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또 시작이다!   

2008.02.21 21:09
요새는 경영 이론이 너무나 많아서 컨설턴트인 나조차도 무슨 이론이 업계를 떠돌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너무나 많은 탓인지, 경영 이론들은 서로 모순되는 경우도 많다.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론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다르게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론이 있다. 기업문화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반대로 일치되고 통합된 하나의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뭐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경영자들은 수많은 경영 이론들이 자기모순에 빠져 '떠들어 대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무척 헷갈린다. 귀가 얇은, 그래서 나름의 경영철학이 없는 경영자는 유행에 휩쓸리기 쉽다. 언제는 속도를 강조하더니만, 이제는 내실을 기하라며 소리친다.

동시에 여러 개의 경영혁신 프로그램들로 직원들을 괴롭히며 경영자가 줏대 없이 여러 경영 이론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 때, 직원들은 이렇게 외친다. "엎드려! 또 시작이다! (Bend over! Here it comes again =  BOHICA)

'권한위임(Empowerment)'이 조직성과 향상의 마술지팡이로 취급 받는 모양인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성과 향상의 전부가 아님에도 컨설턴트들은 녹음기처럼 이 말을 떠들고 다닌다.

권한위임은 말은 대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하면 동기부여가 돼서 더 열심히 일하고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따져보면 권한위임은 직원 입장에서 볼 때 별로 환영하고 싶지 않은 말이다. 경영자(CEO)가 자신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바로 "네가 마음껏 해보라.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각오해야 해!"라는 의미다.

권한위임은 CEO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부담해야 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포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직원들은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성과를 못내는 것이 아니다. 성과를 내는 방법을 몰라서 못내는 것이다.

권한위임이 조심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 권한을 위임 받을 생각이 없는 직원에게 권한만 떡 하니 안겨준다면, 그 직원은 동기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막중한 압박감에 시달릴 뿐이다. 그래서 "엎드려! 또 시작이다!"라고 외치면서 눈 가리고 아웅할 생각만 골몰할지도 모른다.

(조안 시울라의 책 '일의 발견'에서 참조)


** 이 글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자발적 원고료'로 글쓴이를 응원해 주세요. **
(카카오톡 > 더보기 > 결제) 클릭 후, 아래 QR코드 스캔



혹은 카카오뱅크 3333-01-6159433(예금주: 유정식)

Comments

  1. 김병수 2008.02.22 10:20

    유정식 대표님...
    블로그 형태로 새롭게 뵙게 되니 아주 좋은것 같습니당...

    권한위임에 대한 새롭지만 실질적인 해석(?)....
    무척 가슴에 와 닿네요...

    저희 그룹사 직무관련 설문조사시에 늘 나타나던 결과치가 생각납니다..
    "당신의 업무관련 권한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만족(매우 많다)"

    그 다음 질문은? ㅎㅎㅎ "매우 불만족"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php.chol.com/~life89/blog/infuture BlogIcon 유정식 2008.02.22 17:58

      안녕하십니까? 김병수 과장님. 잘 지내시죠?
      지난 번에 추진하시던 일을 잘 진행되시는지요?

      저는 할 일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어서, 점점 긴장 중입니다.^^
      날씨가 풀린 걸 보니 이제 곧 봄이 올 모양입니다.
      건강하시고, 자주 홈페이지에 들러 주세요.

  2. 쉐아르 2008.02.26 00:29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경영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하니 기존에 간과하던 부분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하려 하겠지요. 문제는 그 모든 것이 큰 그림에서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어야 되는데, 새로운 이론을 들을 때마다 그게 다인냥 올인하며 다른 것들은 무시하려는 경영인 혹은 실무진에 있다 생각합니다.

    변화가 좋은 것이지만, 유행 따라 가는 변화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생각합니다.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