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엉성한 한글화는 이제 그만~   

2009. 4. 2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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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익스플로러 8.0을 사용 중이다. 7.0보다 확실히 빨라져서 만족스럽다. 간혹 프리즈(freeze)되어 강제 종료해야 하는 불편이 없지 않지만(솔직히 불만스럽지만) 향후에 개선되리라 본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아래의 화면이 불쑥 튀어 나왔다. 보자마자 헛웃음이 비져 나오고 말았다. '이게 무슨 말이야?'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터넷에 다시 연결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한글은 한글인데,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다. 이 문장엔 주어가 생략됐는데, 아마 '컴퓨터'가 주어인 듯하다. 이 생략된 주어를 집어 넣어보자.

"이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터넷에 다시 연결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주어를 넣으니 첫째 줄의 내용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둘째 줄은 무슨 말인지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다시 인터넷에 연결하고 싶어질까? 연결되어 있는데 왜 연결하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까?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앞뒤조차 맞지 않는 이 문장은 어디에서 유래됐을까?

영문판 IE 8.0을 못 봐서 영어 원문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그간 한글화된 여러 소프트웨어에서 어색한 번역 실태를 자주 접한 터라 이 문장 역시 십중팔구 영어를 충실히(?) 직역했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아니면 단추 한 번 눌러서 자동번역기를 돌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단 IE 뿐만 아니라 Windows를 사용할 때도 요상한 한글 메시지를 종종 접하는데, 영문판을 쓰는 게 아예 낫겠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한글로 번역된 도움말은 도움말이라는 제목이 어색하기까지 하다. 잘못된 문장을 모두 나열하자면 두꺼운 책 한 권도 모자르리라.

작은 회사라면 그냥 웃어 넘기겠다. 하지만 전세계 운영체계를 휩쓸다시피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닌가?  한글화에 너무 무성의하다.

아무리 시장 출시가 급급해도 한글화에 좀더 신경 써주기 바란다.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도 한글화 작업은 전문번역가의 손으로 완성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갈하고 품격 높은 한글화, 그게 시장점유율 1위의 강자가 2위그룹 기업에게 보여야 할 진정한 여유가 아닐까?

(추신) 이 문장의 영어 원문을 아시면 댓글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덧붙입니다.(4월 25일)-------------------------------

위의 문장의 영어 원문장을 '랜덤여신'님이 알려 주셨다(감사합니다.)
It appears you are connected to the Internet, but you might want to try to reconnect to the Internet.

예상한 대로 영어 원문을 그대로 직역했음이 드러난다.
이 문장을 옳게 번역하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이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나 잠시 문제가 발생하여 사이트 접속이 원활치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접속을 시도해 보거나, 아래와 같이 조치하십시오.

사용자를 배려하는 한글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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