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끔씩 중고 사이트를 통해 워크맨을 하나 둘 판매하곤 합니다. 중고 판매는 돈을 벌 목적보다는 중복되거나 제 취향에 맞지 않는 워크맨을 방출하고 소장 가치 있는 녀석들로 워크맨 콜렉션을 채우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죠.
이렇게 중고 거래를 하다 보면 '나를 힘들게 하는' 판매자나 구매자를 종종 접하는데요, 지난 주에는 매너가 없는 어느 구매자 때문에 며칠간 속이 상했답니다. 문제의 구매자는 제가 보낸 물건을 받자마자 기능 이상이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충분히 테스트를 하고 보냈지만 나온 지 30~40년 된 물건인지라 언제 어느 곳에서 이상이 발생할지는 모르는 게 빈티지 워크맨이죠. 제가 보기엔 그 정도면 오래된 기계임을 감안하여 그냥 사용할 만한데, 구매자는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하더군요.
저는 바로 반품하라고 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실랑이해 봤자 감정만 상할 뿐이라서 상대방이 반품하고 싶다면 언제든 쿨하게 '그렇게 하셔라'고 말하곤 하죠. 문제는 제가 그 이야기를 건네고 바로 '반품 승인'을 했다는 것입니다. 안전결제 프로세스 상 판매자가 '반품 승인'을 하면 받았던 물건값을 구매자에게 즉시 환불하게 돼 있는데요, 이유야 어떻든 사용에 불편을 주었기에 미안한 마음에 물건을 회수하지 않았는데 바로 반품 승인을 한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구매자가 그 뒤로 제 문자 메시지를 '읽씹'으로 대했다는 겁니다. 택배로 보내 달라는 메시지에도, 그 워크맨을 원하는 이가 있다는 메시지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개인 간의 중고 거래인데, 저를 의도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전업 판매자로 간주하는 것 같아 불쾌했습니다.
"알겠다", "언제 보내겠다", "오후에 보냈다" 등의 짧은 답장을 하는 게 그리 어려울까 싶었거든요. 돈을 환불 받았으니 본인은 이제 아쉬울 게 없었던 걸까요? 돈 몇 푼 잃는 것보다 제가 무시 당하는 것 같아 더 속이 상했습니다. 얼굴 안 보인다고 매너 없게 행동해도 되는 것인지. 며칠 더 연락이 없으면 괘씸해서라도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드는 것인지.
이렇듯 중고 거래를 하다 보면 내가 속한 그룹 외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지라 '어쩜 이럴 수 있지?'라고 매우 의아한 상황을 자주 경험합니다. 대표적인 중고 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도 예외는 아닌데요, 돈 받고 팔기도 뭣한 물건을 '나눔'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제 입장에서 황당한 사건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쓸일이 없다고 일주일 후에 반품. 그것도 몰래 문앞에 놔두고.
--> (내마음의 소리) "필요하다고 가져가 놓고서 왜 나한테 버려요? 일주일이나 지나서?"
- 분명 사진상의 물건만 나눔한다고 밝혔는데, 부속품이 없다고 불만을 제기
--> (내마음의 소리) "그러면 정품을 구매하시던가요!"
- 나눔했던 물건을 돈 받고 팔겠다며 며칠 후에 매물로 게시
--> (내마음의 소리) "나눔 매물만 하루종일 지켜보는 겁니까? 참 열심히도 사십니다!"
상식으로 판단하면 '해서는 안 될' 비매너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시뮬레이션하면 바로 매너 없는 행동임을 바로 알아차림에도 불구하고, 비매너인들은 여러 중고 사이트에 출현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상식은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철학자 볼테르의 말이 맞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부디 상식이 중고로 활발히 거래되는 커뮤니티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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