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영화를 보는 즐거움   

2009. 2. 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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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혼자 영화를 봤다. 아내가 출근을 한 뒤 아이를 영어 배우는 곳에 데려다 주고 나니 9시 30분이었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기 쉬운 토요일 오전, 나는 혼자 극장에 가기로 했다. 아이가 오후 1시에 파하니 영화 한 편 볼 시간은 충분했다.

오전이라 극장은 한산했다. 대부분의 관람관은 객석이 반도 안 찼다. '어떤 영화를 볼까?' 좌석이 넉넉하고 메뉴는 풍부하니 내키는 영화를 아무거나 골라보면 되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조조할인이니까 4천원으로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으니 또 좋다.

혼자 객석에 앉아 영화를 본지가 얼마나 됐을까? 총각 때는 종종 '홀로 관람'을 즐기고 그랬었다. 아니, 즐겼다는 표현은 틀렸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죽이기' 위해 그랬을 뿐이니까. 그때는 혼자 영화를 보는 게 청승맞아 보여 괜히 쭈뼛쭈뼛 했더랬다.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저치는 어떤 사정이 있길래 혼자일까?' 누군가 그렇게 날 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시절의 쓸쓸함과 '경직'을 떠올려 보니, 빙긋 웃음이 밴다. 시간은 어느새 젊은 날의 기억을 희석시켰다.

혼자 영화를 보니 영화 자체에 더욱 몰입할 수 있어 좋다. 내가 고른 영화가 재미 없더라도 옆사람에게 눈치 볼 이유도 없다. 나는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런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영화를 볼 때면 어김없이 배가 꼬였다. 눈치 보느라 상영 내내 긴장한 탓이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영화를 볼 생각이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니 이제 좀 숨돌릴 만하다. 예전에는 애 본다고 영화 볼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행복이란 게 별것 아니다. 나만의 시간을 조금 할애 받는 것도 이렇게 즐겁다니!

'작전명, 발키리'. 지난 토요일에 혼자서 본 영화다. 스펙타클과 액션을 기준으로 하면 성에 안 찰 영화지만,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 슈타펜버그 대령(탐 크루즈)이 히틀러 암살에 성공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라는, 히틀러 측과 반란자들이 서로 전면전을 치렀다면 어땠을까라는, 역사학에서 용인되지 않는 가정도 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혼자 본 영화라 풍부하게 느낀 탓일까? 별 5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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