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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인터뷰에서 모 임원 A의 말을 듣고 잠시 멍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회사가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이나마 살아남은 힘이 무엇인 줄 아는가? 바로 남들이 변화할 때 우리는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하고자 한 회사들은 하나 둘 나가 떨어졌는데, 우리는 98년의 위기를 이겨내서 지금 잘 나가고 있질 않는가?”
그의 말은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들어온 저를 무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저는 부디 이런 생각이 그 혼자만의 생각이길 바랬습니다.
새 제도가 케잌처럼 달콤할 순 없을까요?
“외부의 변화 속도가 내부의 변화 속도를 넘어서면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라는 잭 웰치의 말을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직원 대부분의 생각이 A와 비슷하다면 여러분 회사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고민이 됩니다.
한때 8개팀까지 있던 민속씨름이 이제 한 팀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씨름계의 현실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 임원이 되어 느긋해진 A와 동조하여 여러분도 ‘작은 성공’에 취해 있어야 할까요? 환경이 우리 입맛대로 변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안에서 우리가 먼저 변해야 삽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새로운 인사제도는 이러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소박한 울림입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바뀌는 것은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평가지표나 양식, 평가자나 평가절차 등은 기존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새로운 음식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야 늘 보던 것과 같은 이치겠죠. 그러나 맛보기 전에 폄하부터 하지 말길 바랍니다. 근본적인 변화, 어쩌면 거부하고 싶은 변화를 여러분에게 요구합니다.
이번 인사제도가 추구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투명성입니다. 마치 밀실에서 진행되는 이미지로 잘못 비춰졌던 인사평가의 절차와 결과가 최대한 있는 그대로 피평가자에게 공개되고 피드백됩니다.
이것은 놀라운 변화입니다. 하지만 적응하기 어려운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평가가 공개되면 조직 분위기가 엉망이 될 거라는 우려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상사의 진정 어린 솔직한 평가에 색안경을 끼고 볼 부하직원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오히려 감추기 때문에 오해가 증폭되는 것은 아닐까요? 직원들은 자신의 평가과정과 결과가 어떤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둘째, 육성지향성입니다. 누가 더 낫고 누가 덜한지를 가리는 데 초점을 맞춰왔기에 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기존의 평가 방식을 이제 버리고자 합니다. 평가자들은 부하직원의 장점과 개선할 점을 평소에 꼼꼼히 기록하고 코치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를 해태하는 관리자들은 더 이상 관리자의 책무를 다하는 자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조언해 주고 조언을 받아들이는 데 어색함을 느끼는, 그래서 술이나 사주면서 고충을 듣는다고 하는 것이 전부인 상사들에게는 버겁고 낯간지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관리자들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선(善)은 부하직원을 육성하여 그들이 회사에 더 많은 성과를 가져오도록 격려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을 관리자로 인정해 준 회사에 대한 보답입니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할 때, 상사로서 부하직원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열에 여덟 정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글쎄요. 술 사주면서 부하직원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것 이외에는...”, 이라며 말을 흐리거나, 나머지 열에 둘 정도는 “업무가 바빠서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라고도 말합니다.
그래서 반대로, 부하직원들에게 술 잘 사주는 상사가 마음에 드는지 질문해 보면 “술 사주면 좋긴 하지만, 그때뿐이다. 평소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라는 대답이 대부분입니다. 모 회사 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술 잘 사주는 상사는 좋아하는 상사 리스트에 끼지도 못했습니다.
얼마 전 모 컨설팅 회사가 세계 16개국, 직원 250명 이상 기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사에 대한 만족도에서 한국이 16개국 중 꼴찌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특히 부하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느냐는 질문에 30% 정도만 ‘그렇다’라고 대답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보다 열악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동일한 질문에 50% 이상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었지요.
그 리포트는 우리나라의 중간관리층 이상 직장인의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에 심각한 장애가 있다는 분석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엄밀한 성과주의보다 인간적인 정리(情理)를 우선시하는 우리 기업의 일반적인 풍토에서 이런 설문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참 의외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얼마나 ‘진정한 배려’에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은 아닐까요?
관리자들이 부하직원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덕(德)은 배려입니다. 인사평가는 배려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평가할 때 부하의 잘못이나 부진을 따끔히 지적하는 대신에 ‘그래도 1년간 고생했잖아’ 하는 생각에 눈감아 주는 것을 배려로 잘못 아는 관리자들이 많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나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관대한 평가결과는 결국 직원들의 자기개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회사의 퇴보를 자초하는 길입니다.
제도는 다 만들어졌으니 이제 실행에 옮길 일만 남았습니다. 실행하면서 잠시 삐걱댈지도 모릅니다. 삐걱 소리에 놀라 옛날로 돌아가자는 볼멘소리도 있을 겁니다. 인생에 있어 누구나 사춘기를 겪지만 그것이 불편하다고 어린이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늘 푸르고 싱싱한 청년의 기업으로 우뚝 서고자 한다면, 이러한 불편함 쯤은 홍역 치르듯 이겨내야 합니다. 이번 인사제도가 창대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밟고 올라 설 작은 디딤돌 하나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 본 글은 모 회사의 인사제도 개선 프로젝트를 끝내고 '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로 작성된 것입니다. 인사제도를 개선했거나 개선할 예정인 기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여기에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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