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이 있어야 변화가 가능합니다   

2024. 10.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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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개의 포뮬러 1(Formula 1) 팀들 중 하나인 윌리엄스 메르세데스(Williams Mercedes)는 3년째 포인트를 1점도 따지 못한 채 근근이 레이싱을 이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과거에 9번의 팀 우승과 7번의 드라이버 타이틀을 차지한 명문 레이싱팀으로서는 수치스럽기까지 한 성적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이제는 하스 페라리(Haas Ferrari)와 더불어 최약팀으로 분류되어 잘 나가는 팀들(메르세데스, 레드불, 페라리 등)의 들러리로 전락한 윌리엄스는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됐죠.

팀에 돈이나 많으면 모를까, 성적이 9~10위를 맴돌다 보니 짱짱한 스폰서가 붙을 리 없었기에 윌리엄스는 늘 재무적으로도 쪼들렸고 2020년에 결국 팀을 미국의 투자회사인 도릴턴 캐피탈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윌리엄스는 새로운 CEO겸 감독으로 요스트 카피토(아래 사진)를 영입했습니다. 그에게 던져진 임무는 윌리엄스의 재건이었고 3년간 ‘0점 행진’을 막고 어떻게든 포인트를 득점해서 팀을 꼴찌에서 탈출시키는 것이 눈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였죠. 

F1 경기만큼 자본주의적인 것이 또 있을까요? 레이싱에서 는 사실 드라이버의 역량보다는 돈 먹는 하마라고 부를 수 있는 레이싱카의 성능이 더 중요합니다. 랩 타임 0.5초를 줄이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마다하지 않고 쏟아 붓는 F1 시장에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윌리엄스로서는 차의 성능 향상에 투자할 여력이 항상 없었고 그 때문에 성적이 계속 최하위를 맴도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무리 레이싱계(랠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카피토라 해도 팀을 살릴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였죠.

 



그러나 카피토에겐 나름의 비책이 있었습니다. ‘후진’ 레이싱카를 몰아야 하는 드라이버들을 닦달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고 생각한 그는 파격적인 방법을 레이싱에 도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한 피트인(pit-in)을 1번으로 줄인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빠르고 원활한 주행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지만 타이어 교체는 0.1초를 다투는 레이싱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경주차가 피트로 들어와 타이어를 교체하고 다시 트랙 안으로 진입하는 동안 경쟁선수들에게 따라잡히거나 순위가 뒤로 쳐질 수 있기 때문이죠. 피트인 시점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도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약체팀 윌리엄스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피트인 회수를 1번으로 줄임으로써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는 것뿐이라고 카피토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물론 리스크는 크죠. 마모가 심한 상태로 레이스를 해야 하기에 펑크의 위험뿐만 아니라 차량 제어가 쉽지 않고 그만큼 속도를 내는 데 유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F1이 순위에 따라 팀에게 주는 배당금의 차이가 엄청나기에 돈 없는 팀인 윌리엄스에게 꼴찌(10위)에서 8~9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금전적으로도 그 무엇보다 절박했습니다.

처음부터 카피토의 전략이 잘 먹힌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금씩 순위가 오르기는 해서 희망적이긴 했지만 포인트를 득점할 수 있는 10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던 것이죠. 그러다 ‘원-스톱(One-Stop)’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헝가리 그랑프리에서였습니다. 두 명의 드라이버가 각각 7위와 8위로 골인하면서 총 10점의 포인트를 마침내 획득했던 것이죠. 오래간만의 득점에 감격한 나머지 드라이버 조지 러셀은 인터뷰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직후에 벌어진 벨기에 그랑프리에서는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리고 꼴찌를 예약해 두었던 윌리엄스는 2021년 시즌을 8위로 마무리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 중에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똑같은 경주차와 똑같은 레이싱 전략으로 성적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임을 카피토는 증명했습니다. 팀에 만연한 무거운 패배감을 말끔히 씻어내는 데 카피토의 파격적 전략은 무엇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파격이란 많은 이들이 “그래야 한다고, 그럴 거라고, 그렇다고” 가정하는 것들을 “과연 그래 하는가, 그럴 것인가, 그런가?”라고 의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되지 않을지 몰라, 그렇지 않아”라며 발상을 전환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다른 결과를 기대하려면, 즉 변화를 기하려면 파격적 발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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