포막에 배치시켜 혈액 속의 포도당을 안으로 흡수하고 지방의 형태로 저장한다. 이를 관장하는 기관이 바로 췌장이다. 췌장은 인슐린이란 물질을 통해 지방세포로 하여금 포도당 수용체를 세포막에 배치하도록 한다. 혈중 포도당이 갑자기 증가할 경우 췌장은 다량의 인슐린을 각 세포에 뿌려대는데, 이런 신호를 받은 세포는 인슐린의 양만큼 포도당 수용체를 만들어내어 다량의 포도당을 지방으로 쌓아둔다. 포도당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걸 최소화하려면 인슐인의 대량 방출을 막아야 하고, 그럴려면 조금씩 적게 먹음으로써 췌장에게 ‘나 많이 먹지 않았어’라고 속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하거나 공부할 때 먹을 것을 옆에 두고 오며가며 조금씩 먹는 것이 고통을 동반하지 않으면서도 살을 빼는 방법이다. 치즈 케이크라도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먹지 않으면 다이어트 걱정은 덜해도 괜찮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항상 음식을 꺼내 놓으며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된장찌개 백반을 옆에 두고 30분마다 두 세 숟갈씩 퍼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이어트의 관건은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 아니라 칼로리의 흡수속도라는 점을 떠올리면 해결책이 생긴다. 음식을 한번에 먹되 가능한 한 칼로리의 흡수속도가 느린 음식을 먹음으로써 혈당의 갑작스런 증가, 인슐린의 과다 분비, 포도당 수용체의 과다 활성화를 막는 것이다. 흰 쌀밥의 흡수속도가 85인 반면 현미는 50이니 똑같은 양을 먹더라도 현미로 식단을 바꾸면 적어도 살이 찌는 것은 막을 수 있다. 


2017년이 7개월 정도 남았다. 나눠서 자주 먹고 칼로리 흡수속도를 조절한다면 한달에 1Kg씩 감량하여 연말이 되면 7~8kg을 뺄 수 있지 않을까?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으면서 말이다.



* 이 글은 월간 샘터 2017년 5월호의 <과학에게 묻다>라는 칼럼에 소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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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짚고 텔레파시를 흉내내며 ‘너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테니 맞혀 봐’ 하며 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텔레파시의 전형은 영화 <아바타>에서 찾을 수 있다. 알다시피 언옵타늄이라는 희귀광물을 놓고 원주민인 나비족과 인간들은 처음에는 협력하다가 나중에는 전쟁까지 벌이게 된다. 영화에서 캡슐 속에 들어간 주인공은 센서를 통해 자신의 뇌에서 만들어진 생각을 아바타의 뇌에 전송하고, 아바타는 그 생각에 맞춰 팔다리를 움직이거나 감정을 그대로 ‘전이’ 받는다. 아마도 많은 관객들은 텔레파시가 두 개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서로의 감각과 감정들을 잡음 없이 이어주는 모습을 보며 ‘저건 영화니까 가능하지.’라고 치부했을 것 같다. 


하지만 텔레파시는 초능력이 아니라 과학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텔레파시에 관하여 다양한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인간의 뇌는 전기를 띠는데, 여러 생각들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뇌 속의 전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일종의 라디오파를 공중에 방출한다. 이것이 바로 텔레파시다. 물론 그 강도가 너무나 미약해서 멀리 전송되지 못하고 금세 여러 잡음 때문에 왜곡되어 버린다. 설사 잡음 없이 타인에게 내 생각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 전파를 해독할 능력이 인간에겐 없다. 

 




그러나 기계의 도움을 받으면 생각만으로 전화를 걸 수 있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도 있고 멋진 글을 쓸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피실험자에게 ‘뇌전도’ 스캔 센서가 여러 개 달린 헬맷을 씌우고 가방 사진을 보여주면, 컴퓨터는 100만 분의 1초마다 피실험자의 생각을 읽어내 그가 가방을 보는 중이라고 알아 맞힐 수 있다. UC 버클리의 브라이언 파슬리는 피실험자가 머리 속으로 어떤 단어를 떠올리면 컴퓨터로 그 단어를 맞히는 실험에 성공했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연구자들은 뇌전도 스캔을 이용해 생각만으로 1분에 5~10자를 입력할 수 있는 장치를 무역박람회에 출품한 바 있다.


이런 기술은 뇌졸중이나 루게릭병으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들이 컴퓨터를 통해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용도로 활용이 제한되지만, 미래에는 거추장스러운 헬맷을 쓰지 않고 뇌 속에 칩을 심는 방식으로 텔레파시를 일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생각만으로 이메일을 작성하고 멀리 떨어진 친구와 채팅을 할 수 있고, 작곡가들은 떠오르는 악상을 기록하느라 악보를 펼쳐 들거나 녹음기를 켜지 않아도 컴퓨터에 바로 악보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시에도 텔레파시가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 총성과 폭발음 때문에 소대장의 명령이 전달되지 않거나 오해될 가능성을 텔레파시가 완벽히 없애주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과학자들의 성과는 현재의 스마트폰만큼이나 텔레파시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시대로 차츰 전진하고 있다.





텔레파시가 실용화된다면 가장 큰 매력은 멀리 떨어진 대상에게 내 생각을 전송한다는 점이다. 듀크 대학교의 미겔 니코랠리스는 뇌 속에 칩이 심어진 원숭이에게 트레드밀을 돌리도록 한 다음 인터넷에 연결하여 멀리 일본 도쿄의 과학자들에게 전송했다. 그랬더니 네트워크에 연결된 로봇이 원숭이의 걸음걸이를 똑같이 재현했다. 생물체와 기계 사이의 연결에 성공한 니코랠리스는 생물체 사이의 연결 역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붉은빛을 볼 때마다 레버를 누르도록 쥐를 훈련시켰는데, 그 신호를 브라질의 나타우에 있는 다른 쥐에게 전송하니 붉은빛을 보지 않았는데도 열의 일곱 번꼴로 레버를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술이 정교해지면 롤러코스터 타는 나의 느낌을 미국의 친구가 고스란히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텔레파시는 더 이상 공상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때문에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내 머리에 전송된 타인의 생각을 내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가 ‘나’인지 불분명해질지 모른다. 유전공학의 경우처럼 머지않아 텔레파시의 윤리를 논하게 될 것이니 미리 대비해두자.



(*위 글은 월간 샘터 4월호에 게재된 저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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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르네 블롱들로라는 과학자가 있었다. 뢴트겐이 발견한 X선 연구에 열을 올리던 그는 어느 날 X선을 석영으로 만든 프리즘에 쏘는 실험을 하던 중 곁눈으로 미세한 빛을 감지했다. 착시인가 싶어 여러 번 실험을 반복했지만 매번 희미한 빛이 느껴졌다. 의아하게 생각하던 그에게 "이것은 X선이 아니라 새로운 방사선이다!”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방사선에 ‘N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N선이 X선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다는 점을 후속 실험을 통해 주장했다. 예를 들어, N선은 나무나 검은 종이처럼 가시광선이 투과하지 못하는 물체는 쉽게 투과하지만 가시광선이 통과하는 물이나 암염은 투과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은 N선 발견에 열광했다. 너도나도 N선을 감지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1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N선 연구에 뛰어들어 2~3년 사이에 300편 이상의 논문을 쏟아냈다. N선을 미간에 쏘면 느끼지 못했던 냄새를 맡게 된다는 연구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블롱들로가 퀴리 부부에 이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거라 확신했다.



르네 블롱들로



하지만 로버트 우드라는 미국 과학자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블롱들로와 함께 실험을 재현하던 그는 몰래 석영 프리즘을 제거하고 "N선이 감지되느냐?"고 물었다. 블롱들로는 우드의 속임수를 알아채지 못하고 "N선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프리즘이 없으면 N선 자체를 볼 수 없는데도 말이다.


우드가 <네이처>지에 이 사실을 공개하자 앞다투어 블롱들로를 칭송하던 사람들이 180도 입장을 선회하며 “솔직히 N선을 보지 못했다"고 고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N선에 관한 논문은 과학계에서 썰물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프랑스 과학 학술원은 여전히 블롱들로를 옹호하며 그에게 '르콩트 상'을 수여했다. 독일에 비해 낙후된 프랑스 과학계의 위신을 세워준 블롱들로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학술원이 상장에 명시한 공로는 N선 연구가 아니라 '평생 쌓은 업적 전체’였다.



로버트 우드



블롱들로는 쏟아지는 비난을 이겨내고 <N선>이라는 책까지 출간하며 N선의 존재를 끝까지 주장했으나 사람들은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는 1909년에 과학계를 떠났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다가 1930년에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N선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N선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N선을 '똑바로'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 N선을 발견했다고 느끼던 순간에도 곁눈으로 감지했을 뿐이었다. 인간의 눈은 색깔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와 명암을 인식하는 간상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눈 가장자리에 놓인 간상세포가 감각에 더 예민하다. 눈동자가 정면을 향해도 옆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감지하여 주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유는 간상세포 덕이다. 문제는 간상세포가 지나치게 민감해서 곁눈으로 볼 때 원래보다 더 밝게 빛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블롱들로가 X선이 프리즘에 닿는 순간 곁눈으로 무언가가 밝아짐을 느낀 까닭은 N선이 존재해서가 아니라 그의 간상세포가 활성화됐기 때문이었다. N선은 그의 눈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눈으로 관찰했다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블롱들로의 이야기가 단적으로 보여 주듯 우리 몸의 감각기관을 사용한 관찰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판단을 명철하게 내리는 방향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감각기관들이 진화한 까닭이다. 그러니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으니 사실이다’라는 판단에 스스로 비판적이어야 한다.


블롱들로는 N선을 주장하기 전까지는 매우 존경 받았고 과학적 업적도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N선의 존재를 맹신했다고 비웃고 싶겠지만, 사실 비판 받아야 할 사람들은 N선을 봤다고 동조한 과학자들이다. 그들은 왜 보이지도 않는 N선으로 수백 편의 논문을 써낸 것일까? 그 이유는 당시 첨단과학이었던 방사선 분야에서 N선 연구를 통해 명성을 얻고자 했던 그릇된 욕망 때문이다. 한몫 잡으려는 욕망이 뵈지 않는 N선을 확신하게 했고 N선이 실제로 존재하는 양 떠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눈에 보인다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여우는 이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했으니 말이다.


(*본 글은 월간 샘터 2014년 8월호 '과학에게 묻다'에 실렸던 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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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통신판매업체 몽고메리워드(Montgomery Ward)의 영업담당 부사장이었던 로버트 우드(Robert E. Wood)는  1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이 무엇 때문인지 고심하던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한 가지 중요한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바로 자동차 등록대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패턴이었습니다. 그는 고객들이 집에 앉아 물건을 받아보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보고 고르기 위해 차를 몰고 가는 수고를 기꺼이 즐기리라고 간파했습니다. 실제로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형태의 쇼핑몰들이 빠르게 증가하던 중이라서 우드는 머지않아 통신판매업이 사양산업되리라는 결론을 내렸죠.
 
우드는 ‘대형 쇼핑몰’이라는 해법을 사장인 테오도어 머셀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머셀스는 통신판매업이 전도유망한 산업이라 굳게 믿은 터라 회사를 통신판매업체에서 쇼핑몰업체로 변모시키자는 우드의 해법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영업손실은 그저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가볍게 치부했죠. 자동차 등록 대수의 급증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이지만 당시에는 우드 이외에 그것으로부터 전략적 의미를 찾아낸 사람은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머셀스는 눈엣가시처럼 끈질기게 주장하던 우드를 쫓아내 버립니다.


 
신념을 굽힐 수 없었던 우드는 경쟁사인 시어즈 로벅(Sears Robuck)에 입사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다행히 사장인 줄리어스 로젠월드는 우드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드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니었죠. 로젠월드는 실질적인 검증을 원했습니다. 통신판매업을 버리고 쇼핑몰사업을 전환하는 전략은 회사의 존폐에 결정적일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죠. 우드의 생각도 로젠월드와 같았습니다.
 
우드는 쇼핑몰사업이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훌륭한 해법인지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한꺼번에 많은 점포를 오픈하는 ‘융단폭격’식 전략을 지양하고, 일단 현재 사무소(지역별로 통신판매를 총괄하는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 순차적으로 다섯 곳에 쇼핑몰을 열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사무소가 없는 외곽 지역에 3개의 점포를 개설했습니다.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서는 직원들과 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서 점포 운영이 수월했지만, 사무소가 없는 지역에서는 처음부터 ‘맨땅에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우드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사무소가 없는 외곽 지역의 점포들이었습니다. 그 점포들이 기반시설이나 지원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쇼핑몰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우드의 해법이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자동차 소유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임이 증명되기 때문이었죠.

우드는 이렇게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그는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 세운 점포를 대조군으로 삼았고, 사무소가 없는 외곽지역에 개설한 점포를 실험군으로 설정했습니다. 두 군데 모두 쇼핑몰이라는 동일한 사업구조를 가지게 한 다음, 기반시설과 인력이 충분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두 군의 차이로 두고 실험을 한 것이죠. 기반시설과 인력이 충분치 않음에도 외곽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이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을 달성한다면, 자동차로 인해 행동반경이 넓어진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쇼핑몰이란 새로운 형태의 소비 공간을 강력하게 지지하리라고 간주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쇼핑몰 실험의 성공에 고무된 시어즈는 이후 통신판매업에서 쇼핑몰사업으로 완전히 체질을 변모시켜 유통업의 최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우드는 1939년에 시어즈의 CEO로 승진하여 15년 동안 회장으로 활약했죠. 그와 시어즈의 성공에는 ‘실험’이란 지렛대의 힘이 컸습니다. 

전략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을 수립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기보다는 그것을 실행하는 데에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전략을 짜놓고도 주저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치고 경쟁사들이 앞서가는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경영진의 신념이나 근거 없는 믿음이 가해지는 바람에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전략이 감행되기도 합니다. 근거 없는 전략은 실패할 확률이 클 수밖에 없겠죠. 제가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듯이, 믿음이 사실을 대체할 때 전략이 실패하고 그로인해 조직이 몰락할 수 있습니다.

우드처럼 실험을 통해 전략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따져 본다면, 좋은 전략을 빨리 실행시키기 위한 확실한 근거를 얻을 수 있고 나쁜 전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업을 둘러싼 문제의 심각성이 크고 전략을 실행하는 데 여러 가지(비용, 시간, 인력 등)로 부담이 크다면 전략의 타당성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합니다. 마치 과학자가 자신의 가설을 실증하고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서 실험을 수행하듯이, 여러분도 우드처럼 실험을 잘 설계하면 전략의 타당성을 미리 가려냄으로써 실행의 부담을 덜 수 있겠죠.

전략은 책상 서랍 속에 고이 모셔놓을 보고서가 아닙니다. 전략은 의지도 아닙니다. 전략은 과학입니다. 전략을 실행하기 전에 실험을 수행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는, 과학적인 전략가가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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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김병수 2011.05.13 16:09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특히나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는 유대표님의 말씀이 거의 진리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정주영 왕회장님의 '해봤어?'가 떠오르네요...^^

    perm. |  mod/del. |  reply.
  2. Favicon of https://citruss.tistory.com BlogIcon 씨트러스 2011.05.13 22:26 신고

    해보아야 감이 빨리 오겠죠. 공감합니다. ^^

    perm. |  mod/del. |  reply.

보통 과학이라고 말을 하면 '어렵고 따분하다'란 반응이 즉각(?) 나옵니다. 요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큰데, 과학은 그만큼 주목을 못 받아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은 새로운 시각과 지평을 탐구하는 데 무엇보다 유용한 학문입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위해서 제가 쓴 책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에 대해 문화일보와 인터뷰와 인터뷰한 기사를 올립니다. 혹 책을 읽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기사가 책을 쓴 계기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얼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의미를 경영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이라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통섭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두 학문을 ‘통섭적’인 관점으로 바라 본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통섭이란 말은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하고 있는 개념으로서, 모든 학문이 인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을 근간으로 통합하고 연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저는 그의 극단적인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서로 다른 학문끼리의 넘나듦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창발(創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경영과 자연과학을 의도적으로 만나도록 주선했습니다

이 책은 통섭의 결과물이 아니라 통섭적인 관점을 통해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같은 자연과학과의 교류로부터 ‘경영학적 함의’를 캐내려한 시도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자연과학을 경영에 접목하실 생각을 갖게 됐습니까?

경영학이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젊은 학문이라 말할 수 있는 경영학은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등 타 학문으로부터 필요한 지식과 방법론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학문적 체계를 갖춰 나간 학문입니다. 즉 경영학은 초기부터 여러 학문 간의 통섭으로 이루어진 종합 학문이었습니다. 경제학과 게임이론을 수용하여 경영전략이론을, 심리학을 받아들여 조직행동이론을, 정보기술을 경영에 접목하여 경영정보시스템 분과를 탄생시켜 왔지요. 그래서 경영학은 결코 타 학문과 분리하여 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서점에 가보거나 논문을 검색해 보면 경영학의 콘텐츠가 얼마나 곤궁해지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학문의 주류를 형성할 새로운 콘텐츠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특정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근사하게 포장한 개별적인 케이스 스터디만 양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문학의 위기라고 말들을 하는데, 경영학 역시 똑같은 입장입니다.

경영학 위기의 원인은 바로 통섭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추고 학계에서 독립적인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벽을 높이 쌓고 타 학문을 배제해 버렸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학문적 고립에 처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는 경영학이 통섭의 학문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수복해야 하고 위기 탈출의 훌륭한 동반자가 바로 자연과학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은 그동안 경영학 입장에서는 미지의 땅이거든요. 역사와 심리학 등에서 경영학적 함의를 찾으려는 노력은 종종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과학을 통섭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자연과학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저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귀중한 보물이 과학이란 대륙에 묻혀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죠. 


#책에서 기업의 조직관리와 인재관리를 실행함에 있어 생태학, 유전학, 내분비학 등으로 지식으로부터 이 시대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상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해 주십시오.

이 책 전반에는 기업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관점이 녹아 있습니다. 구성원을 기업의 DNA로 본다든지, 모 그룹 회장의 폭력 사건을 조직의 호르몬 변화로 이해한다든지, 생명의 진화를 기업의 진화에 빗대어 본다든지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헌데 많은 리더들은 기업을 생명체가 아닌 하나의 기계로 여기는 ‘기계론적 인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들은 조직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강력하고 엄격한 지침을 하달하고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마치 기계에 정확하게 프로그램을 입력하듯이 조직을 다루고 만일 구성원들이 저항하면 더욱더 정밀하고 완벽한 통제를 가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기업은 살아있는 시스템이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생식하는 초유기체입니다. 기계는 부품 하나만 없으면 고장 나 버리지만 조직은 결점이 있더라도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기계는 에너지를 소비할 뿐이지만 기업은 성장하면서 지식과 문화를 축적해 나갑니다. 기계는 조작자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지만 구성원들은 인위적인 상명하달에 저항하곤 합니다.

리더들이 기업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기업 경영의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책 말미에서 경영자가 되고 경영학을 전공하려면 반드시 생태학에 대한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개별학문간의 가로지르기를 대표하는 `네트워크 과학'이 창발적인 경영에 활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조직의 `갈등을 조장하라'`비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라'는 등의 파격적인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1988년에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 반대되는 것이었습니다. 자연보호라는 미명 하에 산림관리 당국은 단 한 건의 산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목표로 숲을 관리했습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조그만 산불도 필사적으로 막아냈지요. 그래서 불쏘시개가 될 잡목과 나뭇잎들이 쌓이고 나무들 사이의 간격도 조밀해졌습니다.

이런 상태는 조그만 불씨만 튀어도 걷잡을 수 없이 산불이 번지는 ‘임계 상태’입니다. 과학자들은 대형 산불을 막으려면 일부러 작은 산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했던 OO호텔의 노사분규는 작은 갈등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는 사측의 태도 때문에 그처럼 크게 일어난 것이죠. 조직의 갈등을 조장하라는 말은 임계 상태에 치닫지 않도록 숲을 관리하는 것처럼 구성원들의 불만과 갈등을 수시로 수면 위로 끌어 올려 해결해야 나중에 커다란 갈등 상황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이란 조직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언뜻 보면 체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죠. 이것에 효율을 강조하는 조치를 인위적으로 취하려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네모반듯한 잔디밭에 지름길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럽듯, 다소의 비효율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창발적인 경영을 정착시키려면 네트워크과학이 발견해 놓은 네트워크의 성질과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환원주의적 사고를 경영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말하는 건지요.

환원주의라는 말은 전체를 잘게 쪼개어 각 부분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패러다임입니다. 우주를 몇 개의 수학 공식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유전자가 생명 현상의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환원주의적 사고입니다. 이런 사고는 사물 사이의 관계를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죠. 이에 대한 반성으로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이해해야 한다는 전일주의(全一主義) 과학이 대두되었지만, 일반인들은 아직 환원주의적 사고에 많이 젖어 있으며 경영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많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직무 중심의 인사제도입니다. 기업이란 조직을 잘게 나누면 최소 업무 단위가 직무인데, 그것을 잘 관리하면 조직 전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장점이 있긴 하지만, 환원주의적 관점이 지나치게 강해서 문제점 또한 많습니다.

전체적인 시각이 아닌 직무라는 미시적 관점으로만 인력을 운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죠. 환원주의적 경영의 예는 전략 수립이나 성과관리 과정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CEO이 관심을 많이 두는 ‘핵심인재 경영’도 조직보다는 개인에게서 희망을 구하려는, 환원주의적 경영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끝으로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을 하는데 있어 과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요즘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재테크인 것 같습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모두 부자가 되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관심이 나쁜 건 아니지만 돈을 쫓지 말고 돈이 자신을 따라오게 만들려면 본인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과학은 사물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숨겨진 이치를 파헤치는 학문입니다. 지식의 퓨전 시대인 요즘, 과학의 지식은 물론이고 과학자들이 이치를 발굴해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경쟁력 있는 무기를 가지는 셈입니다. 뛰어난 학문적 성과나 발명은 대부분 폭넓은 지적 활동과 열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사고하고 싶다면 과학이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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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irawell BlogIcon 김미주리 2010.08.13 10:07

    한창 IT에 너무 문외한거 아닌가 싶어.. IT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저도 요즘은 과학쪽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중입니다.
    기업에 과학을 접목한 것 자체가 흥미로운 포스팅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8.14 05:17 신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들면 남들이 가질 수 없는 지혜를 얻게 될 겁니다. 르네상스적인 인간형이 다시 필요한 시기입니다. ^^

  2. Favicon of http://adnoctum.tistory.com BlogIcon adnoctum 2010.08.13 12:13

    저는 경영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긴 한데, 예전 어떤 수업 때문에 잠시 본 책을 상기해 보면, 기업이라는 커다란 조직의 운용을 위한 방법론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기업' 역시 '사람들과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되어 있으니, 결국은 '시스템'이 되고, 그것은 곧 유기체의 다른 이름이 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본문의 '전일주의'는 요즘 생물학쪽의 화두 중 하나인 시스템 생물학이 추구하는 바를 정확히 지적하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agent-based modeling 으로 사회나 기업도 모델링해 볼 수 있겠다, 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서 찾아 보니 논문이 조금씩 나오고는 있더군요. 여하튼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과학(생물)쪽에서 개체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와 어느 정도 같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8.14 05:22 신고

      기업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면 많은 시사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요. 하지만 과학의 사실과 인간들이 만든 조직인 기업을 1:1로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겠지요. 비슷하긴 하겠지만 엄연히 다른 엔터티니까요. 저도 책 쓰는 내내 이 점이 염려되었지만, 과학의 필요성을 생각하자는 차원에서 경영과 과학을 연결해 보았습니다. ^^ 감사합니다.

  3. 익명 2010.08.13 13:1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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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8.14 05:16 신고

      네, 저도 이 책에서 '통섭'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로지르기', '경계 넘나들기' 정도로 이야기했습니다. 통섭은 아니라고 했지요. 제가 그럴 깜냥도 안되구요.
      하지만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통섭적'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것입니다. 이인식 선생의 주장은 알고 있습니다. ^^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 Favicon of http://sunhwan.tistory.com BlogIcon 조선환 2010.08.14 01:29

    이 분 자꾸 사실과 다른 예시를 드시네요.. 예전에 u-2 폭격기도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해주셨고,

    1988 년 yellowstone 화재는 자연발생한 화재는 막지 않는다는 원칙에 의거해서 놔두고 있다가 불길이 너무 거새진 것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Yellowstone_fires_of_1988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한 화재는 막지 않고 있습니다. 1988 년 사고 이후로 생긴게 아니고요. 그것이 natural cycle 에 맞고, 위에서 말씀하신대로 잡목들을 치워주는 효과가 있어서 불길이 너무 번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죠. 물론 말씀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예로 드신 산불의 원인은 정 반대이죠. 이런 디테일이 글 쓰신 분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하네요..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8.14 05:37 신고

      여러 번 지적하실 때마다 위키백과를 근거로 하는군요. 좋습니다. ^^ 제가 참조한 출전은 'America's Fires', Stephen Pyne, Forest History Society, 1997 그리고 'Ubiquity : Why Catastrophes Happen', Mark Buchanan, Ramdom House, 2002 입니다.
      제가 틀리거나 출전의 내용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오류의 가능성을 지적해 주는 건 고맙지만, 상습적으로 '자꾸' 그런다는 말엔 동의할 수 없네요.

    • Favicon of http://sunhwan.tistory.com BlogIcon 조선환 2010.08.20 01:53

      위키백과에 reference 들이 정확하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출전이 있으시다면 다행이네요. 제 주변 도서관에 말씀해주신 책들이 소장되어 있지 않아 확인은 못 했습니다. 다만, 여러군데 Buchanan 의 문구가 그대로 인용되어 있더군요. 위에 쓰신 내용은 그 문구의 번역같구요. (사족이지만, 위에 출전을 명시하는게 어땠을지요..)

      좀 더 원저작을 찾아보았는데,

      William H. Romme and Dog G. Despain, Historical Perspective on the Yellowstone Fires of 1988, BioScience, Vol. 39, No. 10, Fire Impact on Yellowstone (Nov., 1989), pp. 695-699

      Monica G Turner et al., Surprises and lessons from the 1988 Yellowstone fires, Ecol. Environ 2003; 1(7):351-358

      여러 논문에서도 natural burn policy 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사람이 일으킨 화재가 아닌 천둥같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화재는 진압하지 않는 정책이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1988 년 화재의 경우는 천둥으로 일어난 화재가 유난히 가물었던 당시의 기후와 맞물려 진압시기를 놓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다른 책인 America's fire 라는 책도 확인해보았으면 좋겠지만, 확인할 길이 없어서 아쉽네요. 다만, 지금까지 제가 조사해본 것을 바탕으로는 인용해주신 문구는 잘 못 된 내용이거나 urban legends 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5. 김성지 2010.08.15 07:16

    한번 어떤 행동 후 재차 그 행동을 반복하면 당연히 상습적인 개념에 포함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자꾸라는 표현이 적당합니다. 물론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한 인식이 없는 무개념 상태일때는 제외하구요.

    perm. |  mod/del. |  reply.

이미 언급했듯이 실증은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과학에서 말하는 '실험'이 실증이라면, 문제해결과정에서는 '분석'이 실증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문제해결사가 어떻게 분석을 진행할까를 고민할 때 과학의 실험 설계 방법을 응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과학에서의 실험 설계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A라는 가설이 이미 수립된 상태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과학이라고 말하면 굉장히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는데요, 실험 설계 과정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1) 실험 대상을 선정한다
2) 실험 방법을 정한다
3) 결과 측정 방법을 정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실시했다고 알려진 '물체 낙하 실험'은 근대 과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과학에서 실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는 일화이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갈릴레오는 '물체의 무게가 달라도 동일한 속도로 낙하한다'라는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낙하 실험을 통해 실증하려 했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신봉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우주에서 정당한 자기 위치를 찾아가기 때문이고, 물체가 하늘로 날아가는 이유는 물체 앞에 있던 공기가 물체 뒤로 순식간에 자리를 이동하기 때문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주장을 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00파운드 짜리 공이 100큐빗(약 53미터)에서 떨어져 땅에 닿는다면 1파운드 짜리 공은 1큐빗(약 53센티미터)의 거리를 낙하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실험도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이론은 그가 죽은 후 2천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중세인들의 사고를 지배했습니다.

갈릴레오가 실제로 낙하 실험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실험 설계를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는 게 목적이므로 논란 여부는 무시하겠습니다. 비비아니가 쓴 전기에 나온 갈릴레오의 실험 내용을 실험 설계 과정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1) 실험 대상을 선정한다
알다시피 갈릴레오는 모양이 똑같지만 무게가 다른 금속공 2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조수들이 탑의 꼭대기까지 공을 들고 가느라 낑낑댔다고 비비아니의 전기는 말합니다.

2) 실험 방법을 정한다
동시에 떨어지는지, 아니면 시차를 가지고 떨어지는지 육안으로 관찰하려면 충분히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야 했습니다. 그때는 정밀한 측정 장치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피사의 사탑을 선택했죠. 사람들의 관심을 주목시키는 효과도 얻기 위해 피사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개의 금속공을 낙하시키기로 한 것이죠.

3) 결과 측정 방법을 정한다
두 개의 금속공이 정말로 동시에 떨어졌는지를 측정해야 가설의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겠죠. 언급했듯이, 측정 도구가 변변치 않았기 때문에 육안으로 측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갈릴레오는 군중의 '눈'들이 결과를 측정하는 방법이라 여겼던 게 분명합니다. 실험을 하기 전에 관중들을 끌어모았으니까요. "자, 여러분이 직접 관찰해 보십시오!"

물체 낙하 실험은 간단한 실험이라서 실험 설계 방법도 단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무리 복잡하고 까다로운 실험도 이 3단계 실험 설계 과정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침대는 과학이다'는 가설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이제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분석 설계 과정을 논의하겠습니다. 위의 실험 설계 과정을 차용하면, 분석 설계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분석 대상을 선정한다
2) 분석 방법을 정한다
3) 분석 결과에 대한 표현 방법을 정한다

'실험과 분석이 엄연히 다른데 왜 차용을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질지도 모르겠군요. 맞습니다. 실험과 분석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과학의 실험에서는 실험자가 실험 대상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실험군에게는 뭔가의 조치를 취하고, 대조군에는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양쪽에서 나온 결과가 확연히 다름을 보임으로써 가설을 증명합니다. "조치를 취하니까 이렇게 다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가설은 참(혹은 거짓)입니다"라고 말입니다.

분석이 실험이 아닌 이유는 분석 대상을 '분석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지 않을 뿐더러 분석군에게 조치를 취하지도 않습니다. 실험처럼 행해지는 분석이 있긴 하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자주 벌어지지 않습니다. '급여가 작아 직원들이 불만이 크다'라는 가설을 증명하려고 분석군에는 급여를 올려주고 대조군은 그대로 유지한 후에 불만의 크기를 비교 조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모험을 감행할 조직은 드뭅니다. 만약 급여가 직원들의 불만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면 이미 올려준 급여를 다시 내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겠죠.

따라서 분석은 실험을 통한 가설 실증이라기보다, 관찰과 측정을 통한 실증이라고 말해야 정확합니다. 분석과 실험을 동일한 개념으로 보기 어렵지만, 분석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실증의 과정이므로 과학에서의 실증 과정인 실험과 동일한 위상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 설계 과정을 차용하여 분석 설계 과정을 알아보자는 겁니다.

위의 3번째 단계가 실험 설계 과정과 다르다는 것을 유의하십시오. 측정 방법이 아니라 '표현 방법'입니다. 문제해결의 세계에서는 분석 절차와 방법을 정할 때 측정 방법도 동시에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해결책이 의뢰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어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최종목적이므로 분석 결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입니다. 따라서 분석을 설계할 때부터 결과를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표현할지 고려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 분석을 실시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위의 3단계 분석 설계 과정을 자동적으로 머리 속에 떠올려야 합니다. 무엇을(분석 대상) 어떻게(절차/방법) 분석하고 어떻게 표현할지를 구상해야 합니다. 여러 형태로 분석을 설계할 수 있겠지요. 다음의 예가 그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분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1) 분석 대상을 선정한다
회사 내에도 여러 단위조직이 있습니다. 이 가설을 어느 조직을 대상으로 검증할지를 선정합니다. 분석 대상의 범위는 문제 정의시에 의뢰인에 의해 이미 정해지지만 경우에 따라서 각 가설에 따라 다르게 지정할 경우도 있습니다.

2) 분석 방법을 정한다
이 가설을 증명하려면 직원들의 '태만함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태만함의 정도는 경우에 따라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되므로 분석하는 방법을 정하기가 녹록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요, 스톱워치를 가지고 직접 체크하는 분석, 업무량 조사서를 작성하게 하는 분석, 직원들이 산출하는 아웃풋의 질과 양을 따져보는 분석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3) 분석 결과에 대한 표현 방법을 정한다
어떤 분석 방법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만일 업무량 조사서를 가지고 하루 동안 어떤 업무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소요하는지 분석했다면, 근무시간(8시간)과 대비하여 실제업무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워터폴(waterfall) 차트 형태의 그래프가 무난합니다. 또는 직원별로 유휴율 데이터를 표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즉각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분석 결과를 표현했는지가 관건입니다. 분석을 실시하기 전에 분석결과를 어떻게 표현할지를 미리 구상하기 바랍니다.

위의 '2) 분석 방법을 정한다'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좋은 분석'이 되려면 첫째, 반증가능성을 꼭 따져봐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 좋은 가설이 되려면 가설 그 자체가 반증가능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분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정적으로 선택된 하나의 분석 방법이 가설의 입증과 반증이 동시에 가능한지의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만일 그 분석 방법이 오로지 가설을 입증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반증하기 위한 또다른 분석 방법을 찾아내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잡담 시간'을 측정하는 분석 방법으로 직원들의 태만함 여부를 가리겠다고 하겠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생산성이 높은 직원들도 잡담을 어느 정도 하기 마련이고 또 잡담 속에서 업무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잡담 시간을 측정하면 오로지 '직원들이 태만하구나'라는 생각만 들게 됩니다. 잡담 그 자체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띠기 때문입니다. 측정하는 자가 잡담을 부정적인 요소로만 본다면 '잡담을 많이 하더라도 저건 직원들의 태만함과는 무관해'라는 반증으로 생각을 전환하기 어렵겠죠. 그리므로 '잡담 시간 측정'이라는 분석 방법은 폐기되거나 반증가능한 다른 분석 방법으로 보완돼야 합니다.

둘째, 가설을 '한 방에' 입증하는 분석이 좋은 분석입니다. 분석을 했는데 뭔가 미진해서 남들에게 공격 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좋은 분석 방법이 아닙니다. 팀장들과 인터뷰를 해서 직원들의 태만한지를 알아보는 분석 방법을 취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팀장들은 항상 직원들의 동태를 살피고 아웃풋을 점검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태만함을 어느 정도 감지할 겁니다. 하지만 팀장들의 말을 토대로 보고서를 썼다가는 직원들의 원성에 직면합니다. 직원 입장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겠죠. 

이렇게 분석 결과가 공격을 받으면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 나와도 수용되기 어렵습니다. 분석 방법을 택할 때는 '한 방에 하나씩'이라는 말을 기억하십시오. 해당 가설을 입증하거나 반증하는 분석 방법들을 가능한 한 많이 생각해 본 다음에, 가설을 한방에 실증할 만한 방법 1~2가지를 골라내서 구체적인 분석 절차를 수립하기 바랍니다.

셋째, 동일하게 분석 결과가 재현되어야 좋은 분석입니다. 과학자가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면 자신이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실험을 수행했는지 기록해야 합니다. 자신의 연구가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다른 사람이 똑같이 실험을 재현해보니까 엉뚱한 결과가 나오거나 아예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의 연구는 의심의 대상이 되거나 급기야 논문 수록이 취소되기까지 합니다(황우석 사태를 떠올려 보세요).

분석은 문제해결의 세계에서 행해지는 실험이므로, 절차에 따라 분석을 반복하면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분석할 때마다 오차의 범위를 벗어나는 결과를 얻는 분석 방법이라면 당초에 가설을 증명했더라도 폐기해야 마땅합니다. 예를 들어 '스톱워치를 가지고 직원들의 잡담시간을 측정'하는 분석 방법은 측정하는 사람의 자의적인 해석('아 저건 잡담인가 아닌가')이 크게 반영되므로 비슷한 분석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분석 방법을 최초 선택할 때 머리 속으로 가상의 분석을 해봄으로써 분석 결과가 재현될지를 충분히 따져봐야 하고, 분석을 하고 나서는 한두 차례의 검증을 꼭 거쳐서 이론의 여지를 차단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좋은 분석의 조건은 다음과 같이 3가지입니다.

1) 반증가능성을 지닌다
2) 가설을 한방에 입증한다
3) 동일한 결과를 재현한다

지금까지 과학의 실험 설계 과정을 참고해서 바람직한 분석 설계 과정을 알아봤습니다. '자, 봐라. 꼼짝 못하지?'라고 '적확한' 결과를 보이는 실험이 좋은 실험이듯이, 문제해결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감히 반박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분석이 좋은 분석입니다. 문제해결사 여러분들은 부디 갈릴레오도 울고 갈 분석 방법을 선택해서 의뢰인에게 '꼼짝마!'라고 외치는 희열을 경험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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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나는 12권의 책을 읽었다.
많이 읽은 것 같지만, 얇고 간결한 책이 3권이나 되니 자랑할 일은 아니다.

상반기(1~6월)에는 모두 45권의 책을 읽었다.
하반기에 55권을 읽어서 100권을 채울 요량이다


바람 샤워 in 라틴 : 만화가가 라틴 아메리카를 1년 넘게 여행하면서 겪은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가볍게 터치한다. 깊이가 약하고 단편적인 면이 흠이지만, 멀게 느껴지는 남미를 가깝게 느끼기에는 적당한 책이다. 스타벅스에 비치돼 있길래 읽었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가 과학의 눈으로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망한다. 권력자가 과학을 홀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저자는 왜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하고 왜 진흥해야 하는지를 독특하고 설득력 있는 문체로 주장한다. 일독을 권한다.

메이저리그 경영학 : 경영컨설턴트이면서 야구 칼럼리스트이기도 한 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팀 운영방식, 선수관리방식 등으로부터 경영의 시사점을 재미있게 서술한다. 야구에서는 당연한 방식이 기업 조직에서는 무시되거나 경시된다. 야구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일독을 권한다.

대체 뭐가 문제야? : 문제해결 과정에서 '문제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책 곳곳에서 저자의 번뜩이는 시각과 아이디어를 접했다. 얇고 간결한 책이지만 속이 꽉 차있다. 재미있기도 하다.

야성적 충동 : 주류 경제학의 기반인 '합리적인 경제적 인간 모델'을 비판하는 책이다.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유익한 단편이 있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 번역 탓인지 독해력의 부족 때문인지 모르겠다.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가설사고, 생각을 뒤집어라 : 문제해결 과정에서 '가설 지향적 사고'가 얼마나 필수적이고 중요한지를 설명한 책이다. 아는 내용이었으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읽었다. 가설지향적 사고가 책 한 권으로 엮을 만한 분량이 되는지는 의심스러우나, 초심자들이 가설의 중요성과 유용함을 습득하기에 적절한 책이다.

스타벅스 사람들 : 스타벅스가 왜 그렇게 놀라운 성공을 거뒀는지, 그 성공요인을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스타벅스에 대해 비판적으로 책을 썼다고는 하나 거의 모든 내용이 칭찬 일색이다. 정말 그럴까, 란 의심 속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역시 스타벅스에 비치돼 있길래 읽었다.

논리학 실험실 : 제목을 보면 논리학에 관한 책인듯 하지만 열어보면 과학에서의 논증과 추론에 관한 책이다. 논증의 구조, 실증 및 논거의 의미 등을 명확하게 습득하는 데에 이만한 책은 없다. 과학적 논증을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악!법이라고? : 1시간만에 읽을 수 있는 아주 얇은 책. 책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한 두께지만, 그 안에 포함된 내용은 꽤 무게가 나간다. 'MB악법'의 실체를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엮었다. 정부가 하는 일이 다 국민들을 위하는 일이겠거니, 생각한다면 각잡고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넛지 :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들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사례로 풀어준다. 실수가 잦은 행동을 줄여주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어떻게 '넛지'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 명쾌한 해답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각잡고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제발 독창적인 연구를 좀 하기 바란다.

니콜라 테슬라, 과학적 상상력의 비밀 : 에디슨과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상상력에 대해 서술한 책. 사람들은 테슬라보다 에디슨을 더 많이 기억하지만, 테슬라는 현재 우리가 누리는 정보통신 기술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평전도 아니고 과학서도 아닌, 약간 어정쩡한 책이긴 하나, 테슬라의 위대함을 아직 모른다면 일독을 권한다.

후불제 민주주의 : 문장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명쾌하고 간결한 유시민의 문장에 홀딱 반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백년의 역사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빌려와 안착시킨 민주주의다. 따라서 우리는 그 비용을 지금에서 지불(후불)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에 저자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예언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일독을 권한다.

 

Comments

  1. Favicon of http://ibrik.egloos.com BlogIcon ibrik 2009.07.02 19:29

    '넛지'는 근래 들어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이곳에서도 보게 되니 괜스레 반갑게 느껴집니다.

    올려주신 책 중에서, '야성적 충동'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조만간 읽어봐야 할 듯 합니다.

    좋은 책들 소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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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9.07.02 23:16 신고

      야성적 충동, 넛지보다 재미는 좀 덜하지만 읽어볼 가치는 있습니다.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비판하는 책이죠.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