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상사가 지시한 업무를 제시간에 끝낼 줄 아는 것이 일 잘하는 직원의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합니다. 마감일에 이르러서야 혹은 마감일을 훌쩍 넘기고 상사가 물어보고 나서야 “아직 다 하지 못했는데요. 시간을 좀 더 주시지요. 아시잖아요. 이 과제가 어렵다는 것을.”라고 말하는 직원들, 그것도 ‘습관적’으로 그러는 직원에게는 아무리 그가 내놓은 산출물의 질이 좋다 하더라도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오해는 마세요. 상사에게 “좀 더 시간을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니까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면 곧바로 ‘일 못하는 직원’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마감일보다 2~3일 먼저 업무를 끝냄으로써 상사에게 결과물을 검토할 시간을 충분히 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사람일이 어디 그렇습니까? 자원이 부족하다든지 부서간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든지 등 여러 애로사항으로 예정일보다 일이 늦어지는 경우가 병가지상사죠.
일 잘하는 직원은 일이 늦어질 것 같고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으면 미리 알림으로써 상사가 대비할 여유를 주거나 상사로부터 지원을 얻어냅니다. 이것이 일 못하는 직원들과 다른 특징이고 상사의 무한한 신뢰를 가능케 하는 차별점입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이 말에 동의할 겁니다. 특히, 마감일을 넘기고도 “이 과제는 너무 어려워요. 아시잖아요. 시간이 더 필요해요.”라고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직원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상사로부터 일 못하는 직원이라고 찍힐까 봐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요청하지 못하고 마감일까지 우물쭈물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험을 해보니, 시간 연장을 요구한 직원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과업을 끝낸 직원들에 비해 결과물에 대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시간 연장을 요구하면 관리자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라 지레짐작하여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주저하지만, 일단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시간을 더 달라고 말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그에 따라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실험이었어요.
이를 확인하려고 진행한 두 번째 실험은 시간 연장을 요구한 직원들이 관리자로부터 ‘더 유능하다’, ‘동기 수준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마감 연장을 요구한다고 해서 ‘능력이 모자라다’는 평가를 받기는커녕 반대로 일 잘하는 직원으로 평가 받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죠.
그런데 혹시 이런 꼼수가 떠오르지 않나요? “아하! 그러면 앞으로 어떤 업무든지 상사에게 ‘시간을 더 주세요’라고 말해야겠네. 좀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고 상사로부터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테니 말이야. 일을 설렁설렁해도 되니 이것 참 ‘개꿀’인데?”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꼼수를 무작정 썼다가는 낭패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해요. 돌아가는 사정 봐 가면서 그래야 합니다. 마감일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아주 중요한 업무에 “시간을 더 주세요.” 했다가는 일 못하는 직원으로 확실히 찍힐 테니까요.
“시간을 더 달라고 하면 상사가 속으로 나를 능력 없는 놈이라고 판단할 거야.”라는 걱정을 버려야 합니다. 현실을 속였다가 나중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정말로 일 못하는 직원으로 보기 좋게 낙인이 찍힐 테니까요, 욕 먹을 각오를 하는 것도 일 잘하는 비결입니다.
*참고논문
Whillans, A. V., Yoon, J., & Donnelly, G. (2022). People overestimate the self-presentation costs of deadline extension request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98, 10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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