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과 팀원들이 서로 목표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이 목표치(target)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인가라는 문제입니다. 팀장은 도전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싶지만 팀원이 곤란한 표정을 짓거나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경우가 생길까 염려합니다(요즘 팀장들은 팀원들 눈치를 많이 보는 게 사실). 게다가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고 회사가 경쟁사에 비해 경쟁우위를 상실한 시기라면, 즉 상황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면, 팀원들이 도전적 목표치를 겉으로는 받아들이더라도 절대 수용(buy-in)하지 않으리라 지레 겁을 먹곤 합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나쁜 상황에서 도전적인 목표치를 주는 건 팀원에게 연말에 좋지 않은 평가점수를 받을 거란 암시를 미리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우호적인 상황에서는 팀장이나 팀원이나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의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목표 합의의 원활함이나 직원들의 사기, 목표 달성의 가능성 등에서 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죠.


그러나 이런 상식이 옳지 않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마드리드에 있는 IE 경영대학원의 안토니오스 스타마토지아나키스(Antonios Stamatogiannakis)와 동료들이 진행한 일련의 실험 결과는 목표치 수준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이 상식과 다름을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은 305명의 응답자들을 5개의 소그룹으로 나눠서 학점, 저축, 테니스 등 3가지 영역에 대한 목표치를 '현상 유지', '조금 향상(small)', '어느 정도 향상(moderate)', '많이 향상(large)', '매우 많이 향상(very large)' 이라는 5개 수준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목표치가 얼마나 어렵게 느껴지는지 5점 만점으로 판단해 달라고 질문했죠. 




상식적으로 현상 유지 목표치를 가장 쉽게 느끼리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아래 그래프 참조) 현상 유지 목표치를  '조금 향상된' 목표치보다 더 어렵게 여긴다는 결과가 나왔으니까요(3.23 대 2.82, '어느 정도 향상'과 비슷한 정도의 어려움(3.49)으로 평가). 물론, 응답자들은 '매우 많이 향상된 목표치'로 갈수록 목표치 달성을 어렵게 생각했지만, 이 두 개의 목표치 사이에 발생한 '반전'은 상식과 달랐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실험만으로는 뚜렷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사점은 "현상 유지 목표치를 제시한다고 해서 팀원들이 그걸 쉽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금 향상된(small)' 목표치를 좀더 용이하다고 여긴다"입니다. 또한 "어느 정도 향상된(moderate) 목표치를 제시하는 게 목표치 수용 측면에서 현상 유지 목표치와 비슷하니, 팀원들이 향상된 목표치를 거부할 거란 생각은 옳지 않다"이겠죠.


(Source: 이 글 하단에 명기한 논문)



후속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응답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어느 정도 향상된(moderate) 목표치와 현상 유지 목표치를 각각 제시한 다음, 목표 달성의 어려운 정도를 판단하고 그 이유를 답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던니,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받은 응답자들은 현재 수준과의 '차이(gap)'를 지적하고 그 차이가 얼마나 작은지를 언급함으로써 목표 달성에 낙관적인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현상 유지 목표치를 받은 응답자들은 상황에 따라 실패할 수 있다는 이유를 더 많이 제시함으로써 목표 달성에 비관적인 모습을 보였죠. 


왜 그럴까요? 연구자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현상 유지 목표치를 부여 받으면 예전 수준과의 차이가 없으니 목표를 둘러싼 상황(context)에 더 민감해지기 마련이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실패할 수 있는 이유를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상 유지 목표치를 주면 직원들이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 기대가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죠?


이 결과를 보고 "에이, 내외부 환경이 확실히 좋지 않으면 직원들이 현상 유지 목표치를 더 용이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걸 본인의 목표치로 채택하려고 할 걸요?"라고 의문을 던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죠. 연구자들은 우호적인 상황과 비우호적인 상황을 각각 설정한 다음, 현상 유지 목표치와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제시하고서 앞서의 실험과 동일하게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측정했습니다. 그러자,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현상 유지 목표치를 받을 때'를 '비우호적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받을 때'보다 더 어렵게 여긴다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3.93 대 3.39). 이것은 여러 가지로 내외부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돌아가면, 현상 유지 목표치를 받을 때 내외부 상황(context)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더욱 증폭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실험은 응답자들이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판단할 때 각 목표치를 서로 비교해보지 않고 따로따로 판단하도록 했기에(이를 isolated evaluation이라 함) 오류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현상 유지 목표치와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함께 보면서 평가(이를 joint evaluation이라 함)하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렇게 joint evaluation을 하도록 하니, 응답자들은 앞서의 실험과 달리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현상 유지 목표치보다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3.02 대 2.43).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연구자들이 응답자들에게 "그러면 둘 중에 어떤 목표치를 부여 받을래?"라고 질문했을 때 나왔습니다. 예상과 달리, 응답자들은 현상 유지 목표치보다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비록 어렵긴 하지만 달성했을 때 얻을 만족감이 더 크리라 기대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일련의 실험들은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는 팀장들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1. 현상 유지 목표치라고 해서 직원들이 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2. 현상 유지 목표치는 약간 향상된(small) 목표치보다 더 어렵게 여긴다(상황에 더 많이 신경쓰게 되므로).

3. 현상 유지 목표치는 어느 정도 향상된(moderate) 목표치와 비슷한 어려움을 느낀다.

4. 비우호적인 상황에서는 현상 유지 목표치를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보다 더 어렵게 여긴다(상황에 더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

5. 현상 유지 목표치와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함께 제시하면, 상대적으로 후자를 더 많이 선택한다(더 큰 만족을 줄 것이므로).


기존의 상식을 깨는 이 5가지 시사점을 기억해 두었다가 앞으로 다가올 목표 수립 세션에 참고하기 바랍니다. 경기가 안 좋아지니 무조건 직원들이 현상 유지 목표치를 선호할 거란 편견만 버려도 좋지 않을까요? 직원들은 작년과 똑같은 수준의 목표치를 그리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니까요.



*참고논문

Stamatogiannakis, A., Chattopadhyay, A., & Chakravarti, D. (2018). Attainment versus maintenance goals: Perceived difficulty and impact on goal choic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4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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