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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풀린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 집 앞 공원을 산책한다.
괜찮을 줄 알고 옷을 가볍게 입고 나왔더니, 때때로 지나가는 바람이 시리다.
'어~ 추워.' 나는 점퍼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리고 괜히 엄살을 부려 본다.
한겨울의 공원은 모노크롬이다. 빛을 잃은, 여윈 갈색이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 저기 찍어 보아도 흑백사진 같은 느낌이다.
사진찍기가 금새 재미 없어진다.
대신 이 생각, 저 생각 해보기로 한다.
'내일이 월요일인데 또 어떻게 한 주를 보내지?'
'원고 마감이 수요일인데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그러고 보니 제안서도 써야 하는구나!'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쉬자고 나온 참인데 분주한 생각 뿐이다.
스스로가 한심하고 안쓰럽다.
무엇이 재미있는지 세 노인의 대화가 즐겁다.
그들이 부러워져서 한 컷 담는다.
벗들과의 대화는 추위도 잊게 만든다.
내 벗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무심한 내가 또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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