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싶은 11가지 상황들
2009. 4. 21. 16:59
Posted by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 Posted in " 유정식의 서재/[단상] 주저리 주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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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서 사소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 생각해 보니 이런 일이 일상처럼 자주 벌어진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하리라. 몇 가지 정리해 봤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유머'로 받아주면 좋겠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싶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1.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는데, 앞칸 사람이 얄밉게도 두 손을 편안하게 놓거나 손을 얹어만 놓을 때. 세게 밀어서 콱 나가 떨어지게 만들까 말까? 숱한 고민에 내 다크서클이 짙어짐을 그녀는 알까?
2. 손을 대면 멈춰 버리는 '자동 회전문'에서 자기가 손을 대놓고 뒷사람들이 잘못했다는 듯이 눈을 위로 아래로 부라리는 남자.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법으로 그런 사람은 회전문에 5분쯤 가둬 놓아야 한다. 손에는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쥐어 주면 더욱 좋다.
3. 문을 잡아줬는데, 고맙다는 목례 없이 제 갈길을 유유히 갈 때. 사람 많은 몰(mall)에서 자주 경험한다. '어이~ 그냥 가려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그 당당한 워킹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준다. 나이스 워킹'
4. 그(또는 그녀)의 워킹이 '참 어이없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잡아 준 문을 여러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나갈 때. 이봐요들, 난 벨보이가 아니라구! 옳거니! 나는 잡은 문을 나몰라라 놓아버린다. 그때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사이코 패스 아니냐구? 문 잡아 준 댓가니 이해하세요들!
5. 얼마 전 당한 따끈따끈한 사건이다. 택시를 잡는데, 헐레벌떡 뛰어 와서 막 도착한 택시를 나보다 2~3미터 앞에서 잡아타고 떠날 때. 이럴 땐 택시기사가 더 얄밉다. 특히 새치기한 손님이 젊은(게다가 예쁜) 여자라면 더욱 그렇다. 아저씨, 증손자가 장가 갈 나이 아니신가요?
6.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숫자판에 바짝 붙어서 선 여자. 내가 버튼을 누르려고 손을 뻗자 황급히 몸을 움추리며 어디다가 손을 내미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자기가 남들 버튼 누르지 못하게 막는 줄 모르고... 이봐요, 아가씨. 전직이 뭐지?
7. 손님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식당에서 이제 반 밖에 먹지 않았는데 후식이 과속으로 나올 때. '이거 먹고 빨리 나가, 이 식충이들아!' 후식 그릇을 던져 놓는 아주머니의 팔뚝. 그 도드라진 힘줄에서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 에구, 좀더 먹고 나가면 안 될까요? 나는 비굴하게 눈치를 보며 세 입 분량의 밥을 가득 밀어넣는다. 어이구 목 메여....
8. 아까 그 식당에서 '저 테이블 손님들 다 드셨으니까 저기 앉으세요'라며 빈 자리에 다른 손님을 앉힐 때. 밥 먹는 자들과 아직 밥을 먹지 않은 자들 간의 밥풀 튀는 대립전! 눈치밥이 따로 없네. 다시 여기 오지 말자고 굳게 다짐하며 박차고 나가는데 카드 리더기가 고장나서 현금을 박박 긁어 내야 할 때. 정말 대단해요, 아줌마!
9. 만원 지하철에서 누군가 내 등에 아주 편안하게 기대어 설 때. 옆의 남자친구와 재잘거리며 즐거운 표정의 여자. 허나 내 허약한 허리는 그녀에게 철저히 농락 당하고...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인간가죽' 소파에 등을 파묻던 그녀를 공개 수배합니다! 아,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안락한 소파를 제공했다는 뿌듯함에 연신 방긋거리던 그 여드름투성이 남자를 발견하면 부디 지하철 선반에 꽁꽁 묶은 다음에 내게 연락 바란다.
10. 아까 그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이번엔 숫자들이 왕창 눌러져 있을 때. 이거 누구 짓이야! 더욱 황당한 일은 나중에 탄 사람들이 '이거 저 녀석이 한 짓이 틀림없어. 한 대 때릴까?'하는 표정으로 구시렁거릴 때. 형님들, 한번 더 눌러도 취소되지 못하게 만든 엘리베이터 사장님을 데려올테니 저는 이만 실례!
11. 이건 공중전화를 애용하던 옛날 일인데, 남은 50원 내가 쓰면 좀 좋아? 내가 쓰지 못하게 수화기를 후크에 냉큼 걸어 버리고는 '메롱~!'하는 표정으로 달아날 때. 잘 먹고 잘 살아라! 너 KT 직원임이 분명해, 그렇지?
이 밖에 몇 개 더 있는데, 애석하게도 이만 줄여야겠다. 안 그러면 커피숍 점원이 내게 다가와 '갈아 만든 노트북에 생크림 올려 드릴까요, 당신의 머리를 올려 드릴까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사소한 글에 목숨 걸 필요 없다. 이럴 땐 냅다 튀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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