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 대전 때 영국과 미국 전투기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적용했던 인력 양성의 방식을 살펴 보면 특이한 패턴 하나가 눈에 띕니다. 그들은 뛰어난 조종 실력을 보이는 조종사, 적기를 여러 대 격추시켰다든지 눈부신 전공을 세운 조종사들을 후방으로 빼곤 했어요. 왜냐고요? 바로 후배 조종사들을 가르치는 교관을 맡게 하려고 그런 것이었죠. 그래야 후배들에게 그가 가진 뛰어난 실력과 가치 있는 노하우를 전수시킬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전쟁이 한창이라서 당장 베테랑 조종사를 전투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겠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가져온다고 믿었습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가장 잘 통하는 상황이랄까요? 이렇게 해서 영국과 미국 연합군은 베테랑 조종사들을 전투에서 잃는 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였고 그들의 가르침을 통해 우수 조종사를 양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들과 완전히 반대로 한 국가가 있었으니 바로 진주만 공습 후 미국과 맞짱을 뜬 일본이었습니다. 그들은 실력이 떨어지고 실전 경험이 적은 조종사에게 교관 역할을 맡겼어요. 베테랑 조종사들을 전투에 계속 투입했고요. 이래서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까요?
실력 없는 선생들로부터 우수한 조종사들이 배출되겠습니까? 평균적으로 실력이 크게 향상되기 어려울 뿐더러 실제 전투 상황과는 다른 내용으로 교육을 받게 되겠죠? 더 큰 문제는 베테랑 조종사들을 전투에 계속 밀어 넣다보니 그들이 전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투 때마다 말 그대로 ‘녹아내려’ 버렸던 것이고, 그에 따라 그들이 지녔던 ‘암묵지’ 역시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베테랑 조종사 대다수를 잃은 일본군은 1944년 6월 19일에 벌어진 필리핀 해전에서 미국 전투기로부터 말 그대로 ‘칠면조 사냥’을 당하고 맙니다. 2개월도 안 되는 교육을 받은 조종사들이 복잡한 편대 전술을 얼마나 많이 익혔겠습니까?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기본적인 스킬도 부족했으니까 말 다했죠. 일본군은 어떻게든 있는 조종사, 없는 비행기를 다 끌어 모아서 필리핀 해역에서 미국과 일전을 벌입니다.
수백 대의 전투기를 준비했기 때문에 미군을 압도하리라 기대하면서 기쁨의 눈물까지 흘렸지만, 미숙한 조종사들이 모는 ‘제로센’ 전투기는 미군 조종사들의 손쉬운 먹이감이었습니다. 왜 ‘칠면조 사냥’이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아시다시피 칠면조는 몸이 둔해서 위협을 해도 멀리 도망가지 못하는 새인데, 제로센이 딱 그랬던 것이죠. 일본군은 베테랑 조종사를 전장에 소모시킨 벌을 필리핀 해전에서 제대로 받았습니다. 결국 일본은 오키나와 쪽으로 퇴각하면서 그들이 ‘절대 국방선’이라 설정했던 전선을 후퇴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재 육성에 있어 리더의 장기적인 안목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수인재를 ‘전투’에 계속 내보내면 당장은 성과가 잘 나고 돈도 잘 벌리겠죠, 하지만 황금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수 있으니 우수인재가 번-아웃되도록 활용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마리의 ‘황금 거위’가 태어나려면 우수인재를 인력 양성에 활용하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 꼭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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