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만족도를 높이면 회사 성과가 좋아질까?   

2015. 7.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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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자들과 경영 컨설턴트들을 흔히 말합니다. “직원이 업무와 회사에 만족할수록 회사 성과에 더 많이 기여한다.” 만족도와 충성도(loyalty)가 높은 직원들이 고객의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그런 직원일수록 회사를 오래 다닐 가능성이 커서 좋은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장기적으로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바로 그들의 논리입니다. 에드워드 데밍과 같은 경영의 구루를 비롯하여 수많이 경영학자들이 논문과 저서를 통해 이야기한 터라 반박의 여지가 전혀 없는, 소위 ‘경영의 진리’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영국 워윅 대학교의 라이언 실베스트로(Rhian Silvestro)는 그것이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경험적 근거를 가지고 주장합니다. 그는 2002년에 영국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경영의 구루들이 논리가 현장의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습니다. 직원만족도와 회사 성과 사이에는 정(+)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부(-)의 상관관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실베스트로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슈퍼마켓 체인의 CEO는 평소 직원만족도와 충성도가 회사의 이익과 성장의 실질적인 동인임을 굳게 믿고 있었고 그런 철학을 관리자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할 정도였기에 더 흥미로운 결과였습니다.


그는 직원들의 이직률, 지인의 입사 추천 의지, 근무시간 등을 충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하고, 매장의 단위면적당 매출, 단위면적당 이익기여도, 노동시간당 이익기여도 등을 이익과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채택했습니다. 또 매장 당 20~30명 가량 근무하는 직원들에 설문을 돌려 직원만족도를 측정했습니다. 


상관관계를 분석하자 경영학자들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직원만족도가 높을수록 직원의 충성도가 높긴 했지만, 단위면적당 매출과 이익기여도는 직원만족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낮았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직원만족도가 높은 매장일수록 노동생산성(노동시간당 이익기여도)이 낮았고 이익률도 낮았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Source: 아래 명기한 논문)


(Source: 아래 명기한 논문)



연구 여건 때문에 전체 매장이 아니라 6개 매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한 결과였습니다. 실베스트로는 직원만족도가 매장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매장의 ‘규모’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소매업계에서는 규모가 큰 매장이 작은 매장보다 이익이 더 큰 것이 통상적인데, 이 슈퍼마켓 체인도 그렇다는 것이죠. 또한 매장의 규모가 클수록 같은 지역에서 다른 업체와 경쟁이 치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직원들은 성과 압박을 더 크게 받아 만족도가 떨어지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의 결과처럼 매장의 성과가 좋을수록 직원만족도는 나빠질 수 있는 것이죠.


실베스트로의 연구는 (그가 논문에서 줄곧 염려하는 것처럼) 샘플 사이즈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그러나 통계적으로는 유의함), 직원만족도가 곧 회사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지극히 단선적일 수 있음을 경고하기에는 충분합니다. 회사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상당히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회사 성과를 높이기 위한 드라이버로 직원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조치들은 실패하기가 쉽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또한, 직원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시도했는데 성과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실망감이 커져서 직원만족에 오히려 소홀해질 위험이 있음을 암시하죠.


성과 창출의 방정식은 변수가 하나뿐인 ‘1원 1차 방정식’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시사점입니다. 또한 경영학자들과 경영 컨설턴트들이 진리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실제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교훈이죠. 그냥 믿고 추진하기보다는 정말로 회사 상황에 적합한지를 가능한 한 정량적으로 판단하고 나서 직원만족도 향상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하고, 직원만족도만으로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은 접어야 합니다.


구글처럼 업무환경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면 직원들은 만족할 겁니다. 하지만 만족한 직원은 그저 즐길뿐, 회사 성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끝으로, 혹여 이 글을 ’직원만족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잘못 해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고논문)

Silvestro, R. (2002). Dispelling the modern myth: Employee satisfaction and loyalty drive service profitability. International Journal of Operations & Production Management, 22(1), 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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