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요즘 많은 기업들은 그룹웨어를 통한 전자결재 방식을 쓰고 있기에 직접 대면하여 보고하거나 결재 받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서 최고경영자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할 때는 ‘대면 보고’ 방식이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비용 처리라든지 휴가 신청과 같이 상대적으로 소소한 결재는 대면하지 않은 채로 온라인에서 결재가 이루어지곤 합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전자결재까지 등장해서 직원이 밖을 돌아다니면서도 언제든지 상사에게 결재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죠.


이렇게 상사와 직원이 서로 대면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결재와 승인 방식이 시간과 공간 상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기에 많은 기업에서 선호되고 있지만, 몇몇 상사들은 결재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한번이라도 더 직원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직접 대면해야 자신이 승인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그래야만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몇 조직에서는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결재를 요청해 놓고(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기에) 직원이 따로 상사를 대면하여 결재 내용을 설명하고 승인을 받는, 2중 프로세스가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직접 대면 보고와 전자결재 방식, 이 중 어떤 것이 결재의 ‘질’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 등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오늘은 완벽하게 결론을 내주는 연구는 아니지만, 직접 대면 보고를 지지하는 논문을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UC버클리의 알렉스 반 잰트(Alex B. Van Zant)와 로라 크레이(Laura J. Kray)는 직접 대면하며 소통하는 방식이 거짓말하려는 욕구를 줄인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런 효과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어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잰트와 크레이가 규명하고자 한 것은 대화를 주고 받지 않은 채 그저 얼굴을 잠깐 동안 대면하는 ‘최소한의 대면 조건(minimal face-to-face interaction)’만으로도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느냐였죠. 





그들은 180명의 UC버클리 대학생들이 실험실에 도착하면 옆방에 있는 다른 참가자와 함께 전략 게임을 하도록 하고 상대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를 속여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그래야 실험이 끝난 후에 받는 수고료를 높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참가자들은 상대에 대한 정보를 받은 다음, 그에게 진실을 알릴 것인지 아니면 거짓된 메시지를 보낼지를 결정해야 했죠. 잰트와 크레이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상대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한 채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상대(실제로는 실험 공모자)과 복도에서 만나 ‘말없이’ 정보를 주고 받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겐 서로 말은 나누지 못하지만 상대의 얼굴을 잠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죠.


이런 조치를 취하고서 잰트와 크레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옵션을 보여줬습니다.


옵션 A: 10달러는 당신이 갖고, 12달러는 상대가 갖는다

옵션 B: 12달러는 당신이 갖고, 10달러는 상대가 갖는다


이 두 개의 옵션을 접한 참가자들은 상대에게 다음 중 하나의 정보를 전달해야 했습니다.


진실 : 당신은 옵션B보다 옵션A를 선택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거짓 : 당신은 옵션A보다 옵션B를 선택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상대의 얼굴을 잠깐 본 두 번째 그룹 참가자들 중 84%가 진실을 알린 반면, 상대의 얼굴을 못 본 참가자들은 65%만 진실을 알렸습니다. 또한 두 번째 그룹 참가자들이 ‘도덕적 관심도’가 더 높았죠.


이 짧은 실험은 서로 대화를 주고 받지 않아도 얼굴을 접하면 상대방에게 거짓된 정보를 덜 전달하려는 경향이 존재함을, 다시 말해 ‘더 정직해지려 한다’는 점을 간명하게 보여 줍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전자결재보다 직접 대면이 훨씬 낫다는 점을 확증할 수는 없습니다. 직원들은 이미 상사의 얼굴과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험에서처럼 얼굴을 잠깐 본다고 해서 더 정직해지리라 예단할 수는 없죠. 만일 실험이 이미 얼굴을 아는 상대에게 진실 혹은 거짓을 전달하도록 이루어졌다면 그리고 복도에서 잠깐 만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상태로 실험 조건을 꾸몄다면,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저는 이런 실험에서도 얼굴을 잠깐 보는 것이 참가자들의 정직도를 높일 거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실증해보는 수밖에는 없겠죠.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전자결재, 그리고 직접을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대면 결재, 어떤 것이 거짓말하려는(즉 결재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려는) 욕구를 줄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Van Zant, A. B., & Kray, L. J. (2013). " I Can't Lie to Your Face": Minimal Face-to-Face Interaction Promotes Honesty. Institute of Industrial Relations, UC Berke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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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그저 그런 수준의 목표치보다는 좀더 구체적이고 좀더 높고 좀더 어려운 목표치를 부여해야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효과(‘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가 커지고 그에 따라 성과도 오른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학자들이 이를 증명한 연구 결과도 여러 개가 나왔고요. 그래서 ‘목표’란 ‘예상치’에 ‘무리치’를 더한 것이라는 그림이 있을 정도입니다(아래 그림은 모 회사 화장실에 붙어 있는 그림을 제가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직원들에게 연이어 높은 성과 목표치를 부여하면 그런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걸까요? 오늘은 이런 상식에 반론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를 소개할까 합니다. 워싱턴 대학교의 데이비드 웰쉬(David T. Welsh)와 애리조나 대학교의 리사 오르도네즈(Lisa D. Ordonez)는 높은 목표를 연이어 강조하면 낮은 목표나 ‘최선을 다하라’는 목표를 제시할 때보다 직원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이 증가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높은 목표가 감정적, 신체적 고갈(Depletion)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그들의 연구 과정을 한번 살펴 볼까요?


웰쉬와 오르도네즈는 159명의 대학생을 모집하여 무작위로 5개의 서브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각 그룹에게 주어진 목표는 특성이 서로 달랐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그룹 : 높은 목표를 줌

2그룹 : 낮은 목표를 줌

3그룹 : 처음에 낮은 목표를 주고, 그 후에 점점 높임

4그룹 : 처음에 높은 목표를 주고, 그 후에 점점 낮춤

5그룹 : ‘최선을 다하라’고 말함


참가자들은 총 다섯 라운드의 문제해결 과제를 수행해야 했는데, 각 라운드는 20개의 문제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1그룹 참가자들에게는 최소 12개를 풀어야 한다는 높은 목표가 주어졌고(12개가 높은 목표라는 것은 이미 다른 실험들을 통해 통계적으로 파악됨. 상위 10% 성적에 해당), 2그룹에게는 최소 3개를 풀라는 목표가 주어졌습니다.


3그룹에게는 처음에 목표를 3개로 주었다가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6, 9, 12, 15개로 높여서 부여했고, 4그룹에겐 그 반대로 15, 12, 9, 6, 3의 순서로 풀어야 할 문제 개수를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5그룹에게는 특별한 목표치를 부여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문제를 풀라고만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들은 각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고갈됐는지’를 스스로 측정하여 기록해야 했죠.


그렇다면 ‘비윤리적인 행동’은 어떤 식으로 측정했을까요? 웰쉬와 오르도네즈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맞힌 문제수를 기록하도록 함으로써 과연 어떤 그룹의 참가자들이 남을 속이는 행동를 더 많이 할지를 살폈습니다. 서두에서 이미 말을 꺼냈으니 실험 결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성적을 살펴볼까요? 가장 성적이 좋았던 그룹은 ‘최선을 다하라’는 말만 전달 받은 5그룹(평균 5.74개)이었습니다. 정말 의외의 결과입니다. 그 뒤로 1그룹, 3그룹, 2그룹, 4그룹의 순이었습니다. 처음에 높은 목표를 부여 받은 그룹의 성적(평균 5.63개)의 성적은 높긴 했지만 5그룹보다는 낮았고, 처음엔 높은 목표를 부여 받았다가 점점 낮은 목표를 받은 4그룹의 성적이 가장 낮았다는 게 특이한 결과입니다.


신체적, 감정적 고갈 상태는 그룹 간에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이때는 1그룹, 4그룹, 5그룹, 3그룹, 2그룹의 순이었습니다. 높은 목표를 받은 1그룹 참가자들이 가장 크게 ‘고갈’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은 예상이 가능했지만, 5그룹(‘최선을 다하라’고 지시 받은) 참가자들로 중간 정도의 긴장을 느꼈다는 점은 특이할 만한 사항입니다. 자기가 맞힌 개수를 과다하게 기록한 ‘비윤리적 행동’의 결과는 1그룹, 4그룹, 3그룹, 5그룹, 2그룹이 순이었습니다. 높은 목표를 부여하면 성적을 높이려는 동기도 작용하지만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려는 동기도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출처: 아래 명기한 두번째 논문



높은 목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고갈 상태가 심해지면 그걸 만회(?)하고자 상사와 동료에게 ‘거짓 보고’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이 실험이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높은 목표를 달성하라고 압박을 가하면 위의 실험 결과처럼 성과가 높아지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높은 목표를 강조하는 문화가 ‘남을 속이는 문화’를 오히려 강화시키는 꼴은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죠. 


원래는 남을 속이지 않는 직원들도 위에서 높은 목표가 하달된다면(그리고 목표 달성 여부가 보상에 연결되면), 상사와 동료를 속이려는 동기가 커진다는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예전에 올린 글에서 시어즈의 자동차 정비공들이 손님들에게 수리하지 않아도 될 부분을 수리해서 과다 청구한 사례를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시어즈는 집단소송에 패배하여 엄청난 금액의 보상금을 물어야 했죠. 정비공들에게 높은 목표 달성을 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위적으로 예상치에 무리치를 더해서 높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부여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라’를 말이 직원들의 고갈과 비윤리적 행동을 줄이면서도 성과를 최고로 낼 수 있는 방법임을 이 실험의 결과가 시사합니다. 높은 목표치는 무리치입니다. 직원들로 하여금 양심을 팔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무리치’입니다. 도전적인 목표라고 둔갑된 무리치는 직원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듭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Locke, E. A., & Latham, G. P. (2006). New directions in goal-setting theory.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5(5), 265-268.


Welsh, D. T., & Ordóñez, L. D. (2014). The dark side of consecutive high performance goals: Linking goal setting, depletion, and unethical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23(2), 7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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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Kai 2014.03.24 10:13

    처음부터 목표를 허황되게 잡다보니, 실질적 목표를 잡으라니, 정작 잡을 줄 모르게 되는 상황을 보게된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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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미유미요 2014.03.24 10:48

    이 글에서 전 '비윤리적인 행동'에 포커스를 두고 싶습니다. 회사에서의 스타가 목표를 초과 달성해도 눈부신 활약뒤에는 비윤리적행동(거창하게 윤리적행동이란 표현보다는 동료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 개인목표 달성을 위해 팀웍을 져버린 행동들)이 있었다면 아무리 회사에서 recognition을 해줘도 동료들은 스타를 보고 자극을 받거나 배우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 보다 회사의 평가기준을 신뢰하지 않고 오히려 왜곡된 방식으로 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팀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이 저하되구요. 저또한 연초 목표 설정한 KPI만 달성하면 끝... 목표설정 이외의 일은 뭐.. 내가 왜하지? 왜 이걸 나아게 하라하지? 라는 생각만 하니깐요...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저도 망하고 회사도 망하는 길이란걸 알면서도 어쨌건 지금 회사를 다니려면 내가 떨어진 목표치에 신경을 안쓸수가 없죠...

    아... 이런 글은 저처럼 팀원이 아니라 관리자들이 읽어줘야 하는데..... 관리자 ㅂ ㅅ들은 지 밥그릇만 챙기기 급급해서.. 읽어도 뭐 실천은 안 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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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익명 2014.03.24 23:2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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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란 책에서 재미난 사례가 있어 여기에 소개합니다.

1월에 10억원의 매출이었지만, 매달 매출이 감소하여 6월에 이르러 월매출이 5억원으로 급락했습니다. 이때 바닥을 찍어 월매출이 조금씩 올라 12월에는 월매출 8억원을 달성했다고 해보죠. 월매출액의 기준에서 본다면(이 회사가 월매출의 관점에서 성과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20%가 감소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매출의 감소를 손실이 아니라 이익으로 보게 만드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감소율과 증가율을 교묘하게 섞으면 되는 것이죠. 1월부터 6월까지 월매출은 50%가 감소했습니다(10억원 --> 5억원). 반면 7월부터 12월까지의 월매출은 60%가 증가했죠(5억원 --> 8억원). 그렇다면 이렇게 발표하는 것입니다. "1월부터 6월까지 회사 실적은 50% 감소했지만, 7월부터 치고 올라가 60%가 증가했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사람들(투자자들)에게 이 회사의 실적이 최종적으로 10% 증가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죠. 한마디로 눈속임입니다.





'에이, 그렇다고 누가 실제로 그렇게 뻔한 거짓말을 하겠어요?'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책을 보니 실제로 멕시코에서 이런 눈속임으로 국민들을 호도한 일이 있다고 합니다. 멕시코 정부에서 늘어나는 교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고속도로를 증설해야 하는 문제에 부닥쳤습니다. 그러나 고속도로 건설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제약이 있었죠.


이런 제약을 해소하고 교통 수요를 충족시킬 천재적인 방법이 있었으니, 그것은 왕복 4차선인 고속도로의 차선을 지우고 왕복 6차선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고속도로의 용량이 50%나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죠. 그러나 이런 조치는 큰 부작용을 가지고 옵니다. 차선을 좁게 만들었으니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입니다. 결국 멕시코 정부는 원래의 4차선 고속도로로 복구해야 했죠. 그렇게 하면 고속도로의 용량은 33%가 감소합니다.


멕시코 정부는 꼼수를 생각해 냅니다. 국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잘 했다고 선전하기 위해 처음의 고속도로의 수용량 증가율 50%에서 나중의 감소율 33%를 뺀 값을 발표했던 겁니다. 그래서 고속도록 수용량이 17% 증가했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차선을 지우고 그리는 데 드는 비용이 쓸데없이 소모되었죠.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발표이긴 했지만 내막을 모르는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그냥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실이 나도 그것을 이익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는 도처에 가득합니다. 책의 제목처럼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면 안 되겠습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포스팅합니다.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 ^^



*공지사항 : 오늘은 제가 주최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제원우의 '생각정리의 기술' 특강"인데요. 아래의 사이트에 접속하면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많이들 오십시오. 누구나 환영입니다.

https://www.facebook.com/events/206048002901906


*참고도서 :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게르트 기거렌처 저, 전현우 황승식 역, 살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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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많은 지원자들이 면접 과정에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합니다. 본인이 수행한 적 없는 프로젝트를 자기가 한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그 프로젝트에서 역할이 미미했음에도 마치 프로젝트를 본인이 주도한 것처럼 과장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이 정도는 사실 애교에 속하죠. 잠깐 '알바'한 것에 불과한데 마치 정식으로 고용된 것처럼 경력을 기술하거나, 실패로 끝난 일도 굉장한 성과였다고 설명하는 지원자도 가끔 발견됩니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보통 경험이 많은 면접관이 이제 막 면접관의 자리에 오른 초보자들에 비해 거짓말하는 지원자를 잘 가려낼 것이라고 믿고 그들을 면접에 투입합니다. 하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될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마르크-앙드레 라인하르트(Marc-André Reinhard)와 그의 동료들은 14명의 지원자들에게 본인이 진짜로 수행했던 일을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런 다음, 자신들이 한 적 없던 일에 대해 말하도록 하고 역시 동영상으로 찍었죠. 라인하르트는 이 동영상을 인터뷰에 오랜 경험을 가진 46명의 면접관들에게 보여주고서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를 가려내도록 요청했습니다. 또한 인터뷰를 적어도 한 번 이상 해본 92명의 면접관과, 면접관 경력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214명의 대학생들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테스트하게 했습니다.


베테랑 면접관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이 실험에 참가한 모든 '면접관'들의 정확도는 52퍼센트에 불과했는데, 중요한 사실은 베테랑 면접관들이라고 해서 초보 면접관들에게 비해 실력이 낫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죠. 업무 경력이 오래 돼도, 휘하에 부하직원을 많이 데리고 있어도 거짓말하는 지원자를 가려내는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었죠.


베테랑 면접관들에게 거짓말하는 지원자를 가려내는 능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 실험의 결론은 기업에게 꼭 필요한 직원을 채용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면접관들의 '거짓말 탐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실험에 참가한 면접관들 중에는 지원자들의 말보다는 행동(손의 움직임, 자세의 변화 등)을 보면 거짓말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그들의 거짓말 탐지 능력이 조금 나았습니다. 이는 거짓말의 '바디 랭귀지'를 읽을 수 있도록 면접관들을 훈련시키면 도움이 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물론 라인하르트의 실험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실험 조건 상, 직접 대면하지 않고 동영상을 통해서만 일방향으로 지원자들을 접했다는 것이죠. 만약 경험 많은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을 대면하여 이것저것 물어보고 답변을 들었다면, 그들의 정확도가 이 실험의 결과보다는 높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한계가 분명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험 많은 면접관들의 거짓말 탐지 능력이 별로 좋지 않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면접 상황과 비슷한 조건에서 실험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따라서 이 실험의 시사점은 베테랑 면접관들이라고 해서 지원자들의 거짓말을 잘 잡아낼 것이라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거짓말의 바디 랭귀지를 읽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도 시사점에 포함할 수 있겠죠.


혹시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채용해 놓고 보니 지원자의 경력이 거짓으로 드러난 경우는 없었습니까? 왜 그런 지원자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을까요?



(*참고논문과 사이트)

Reinhard, M., Scharmach, M., and Müller, P. (2013). It's not what you are, it's what you know: experience, beliefs, and the detection of deception in employment interviews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43 (3)


http://www.bps-research-digest.blogspot.co.uk/2013/05/experienced-job-interviewers-are-n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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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만나 대화를 나눌 때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당히 자주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란 책도 있을 정도입니다(로버트 펠트만 저).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거짓말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약점을 감춤으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보존하기 위함이겠죠.



그런데 이런 거짓말이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눌 때보다 온라인 의사소통 수단을 사용할 때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매티탸후 짐블러(Mattityahu Zimbler)라는 대학원생은 로버트 펠트만(Robert Feldman)과 함께 이 같은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짐블러는 220명의 학생들을 같은 성별끼리 둘 씩 짝지은 다음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직접 대화,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한 대화, 이메일을 통한 대화를 하도록 했습니다. 


15분 간 대화를 나누게 한 후에 의사소통의 부정확성을 측정한 결과, 세 가지 의사소통 방법 모두에서 일정 수준의 속임수(기만)가 발견되었습니다. 헌데 흥미로운 것은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한 학생들, 즉 컴퓨터를 사용한 학생들에게서 속임수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메일을 쓴 학생들에게서 거짓말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죠.


짐블러는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몰개성화(Deindividualization)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컴퓨터를 사용한 의사소통(이메일, 인스턴트 메신저)이 사람들로 하여금 심리적, 물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대화 상대에게 속임수를 시도하거나 거짓말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죠. 특히나 이메일은 대화 방식이 '비동기적'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상대가 질문을 던져오면 즉각 대답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에 거짓말할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짐블러는 말합니다. 아무래도 이메일을 사용하면 대화 상대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강한 탓이겠죠. 


온라인 의사소통 수단이 거짓말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짐블러의 연구는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심지어 야외에서까지 인터넷이 일반화된 요즘, 과연 우리의 의사소통은 얼마나 진솔할지 뒤돌아보게 만듭니다. 조직에서 의사소통을 촉진시킨다며 온라인 도구(사내 메신저, 사내 SNS 등)를 도입할 계획이라면 재고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을 했었지만, 이제는 의사소통의 몰개성화로 인해 10분에 여섯 번 이상 거짓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참고논문)

Zimbler, M., & Feldman, R. S. (2011). Liar, liar, hard drive on fire: How media context affects lying behavior.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41(10), 2492-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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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7개의 밴다이어그램이 있습니다. '현재의 나'와 10년이 지난 다음의 '미래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와 비슷할 거라고 느낄수록 겹치는 부분이 많은 밴다이어그램을 선택하면 됩니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거라고 믿는다면 윗 줄의 맨 왼쪽에 위치한 그림을 고르면 되겠죠. 여러분도 한번 선택해 보세요.


(출처 : 아래의 논문)



할 허시필드(Hal E. Hershfield)와 동료 연구자들은 147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이렇게 7개의 밴다이어그램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이 테스트는 과거 실험에서 사람들이 '자아 연속성(Self-Continuity)'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좋은 도구로 인정 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많이 겹칠수록 자아 연속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 테스트 외에 재무적인 이득과 윤리적인 문제가 서로 충돌하는 6가지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재무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환경적으로는 큰 피해를 야기하는 채굴 사업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건강 상 문제를 일으키지만 매우 이익률이 높은 식품을 얼마나 마케팅하고자 하는지 등이었죠. 





결과를 분석하니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와 거의 비슷하리라 여기는 참가자일수록(겹치는 밴다이어그램을 선택한 참가자일수록)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자아 연속성이 낮으면('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많이 다를 거라 느끼면)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후속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자아 연속성을 높게 인식하는 참가자들은 비윤리적인 협상 전술을 승인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고 현재에 내리는 결정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더 많이 고려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이런 결과에 흥미를 느낀 허시필드는 좀더 직접적으로 자아 연속성과 거짓말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176명의 학생들에게 앞서 사용한 밴다이어그램을 제시하여 자아 연속성을 측정한 다음, 며칠 후에 연구실에서 진행될 실험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모두 85명의 학생이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연구실에 온 학생은 53명 뿐이었습니다. 자아 연속성이 높은 그룹의 학생들은 73퍼센트가 약속을 이행했지만, 자아 연속성이 낮은 그룹의 학생들의 출석률은 5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약속의 신뢰성도 자아 연속성과 관계가 있었던 겁니다.


연구실에 온 학생들은 가상의 상대방을 대상으로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는 게임을 진행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옵션A는 참가자 자신은 5달러를 받고 상대방이 15달러를 받는 것이었고, 옵션B는 참가자는 15달러를 받고 상대방이 5달러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옵션B가 참가자 자신에게, 옵션 A가 상대방에게 유리한 옵션이었죠. 허시필드는 상대방이 이 두 가지 옵션의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말하면서 "옵션A가 당신에게 더 유리하다" 혹은 "옵션 B가 당신에게 더 유리하다" 중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라고 참가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상대방에게 거짓 정보를 알리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죠.


자아 연속성이 낮은 그룹의 참가자들의 77퍼센트가 거짓 정보를 상대방에게 알렸지만, 자아 연속성이 높은 그룹의 참가자들은 36퍼센트만이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비슷할 거라고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돈을 더 얻을 목적으로 거짓말할 확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할수록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는 흥미로우면서도 다소 충격적입니다. 


허시필드의 실험은 개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윤리 규정 몇 개를 만들어 통제를 가하는 방식은 윤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재무적인 이익과 윤리적인 당위성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의 자아 연속성을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일치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겠죠(물론 이것만으로 윤리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좋은 전략가'를 뽑을 때도 자아 연속성에 대한 평가가 중요합니다. 자아 연속성이 높을수록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리는 이 결정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를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고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얼마나 같은 사람입니까?



(*참고논문)

Hal E. Hershfield, Taya R. Cohen, Leigh Thompson(2012), Short horizons and tempting situations: Lack of continuity to our future selves leads to unethical decision making and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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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윤정 2012.11.13 14:09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록, 윤리적이란 말씀이시죠?
    단풍 사진 바로 밑에 '결과를 분석하니~'부터 해석이 잘못 된거 같아요.

    하단 결론과 중간부분 말씀하시는 내용이 다르네요. ㅎ

    perm. |  mod/del. |  reply.


요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무엇보다 요구합니다. 제법 많은 회사에서 사훈이나 인재상에 '창의' 혹은 '창조'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고, 역량평가 항목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말하며 창의력을 함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창의력이 직원들의 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창의력을 갖춘 인재들이 시장을 석권할 새로운 해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믿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노력으로 얻어지는 창의력은 오직 기업에 이득만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창의력을 강조하고 독려하는 것이 직원들이 규정을 어기거나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와 듀크 대학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창의력의 어두운 뒷면을 일련의 실험 결과를 통해 경고합니다.1) 지노와 애리얼리는 먼저 광고기획사를 다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창의력을 많이 요구 받는다고 생각하는 직원일수록 회사 물품을 집에 가져가 쓴다든지, 비용 정산서를 부풀려서 작성한다든지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더 많이 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엄밀한 방법으로 얻어진 결과는 아니었지만, 창의력과 부정행위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통제된 실험실에서 창의력과 부정행위 간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하기로 한 99명의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온라인으로 자신의 지능과 창의력을 측정 받았습니다. 1주일 후, 실험실에 모인 참가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창의력과 지능을 평가하기 위한 테스트에 임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능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들은 직관적으로 대답할 경우 오류를 범하기 쉬운 것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야구 방망이와 야구공은 합해서 1.10 달러이다. 야구 방망이는 야구공보다 1.00 달러 더 비싸다. 야구공의 값은 얼마일까?"란 문제였죠. 많은 사람들이 0.10 달러라고 잘못 말하지만, 정답은 0.05 달러입니다. 이런 류의 문제에 정답을 많이 말할수록 지능이 높다고 간주되었죠.


그런 다음,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을 모니터 앞에 앉히고는 점들이 무작위로 찍혀 있고 대각선에 의해 두 개의 삼각형으로 분할된 정사각형을 1초 동안 보여주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왼쪽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이 많은지, 오른쪽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이 많은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하게 하는 과제였죠. 두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의 개수가 확연하게 다르지 않을 경우 참가자들은 헛갈리기 쉽습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에게 왼쪽 삼각형을 선택하면 0.5센트를, 오른쪽 삼각형을 선택하면 그보다 10배나 많은 5센트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든 오답이든 돈을 그렇게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죠.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장치였던 셈입니다. 어느 쪽 삼각형 안에 점이 많이 있든지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오른쪽 삼각형을 선택해서 돈을 많이 챙겨도 무방했으니까 말입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도트(Dot) 과제'를 200회 반복시킨 후에 창의력과 부정행위의 관계, 지능과 부정행위와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창의력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행위의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창의력과 부정행위 간에 뚜렷한 '정의 상관관계'가 존재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능은 부정행위와 별 관련이 없었죠. 도트 과제 이외에도 두 가지 과제(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를 더 실시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이 실험으로 창의적인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은 힘을 얻었습니다.


후속실험에서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라고 프라이밍될 경우에도 역시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높아짐이 밝혀졌습니다. 111명의 참가자들에게 5개의 단어로 구성된 20개의 조합을 보여주고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라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참가자들 중 절반은 창의력과 관련된 단어들이 포함된 문장을 접한 반면,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창의력과 관련되지 않은 중립적인 단어들로 과제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런 조작을 통해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 혹은 '창의적이 되어야 해'라는 인식을 은연 중에 심어준 것이죠. 참가자들에게 도트 과제를 진행시켰더니 창의력과 관련된 단어로 자극을 받은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오른쪽 삼각형을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창의적인 분위기에 자극 받을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르게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개인과 조직의 창의력을 유도하고 독려하는 정책과 문화는 조직의 환경적응력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창의력이 개인과 조직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효용과 복지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댄 애리얼리는 자신의 저서에서 "창의력 덕분에 우리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기발한 해법을 생각해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창의력이 있기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재해석하는 식으로 기존의 원칙이나 규칙을 왜곡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2) 창의력을 권장하되 창의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유혹을 깨뜨릴 수 있도록 유념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창의적이되 긍정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창의력은 이득이 크지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음을 염두에 두어야겠죠.



(*참고문헌)

1) Francesca Gino, Dan Ariely(2012), The dark side of creativity: Original thinkers can be more dishones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2(3)


2) 댄 애리얼리,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이경식 역, 청림출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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