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갈등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간혹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까지 생기곤 하죠. 직장인들이 경험하는 갈등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관계 갈등’과 ‘업무 갈등’이 있습니다. 관계 갈등은 사람 자체에 대한 감정적인 반감으로 만들어진 갈등을 말하고, 업무 갈등은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한 의견 충돌로 만들어진 갈등을 뜻합니다. 동료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그것이 관계 갈등인지 아니면 업무 갈등인지 무 자르듯이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관계 갈등이 업무 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반대로 업무 갈등이 관계 갈등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인간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는 동료와 업무적으로 의견 충돌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다시 말해, 관계 갈등과 업무 갈등이 동반되면 어떻게 될까요? 두 가지 갈등이 겹칠 테니 감정적으로 더 힘들어지고 나쁜 감정이 오래도록 지속될까요?
(그림 출처 : www.conflictdynamics.org )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로렌쯔 마이어(Laurenz L. Meier)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런 질문에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쁜 감정이 누그러진다’라고 답합니다. 마이어 연구팀은 131명의 참가자들을 2주 동안 연구에 참여시켰는데, 하루 일과 시작 전, 일과 종료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이렇게 하루에 세 번 자신의 ‘분노’ 수준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매일 관계 갈등과 업무 갈등에 관련된 사건을 기록하도록 했죠.
동료들과 인간적인 갈등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일과 종료 시점(퇴근 시간)에 분노 수준이 최고조에 이르고 잠자리에 들 때와 다음날 출근할 때도 비록 약화되긴 하지만 분노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예상한 바였지만, 관계 갈등과 업무 갈등이 동시에 나타난 경우에는 분노 수준의 패턴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물론 업무 종료 시점에 분노가 최고조에 이르긴 하지만, 잠자리에 들 때는 분노가 대부분 사라지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죠. 두 가지 갈등이 겹치니 분노가 더 오래 지속될 거라 믿었던 예상이 틀렸던 겁니다.
왜 그럴까요? 마이어는 윌가 관계 갈등을 업무 갈등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상황을 ‘합리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사람은 날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가 아니라 ‘그가 그렇게 까칠하게 나온 이유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야’로 갈등 상황을 ‘유순한’ 형태로 정리하려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 잠을 편히 잘 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웰빙 프로세스’가 작동하는 것이죠.
마이어의 연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어떤 동료와 인간적인 갈등(관계 갈등)을 겪는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나쁜 감정을 가라앉힘으로써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싶다면, 그 동료와의 업무적인 의견 충돌(업무 갈등)로 상황을 재해석하는 방법이 좋다는 것입니다. 프레임을 바꿔 보는 거죠. 물론 지속적으로 ‘나를 못 살게 구는’ 사람은 다른 조치가 필요하지만, 일단 ‘나 자신’의 웰빙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관계 갈등을 업무 갈등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 사람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일단 나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누구와 인간적으로 갈등 상태에 놓여 있습니까?
(*참고논문)
Meier, L. L., Gross, S., Spector, P. E., & Semmer, N. K. (2013). Relationship and task conflict at work: Interactive short-term effects on angry mood and somatic complaints.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18(2),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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