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아마추어, 노무현   

2009. 6. 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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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한나라당을 위시한 보수 야당들과 보수언론들은 '아마추어에게 나라를 맡겨서 위험하다'고 비판의 각을 세웠다. 그들의 노회한 눈에는 환갑도 안 된 젊은 나이인데다가 국회의원과 지자체 단체장 선거에 매번 낙선만 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스워 보였을 게다.

지금에야 대부분의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 하지만, 당시엔 많은 이들이 그들의 비판에 동조한 게 사실이다. 뒤늦은 후회지만 반성할 일이다.

아마추어(amateur)란 단어는 어떤 뜻일까?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난 아마추어라서 별로 실력이 없어요.", "아마추어 밖에 안되는 놈이었냐?"라고 남을 탓하거나 자신을 변명하는 말로 흔히 쓰인다. 프로(Professional)보다 전문성에서 뒤떨어지는 풋내기나 신참, 또는 관심은 있으나 돈을 추구하지 않는 동호인으로 아마추어란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아마추어란 단어의 어원을 따져본다면, '덜 떨어지는 자'에게 함부로 아마추어라 명명하지 말아야 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추어는 '사랑한다'라는 뜻의 '아모르(Amor)'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단어다. 아마추어란 즉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좋은 의미의 말이 '풋내기'를 뜻하는 좁고 부정적인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맞다. 노무현은 아마추어였다. 그가 임기 중에 내놓은 톡톡 튀는 행동과 제안은 그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이 없었더라면 나오기 힘들었다. '검사들과의 대화', '권위주의 타파',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재고', '대연정 제안', '행정도시 이전' 등의 행동과 정책들이 그렇다.

보수정당의 거센 조롱과 반발, 뒤를 이은 국민들의 외면으로 그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고 끝내 '조직적 냉대' 속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진정성은 이제서야 인정 받고 있다. 그가 떠난 뒤에야 그가 얼마나 대한민국을 새롭게 이끌기를 소망했는지, 그리고 국민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꼈기 때문이다. 

뒤를 이어 그 자리에 오른 자는 스스로를 경제 전문가라 지칭한다. 자신이 프로라고 말한다. 그가 낸 성적이 형편 없지만, 그렇게 인정 받길 원한다면 '프로 대통령'이라 칭해 주련다. 그러나, 아마추어라는 아름다운 호칭을 패찰하겠다고 나선다면 결단코 반대하리라.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가? 진정 국민을 사랑하는가?

누군가가 고인을 아마추어라고 비난하면, 그렇다고 당당히 대답할 일이다. 영결식이 끝난지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래 전 일 같이 아득하다. 영원한 아마추어, 노무현. 그의 열정과 사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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