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핵심가치에 '열정'이 들어가지 않은 경우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열정을 성과 창출의 원동력으로 간주하고 직원들에게 열정을 함양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조직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직원들의 열정을 키우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시도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안 하니만 못한' 법. 열정을 '절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인식케 하고 직원들에게 열정을 키울 것을 강조하는 문화가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조직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열정이 부족해 보이는 직원'에게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콜로라도 대학교 덴버 경영대학원의 권미정(Mijeong Kwon) 교수와 연구팀은 1,245명의 미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 즉 열정이 높은 사람일수록 열정을 도덕적 의무로 여긴다.
- 열정이 높은 직원일수록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 열정이 높은 직원들은 보상을 위해 일하는 동료를 도덕적이 아니라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
- 열정이 높은 직원들은 열정이 높은 동료를 돕는 것을 우선한다.
- 열정이 높은 직원들은 열정이 약한 동료를 덜 도우려 한다.
간단히 말하면, 열정이 높은 직원들은 열정이 보통 수준인 직원들을 비도덕적이라고 평가하고 그들을 덜 도우려 한다는 것입니다. 열정이 도덕적 우월함을 부추기는 바람에 조직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직원을 단지 열정이 조금 모자르다는 이유로 '좋지 않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바로 열정의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이것은 분명 '성과를 우선해야 한다'는 성과주의의 개념과 배치되는 것이죠.
열정은 좋은 것이긴 하지만 그게 도덕적 우월감으로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열정을 갖고 있다고 해서 과대평가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열정이 높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그들의 열정 높지 않음'의 이유를 존중해야 하고 이를 포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열정이 종교가 되면 곤란하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참고논문
Kwon, M., Lee Cunningham, J., & Jachimowicz, J. M. (2023). Discerning saints: Moraliz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and selective prosociality at work.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ja).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열정을 가지라고 쉽게 말하지 마라 https://infuture.kr/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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