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위임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2024. 10.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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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의사결정 권한을 직원들에게 적극 위임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어떤 사안에 상사가 결정을 내리기보다 그 일을 잘 아는 직원들에게 "자네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하게. 나는 자네들이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 믿네."라고 말하며 의사결정권을 위임하면 자기통제권을 획득한 직원들이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을 수행하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의사결정권을 위임받아 일을 수행한 직원들은 실제 현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킬 기회를 얻으리라 믿습니다. 이런 식의 조언이 여러 리더십 책이 등장하는데요, 정말 그럴까요?직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넘겨주는 것이 쌍방에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입니다.

 



연구자는 181명의 직원들에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했습니다. 과거에 상사가 자신에게 '의사결정을 위임한 경우'가 있는지, 아니면 '의사결정에 조언을 요청한 경우'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런 질문을 던졌죠.

"나중에 그 상사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의향이 있습니까?"

그랬더니 '의사결정을 위임 받았다'고 회상한 직원들이 상사를 도와줄 마음이 적다고 답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자신을 믿고 의사결정을 맡긴 상사와는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니요? 연구자는 비슷한 실험을 몇 번 더 했는데, 그때마다 자신에게 의사결정권을 넘겨준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고 보기도 했죠. 관계를 끊고 싶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자네를 믿으니까 자네가 결정하게. 난 그 결정을 따르겠네."라는 말은 직원에게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명될 경우에 자신에게 쏟아질 온갖 비난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테니까요. "자네 결정이 틀렸다고 해도 나는 자네를 탓하지 않겠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가 책임지겠네."라고 말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기 그지없으니 나중에 딴소리할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의사결정권한은 상사의 것입니다. 본인이 가진 권한을 직원에게 위임한다고 해서 바로 좋아할 직원들은 별로 없다고 예상해야 합니다. 직원들은 무언가 속셈이 있다고 경계하기 마련입니다. 본인이 결정 못하겠으니까 혹은 하기가 귀찮고 성가시니까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가뜩이나 할일도 많은데 말이죠. 직원들은 상사를 보며 속으로 '그런 것도 의사결정하지 못하다니, 능력이 없는 상사구만'이라고 평가할지 모릅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러하죠. 

결정은 상사가 해야 합니다. 인심을 쓰듯, 본인의 의사결정권한을 위임하지 마세요. 대신, 의사결정에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하세요. 기꺼이 상사를 도울 겁니다. 위임이 직원들의 일할 동기를 높이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님을 알아두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Blunden, H., & Steffel, M. (2023). The downside of decision delegation: When transferring decision responsibility incurs interpersonal cost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76, 10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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