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경영일기를 쓰지 않아서 그간 (별일 없으면) 매일 해오던 ‘하루 1편 논문 읽기’를 등한시했습니다. 시즌 2를 시작하면서 밀린 논문을 하나씩 읽고 있는데, 오늘 재미난 논문을 발견했습니다. 이 논문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화를 내라. 그러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
‘무슨 소리지?’ 저는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제목으로 논문을 쓴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연구자들도 학술지 에디터들의 눈에 들기 위해 논문 제목 정하기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하니 말입니다. 우리는 보통 ‘분노’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합니다. 화를 내면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10개 할 것을 2~3개 밖에 못한다고 짐작하죠. 그래서 명상이나 운동을 통해 분노를 가라앉히라는 조언을 하라고 합니다. 그러니 처음 논문의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논문의 본문을 읽어 보니 실험을 통해 입증된 주장이더군요.
연구자는 1,00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모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짜증스러운 컴퓨터 과제를 처리하게 해서 일부러 분노를 유발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까다로운 철자법 풀기나 어려운 게임 등 달성해야 할 목표가 분명한 작업을 수행하게 했죠. 그랬더니만, 분노를 ‘유발 당한’ 그룹의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작업 성과가 더 높았습니다. 더 많은 문제를 풀었고, 더 많이 견디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분노가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효과는 쉬운 과제보다 어려운 과제를 부여 받았을 때 발생한다는 것이 추가 실험으로 밝혀졌습니다.
자, 이 논문의 시사점이 무엇일까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려면 일부러라도 화를 내야 할까요? 주변 동료들을 손가락질 하며 욕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노는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가하는 폭력적인 분노는 아닙니다. ‘일의 어려움으로 인한 짜증과 고통’을 의미하죠. 이런 류의 분노가 행동의 동기를 더욱 강화한다는 게 진정한 시사점입니다.
물론 분노가 부정적인 결과를 양산한다는 증거도 많이 있습니다만, 목표 달성 과정에서 본인이 가로막혀 있어서 발생하는 분노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좀더 잘하고 싶고, 좀더 많이 하고 싶으며, 좀더 먼저 하고 싶은 의지가 있기에 분노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애초에 분노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냥 포기하고 말지. 그러니 짜증스럽고 답답한 감정이 솟아오르면 잠시 자신을 객관화해서 ‘나는 왜 분노하는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목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기회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 더 덧붙이자면, 관리자는 직원들이 일을 하다가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을 이상하게 보지는 말아야겠죠. 그 분노가 물리적으로 타인을 향하지 않는 한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겁니다. 마냥 즐거워 하는 직원이 일 잘하는 직원은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않습니까? (끝)
*참고논문
Lench, H. C., Reed, N. T., George, T., Kaiser, K. A., & North, S. G. (2023). Anger has benefits for attaining goal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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