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은 인터뷰의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터뷰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과학에서 행해지는 여러 실험이 문제의 답을 알아내기 위한 과정이듯이 인터뷰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탐색하기 위한 결정적인 '실험도구'입니다.
여러분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때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인터뷰를 해왔을 겁니다. 그러나 인터뷰의 목적과 절차, 방법 등을 숙지하지 않은 채 무조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뭔가 밝혀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감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하기 전에 철저하게 실험을 설계합니다. 특히 여러번 되풀이하기 힘들다면 실험이 잘못되지 않도록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갖춥니다.
문제가 참 많기도 합니다.
인터뷰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문제해결사들은 한정된 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기를 요청받기 때문에 인터뷰를 여러 번 반복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또한 인터뷰는 필연적으로 인터뷰이(interviewee)의 시간을 빼앗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흉흉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지요. 문제해결이 지체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 나왔다 해도 구성원들이 수용하기를 거부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괴롭히더니 고작 그런 해결책이냐?"고 말입니다. 사전에 인터뷰를 잘 설계해서 진행해야 가설을 검증할 수 있고 바람직한 해결책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인터뷰는 관찰의 일종이라고 지난 글에서 언급했습니다. 즉 인터뷰의 목적은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죠. 문제가 벌어지고 야기하는 상황, 문제의 잠정적인 원인, 해결책의 실마리를 관찰하는 도구가 인터뷰입니다. 컨설턴트들은 프로젝트 초기에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거의 자동적으로 인터뷰를 실시합니다. 문제해결에 부여된 기간이 3개월이라면 1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인터뷰에 공을 들입니다.
'전문가라면 척 보면 알 텐데 왜 귀찮게 인터뷰를 하지? 빨리 해결책이나 내놓지 그래'라며 짜증을 내는 의뢰인이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해결사가 신이 아닌 한 의뢰인의 말만 듣고서는 현상을 옳게 파악하지 못합니다. 노련한 문제해결사들은 가설을 빨리 내놓은 데에는 '선수'로서의 능력을 보이지만, 인터뷰를 통한 관찰 없이는 절대로 해결책을 내놓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면 다 똑같은 문제 같지만, 조직에 내재된 독특한 특징은 제각각이므로 문제의 잠정적 원인과 해결책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이 사실에 기반을 둔(Fact-Based) 문제해결을 추구한다면 인터뷰는 빼먹지 말아야 할 필수 과정입니다. 문제가 벌어지는 현장을 직접 관찰하지 않으면 의뢰인 입맛에만 맞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인터뷰는 실증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미리 설정한 가설이 실제로 그러한지의 여부를 인터뷰를 통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많이 뽑아 놓고는 아직까지 어떤 업무를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권한이 모두 윗사람에게 집중되어 그 밑의 직원들은 허드렛일만 한다' 등의 답변을 통해 '업무량 적어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가설이 참인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뷰도 사람의 일인지라 인터뷰이가 거짓으로 답변하면 가설의 참/거짓 판단이 왜곡될 위험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게으름을 피워놓고 엉뚱하게 회사 탓, 관리자 탓으로 돌릴 가능성도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노련한 문제해결사라면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에게 부여된 공식적인 업무는 무엇입니까?", "그 업무는 아주 중요한 임무인데 수행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까?"라고 말입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 정리해 보면, 인터뷰는 현상을 파악하기 위한 관찰의 도구이자,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실증의 도구입니다.
인터뷰는
1) 관찰의 도구
2) 실증의 도구
2) 실증의 도구
그렇다면 인터뷰를 실행할 때 문제해결사가 지켜야 할 원칙을 알아보겠습니다. 인터뷰 스킬의 세부적인 사항(질문하는 태도, 표정, 말투, 분위기 조성 등)은 여러 책에서 이미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여기서 굳이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인터뷰이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문제해결에 열의를 가지고 임한다면 손동작이나 억양과 같이 세세한 것에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6가지 사항은 인터뷰어(interviewer)로서 문제해결사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1) 사전에 문제와 관련한 배경지식을 습득한다
2) 가설 목록을 반드시 준비한다
3) 간단명료하게 질문한 후 듣는다
4) 가설 하나에 '왜'를 세번 묻는다
5)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킨다
6) 인터뷰를 반드시 기록한다
첫번째 원칙 '사전에 문제와 관련한 배경지식을 습득한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문제해결사가 조직 내부의 사람이라 해도 문제를 둘러싼 배경지식에는 종종 무지합니다. 경영기획 파트에 근무하는 문제해결사는 예전에 근무를 해본 경험이 없으면 영업 일선의 업무 프로세스와 공장에서 운영되는 생산/물류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합니다. 문제해결사는 반드시 배경지식을 공부해야 하는데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함입니다. 때론 인터뷰인지 수업 시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터뷰이가 인터뷰어에게 자기네 업무 프로세스와 용어를 일일이 가르치는 데 귀한 시간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 곤란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로 찍혀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라며 콧방귀를 뀌기 마련입니다. 이런 첫인상이 박히면 성의 없고 정보도 없는 답변 밖에는 얻지 못하죠. 일단 인터뷰이들이 '아, 이 사람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좀 아네?'라고 인식시키려면 완벽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배경지식을 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심층적인 질문을 통해 관찰과 실증의 질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배경지식이 없다면 질문을 이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뷰이가 A라고 답변하면 '혹시 그것은 B 때문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C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재차 질문을 날려야 하지만,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런 심층적인 질문은 불가능합니다. 변죽만 울리는 질문에 그쳐서 문제해결사를 통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배경지식을 학습하는 데에 일주일 정도 투자하기 바랍니다. 먼저 문서로 된 자료를 살펴본 후에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의뢰인이나 전문가에게 물어서 꼭 숙지해야 합니다. 시간이 급박하다 해도 배경지식 습득에 쏟는 일주일의 기간은 문제해결의 완료시간을 이주일 이상 앞당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두번째 원칙, '가설 목록을 반드시 준비한다'. 이는 지난 글에서 수차례 강조했던 사항입니다. 관찰과 실증에 임하기 전에 가설을 먼저 설정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잘 작성된 가설 목록은 인터뷰 질문지를 대신합니다. 굳이 질문지를 따로 만드는 수고를 덜 수 있지요. 질문지가 필요한 경우라도 가설 목록을 질문으로 전환하면 그만입니다.
가설 목록은 계층을 갖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 말은 가설들을 체계없이 죽 나열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트리(tree)' 형태로 목록을 구성하라는 말입니다. 이런 모양을 '이슈 트리(issue tree)'라고 부릅니다.
가설 1 - 가설 1.1 - 가설 1.1.1
가설 1.2 - 가설 1.2.1
가설 1.2.1
가설 2 - 가설 2.1
가설 2.2
가설 3 - 가설 3.1 - 가설 3.1.1
가설 3.1.2
예를 들어, '업무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걸 가설 1로 본다면, 그 밑단에 놓일 세부 가설들은 다음과 같을 겁니다.
가설 1 : 업무량이 적다
가설 1.1 : 팀장이 직원들에게 충분한 업무량을 부여하지 않는다
가설 1.1.1 : 팀장이 중요업무를 모두 혼자 수행한다
가설 1.1.2 : 직원들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뽑았다
가설 1.2 :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가설 1.2.1 : 타사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가설 1.2.2 :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중이다
....
이렇게 이슈 트리로 가설 목록을 만들면 3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어떤 가설이 포괄적이고 어떤 가설이 더 심층적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원인의 원인, 원인의 원인의 원인으로 파고 들어가면 문제를 야기하는 근본원인(root cause)과 만나게 됩니다. 이슈 트리는 그 자체가 근본원인을 탐색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둘째, 옳지 않은 가설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인터뷰를 하다가(또는 자료를 분석하다가) '가설 1.2'이 거짓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얻었다면, 그것에 딸린 가지는 모두 제거됩니다. 그러면 후속 인터뷰에서는 가설 1.1을 입증하기 위한 심층적인 질문에 집중하거나 이슈 트리를 더 '깊은 수준'으로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가설 1.2에 해당하는 질문에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셋째, 이슈 트리를 통해 입증된 가설과 거짓으로 판명된 가설, 그리고 입증이 완료되지 않은 가설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 가설은 참(또는 거짓)이니까 이제 더 이상 증명하지 않아도 돼' 혹은 '인터뷰만 가지고 아직 참/거짓을 판단하기엔 곤란해. 심도 깊은 분석을 해봐야겠어'라며 향후의 문제해결 과정을 계획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슈 트리를 만들 때는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austive)라는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MECE는 그 의미는 아주 간단하지만 훈련이 안되면 실제로 준수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다음 기회에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원칙 3번~6번은 내일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하지요.오늘도 문제 없는, 아니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반응형
'[연재] 시리즈 > 문제해결의 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크라테스를 매번 죽이는 연역법에 대해 (7) | 2009.07.08 |
---|---|
인터뷰에 꼭 필요한 초식 몇가지 (0) | 2009.07.07 |
인과관계를 파헤쳐 봅시다 (3) | 2009.07.03 |
가설을 사랑하십니까? (6) | 2009.07.02 |
명품 가설, 명품 색안경을 쓰세요 (0) | 2009.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