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서 사소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 생각해 보니 이런 일이 일상처럼 자주 벌어진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하리라. 몇 가지 정리해 봤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유머'로 받아주면 좋겠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싶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1.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는데, 앞칸 사람이 얄밉게도 두 손을 편안하게 놓거나 손을 얹어만 놓을 때. 세게 밀어서 콱 나가 떨어지게 만들까 말까? 숱한 고민에 내 다크서클이 짙어짐을 그녀는 알까?

2. 손을 대면 멈춰 버리는 '자동 회전문'에서 자기가 손을 대놓고 뒷사람들이 잘못했다는 듯이 눈을 위로 아래로 부라리는 남자.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법으로 그런 사람은 회전문에 5분쯤 가둬 놓아야 한다. 손에는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쥐어 주면 더욱 좋다.

3. 문을 잡아줬는데, 고맙다는 목례 없이 제 갈길을 유유히 갈 때. 사람 많은 몰(mall)에서 자주 경험한다. '어이~ 그냥 가려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그 당당한 워킹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준다. 나이스 워킹'

4. 그(또는 그녀)의 워킹이 '참 어이없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잡아 준 문을 여러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나갈 때. 이봐요들, 난 벨보이가 아니라구! 옳거니!  나는 잡은 문을 나몰라라 놓아버린다. 그때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사이코 패스 아니냐구? 문 잡아 준 댓가니 이해하세요들!

5. 얼마 전 당한 따끈따끈한 사건이다. 택시를 잡는데, 헐레벌떡 뛰어 와서 막 도착한 택시를 나보다 2~3미터 앞에서 잡아타고 떠날 때. 이럴 땐 택시기사가 더 얄밉다. 특히 새치기한 손님이 젊은(게다가 예쁜) 여자라면 더욱 그렇다. 아저씨, 증손자가 장가 갈 나이 아니신가요?


6.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숫자판에 바짝 붙어서 선 여자. 내가 버튼을 누르려고 손을 뻗자 황급히 몸을 움추리며 어디다가 손을 내미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자기가 남들 버튼 누르지 못하게 막는 줄 모르고...  이봐요, 아가씨. 전직이 뭐지?

7. 손님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식당에서 이제 반 밖에 먹지 않았는데 후식이 과속으로 나올 때. '이거 먹고 빨리 나가, 이 식충이들아!' 후식 그릇을 던져 놓는 아주머니의 팔뚝. 그 도드라진 힘줄에서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 에구, 좀더 먹고 나가면  안 될까요? 나는 비굴하게 눈치를 보며 세 입 분량의 밥을 가득 밀어넣는다. 어이구 목 메여....

8. 아까 그 식당에서 '저 테이블 손님들 다 드셨으니까 저기 앉으세요'라며 빈 자리에 다른 손님을 앉힐 때. 밥 먹는 자들과 아직 밥을 먹지 않은 자들 간의 밥풀 튀는 대립전! 눈치밥이 따로 없네. 다시 여기 오지 말자고 굳게 다짐하며 박차고 나가는데 카드 리더기가 고장나서 현금을 박박 긁어 내야 할 때. 정말 대단해요, 아줌마! 

9. 만원 지하철에서 누군가 내 등에 아주 편안하게 기대어 설 때. 옆의 남자친구와 재잘거리며 즐거운 표정의 여자. 허나 내 허약한 허리는 그녀에게 철저히 농락 당하고...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인간가죽' 소파에 등을 파묻던 그녀를 공개 수배합니다! 아,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안락한 소파를 제공했다는 뿌듯함에 연신 방긋거리던 그 여드름투성이 남자를 발견하면 부디 지하철 선반에 꽁꽁 묶은 다음에 내게 연락 바란다.

10. 아까 그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이번엔 숫자들이 왕창 눌러져 있을 때. 이거 누구 짓이야! 더욱 황당한 일은 나중에 탄 사람들이 '이거 저 녀석이 한 짓이 틀림없어. 한 대 때릴까?'하는 표정으로 구시렁거릴 때. 형님들, 한번 더 눌러도 취소되지 못하게 만든 엘리베이터 사장님을 데려올테니 저는 이만 실례!
 
11. 이건 공중전화를 애용하던 옛날 일인데, 남은 50원 내가 쓰면 좀 좋아? 내가 쓰지 못하게 수화기를 후크에 냉큼 걸어 버리고는 '메롱~!'하는 표정으로 달아날 때. 잘 먹고 잘 살아라! 너 KT 직원임이 분명해, 그렇지?


이 밖에 몇 개 더 있는데, 애석하게도 이만 줄여야겠다. 안 그러면 커피숍 점원이 내게 다가와 '갈아 만든 노트북에 생크림 올려 드릴까요, 당신의 머리를 올려 드릴까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사소한 글에 목숨 걸 필요 없다. 이럴 땐 냅다 튀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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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pinkwink.kr/ BlogIcon PinkWink 2009.04.21 15:53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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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rainblue.egloos.com BlogIcon 레블 2009.04.22 16:42

    1번 절대 공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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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럼블터너랭 2009.05.06 13:40

    엘리베이터앞에서,사람들이 너무 앞다투어 타길래 잠시 양보하고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내가 타려고 하면 닫히는문,,누군가 열림버튼 눌러주면 되는데 아무도 안눌러주죠..정말 어이없고 짜증 지대롭니다!! 덜커덩 닫히는 문에 끼기라도 하면 어이쿠! 짜증 100배!게다가 안에 있는 사람들의 하나같이 불쌍한듯 쳐다보는 눈빛들이란!!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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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럼블터너랭 2009.05.06 13:43

    또 엘리베이터에서
    나중에 탄 사람이 내 앞으로 바짝 밀어설때..자기 앞으로는 여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뒷사람 생각은 하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뒷걸음질로 뒤로만 올때..
    정말 가방으로 엉덩이를 콱 밀어 버리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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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럼블터너랭 2009.05.06 13:45

    마지막으로
    에스컬레에터에서 내앞에서 올라가거나,내려가는 사람이 에스컬레이서에서 내려서서 얼른 가지 않고 머뭇거릴때..나는 곧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야 하는데 내가 내디딜 공간이없을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성질대로라면 그냥 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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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9.05.06 16:49 신고

      럼블터너랭님, 3가지 상황 모두 공감이 갑니다. 조금만 배려하면 그와 같이 사소하지만 기분 나쁜 상황이 줄텐데 말이죠..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