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심하고 있을 겁니다. 문제는 직원들이 성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동기를 높이는 데 있다고 생각하여 ‘평가를 강화할까? 인센티브를 높일까? 아니면 교육을 지금보다 강화할까?’란 고민을 하죠. 그러나 그 동안 활용해 왔던 이런 방법들은 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함정이라서 CEO의 골치를 더욱 아프게 합니다.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있어 그 일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동기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일을 통한 학습’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브레이크를 걸고 ‘내가 이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지아다 디 스테파노(Giada Di Stefano)와 동료 연구자들이 최근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 수행 결과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이 성과 향상의 열쇠이고, 반성이야말로 경험을 통해 학습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메커니즘이라고 말합니다.
스테파노는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두 번의 실험과 실제 기업에서 이루어진 현장 실험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스테파노는 202명의 성인을 모집하여 제한된 시간(20초) 내에 빠르게 풀어야 하는 문제를 제시하고 맞힌 개수에 따라 1달러씩 상금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아래 그림과 같은 메트릭스를 보고 ‘합쳐서 10이 되는’ 두 개의 숫자를 찾아내야 했죠.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반성 그룹’은 첫 라운드를 끝내고 나서 ‘첫 라운드에 임하면서 사용했던 나름의 방법을 써보라.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잘 풀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공유 그룹’의 참가자들은 ‘반성 그룹’과 동일한 지시를 받았지만 각자가 쓴 내용이 다른 참가자들에게 공유된다는 말을 추가적으로 들었습니다. 반면에 ‘대조 그룹’은 첫 라운드 때의 정답을 찾아보라는 말 외에 다른 지시를 받지 못했죠.
이렇게 조건을 달리한 다음, 참가자들에게 두 번째 라운드와 세 번째 라운드를 진행하게 하고서 얼마나 많은 답을 찾아냈는지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두 라운드 모두 반성 그룹와 공유 그룹의 참가자들이 대조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나타냈습니다. 반성 그룹과 공유 그룹 간의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죠. 앞서 수행했던 과제를 떠올리고 되짚어 볼수록 성과가 향상될 것이라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두 번째 실험은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한 절차로 이루어졌지만,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즉, 문제를 얼마나 맞히는지 상관없이 참가자들에게 참가수고비만 정액으로 지급했죠. 인센티브로 인한 간섭 효과를 없애기 위한 조치였는데, 이렇게 해도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성 그룹과 공유 그룹의 성적이 대조 그룹보다 높았으니까 말입니다(역시나 반성 그룹과 공유 그룹 간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스테파노는 참가자들의 반성의 과정이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높였을 것이고 높아진 자기 효능감이 성과 향상에 원인이 되었을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자기 자신을 능력 있고 훌륭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정도를 말합니다. 스테파노가 참가자들의 자기 효능감을 측정한 결과, 반성 그룹과 공유 그룹이 대조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자기 효능감을 보였습니다.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스테파노는 와이프로 BPO(Wipro BPO)라고 불리는 인도의 전문 아웃소싱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와이프로는 전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 지원 업무와 후선 업무(back-office service)를 수행하는 기업인데, 스테파노는 그 중에서 전화를 통해 서구의 기업고객들에게 기술 관련 문의에 답해주는 콜센터를 연구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들의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기술적 문의사항에 대응해야 했고 문제 해결 능력도 탁월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시키고 테스트하는 과정에 제법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스테파노는 2013년 6월부터 8월 사이에 채용된 직원들을 샘플로 구성한 다음 ‘반성 그룹’, ‘공유 그룹’, ‘대조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반성 그룹의 직원들은 교육일 6일차 때부터 교관으로부터 ‘15분 동안 오늘 받았던 교육을 되짚어 보며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교훈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써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공유 그룹은 동일한 지시를 받았는데 5분 동안 다른 직원들에게 자신이 쓴 내용을 설명하라는 지시가 추가적으로 주어졌습니다. 반면, 대조 그룹의 직원들은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았죠.
이렇게 총 10일 동안 조치를 받은 후에 직원들은 교육 마지막 날에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 결과, 반성 그룹의 직원들은 전체 평균 점수보다 22.8퍼센트 높은 점수를 획득했고, 공유 그룹의 직원들은 전체 평균 점수보다 25퍼센트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반성 그룹과 공유 그룹 간의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습니다). 스테파노는 신입직원들의 자기 효능감도 측정했는데, 역시나 자기 효능감이 반성과 학습 사이를 매개하는 중요한 변수임을 증명했습니다.
‘반성’과 ‘성찰’이 없는 업무는 아무리 시간 투여가 많다 해도 진정한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연구의 시사점입니다. 요즘 많은 기업의 직원들은 쏟아지는 업무량을 감당하느라 일주일에 70~80시간을 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 일이 진짜로 필요한 업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렇게 빡빡하고 고되게 업무를 하다 보면, ‘내가 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나? 내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하지 못했는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일의 스피드를 쫓아가기에 급급합니다. 이렇게 되면 직원은 번-아웃(burn-out) 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성과를 정체를 면치 못하고, 조직은 성과 향상을 위해 구성원들을 더욱 ‘쪼는’ 악순환에 빠지고 말겠죠.
퇴근 시간을 10분 남겨 두고 직원들에게 ‘오늘의 업무를 천천히 반성해 보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써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성과 향상을 위한 다른 조치보다 훨씬 나은 효과를 보일지 않을까요? 물론 반성 시간 후에 바로 퇴근해야 하겠지만요.
(*참고논문)
Di Stefano, Giada and Gino, Francesca and Pisano, Gary P. and Staats, Bradley R., Learning by Thinking: How Reflection Aids Performance (March 25, 2014). Harvard Business School NOM Unit Working Paper No. 14-093; Harvard Business School Technology & Operations Mgt. Unit Working Paper No. 14-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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