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면 약 1억 달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CEO라면 이런 말을 듣고서 "그래? 그렇다면 그 프로젝트를 당장에 시작해야겠군" 이라고 의사결정 내리겠습니까?
"전 보물선이 아니랍니다. 그저 황포돛단배일 뿐"
위에서 말한 1억 달러라는 값은 말 그대로 '기댓값'입니다. 기댓값이란 알다시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각각의 확률과 곱하여 합산한 값을 말합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00을, 뒷면이 나오면 50을 얻는다면 기댓값은 100 * (1/2) + 50 * (1/2) = 75 가 됩니다.
헌데, 기댓값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거나 일부러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각각의 경우에서 얻을 수 있는 값과 확률을 조작해서 얼마든지 기댓값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할 확률이 아주 미미해도(0에 가깝더라도) 그때 얻을 수 있는 값을 높여 버리면, 기댓값은 덩달아 높아집니다.
약 1억 달러라는 기댓값은 다음과 같은 확률 계산을 토대로 산출됐을지 모릅니다.
성공확률 : 1%
실패확률 : 99%
성공할 때의 수익 : 1,000 억 달러
실패할 때의 수익 : - 100 만 달러
기댓값 = 1% * 1,000 억 달러 + 99% * (-100 만 달러) = 약 1억 달러
한 마디로 눈속임이죠. 실패확률이 99% 라는 말은 거의 확실하게 실패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100 만 달러 만큼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 뻔한데도, 성공할 때 얻을 수익을 크게 설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댓값을 높게 보이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생각이 있는 CEO라면 "1억 달러를 기대할 수 있다"는 보고가 끝나면,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 실패할 확률, 그리고 성공과 실패의 경우에 얻을 각각의 손익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댓값만 믿고 '올인'하는 오류에 빠지죠.
위의 예는 극단적인 예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왕왕 발생합니다. 10 여년 전에 동해에 빠진 보물선을 건져 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업체(동아건설)가 있었습니다. 동해에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이 역시 확실하진 않지만)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6200t급 철갑 순양함 도미트리 돈스코이호가 바로 동아건설이 노리던 보물선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니 보물선 인양은 물 건너 간 이야기인 듯 합니다.
2000년 당시, 동아건설은 보물선을 인양하면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다고 광고하며 투자자를 모았습니다. 퇴출 위기에 몰려있던 동아건설은 보물선을 이슈화해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지요. 실패할 확률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실패했을 때 입게 될 손실은 입도 뻥긋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에이, 설마 투자자들이 바보도 아닌데 그런 허무맹랑한 제안에 속겠어요?" 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애석하게도 개인투자자들은 그리 현명하지 못했습니다. 315원이던 주가가 3265원으로 10 배 이상 급등했다는 게 바로 투자자들이 속아 넘어갔다는 증거입니다. (후에 동아건설 주가는 폭락하고, 회사는 매각됐지요)
기댓값에 기대를 거는 것처럼 어리석은 의사결정은 없습니다. 기댓값은 성공의 확률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의미가 있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보물선으로 주가 띄우기 이벤트'에 또 당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반응형
'[연재] 시리즈 > 의사결정의 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는게 많다고 똑똑한건 아닙니다 (0) | 2010.05.19 |
---|---|
"팀장님이 프로젝트의 걸림돌이에요" (25) | 2010.05.18 |
대박 투자는 쪽박의 지름길 (8) | 2010.05.14 |
37퍼센트의 규칙을 아십니까? (12) | 2010.03.29 |
Tip - 최적 대안을 찾는 기술 (8) | 2008.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