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이야기 중에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다. 상사를 떠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퇴직 면담시에 자기개발을 위해서, 좀더 넓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보상을 많이 받고 싶어서라는 등 사유가 여러 가지이지만 실은 상사의 괴롭힘(bullying)이나 무관심이 회사를 떠나기로 최초에 방아쇠를 당긴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상사가 싫다고 과연 회사를 떠날 필요가 있는가란 의문이 듭니다. 조직도가 바뀌거나 상사가 다른 자리로 옮겨 가거나 직원 본인이 승진하여 새로운 역할을 맡거나 하여 그런 상사와 자연스레 헤어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다른 회사를 간다고 해서 좋은 상사를 만나리란 보장도 없으니, 현재 다니는 회사 자체가 본인의 경력에 괜찮은 곳이라면 굳이 새로운 터에서 다시 자리를 잡느라 힘을 분산시킬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물론 매일 어쩔 수 없이 접해야 하는 상사와 얼마나 같이 일하기 싫은지, 그 고통을 알기나 하냐고 항의하겠지만, 냉철하게(혹은 경제학적으로) 본인의 이득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런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상사가 자신의 성과, 역량, 경력, 웰빙 등에 관심을 전혀 갖지 않는다면, 회사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즉, 상사와 조직 전체를 '하나로' 인식하니까요. 불운하게 '나쁜 상사' 혹은 '무능한 상사'와 한 팀이 되면 비록 객관적으로 좋은 회사라 해도 직원들은 회사가 자신에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델라웨어 대학교의 로저 아이젠버거(Roger Eisenberger)와 동료들은 이런 판단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사가 자신을 얼마나 지원한다고 생각하는지(Perception of supervisor support, PSS)와 회사(조직)가 자신을 얼마나 지원한다고 생각하는지(Perception of organizational support)를 질문했습니다. 시점을 달리하여 두 번 실시된 조사에서 PSS와 POS 사이의 뚜렷한 상관관계가 도출됐습니다. 상사가 자신에게 별 관심이 없으면 회사 전체도 그렇다고 여긴다는 뜻이죠.


아이젠버거는 상사가 조직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PSS와 POS 사이의 상관관계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응답자들에게 '나의 상사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조직은 상사의 기여를 인정한다', '우리 조직은 상사에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등의 질문으로 본인의 상사가 조직 내에서 얼마나 인정 받는지를 측정하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상사의 위상이 높을수록 PSS와 POS 사이의 상관관계가 더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위 '힘있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의 경우, 상사가 자신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다면 회사 전체가 본인에게 꽤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더욱' 여기고, 반대로 그 힘있는 상사가 자신을 그다지 지원하지 않거나 오히려 괴롭힌다면 회사 전체를 자신에게 '적대적'인 존재로 '더욱' 느낀다는 뜻입니다.


또한 아이젠버거는 PSS 및 POS가 직원의 퇴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할인가전매장에서 일하는 493명의 직원들 중 13명이 설문조사가 벌어지던 6개월 동안 자발적으로 퇴사를 했는데, 비록 샘플 수가 적긴 하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PSS가 POS에 영향을 끼치고 POS는 이직율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죠. 상사의 관심이 적다고 느끼면 조직 역시 직원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끼고 결국 그것이 이직 결심을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퇴직은 상사를 떠나는 것이다'라는 속설 아닌 속설이 (비록 샘플 수는 작지만) 어느 정도 증명된 것이죠.




이 연구는 약간 비틀어 생각하면 또 다른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첫째, PSS와 POS를 같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둘은 다릅니다. 매일 접하며 일하는 상사가 회사 전체를 대표한다고 잘못 판단하여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한다면 결국 직원 본인의 손해가 아닐까요? 냉정히 생각하면, 언젠가 상사는 바뀔 테니까요. 상사와 회사를 동일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쁜 상사를 매일 만나느라) 힘들겠지만 회사가 자신의 경력 비전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상사에게 해당합니다. 직원들이 상사와 회사를 '한 몸'처럼 인식한다면, 상사 본인이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회사 전체에 대한 충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니 상사로서 직원에게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상사는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라는 인식을 주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우수인재가 회사를 떠나지 못하도록 파격적인 보상이나 후한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조치도 필요하지만, 상사의 실질적인 관심과 지원 노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상사를 떠나는 것이다"라는 말보다는 "직원들은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니다. 상사가 일하는 사무실을 다니는 것이다"라고 바꿔 말하면 어떨까요? 이런 표현이 상사가 직원에게 해야 할 역할을 좀더 잘 느끼도록 하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Eisenberger, R., Stinglhamber, F., Vandenberghe, C., Sucharski, I. L., & Rhoades, L. (2002). Perceived supervisor support: Contributions to 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 and employee retentio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7(3),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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