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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의 옥탑방
누워 어둔 천정을 본다
비가 오면 그대로 들이치는 창가엔
그가 잊고 떠난 구겨진 담뱃갑
취객의 노래 소리, 혹은 주인집의 때늦은 설거지 소리,
그리고, 심장 소리
그는 이곳에 와서 조금 울고 싶었을까
모퉁이로 사라지며 시든 그의 젊음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오르며 빙긋
수줍은 머리를 긁고 빙긋
물 말은 밥 후루룩 먹고 빙긋
잔기침처럼 떠도는 그의 자취에
골 패인 시간만 자꾸 흐르고
아직 멀고 먼 새벽,
비 듣는 창 너머로
발돋움한 그리움은
뵈지 않는 별처럼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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