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에 처음 참석하거나 새로운 회사에 처음 출근하는 날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낯설고 새롭다는 것 자체가 주는 긍정적 의미의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그 긴장이 과해지면 부정적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이 사람들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추측인데, 이 추측은 근거가 없음에도 누군가를 처음 대면하는 상황에서 꼭 등장합니다.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사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추측과 달리 ‘대개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여러분은 ‘이 사람들은 날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고 추측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따로 물어보면 ‘좋은 사람 같아요.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예상보다 많습니다. 이 차이를 ‘호감도 차이(Liking Gap)’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타인이 날 좋아할 거라고 내가 추측하는 정도’과 ‘실제로 타인이 나를 좋아하는 정도’ 간의 차이가 바로 ‘호감도 차이’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제로 호감도 차이는 얼마 안 되거나, ‘타인이 나를 좋아하는 정도’가 더 크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려운 자리에 처음 들어선다고 해서 ‘이 사람들은 날 좋아하지 않을 테니 조심해야 해’라고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죠. 자신의 호감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모임에 참석하거나, 타인들과 새로 어울려야 할 때 이를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놓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호감도 차이가 새로운 만남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기존의 멤버들 사이에도 존재한다고 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저 친구는 날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란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는 그다지 싫어하지 않거나 반대로 좋아하는 데도 말이에요. 호감도 차이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팀 내에서 호감도 차이가 크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협조를 구하는 걸 어려워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저 친구는 날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란 추측이 강하니까 ‘내가 도와달라고 하면 날 더 싫어하겠지?’라고 지레 겁을 먹고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도와달란 말을 못하죠. 또 ‘저 친구에게 이런 조언을 해 주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조언했다가 무슨 욕을 얻어 먹으려고.’하며 포기하기 때문에 동료 간의 피드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그냥 내가 혼자 하고 말지’라는 생각에 팀원들 간의 시너지도 발생하지 못하죠.
앞에서 말했듯이, 실제로 타인은 ‘내 생각보다 나를 마음에 들어 합니다’. 적어도 나를 싫어할 가능성은 내 생각보다는 낮습니다.’ 아니면 호불호 자체가 없을 수도 있죠.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는 겁니다. 어디에나 밉고 싫은 사람이 있지만요. 타인과 충분한 상호작용을 하기 전에 자신의 호감도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게 겸손은 아닙니다. ‘남이 날 좋아할까 말까’란 감정보다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겸손이죠. (끝)
*참고논문
Mastroianni, A. M., Cooney, G., Boothby, E. J., & Reece, A. G. (2021). The liking gap in groups and team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62, 10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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