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고 꼭 풀어야 할까요?   

2024. 6.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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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 화는 풀어야 한다.”라고. 자신에게 화가 나든, 타인 때문에 화가 나든 간에 참지 말고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고 말이죠. 일리 있는 조언입니다. 화는 풀어야 합니다. 그러나 ‘푼다’라는 의미를 잘못 이해해서는 곤란하죠.

화를 남에게 전이시키거나 되갚는 것, 다시 말해서 나의 화를 외부로 ‘풀어 해치는’ 방법은 분노를 올바르게 푸는 방법이 아닙니다. “내가 화났으니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마! 똑바로 하지 않으면 가만히 안 둘 테야.” 혹은 “네가 날 화나게 만들었으니 나도 너를 화내게 만들어야겠어.”라며 분노를 상대방에게 그대로 앙갚음하는 방식은 화를 올바르게 푸는 방법이 아니죠.

나를 화내게 만든 사람 혹은 자기 자신을 증오하고 저주까지 하면서 술을 마시거나 상관없는 이들(보통 자신보다 약자인 자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고 해서 그 화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할지 모르지만, 그런 행위는 화를 외려 증폭시킬 뿐이죠. 그리고 자기 자신을 모나고 비뚤어진 인간으로 변모시킵니다.

 



처음 한 두 번은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겠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차츰 익숙해지면서 일상이 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크게 반항하면 상대방 때문이 아닌 분노가 상대방 때문에 발생한 분노로 전이되고 말죠. 그리고 “너 잘 만났다!”라는 심정으로 그에게 있는 분노, 없는 분노를 다 쏟아 붓는 과정에서 화는 자기증식을 합니다. 어느덧 성격은 괴목처럼 비뚤어진 모습으로 굳어지겠죠. 

화는 화로 풀어서는 안 됩니다. 불 난 집에 불씨를 던져 넣는다고 불이 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불은 물로 끄는 게 상식입니다. 틱낫한 스님의 말처럼, 화는 ‘자각(自覺)’이라는 물로 꺼뜨려야 하죠. 이것이 진정으로 화를 참는 방법입니다. 가슴 속에 분노가 일렁이면 그것에 일차적으로 반응하려는 본능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화를 마치 내 것이 아닌 듯 바라봐야 합니다.  

그런 다음, 나를 화내게 한 사람으로부터, 혹은 화가 발생한 물리적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사색에 잠겨 보세요. 깊은 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세요. 화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화나게 한 사람(자신 또는 타인)이 지금 어떤 상태일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화가 어떻게 변할지 등을 제3자가 되어 찬찬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세요. 이렇게 자각의 냉각기를 거치면 전보다 화가 엷어진 게 느껴지고 자기 자신을 용서할 마음이 생겨날 겁니다.

화를 밥먹듯 내면 감정의 노예가 됩니다. 노예가 되면 자신의 삶을 노예의 삶 이상으로 결코 만들 수 없겠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자신이 화를 다루는 주인임을 자각해 보면 어떨까요? 분노가 내 감정의 주인 행세를 하도록 열쇠를 내어주면 안 됩니다. 자각이 화를 올바르게 푸는 방법이고 나를 화내게 만든 사람(자신 또는 타인)을 진정으로 용서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아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자각에 실패하는 때가 아주 많으니까요. 하지만 10번 분노를 폭발시킬 걸 서너 번으로 줄인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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