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니 더 정확하게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위장병, 관절염, 요통, 목디스크, 소화 불량 등 크고 작은 만성 질병을 앓게 됩니다. 저도 요즘 왼쪽 어깨와 팔에 찾아온 오십견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상의를 입거나 벗을 때마다 어깨가 아파서 몇 초면 입을 옷을 2~3분 동안 낑낑거리면서 겨우 입는답니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이런 만성 질병을 앓으면 아무래도 여러모로 생활이 불편하기 마련인데요, 의외로 가장 큰 문제는 질병 자체보다는 건강한 상대방의 '대처'에 있다고 합니다. 아픈 배우자와 함께 질병을 대처해 나가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상대방이 아파하면 짜증이나 신세 타령을 하는 부부가 있기도 하죠. 각자가 알아서 하자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두 가지 중 어떤 경우가 질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까요? 어쩌면 '뻔한 답'이 나올지 모를 이 질문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 학자가 있습니다. 163쌍의 커플이 연구 대상이었는데요, 커플 중 한쪽은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연구자는 각 커플이 얼마나 상대방의 건강과 질병에 관심이 많고 얼마나 치료를 함께 진행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두 사람 간 관계의 질을 살폈던 것이죠.
그 결과, '따로 노는 커플'들은 '함께 대처하는 커플'들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감을 2배나 더 높게 드러냈다고 합니다. 두 사람 간의 관계의 질도 높지 않았고요. 반면, '함께 대처하는 커플'들은 질병이 있는 쪽이든 질병이 없는 쪽이든 스트레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뿐만 아니라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가능성이 높았죠.
연구자는 상대방의 질병에 대해 부정적인 언행(짜증, 외면 등)을 줄이는 것이 긍정적 행동(따뜻한 말, 도우미 행동 등)을 늘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점도 밝혔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연구까지 해서 밝혀야 하나 싶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요, 현재 여러분의 파트너가 크고작은 만성 질병을 달고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언젠가는 그런 질병을 앓게 된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을 다지는 의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건강한 주말이길,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주말이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Mittinty, M. M., Mittinty, M. N., Buchbinder, R., Lassere, M., Chand, V., Whittle, S., March, L., & Hill, C. (2024). Interpersonal process of dyadic coping in rheumatoid arthritis: a perspective from the Australian Rheumatology Association Database (ARAD). The Journal of Rheumatology, 51(9), 862–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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